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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보면 ‘경제’가 보이는 이유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신정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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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일들을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 (2020. 06. 10)

신정현 작가

국내 보이차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오늘날의 커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보이차가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티베트인은 살기 위해 차를 마셨고 말 한 마리와 차 한 덩이를 바꿀 만큼 보이차를 귀하게 대접했다. 보이차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운남을 지도에서 찾아보면 중국 영토의 제일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티베트, 미얀마,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한다. 서울을 기준으로 따지면 남도의 끝자락 목포 어디메쯤에 위치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딱딱한 덩어리 모양의 차는 어떻게 다시 현대의  ‘로얄티’가 되었을까? 차 마시는 법과 같은 실용서는 많지만 차 한 잔에 깃든 깊은 내력과 기원을 촘촘히 써내려간 책은 드물다.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는 보이차에 관한 역사를 깊고 넓게 다룬다.



전작 『보이차의 매혹』 이후 10년 만에 쓴 책이다. ‘역사’ 그 중에서도 ‘경제사’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역사에 집중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맛본 보이차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차는 어디서 왔는지 궁금했다. 중국 운남성에서도 이무라는 마을에서 왔다고 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이무라는 마을은 무려 청나라 때부터 보이차를 많이 만들어서 홍콩까지 수출했다고 하는 것이다. 스케일이 만만치 않았다. 몹시 흥미롭고 호기심이 자극됐다. 그래서 찾아찾아 들어가다보니 보이차의 역사를 공부하게 됐는데, 보이차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보이차가 돈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만드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생기지 않으면 성장하는 추동력을 잃게 마련인데, 보이차는 그런 면에서 추동력이 너무 많았다. 그것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히 경제사가 엮어졌다.

 노반장 마을의 오래된 차나무에서 차잎을 따고 있다.

15년 간 중국관련 출판기획 일을 해오다가 ‘보이차 한 잔’에 매혹되어 거처를 운남으로 옮기고 운남농업대학원에 입학하여 차를 공부한다. 문과생 출신이 한국말도 아닌 외국어로 차의 화학성분을 공부하는게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무엇이 당신을 보이차의 세계로 이끌었는가?

화학성분은 차를 공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내가 지금 마시는 차가 왜 쓴맛이 나는지, 단맛이 나는지, 탕색이 왜 붉은지 등등이 모두 화학성분과 연관이 되어 있다. 말하자면 차에서 쓴맛이 나는 것은 쓴맛을 내는 화학성분인 폴리페놀과 카페인 등이 있기 때문이다. 단맛이 나는 것은 당이 있어서다. 탕색이 붉은 것은 폴리페놀이 산화한 결과 차홍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차의 맛과 향과 색이 모두 화학성분이라는 열쇠로 풀 수 있는데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물론 물리, 화학, 수학을 이해하는 세포가 전혀 없는 철저한 문과생 출신으로서 화학 기호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이과 공부는 문과 공부와 달리 공식을 대입하면 답이 딱딱 나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 식으로 궁금했던 차의 원리를 배우는 것이 좋았다. 재미가 고통보다 컸기 때문에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차나무의 원산지 운남 전경. 여전히 중국은 세계 최대 차 생산국이다. 

아하, 그런 동인이 있었다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경제와 역사(중국 변방사)를 다룬 책이니 당연이 어려울 것 같은데, 술술 읽힌다. 작가의 ‘글체’도 한 몫 한 것 같다. 보이차 애호가들을 위한 역사 이야기라고 책에 표기되어 있지만, 보이차 입문서로도 적당해 보인다. 대중 인문교양서의 기본이 되는 ‘스토리텔링’이 체화된 글쓰기다. 

매우 과한 칭찬이다. 이 책이 읽기 쉽다면, 블로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06년도에 운남으로 갔다. 보이차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운남농업대학교 차학과에서 차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차가 취미가 아니라 본격적인 무엇인가가 되었다. 이때만 해도 보이차에 대한 정보가 귀한 시절이라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 차산에서 겪은 일들, 차 만들고 마신 일 등등을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기록을 남기자 하고 시작했는데, 차 좋아하는 분들의 호응이 많았다. 10여년 동안 보이차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연습을 한 것 같다. 지금 와서 10여년 전 처음 블로그 시작할 때의 글을 보면 지금보다 훨씬 길고 어렵고 딱딱하다. 그간 글쓰기에 약간의 발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전적으로 블로그 글 읽어주신 독자님들 덕분이다. 

매년 봄이면 차산에 들어가 그곳 농민들과 교류하며 차를 만들어 왔는데, 그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 직접 제조까지 하는가?

2005년도에 북경에 있는 어느 차가게에서 고수 보이차를 맛보았다. 지금껏 맛보았던 차와 달리 시원하고 묵직하고 깊이 감 있는 맛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보이차값이 이렇게 비싸지 않은 때라 가게에 여유가 있다면 많이 사겠다고 했더니 물량이 적어서 2편밖에 팔지 못하겠다고 했다. 2편만 사가지고 집에 갔는데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다시 가게에 가서 조금만 더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가게 직원이 매우 고압적인 태도로 2편을 더 팔아줬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이러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데, 그 말을 듣고 이 차가 생산되는 곳으로 직접 가서 내가 갖고 싶은 만큼 실컷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해 봄에 운남성 차산에 갔다. 그때만 해도 거기는 차를 파는 가게 같은 것은 없었고, 차산을 소유하고 차를 만드는 농가에 가서 농부들과 같이 잎을 따고 차를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전에 해본적 없는 경험이라 또 너무 재미있었다. 청나라 때 책을 보니까 보이차가 여러 군데 차산에서 나는데 산마다 맛이 다르다고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차산들도 가보았다. 정말 산마다 맛이 달랐다. 그렇게 이 산 저 산 다니며 좋은 차를 찾아서 만들다 보니 어느새 10여년이 흘렀다.  

 

운남 주요 차산 지도

한국인이 보이차에 관한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자료 수집부터 어려웠을 것 같다. 책에서 보니 운남 보이차 관계자들이 보이차 버블을 바로잡으려고 책을 펴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의 일이라고 한다. 저자는 풍문에 의존하지 않고 그릇된 정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2010년도에 『보이차의 매혹』이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서도 보이차의 역사를 짧게 다루었다. 그때는 정말 자료가 많지 않았다. 대만에서 보이차에 관한 책들이 몇 권 나왔고, 운남 사람들이 막 책을 쓰기 시작하는 때였는데, 대만 사람들이 쓴 책에는 오류가 많았다. 여러 자료 중에서 거짓과 참을 가려내는 것이 어려웠다. 『보이차의 매혹』이 나온 후 10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신뢰도 높은 자료가 꽤 나와서 책을 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주로 운남 사람들이 쓴 책이 신뢰도가 높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보이차를 사고 판다. 이런 차들을 죽 모아 놓고 이 차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밝히는 책을 쓰고 싶다. 그 외에 중국차의 몇 천 년 역사 동안 이정표와 같은 일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쓰고 싶다.

보이차를 접해본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이기도 할 것 같다. 내 몸에 맞는 보이차는 어떻게 알아보고 구입해야 안전한가? 

차란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맛있게 마시는 차가 나는 맛없을 수도 있다. 여러 차를 마셔보고 내 기호에 맞는 차를 선택하면 된다. 차의 안전성만 담보된다면 어떤 차를 마셔도 문제없다. 안전한 차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국의 경우 포함한 모든 수입식품은 수입할 때 식약처의 검역을 받는다.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러 가지 검사를 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식품에 한해서 국내 유통을 허락한다. 이런 식품에는 <한글표시사항>이 붙어 있다. 이 <한글표시사항>을 확인하고 구입하면 된다.

암도 고치는 차라고 불리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상인들도 있다. 당신에게 보이차란 무엇인가?

차에 약리작용이 있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히로시마 현상이라는 것인데,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나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살아남은 사람은 암에 걸리는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매우 고생했는데 몇십 년에 걸친 역학조사 결과 차를 마시거나 생산하거나 취급하는 사람은 후유증이 덜 심각한 것이 밝혀져서 그때부터 이미 차의 항복사 기능이 주목받았다. 지금도 차의 효능에 관한 실험이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실험 결과는 암세포 성장을 멈추게 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 좋은 방향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험실의 실험 결과를 인체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람 간암 세포를 떼어다 배양하고 차 농축액을 부으면 간암 세포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간암 환자에게 차를 마시면 간암이 낫는다고 말하면 안 된다. 실험에 의하면 차가 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지만 그렇다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환자가 약을 끊고 차만 마셔서 건강을 회복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차는 건강에 좋은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하자. 담배처럼 건강을 해치는 기호식품도 있는데 차는 아무리 마셔도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차는 건강에 좋은 기호식품이다.

이미 당나라 시대 <다경>이 나올 정도로 중국은 차의 종주국이고 수백 가지 차가 생산되는 나라다. 녹차, 청차, 황차, 백차, 흑차, 백차 등 육대차류부터 용봉단차, 무이암차, 철관음 등 전통 깊은 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중국차의 종착점을 ‘보이차’라고 말한다. 이유가 궁금하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처음에는 녹차를 마시다가 우롱차와 홍차를 마시고, 그 다음 보이차로 넘어와서 보이차에 정착한 경우다. 보이차는 매력이 있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도 많이 되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접하기도 쉽다. 그러나 이것이 답은 아니다. 끝까지 보이차 말고 철관음,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차는 역시 기호식품이니 자기 마음에 드는 차를 마시면 된다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차의 역사가 매우 오래 되었다. 벌써 2000년 전에 중국에서 차를 사고 팔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몇 천 년 동안 사람들이 차로 인해서 기쁘고 좋은 일, 슬프고 괴로운 일들을 겪었다. 예를 들면 180년 전 6월에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차 때문에 일어난 전쟁인데 그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또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급격히 기울다 결국 얼마못가 망하고 말았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했겠는가. 그런 내용을 알고 보면 차 한 잔에 이렇게 많은 인간의 일들이 담겨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차의 일들을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


“차의 일들을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 신정현 작가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신정현 저
나무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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