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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이라 알고 있던 것이 한식이 아니다?

『한식을 위한 변명』 황광해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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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절, 제대로 우리 음식을 정리하지 않았고 성장한 후에는 또 우리 음식 문화는 그대로 얼버무리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한식의 정확한 모습을 그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2019.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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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인기 있는 맛집이 주목받는 시대. 그런 와중에 ‘정말 맛있는 한식’을 찾아 전국을 다니는 이가 있다. 음식칼럼니스트 황광해다.  기자 출신이었던 그는 음식을 공부하며 한식과 국내 맛집에 대한 책들을 써왔다. 생생정보통 등의 음식 프로그램에 간간이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주방 세프들은 음식에 조예가 깊은 그를 깊이 신뢰한다. 그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은, 단연 우리의 ‘한식’이다.

 

한식이 좋아서 한식을 연구해온 저자는, 공부하면 할수록 마음 아픈 한식의 현주소를 마주하게 되었다.  『한식을 위한 변명』  은 우리 한식의 진짜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쓴 책이다. 깊은 애정으로, 단단히 마음먹고 시작한 집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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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위한 변명』  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였는지 궁금합니다.

 

“왜 우리보다 힘이 셌던 제국들에는 궁중음식이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실제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에는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유럽의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이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전제군주, 제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는 ‘궁중음식, 황제음식’이 없습니다. 유독 우리만 궁중요리, 왕의 밥상이 남았습니다. 약한 제국의 궁중음식? 이게 너무 이상해서 자료를 보면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보다 큰 프랑스, 독일 등에는 향토 음식이 없습니다. 이것도 이상하지요. 이런 의문들이 한식을 공부한 계기였습니다.

 

“보양식은 없다”, “신선로는 우리 궁중 것이 아니다”, “왕의 밥상은 호화롭지 않았다” 등 한식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많아 놀라운데요, 한식의 유래가 그동안 왜 사실과 다르게 전해진 건가요?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찬가집니다. 곳간이 넉넉해야 음식, 음식 문화도 시작됩니다. 너무 가난했으니 제대로 된 음식, 음식 문화를 이야기할 틈이 없었지요. 한국은 고도성장을 한 국가입니다. 문화가 생기고 발전할 시간도 불충분합니다. 가난한 시절, 제대로 우리 음식을 정리하지 않았고 성장한 후에는 또 우리 음식 문화는 그대로 얼버무리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한식의 정확한 모습을 그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반드시 해야 하는 거냐고 반문하셨습니다. 외국에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대로 물건을 만들고 그 다음에 마케팅을 하는 것이 정상이지요. 물건을 잘못 만들어두고 마케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공 가능성은 낮습니다. 한식을 외국으로 내놓고 세계화하기 전에 한식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물건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널리 팔겠다는 것은 엉터립니다. 한식의 정체성을 정확히 규정하고, 우리도 일상적으로 먹고, 외국에도 알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식은 마케팅 노력 없이도, 저절로 알려질 정도의 내재적인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한식은 다른 음식과는 다른, 독특한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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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님도 얘기하셨듯, 연구자들 사이에 있는 ‘지금의 한식은 일본풍’이라는 지적을 치밀한 시선으로 고증하셨습니다. 책에서 말씀하신 한식의 일본풍에 대해 조금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단 음식이 대표적입니다. 일본 음식은 원래 달았습니다. 조선시대 일본을 다녀온 조선통신사 사절단들이 남긴 글에도 ‘일본 음식은 달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한식은 그리 달지 않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 식재료, 일본이 개발한 각종 식재료 만드는 방식을 배우면서 우리 음식도 일본 음식을 따라갑니다. 결국 우리 음식이 점점 더 달게 바뀌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본 음식과 일본 음식을 따르는 우리 음식은 모양새를 지나치게 따집니다.


눈에 보기 좋은 음식이 일식이라면 한식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음식입니다. 사치스럽진 않지만 누추하지 않은 음식입니다. 지나친 모양새를 피하는 음식입니다. 그릇 담음새 등을 따지면서 한식은 엉뚱하게도 일식, 양식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일본, 일본 음식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음식, 한식의 길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명월관을 통해 궁중 음식을 계승했다고 하는 ‘안순환’, 주방 상궁으로 불리며 궁중 음식을 전승했다고 하는 ‘한희순’이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짚어주셨습니다. 이 인물들의 이야기 중 가장 크게 와전된 부분을 꼽는다면요?

 

안순환은 조리사가 아니었고, 음식을 관리했던 전선사(사옹원)의 행정 관리자였습니다. 고종 시절에는 전선사가 아니라 전환국 소속 관리였습니다. 전환국은 동전 등 화폐를 관리하는 부서입니다. 안순환이 고종을 밥상을 책임졌다는 표현은 환타지 무협 소설입니다. 어느 만화책에서 그럴게 묘사했는데, 만화는 만화일 뿐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사실이 아니지요. 영화, 만화, 드라마는 역사 기술이 아닙니다. 안순환은 철저한 친일파 모리배로, 궁중생활과 술집 경영자를 동시에 해낸 간악한 ‘투잡족’일 뿐입니다.

한희순은 나이로 보아 조선시대, 대한제국 시절에는 정식 궁녀, 나인도 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궁은 터무니없는 표현입니다. 상궁은 대략 50~60세 정도였습니다. 그 숫자도 그리 많지 않고, 3~4명 정도였습니다. 더욱이 ‘주방상궁’은 조선 시대에는 없었던 직책입니다. 주방상궁은 오늘날 호텔 총지배인이 호텔 주방에서 된장국을 끓였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주방에서 일을 하는 고위직 상궁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나이 어린 견습 궁녀였던 한희순이 고종의 밥상을 보았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순종의 재위는 불과 3년. 이미 한식은 무너졌을 때입니다. 궁궐의 음식은 남자들/숙수가 만드는 것이 원칙입니다. 고종 퇴위(1907년) 당시 18~19세였던 한희순이 과연 궁궐 음식을 만들어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한식을 위한 변명』  원고 집필을 위해 오랜 시간을 조사하셨다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자료를 보며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늘 좋은 자료를 무제한 내놓는 책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입니다. 국가의 공식 기록일 뿐만 아니라 모든 내용을 상당히 정확하게 기술했습니다. 한식은 유교적 기반에서 발전한 음식입니다. 유교 성리학을 기본으로 삼았던 조선, 그중의 조선왕조실록은 음식 공부에도 좋은 자료가 됩니다.


문인, 관리들의 개인적인 문집들도 아주 좋은 자료입니다. 고려 말기 목은 이색의 별명은 먹보영감입니다. 음식에 대해서 많은 자료를 남겼습니다. 목은의 『목은시고』는 음식 관련 자료도 풍부합니다.


음식 관련 서적, 백과사전, 개인문집으로는 『수운잡방』  , 『음식디미방』, 『오주연문장전산고』 , 『다산시문선』,  『옥담사집』  , 『규합총서』, 『영재잡절』, 『시의전서』,  『조선상식문답』 , 『하재일기』 등을 참고하였습니다. 이중  『옥담사집』  은 왕족 옥담 이응희의 개인 문집입니다. 음식, 식재료에 대한 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서해안의 생선과 각종 채소에 대해서는 대부분 시로 내용을 남겼습니다. 다산 정약용도 『다산시문집』 에서 각종 식재료, 음식, 채소 기르는 법 등을 남겼습니다.


한식 사랑이 깊으신 만큼 전국의 맛있는 음식점들도 상당히 많이 알고 계신데요, 최근에 자주 가신 맛집들은 어디인지 추천해주세요!

 

나물을 좋아해서 경기도 곤지암 ‘마당넓은집’을 자주 갑니다. 서울 인사동 ‘두레’의 한식 밥상, 서울 아현동 ‘황금콩밭’의 여러 두부 음식, 강릉 ‘기사문’의 생선음식 등을 좋아하고, 자주 갑니다.


서울 청량리의 ‘정인보리밥’은 가격이 싸지만 나물, 된장찌개 등이 아주 좋습니다. 돼지국밥을 정갈하게 내놓는 대구 ‘성화식당’과 육개장이 좋은 ‘옛집식당’, 두꺼운 삼겹살이 좋은 서울 상일동의 ‘더두툼생고기’, 돼지왕갈비를 내놓는 성산동 ‘성산왕갈비’가 고기가 맛있는 집입니다.


비빔밥 전문점으로는, 서울 도산공원 부근 ‘진주부엌_하모’나 울산 시청 부근 ‘함양집’을 좋아합니다. 전북 익산의 콩나물 해장국 전문점 ‘일해옥’이나 민어탕이 좋은 목포 ‘유림횟집’도 단골이라 할 만합니다. 

 

 

* 황광해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향신문사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년간의 기자 생활 동안 회사 돈으로 ‘공밥’을 엄청 많이 먹었다. 한때는 매년 전국을 한 바퀴씩 돌았고, 2008년부터 음식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생생정보통’ ‘찾아라맛있는TV’ ‘먹거리X파일_착한식당’ 등에 출연했다. 『한국맛집579』, 『줄서는 맛집』, 『오래된 맛집』,『고전에서 길어올린 한식 이야기 식사』 등의 저서가 있다. 동아일보에 ‘우리가 몰랐던 한식’ 칼럼을 연재했고, 주간한국 칼럼 ‘이야기가 있는 맛집’을 300회 이상 연재했다. 네이버카페 ‘포크와젓가락’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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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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