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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자 이일수 “그림이 쉬워지는 3가지 방법”

『더 보고 싶은 그림』 이일수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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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인지도나 나의 기억을 거두고 작품을 보이는 그대로 보면 오늘의 우리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에 따라서는 ‘보이는 그대로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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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림 앞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글이 없던 오랜 시간 동안 글을 대신했을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 그럼에도 그림 앞에서 느끼는 우리의 어지러운 감정은 왜일까? 그런 이들에게 이일수 저자의  『더 보고 싶은 그림』  을 권한다. 사조, 화법, 화가 등의 사전 지식이 없어 그림이 어렵다고 말하는 독자들에게 그림 보는 법을 새롭게 알려 주는 책입니다. 이일수 저자는 다층적 그림을 사조와 화법의 틀로만 보면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볼 수 없다고 말하며 다층적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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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제목입니다. ‘더 보고 싶은 그림’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책 제목 『더 보고 싶은 그림』  은 중의적인 의미입니다. 우선, 일반적인 한 작품 감상에서 벗어나 동일한 소재나 주제를 담고 있는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한다는, 즉 그림 감상에 재미를 추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림 감상에 이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자는 뜻입니다. 이 책의 저자로서 책을 통해 독자와 함께 정말로 ‘더 보고 싶은’ 것은 후자로, 그림을 통해 삶의 가치를 성찰해 보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오늘, 여기 우리들의 삶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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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반항하는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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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쇠 <자매문기>

 

 

요즘에는 글보다 이미지의 힘이 큰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접할 만큼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이 유독 그림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대는 이미지 과잉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림 역시 이미지에 속하죠. 또 이미지가 많은 만큼 해석도 넘쳐납니다. 문제는 그림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모두 받아들이려고 하다 보니 그림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이 과정에서 그림 감상은 ‘어렵다’는 선입관을 갖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림 앞에서 그림보다 작가의 인지도, 작품 제목, 화법, 사조, 그림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 같은 주변적 요소들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림이 보여 주는 가장 중요한 부분, 직관적인 부분을 보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반항하는 노예〉와 복쇠의 손이 그려진 〈자매문기〉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의 손’이라 불린 예술가의 인지도나 몸에 대한 나의 기억을 거두고 작품을 보이는 그대로 보면 노비가 된 두 몸을 통해 지난한 몸의 역사를, 그리고 오늘 우리의 몸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에 따라서는 ‘보이는 그대로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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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서 <나물 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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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랑수아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더 보고 싶은 그림』  은 다른 미술 서적과 달리 그림에 얽힌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용어나 전문 지식이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 거부감 없이 읽게 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층적 그림 감상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보이는 그대로 보기’,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 ‘나의 눈으로 보기’라는 그림을 보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림 감상의 열린 가능성, 작품의 경향에 따라 사조나 화법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대중의 눈에 맞추어 풀어 설명한 부분도 있고, 또한 그림 전체를 미술 지식의 틀로만 보면 그림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놓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그림 감상도 내 눈을 경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내 눈은 본질적 의미의 그림을 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술 지식은 물론이고, 당시의 사회상을 담은 여러 문학적 근거를 통해서 그림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도 보기’도 중요합니다. 윤두서의 〈나물 캐기〉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을 보면서 저는 당시의 사회상과 문학적 근거를 통해 그림 속 여인들이 들판에 나선 이유를 살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서 있는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이 아니었음을 이야기했는데요. 그림의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는 유익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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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희 <공기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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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현 <초구도>

 

 

작가님께서는 ‘보이는 그대로 보기’,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 ‘나의 눈으로 보기’의 3가지 방법을 알려 주시지만 결국 관람자의 생각과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앞서 그림을 통해 삶의 가치를 성찰해 보고 싶다 했는데요. 지금까지 10여 권이 넘는 다양한 미술서를 출간하고, 수많은 전시를 기획했지만 그림 앞에서 스스로에게 항상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림을 통해 무엇을 보아야 할까?’입니다. 대중에게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가 화두인 미술서 저자이자 전시 기획자로서의 질문이자, 저 역시 독자(관람자)의 입장에서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나의 눈으로 보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신광현의 〈초구도〉와 윤덕희의 〈공기놀이〉를 통해 저는 놀이에서조차 소외당했던 과거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오늘날 놀 권리를 박탈당한 아이들을 봤습니다. 모든 그림은 화가의 손이 아닌 감상자, 즉 나의 관찰과 성찰 속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생생한 그림의 눈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것을 담는 살아 있는 나의 눈과 내면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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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고나르 <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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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단오풍정>

 

 

역시 프라고나르의 〈그네〉의 세 사람을 18세기 프랑스의 왕과 구교와 신교, 신윤복의 〈단오풍정〉의 그네 타는 여성을 무녀로 해석하신 것은 새로운 해석입니다. 


두 작품의 비교 감상은 ‘보이는 그대로 보기’,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 ‘나의 눈으로 보기’의 세 가지 방법이 모두 작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나의 눈으로 보기’가 더욱 작용한 경우입니다. 그동안 프라고나르의 〈그네〉 속 세 사람을 아내의 남편과 정부로 보는 해석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오래 살펴보면 볼수록 불륜이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나아가 18세기 프랑스 사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세 사람의 위치와 행위가 종교개혁 이후 프랑스 국왕이 가톨릭과 신흥 자본가 사이를 오가던 상황과 너무 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도 비슷합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을 기생으로 보는 해석이 압도적입니다. 신윤복이 기생을 주로 그렸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농경 사회였던 조선의 큰 명절 단오를 기생들의 축제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 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상과 색을 근거로 그림을 살펴보고, 당시 문헌들을 찾아보며 그림의 여성들이 다른 신분이고, 특히 그네 타는 여성은 무당 색시라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사실 여부는 화가만이 알고 있겠지요. 설사 화가의 의도와 다르다고 해도 해석은 관람자의 몫입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볼 때도, 때론 나의 눈으로 보기가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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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계변가화>

 

 

그림 설명, 그림 읽는 방법을 알려 주시지만 남자아이들만 등장하는 그림에서는 소외된 여자아이들을, 여성들을 바위 뒤에서 보는 남성들이 그려진 그림에서는 훔쳐보기(몰래카메라)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사회 문제들이 그림과도 연결되는 것일까요?


당연합니다. 그림은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림 표현이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이거나, 화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그렇습니다. 그 거울을 보면 오늘 여기의 사람과 삶도 보입니다. 신광현의 〈초구도〉, 윤덕희의 〈공기놀이〉를 보면 오늘날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현대의 여자아이들은 그림이 그려졌던 시대에 비하면 많은 것을 누리지만, 여전히 남자아이들은 씩씩하게 여자아이들은 얌전하게를 강조하잖아요. 부모와 사회의 정한 틀이죠. 이를 통해 오늘 여기의 놀이 순간, 놀 권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신윤복의 〈단오풍정〉과 〈계변가화〉, 그리고 김홍도의 〈빨래터〉를 보면 훔쳐보는 남성의 모습에서 오늘날 몰래카메라 문제를 떠올리게 됩니다. 오랜 악습이구나, 씁쓸한 마음과 함께 이런 모습을 그림 읽는 재미에 추가시키는 부분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그림을 해석하는 이들은 그림 설명, 그림을 읽는 방법에 있어 생각해 볼 부분이지 않을까요. 그림이 꼭 계몽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림을 통해 오늘, 여기를, 보았으면 합니다.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이라면 같은 주제를 다룬 두 그림을 비교 감상한다는 점인데요. 동양과 서양의 그림, 그려진 시대가 다른 그림, 인물화과 풍경화 등 비교 주제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를 통해 특별히 말씀하시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제가 독자(관람자)와 함께하고 싶은 주제는 언제나 ‘인간’과 ‘삶’입니다.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그림은 그 과정에서 아주 유익하고도 아름다운 도구입니다. 따라서 다른 문화, 다른 시대, 다른 장르의 그림을 함께 보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흔히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작품들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저는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림과 글은 삶의 근원을 묻는 언어적 역할을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더 보고 싶은 그림』  의 독자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림 감상은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사조, 화법 같은 미술 지식이 없어 그림 보기가 어렵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또 그림을 독특한 방법으로 감상하고 싶은 분들, 그림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도요. 그림은 우리의 삶이나 이 시대의 모습을 반영해서 감상하면 충분합니다. 오늘, 여기, 우리 삶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그림의 힘입니다.

 

 

*이일수


대중에게 그림을 통해 지적 유희와 감성적 치유를 경험하게 하고자 도서 집필, 전시 기획,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미술관 같은 갤러리인 하나코 갤러리를 운영했으며, SBS 기획 전시 총감독으로도 활동했다. 기획한 전시로는 하나코 갤러리의 다수 전시 및 「안녕하세요! 조선 천재 화가님」(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2014 The Out of Box Festival 초청 전시 「Hello! Genius Joseon Painters」(Queensland Performing Arts Centre and Cultural Centre, South Bank) 등 수십여 회가 있다. 대구문화재단의 차세대 문화 예술 기획자 양성 과정(2013-2017년)의 ‘큐레이터 자질과 입문’ 특강 및 여러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예술 경영 특강을 진행했다. 또한 국립중앙도서관과 각 시립도서관에서 미술 인문학을 강연하고 인문 독서 아카데미를 했다.




 

 

더 보고 싶은 그림이일수 저 | 시공아트
그림이 주는 있는 그대로의 감동과 그것이 전하는 여운은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전달된다. 경향에 따라 보이는 그대로,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의 눈으로 본 모든 그림은 결국 감상자의 눈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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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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