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책 처방전 특집] 멋지게 나이 들고 싶나요? - 소설가 편혜영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월호 작가 4인의 마음 처방전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용기 내어 마음을 내민 이들에게 작가 4인이 정성스런 편지를 보내왔다. 책 한 권에 공감과 위로를 담은 처방전이다. (2019. 01. 22)

독자에게 온 편지

 

저는 판타지를 좋아해요. 만화도 좋아하고 오락도 꽤 즐겨 해요. 노래도 잘해서 한때 전공을 하라고 추천받을 정도였고, 나름 책을 많이 읽어서 책 추천을 해달라는 얘기도 듣고 살았죠.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본성과 그런 경향을 가지신 부모님의 양육으로 여성 우월주의자로 살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둘 낳아 키우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애 키우며 직장 생활하는 여성에게 여성 우월은 고사하고 여성 평등도 힘든 곳임을 극명하게 깨달았어요. 그뿐 아니라 페미니스트로 살기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전통적 가치관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 제 자신을 깨달았죠. 저도 모르게 말이에요. 그리고 페미니즘을 실현하기에 저는 모성애가 너무 강하더군요.

 

어쨌든 지금은 더 이상 삶이 판타지가 아니고 만화도 오락도 삶의 뒤편으로 물러난 지 오래랍니다. 꿈을 꾸어요. 나는 아직 쓸 만하다. 나는 아직, 아니 여전히 예쁘다. 마흔의 나도 여전히 사랑받을 것이다. 혼란스러워요. 회사에서 가정에서 나 스스로에게 나란 존재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언제나 피터팬 옆의 팅커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현실에서의 저는 자신이 없네요. 팅커벨은 늙지 않지만 저는 나이 들어가고 결국 할매가 될 거니까요. 아름답게 나이 들어간다는 게 이렇게 많은 혼란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
거라니…. 익어간다는 게 이렇게 서럽고 때로는 분노하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려야 하는 것이라니….

 

멋지게 나이 들고 싶네요. 얼굴 가득, 온몸 가득 허허벌판에서 칼바람 맞으며 서 있지만 말이에요. 이것이 멋지게 나이 듦의 조건이라 해도 팅커벨이라면 나만큼 서럽지는 않을 테죠. 아줌마 되기 참 힘듭니다. 함부로 울 수도 없고 감정을 내보일 수도 서러움을 표출할 수도 없으니까요. 아니 아직 적응이 안 되니까요.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습니다.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지고 싶네요. 그런데 잘될지 모르겠어요. 사춘기부터 지금까지 인생은 살면 살수록 참 어렵습니다. (이미현)

 

 

편혜영 소설가가 쓴 처방전

 

 

책처방_스캔-편혜영 복사.tif


 

 


 

 

사는 게 뭐라고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 | 마음산책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살아가야 한다는 등 아름답게 꾸민 단어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 ‘밥이나 지어 먹자’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편혜영(소설가)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10,800원(10% + 5%)

시한부 삶을 안 뒤 더욱 명랑해진 일상 『100만 번 산 고양이』 작가 사노 요코의 ‘음울’하면서 ‘통쾌’한 일기 전 세계에서 4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밀리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던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사노 요코> 저/<이지수> 역8,400원(0% + 5%)

괴상하면서 웃긴, 짠하면서 박력 있는 글 그야말로 멋진 아티스트의 몹시도 ‘부정적인’ 일상 철학 『사는 게 뭐라고』는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살아가야 한다는 등 아름답게 꾸민 단어로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책이 아닌, ‘밥이나 지어 먹자’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리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