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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책을 읽는다, 나무 사이를 거닌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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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날들을 보낸 후 몸과 마음의 정화를 간절히 원한다. 숲과 나무 이야기를 연이어 읽고 나니 많은 것이 정돈된다. (2018.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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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도 봄은 오지 않았다. 미세먼지 자욱한 계절을 봄이라는 싱그러운 이름으로 부를 순 없는 일이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거치지 않은 공기를 갈망한다. 미세먼지가 고점을 찍는 3월과 4월이 지났다. 이제 한없이 상쾌한 기분을 맛볼 수 있기를. 이른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짧게나마 봄을 만끽할 수 있기를.

 

매캐한 날들을 보낸 후 몸과 마음의 정화를 간절히 원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숲에서 우주를 보다』 를 읽을 때다. 표지부터 피톤치드를 가득 뿜어낸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겨울 숲의 차디찬 공기 속으로 들어간다. 답답한 마음 속 먼지를 털어낸다.

 

“눈 녹는 소리, 기름지고 축축한 나무 내음과 함께 새해가 시작된다. 숲 바닥을 덮은 낙엽 깔개에 습기가 내려앉았고, 대기는 상쾌한 나뭇잎 향으로 가득하다. 구불구불 내리막 숲길을 벗어나, 이끼 끼고 마모된 집채만한 바위 뒤로 돌아 들어간다.”

 

가까운 숲에 들어가 땅에 작은 원을 그리고 한 해 동안 관찰한 일을 기록한 이 책은 우리의 시선을 1제곱미터의 작은 공간에 집중하게 만든다. 크고 혼란한 세상에 담겨 흔들리다가 나무와 꽃, 민달팽이와 털애벌레 같은 숲 속 작은 구성원들에게 몰입하는 경험은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이 작은 것들의 삶으로부터 자연세계의 거대한 질서를 읽어내는 생물학자의 시선은 더없이 담백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겨 있다. 상쾌하다.

 

숲 이야기는 우리의 기분을 정화할 뿐 아니라 생각도 정화해 다시 우리의 현실로 돌려보낸다. 특히 나무 이야기를 읽으면 그렇다. 최근 출간된 허윤희 작가의 『나뭇잎 일기』 는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가 그날 그날 채집해 온 나뭇잎을 그림으로 그리고 떠오른 단상을 기록한 책이다. “녹색은 내게 권태롭고 지루한 색이었다. 화려한 꽃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던 그 평범한 색이 이렇게 싱그럽고, 풍부하고, 빛나는 빛깔인 것을 산을 다니면서, 잎새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면서 느끼게 된다. 녹색은 은근하게, 천천히 자신을 드러낸다” 라는 구절을 읽으면 삶의 태도를 점검해보게 된다.

 

호프 자런의 『랩 걸』  역시 그렇다. 과학자답게 정확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쓴 나무 이야기는, 나무가 생애에서 맞이하는 한 국면이면서 저자가 지나온 한 국면에 정확히 대응한다. 과학자로서의 삶을 택했기 때문에 겪는 여러 어려움은 나무가 첫 뿌리를 내리는 순간부터 평생 받아들여야 하는 여러 제약들과 겹쳐진다. “첫 뿌리가 감수하는 위험만큼 더 두려운 것은 없다. 닻을 내려 떡잎을 한 곳에 고정시키는 순간 수동적인 이동 생활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게 된다. 서리와 가뭄과 굶주림이 찾아와도 그로부터 도망갈 가능성 없이 모든 것을 직면해야 된다.” 스스로 선택한 삶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 짐짓 비장해지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숲 해설가 페터 볼라벤의 『나무 수업』 은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무 한 그루는 숲이 아니기에 그 지역만의 일정한 기후를 조성할 수 없고 비와 바람에 대책 없이 휘둘려야 한다. 하지만 함께하면 많은 나무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고 더위와 추위를 막으며 상당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이 유지되어야 나무들이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다.”는 구절을 지나칠 때, 나무들의 연대에 비해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허약한가를 생각한다.

 

숲과 나무 이야기를 연이어 읽고 나니 많은 것이 정돈된다. 기분이 상쾌해지고, 인식과 생각은 고요한 가운데 단단해진다. 책을 읽는 일과 나무 사이를 거니는 일이 마치 하나 같은 일체감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책이란, 물리적인 의미에서 “나무의 몸에 새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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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는다면…

 

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저/노승영 역 | 에이도스

『숲에서 우주를 보다』의 작가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두 번째 책. 나무가 주변의 자연과 그리고 인간의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시적이면서 명료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무에서 숲을 보다
리처드 포티 저/조은영 역 | 소소의책

30년간 삼엽충을 연구해 온 고생물학자가 숲에서 자신이 관찰하고 발견한 것에 대한 기록. 인간의 필요에 따라 숲의 모습이 달라져 온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신갈나무 투쟁기
차윤정 저 | 지성사

나무에 관한 해 독자들의 시야를 선구적으로 넓혀 준 스테디셀러. 우리나라 숲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신갈나무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나무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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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금주(서점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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