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등이 벽에 닿을 때, 시는 시작된다”

예스24 여름 문학학교 2강 ‘함께 울고 웃는 시 낭독회’ 신철규 첫 번째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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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도망치다 보면 언젠가는 막바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때 쓰시면 됩니다. 정말 등이 벽에 닿는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것이 시가 시작될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2018. 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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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2018 예스24 여름 문학학교’의 두 번째 강연이 열렸다. 지난 28일, 복합문화공간 홍대 프리스타일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함께 울고 웃는 시 낭독회’라는 제목으로 신철규 시인과 함께했다.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철규 시인은 지난 해 7월, 첫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를 펴냈다. 사회를 맡은 이는 올해 6월에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 을 출간한 김봉곤 소설가. 문학동네의 편집자로 일하며 신철규 시인과 인연을 맺은 그는 “눈물 한 방울의 무거움으로 등이 휘는 사람”, “등단작에서 첫 시집, 그 이후 한 편 한 편의 모든 시가 대표작이 될 법한 시인”이라는 말로 신철규 시인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에 얽힌 이야기들과 수록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철규 시인은 “내가 시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한 시는 계속 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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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 첫 시집을 냈을 때의 느낌이 어떠셨어요? 이후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신철규 : 시집이 서점에 배포되기 전에 식사 자리가 있었어요. 김민정 시인이랑 몇몇 분들과 같이 있었는데, 밥 먹기 전에 인쇄된 걸 받아보고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서 들고 나와서 한참 쳐다보고 있었어요. 물성이라고 하죠, 정말 물질로 느껴지는 어떤 것이 있더라고요. 아이를 낳으면 제일 처음에 물어보는 게 손발은 제대로 있는지, 이목구비는 어떤지, 그런 거라고 하잖아요. 시집도 똑같아요. 얘가 어디 모난 데는 없나, 빠진 데는 없나, 이런 것들을 봤던 것 같아요.

 

김봉곤 : 책이 만들어질 때의 일화 같은 게 있었는지 궁금해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신철규 : 저랑 비슷한 시기에 작가의 길에 들어섰던 사람들의 시집이 조금 나오기 시작하는데, 저는 아직 제 시집이 없었어요. 편집자이신 김민정 시인이 바쁘시기도 했고, 출간 일정이라는 게 제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한 2년 정도 걸렸어요. 물론 중간에 편집본들을 받아보기는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다 엎어졌었어요. 평글(해설)을 써주신 분들도 조금 바뀌었고요. 지금은 신형철 평론가의 글이 실려 있어요. 그것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출간 일정이 계속 늦어지는데 평글이 안 들어오니까 답답해 미치겠는 거예요. 우연치 않게 신형철 선생과 마주칠 때가 있어서 여쭤보면, 처음에는 ‘철규 씨, 쓰고 있어. 이제 쓸 거야’라고 하셨어요(좌중 웃음). 그런데 두 번 정도는 되게 미안해하시더니, 한 번은 복도에서 멀리서 마주쳤는데, 분명히 저를 보셨거든요. 흠칫 하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피하시려고 딴 데를 보시더라고요(좌중 웃음). 그래서 일부러 다가가서 인사를 했던 적이 있어요(웃음). 평글을 메일로 받았을 때는 바로 못 열어 보고 출력을 해서 도서관에 가서 읽었어요. 당연히 너무 고마웠죠. 한편으로 되게 무서웠어요. ‘굉장히 명민하고 눈 밝은 평론가는 내가 보지 못하는 것, 또는 내가 알 수 없는 나까지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무서웠어요. 그것을 대신 읽어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봉곤 : 선생님의 시어를 보면, 엄청 섬세하고 작은 시어도 있지만, 큼직큼직한 시어를 굉장히 잘 쓰세요. ‘중력’이나 ‘지구’ 같은. 이런 시어를 쓰는 게 선생님의 특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철규 : 모르겠어요. 다른 시인들이나 작가들이 이런 단어를 안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사석에서는 조금 밝은 편인데, 쓸 때는 조금 우울한 편이에요. 몸과 마음을 무겁게 눌러놓고 있는 상태에서 쓰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단어에 끌리기도 했고요. 실제로 이과를 나와서 공대를 한 달 정도 다녔어요.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관심, 또는 약간 학습된 것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이 시어에 들어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풍부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고요. 작은 것을 크게 확장했을 때 또는 큰 것을 작게 축소했을 때 세계가 달라져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내가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볼 때 뭔가 달라지는 거죠. 어떤 시에 보면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울면 해수면은 조금 더 올라가겠지’라는 말도 나오잖아요. 그런 집합적 상상력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조금씩 시에 담겨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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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신철규 시인은 「소행성」, 「눈물의 중력」, 「슬픔의 자전」을 직접 낭독했다. SNS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낭독할 때마다 시인 자신의 호흡이 제일 잘 담기는 작품들이었다.

 

「눈물의 중력」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25쪽)


김봉곤 : 선생님의 목소리와 리듬으로 읽어주시니까 너무 좋은데요? 이 시들을 고르신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신철규 : 「소행성」은 시집에 첫 번째로 실린 시이고요. 「눈물의 중력」의 구문은 저한테 워낙 의미가 컸어요. 2014~2015년이 제가 한창 열심히 쓸 때였는데요. 편수로는 적게 썼을 수도 있지만 이 시집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시들을 썼던 시기예요. 그때 썼던 시라 애착이 있어요. 「슬픔의 자전」은 아시다시피 시집의 제목이 들어가 있는 시이기도 합니다.

 

김봉곤 : 2014~2015년에 제일 열심히 썼다고 하셨는데요. 시가 잘 써지고, 또 만족스러운 시가 많이 나왔던 때인가요?


신철규 : 2013년 전후로 시들이 조금 달라졌어요. 아마 봉곤 작가님도 그러셨겠지만, 등단하고 나서는 우왕좌왕하거든요. 청탁이 오면 너무 반갑고 고마운데 작품은 없으니까, 썼던 것들을 조금 고쳐서 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고, 내가 쓸 수 있는 시들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시들을 쓰기 시작했을 때가 2013년도 이후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말에도 있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랑은 2년 남짓 대학원에서 만났던 사이인데, 참 착한 친구였는데 병 때문에 아깝게 세상을 떠났어요. 그 친구도 시를 썼고, 참 미안한 게 많고 고마운 게 많은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죽고 나서 한 3개월 있다가 제가 키우는 고양이 ‘마리’가 죽었고. 그때의 감정들이 지속되는 상태에서 계속 시를 썼던 것 같아요. 안 써지니까 힘들기도 했고, 만족할 만한 시를 쓰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컸는데요. 그때 썼던 시들은 거의 다 이 시집에 들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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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어서 신철규 시인은 다시 세 편의 시-「밤은 부드러워」, 「유빙」, 「술래는 등을 돌리고」를 낭독했다. 그리고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덧붙였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온 시 「밤은 부드러워」는 실제 작품과 분위기가 몹시 다르고, 등단작 「유빙」은 어디를 가든 빼놓지 않고 읽는 시라는 것. 「술래는 등을 돌리고」는 시집을 묶는 과정에서 수정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이 여백이 많은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소설을 읽다가 좋은 이미지들이 떠오를 때 그것이 시로 변형되기도“ 하는데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어떤 하나의 단어나 문장에서 촉발되어 시를 쓰기도 한다”고. 실제로 「유빙」에는 신철규 시인이 좋아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이미지들이 담겨있다.

 

김봉곤 소설가는 “혼밥을 하다가 팟캐스트에서 신철규 시인이 이 시를 읽어주는 걸 듣고 처량 맞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꽃피네, 꽃이 피네」를 낭독했다. 신철규 시인은 “학창시절 「산유화」의 ‘꽃이 피네’라는 구절을 읽을 때 묘했다(‘꽃=피’라는 의미로 다가왔다는 뜻)”며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뒤이어 김봉곤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 에 실린 작품 「Auto」의 한 대목을 읽었다. 시 「꽃피네, 꽃이 피네」와 마찬가지로 경상도 사투리로 오가는 대화가 실린 부분이었다. 신철규 시인의 신작 시 「11월」의 낭독으로 강연이 끝나고, 마지막 순서로 독자와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글이 잘 써지는 공간이 있나요? 어디에서 쓰시나요?


저는 집에서만 씁니다. 데스크톱으로만 쓰고요. 아주 급박한 경우가 아니면 노트북에 쓰지 않아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모든 글을 제 방에서만 써요. 그래서 평소에는 잘 못 쓰고요. 메모하는 편이에요. 또 새벽에 쓰는 편이라 누가 눈 떠있을 때는 잘 못 씁니다.

 

영향을 많이 받은 문학이 있다면요?


습작할 때 좋아했던 시인들을 좋아해요. 지금도 여전히 읽고 있고요. 최승자, 이성복 시인의 시집들을 가장 많이 읽었어요. 진이정 시인도 좋아합니다. 기형도 시인도 좋아했고요. 동시대의 시인들도 당연히 좋아합니다. 꼭 한 사람 꼽는다면 이성복 시인의 시들이 저한테는 중요해요. 첫 시집도 중요하지만 『아, 입이 없는 것들』 이라는 시집이 저한테 줬던 생각들의 변화가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퇴임하신 후에 내셨던 산문집들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소설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는 러시아 작가들도 좋아하고 다종다양하게 읽으려고 했었는데, 요새는 영미 작가들의 단편을 자주 읽는 편이에요. 제 문체들이 되게 딱딱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시적이지 않을 정도로 건조한데요. 레이먼드 카버 같은 영미 작가들의 문장을 가지고 오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소개하고 싶은 작품도 말씀해주세요.


당연히 『여름, 스피드』 예요. 칭찬해 마지않는 소설입니다. 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좋아하는데, 그 소설에 보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격정이 있거든요. 그 느낌이 김봉곤 작가의 결말 부분에 되게 많이 담겨 있어요. 올해 읽은 시집 중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김선재 시인의 『목성에서의 하루』 예요. 연애 시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타인의 상처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시집입니다. 첫 시집하고 조금 느낌이 달라요. 저는 두 번째 시집이 좋았어요. 뭔가 자기고백적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하나는 여러분도 많이 알고 계신 소설일 텐데요. 윌리엄 트레버의 『여름의 끝』 입니다. 저는 봄에 읽었었고 어제 다시 봤는데, 다시 읽어도 좋았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그것이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오묘한 관계들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꼭 읽어 보세요.

 

시를 쓰고 싶은데 안 써집니다. 첫 시작이 안 됩니다. 많이 읽은 것 같은데도 힘드네요. 시작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도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미쳐버릴 것 같아요, 정말(좌중 웃음). 그런데 아까 봉곤 작가하고도 이야기했는데, 시작이 안 된다기보다도 안 하는 것이 되게 크죠. 도망치다가 정말 막바지에 오면 온갖 책들을 다 뒤집니다. 시집들 다 뒤적거리고요. 소설책도 그렇고. 뭐라도 하나 건질까 싶어서 영화도 봅니다. 그래도 안 돼요. 얼마 전에 조르조 아감벤이라는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분의 책을 읽었는데요. 『불과 글』 이라는 책인데 아주 좋습니다. 그 책에서 이런 말을 해요. ‘하는 것은 안 하는 것을 포함한다’. 정말 안 하고 있다 보면 어떻게든 한 개를 쓰게 돼요. 이상합니다. 이건 너무 뜬금없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니까 팁을 드린다면, 제 경우에는 메모를 해요. 원고 마감이 닥치면 메모했던 것들을 한 파일 안에 넣는데요. 그러면 생각이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고, 엉뚱한 것들이 연결될 때도 있어요. 거기에서 제목을 짓기도 하고 시 한 편을 상상해 내기도 합니다. 퇴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게 나올 때도 있고요. 도망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도망치다 보면 언젠가는 막바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때 쓰시면 됩니다. 정말 등이 벽에 닿는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것이 시가 시작될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지구만큼 슬펐던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하셨나요?


아까 얘기했던 두 죽음이... 그때가 제가 철들고 나서 가장 많이 울었을 때예요. 정말 슬플 때는 슬픈 시를 봐도 안 읽혀요. 그냥 슬퍼하는 것밖에 없어요. 슬플 때는 슬퍼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어요. 안 슬퍼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제하고, 밝은 일로 주의를 돌리려고 하는 건 치유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애도할 때는 애도하시면 됩니다. 그 방법밖에 없어요. 그리고 견딜 때가 와요. 무책임한 답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덜 슬프고요. 자기만의 애도의 방식이 있을 겁니다. 그 방식대로 하다 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슬픔이 자기 안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슬퍼야 된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슬픈 건 슬픈 거고, 또 행복한 건 행복한 거예요. 그것이 일종의 죄를 짓는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신철규 저 | 문학동네
가능하면 보다 천천히 읽고, 보다 느리게 음미하며, 보다 여유를 가지고 시를 해석했으면 하는 바람을 앞서 얹게 된다. ‘눈’을 가로질러 ‘물’의 방 속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이야기들이 죄다 우리들의 아픈 속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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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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