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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결국은 아테네를 가게 돼요 (G. 유시민 작가)

김하나의 측면돌파 (95회) 『유럽 도시 기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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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문명의 문화적 DNA라고 할까요, 그런 원형이 아테네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결국은 아테네를 가게 돼요. 어느 도시를 연구하다가도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문명의 빅맹이 일어났던 그곳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2019. 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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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불 밝힌 파르테논과 리카비토스 언덕 꼭대기가 보이는 식당에서 아테네를 생각했다. 철학과 과학과 민주주의가 탄생한 고대 도시, 1천500년 망각의 세월을 건너 국민국가 그리스의 수도로 부활한 아테네는 비록 기운이 떨어지고 색은 바랬지만 내면의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었던 어제의 미소년이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끝에 주름진 얼굴을 가진 철학자가 되었다고 할까. 그 철학자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큰소리로 말하지 않고 오래된 양복에 가려진 기품을 알아볼 책임을 온전히 여행자에게 맡겨두고 있었다.

 

유시민 작가의 책  『유럽 도시 기행 1』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유시민 작가 편>


오늘 모신 분은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지식소매상’입니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라는 말에 끌려서 유럽 도시 탐사 여행을 시작하셨다고 하는데요. 늘 그러하셨듯 ‘알아두면 언젠가는 쓸 데 있는’ 이야기들을 모아  『유럽 도시 기행 1』  을 쓰셨습니다. 유시민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안녕하세요, 작가님. 저희가 지금 팟빵홀에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녹음하고 있는데요. 오늘 오신 분들과 방송을 통해서 들으실 여러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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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 반갑습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 유시민입니다.


김하나 : 작가님과 함께 공개방송을 한다고 했더니, 정말 반응이 너무너무 뜨거웠어요. 이 홀을 다 채울 수도 있지만 저희가 ‘속닥하게’ 모여서 이야기를 하려고 50분만 초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방청 신청을 받았을 때 연령대가 정말 다양했어요. 요즘 작가가 인기가 많으면 ‘아이돌급’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은 아이돌 팬층 뿐만 아니라,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심수봉 씨 팬층, 나아가서 패티김 선생님을 좋아하는 팬층 등등 정말 너무 연령대가 다양하게 신청을 해주셨어요.


유시민 : 너무 띄우시는 거 아니에요(웃음)?


김하나 : (웃음) 그렇다면 인기의 비결이 뭘까요?


유시민 : 인기라기보다는, 제가 예전에 정치할 때도 악명을 조금 떨쳤고 그 뒤로 지난 몇 년 간은 방송에도 많이 나가고 그래서, 왠지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면 조금 아는 사람 같고 그렇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온전히 제 글 때문에 생긴 건 아니라고 봐요. 약간 제 책이 스크린셀러 성격도 있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있던데, 연예인들이 책 내면 많이 나가잖아요.


김하나 : 겸손하신 건지, 잘난척을 하신 건지, 모르겠네요(웃음).


유시민 : 셀프디스를 한 건데...(웃음).

 

김하나 : 원래도 바쁘시지만, 요즘은 더 바쁘실 것 같아요. 방송 출연도 하시고, 어제도 여기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셨고... 저희 <채널예스>와 하신 인터뷰에서 헬스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지금 책이 나오고 난 뒤에 연일 스케줄이 많이 있는데, 이것을 소화하기 위해서 준비하신 게 있었나요?


유시민 : 제가 그렇게 바쁘지는 않아요, 사실은. 원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작업실로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거의 사람을 만나는 일이 없이 몇 년 간 살다가, 10개월 전쯤에 노무현재단 이사장 맡으면서 제 작업 시간의 1/3 정도가 없어졌어요. 아무래도 나머지 작업 시간의 강도가 세졌죠. 그것 때문에 약간 빡빡해지기는 했는데요. 그 밖에는 제가 하는 활동이 그닥 없어요. 그리고 방송도 요즘은 정기적으로 나가는 것도 없고, 부정기적으로 나가는 것도 어쩌다 한 번 있는 거라, 어찌 보면 한가하게 살고 있죠(웃음). 


헬스는 바빠서 한 게 아니고요. 책 한 권 쓸 때마다 자판을 워낙 많이 치니까 건초염이 오더라고요. 몇 년 전에 심하게 왔을 때는 자판을 누를 수가 없어서 볼펜 두 개를 잡고 자판을 쳐서 글을 쓴 적도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도 하고. 그리고 제가 60번째 생일이 지났거든요. 이 때가 되면 해마다 근육이 1% 정도 없어진대요. ‘더 만들지는 못해도 1%씩 해마다 사라지는 건 막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운동을 시작한 거고요. 그리고 제가  『유럽 도시 기행』  을 10권까지 쓰려면 10년 동안 다녀야 되는데, 그러려면 근력을 키워야 된다는 생각도 했고, 그런 여러 이유로 운동을 하고 있죠.

 

김하나 :  『유럽 도시 기행』  이 한 권이 나왔는데, 제목 뒤에 ‘1’이 붙어있는 걸 보고 ‘이것은 대작업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리고  『유럽 도시 기행 1』  에는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 네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데요. 저는 아테네가 처음이 될 줄 알았어요. 왜 그러셨죠?

 

유시민 : 원조를 찾아가다 보면 뭐든지 역사성이라는 게 있는 건데, 아테네를 알고 유럽의 다른 도시를 볼 때하고 아테네를 모른 채로 유럽의 다른 도시를 볼 때하고 많이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서구 문명의 문화적 DNA라고 할까요, 그런 원형이 아테네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특히 도시의 공간과 건축물을 보면 아테네에서 처음 발생했던 요소들이 곳곳에 변형된 형태로 들어있어요. 쭉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기록이나 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형태가 B.C 5세기 무렵에 아테네에서 대개 만들어진 거여서, 알고 보면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아테네를 가게 돼요. 어느 도시를 연구하다가도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문명의 빅뱅이 일어났던 그곳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김하나 : 지금 유시민 작가님은 연구를 하다 보면 그렇게 가게 된다고 당위성을 가지고 말씀하셨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죠. 보통의 사람들과 유시민 작가님이 다른 게 뭔지를 제가 여러 책들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자주 스스로를 ‘먹물’이라고 표현을 하시는데, 뭘 알아야겠다 싶으면 자료부터 긁어모아서 보기 시작하는 사람인 거예요. 그걸 요즘의 속된 말로 하자면 ‘공부충’.


유시민 : 아...


김하나 : 공부를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웃음). 제가 『역사의 역사』 를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그 책은 ‘역사를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역사라는 것 자체를 처음부터 요약ㆍ발췌해서 소개해보자’라고 하는 책이었다면, 여행도 공부처럼 하시고 여행 가서도 공부하시는 걸 굉장히 즐거워하시는 타입인 거죠.


유시민 : 저도 꼭 그러고 싶은 건 아닌데...


김하나 : (웃음) 그렇게 되시죠, 자꾸?


유시민 : 네, 제가 그렇게 생겼나 봐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옛말에 ‘성격이 팔자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렇게 되는 것을 저도 어찌할 수가 없어요. 자꾸 그렇게 되니까 그걸로 살아야지, 잘 되지도 않는 걸 가지고 살려면 괜히 고단하기만 하고 민폐 끼치고 하니까, 나한테 매우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게 지금은 ‘운명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하나 : 『어떻게 살 것인가』  에도 보면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리지 않고 하고 싶다는 욕망에 나를 내맡기고 싶다’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을 했었는데요. 이후에 작가님의 삶의 궤적을 보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놓아둬도 공부를 하고 뭔가를 알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즐거운 거죠.


유시민 : 네, 그게 제 욕망이에요.

 

김하나 : 예전에 <비긴어게인>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혹시 보셨어요?


유시민 : 네.


김하나 : 거기에서 여주인공이 카페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는데, 술 취한 음악 프로듀서가 그걸 보고는, 베이스 피아노 드럼 같은 소리를 함께 듣잖아요. 그게 총체적으로 오니까 여주인공의 잠재력이 한꺼번에 보이게 되고, 그런 장면이 있는데요.


유시민 : 고수의 눈에 보이는 거죠.


김하나 : 그런 식으로, 이 책에 보면 (유적지에) 기둥 몇 개가 남아 있고 폐허 같은 건축물이 남아있을 때 유시민 작가님의 눈에는 홀로그램이 피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거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으니까. 그걸 충실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어요.


유시민 : 그냥 보이는 건 아니고요. 열심히 훑고 다녀야 보여요. 예컨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있는 축소 모형을 봐야 원래 파르테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어요. 그걸 보기 전까지는 그냥 아크로폴리스 올라가서 누더기처럼 끼워 놓은 돌기둥만 봐가지고는 이 집이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볼 수가 없어요. 축소 모형을 보고 다시 그걸 보면 이렇게 지붕을 올리고, 영국 사람들이 가져가 버린 조각상이나 부조를 맞추고, 금색도 칠하고 단청 색깔도 넣고, 지금은 텅 비어 있는 프닉스 언덕에 법정이며 이런 것들 만들고, 플라카 지구 맨 위쪽에 상업 건물들 조금 세우고, 그리고 거기에 페리클레스를 세워놓고 연설하는 장면을 제가 보고 있다고 상상하는 거죠.

 

김하나 : 비유들도 너무 재밌어요. 참 마음 아픈 사건입니다만, 노트르담 성당이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소설됐잖아요. 이 책에서 프랑스 파리 시민들의 심경을 표현하셨는데 ‘조계사, 광화문, 경복궁, 명동성당이 한 날 한 시에 불타올랐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 느낌일 거다’라는 식이에요. 이해가 잘 되도록 비유를 잘 하시더라고요.


유시민 : 그것도 그냥 보이는 건 아니고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책이 팔릴까’ 고민을 하면서(좌중 폭소). 예컨대, 로마의 팔라티노 언덕 무너진 황궁터에서 콜로세움부터 시작해서 쭉 내려다보면 포로로마노, 대전차경기장터를 보면 어떤 감정이 밀려와요. 이 감정은 제가 그 공간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거거든요. 모르면 그 감정이 안 생겨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이 책에 쓸 수가 없어요. 그러면 이게 여행기가 아니고 고대 도시에 대한 보고서가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서울에 어떤 시설을 갖다 놓으면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이 들까’ 고민을 해서, 제 나름으로는 무척 노력해서 비유한 거예요. <비긴어게인>의 프로듀서처럼 그냥 되는 건 아니고요. 저도 나름 애 많이 썼습니다(웃음).

 

김하나 : <김하나의 측면돌파> 2부에서 더 다양한 주제로 유시민 작가님과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내일도 알람 맞춰 두세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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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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