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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려울 때, 어떻게 해야 하죠?

『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 김효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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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관계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결코 녹록하지 않죠. 사랑에는 항상 기쁨과 희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2018. 10. 23)

[저자] 김효준 신부님.jpg

 

 

사랑에 빠진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그 또는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다면 그 또는 그것은 나의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며, 또한 사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관계가 빠진 사랑은 폭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하며, 보이지 않는 사랑은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사랑은 제대로 된 것일까? 연인, 친구, 가족, 세상과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


가톨릭 사제인 김효준 신부는 자신의 책,  『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 에서 사랑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특별히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신 이유가 있나요?

 

몇 년 전에 월간 「생활성서」 담당 수녀님께로부터 사랑에 관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좀 막막했어요. ‘사랑학개론’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하게 됐는데, 솔직히 제목부터 상당히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사랑 전문가처럼 느껴지잖아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신부가 어설픈 사랑 타령으로 엄한 사람 심기나 건드리지는 않을지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주제이기도 하잖아요. 가장 흔한 말이면서 동시에 가장 특별한 말의 대표 선수가 바로 사랑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배운 사랑, 제가 경험한 사랑, 제가 바라는 사랑에 대해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보고, 듣고 느꼈던 솔직한 글을 쓰자고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죠. 그러다 보니 제 어린 시절 이야기,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최근에 겪었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게 됐어요. 그 안에서 제가 만났던 하느님의 사랑,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이 말하는 사랑이라면 ‘하느님 이야기일 것이다.’, ‘종교적 희생과 헌신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요.


신약 성경은 그리스어로 쓰였는데요, 그리스어로 사랑을 가리키는 말들에는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 등이 있습니다. 에로스가 자기중심적인 사랑이라고 한다면 필리아는 친구들의 우정에 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가페는 헌신적인 사랑, 이타적인 사랑을 가리키는 말이죠. 성경에서 소개하는 하느님의 사랑, 예수님의 사랑은 바로 이 아가페란 단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제가 책에서 말하는 사랑, 말하고 싶었던 사랑은 모두 이 아가페입니다. 내가 중심이 되어 나를 향하는 사랑 말고, 하느님을 향하고 타인을 향하는 그런 사랑이요. 그렇기 때문에 적당할 수도 없고, 보상을 바랄 수도 없고, 때론 인간적인 슬픔과 실패와 죽음까지도 끌어안아야 하는 그런 사랑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이 아가페로서의 사랑은 하느님과 인간을 꼭 구분해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완전한 사랑 안에서 우리의 미숙한 사랑이 조금씩 성장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가톨릭 사제라는 신분이 이렇게 사랑 관련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면 걸림돌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제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이 글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던 사랑이,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숨어 있는 사랑을 찾아 주기도 했고, 사랑에 관해 생각하며 지금의 내 삶을 찬찬히 돌아보니 일상에서 놓치고 지나쳤던 다양한 얼굴의 사랑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자 분들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인데 솔직히 그 사랑이 항상 입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거웠었거든요. 머릿속에 머물던 사랑이 글을 통해서 그래도 조금은 마음으로 내려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들은 많지만,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우리가 사는 사회에 ‘사랑’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사랑의 시선이 타인이 아닌 자신을 향할 때 그건 더 이상 사랑이라 불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속성상 그럴 수 없어요. 제가 알고 또 믿는 사랑은 늘 상대방을 향해 있습니다. 그 대상이 하느님이든 인간이든 나를 비우고 지워서 내 안을 그(분)의 것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니 거기에는 어떠한 조건이나 제약도 있어서는 안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우리 문화 안에서 말해지는 사랑은 순수한 색깔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희생을 생각할 여유가 없죠. 나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내가 나를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어 낙오자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사랑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어서 사람들은 손쉬운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적당한 선을 긋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적당한 사랑, 손해 보지 않는 사랑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적당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손쉬운 사랑은 세상 어디에서 없습니다. 적당하게 사랑한다는 건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은 말이지만 우리는 그 적당한 사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죠. 바로 그 지점에서 사랑으로 포장된 집착과 폭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사랑 때문에 아프거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책에 실린 내용 중에 신학생 때 세상을 떠난 친구 이야기가 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절친’이었는데 병원에 1년 동안 입원해 있던 친구를 거의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식 없이 누워있던 친구의 모습을 차마 볼 용기가 안 나서 못 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게을러지고 무뎌지더라고요. 바쁘다는 건 다 핑계였죠.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로도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병실에 누워있던 친구에게 자주 찾아가지 않았던 저의 게으름과 무심함을 용서할 수가 없었어요. 나의 사랑이 나를 배신하고 나를 거스르는 상황. 이런 걸 사랑이라고,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사랑에는 희생과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때로는 한없는 슬픔에도 빠지게 하지만, 환희와 기쁨을 선사하기도 하고, 그 힘으로 살아갈 원동력을 얻기도 하는 것이 사랑인 것 같은데요. 신부님은 사랑을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사랑은 당연히 위로와 용기를 주고 기쁨과 즐거움으로 넘쳐나야 하겠죠. 그런데 사랑이 언제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편식이 심한 아이를 위해 억지로라도 음식을 골고루 먹여야 하는 것이 엄마의 사랑이겠지만, 그 마음을 모르는 아이의 입장에서 그건 엄마의 폭력이지 사랑으로 보이지는 않거든요. 각자가 서 있는 상황에 따라 사랑은 다른 얼굴, 다른 모습, 다른 빛깔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타인을 위해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해 주는 것이, 또한 타인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사랑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랑,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랑까지도 사랑이란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다시 반복해서 말하지만, 나를 지우고 비우고서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의 사랑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위해서는 ‘관계’가 동반되어야 할 텐데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사랑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랑에는 그 사랑을 받아 줄 대상이 있어야하죠. 따라서 사랑은 관계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결코 녹록하지 않죠. 사랑에는 항상 기쁨과 희망만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사랑은 슬픔과 절망입니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결코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 텐데, 사랑 때문에 슬픔이 찾아온 것이지요. 그러니 슬퍼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을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됩니다. 사랑이 없으면 슬픔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에게 슬프지 않으니 행복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프지 않다면 사랑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생기는 복잡한 문제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안기고 절망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사랑이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낼 거라 믿습니다.


 

 

괜찮아, 네 사랑이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야김효준 저 | 생활성서사
자신이 살면서 직접 겪었거나 알게 된 사랑에 관한 다양한 체험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바로 이런 사랑 때문에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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