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김진애, 덜 싸우며 더 사랑하는 법
<월간 채널예스> 4월호 『집 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 펴내
여자와 남자가 열심히 사랑해야 사회가 행복해져요. 같이 하면 모든 게 놀이가 될 수 있어요. 집 놀이는 누구에게나 최고의 놀이죠. (2018. 03. 30)
끊임없이 관찰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알면 현명하게 세월을 보낸다.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어떤 일도 놀이로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다. 오죽하면 매일같이 해야 하는 집안일도 놀이처럼 한다. 그에게 집이란 다채로운 놀이가 가능한 최고의 공간이다. 욕실은 때때로 주방이 되고, 마루에서는 새벽 정상 회담이 펼쳐지고, 식탁은 최고의 라운드 테이블로 변신한다. 『집 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 는 24시간, 365일 할 수 있는 ‘집 놀이’를 소개한 공간 에세이다. 청소 궁합을 맞춰보고, 비움과 나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방에 틀어박히는 재미도 누릴 수 있는 공간, 바로 집. 우리는 그동안 어떤 집에서 살까만 궁리했지, 집에서 어떻게 잘 놀까는 생각하지 못했다. 공간의 변화가 자아내는 감정의 변화를 살펴보자. 지루했던 공간이 문득 산뜻하게 느껴진다.
“재미있고 신선하고 독창적인 집 놀이가 일어나는 집에서 우리는 훨씬 덜 싸우며 살 것이다. 쑥쑥 자랄 것이다. 온갖 궁리로 설레고 온갖 느낌으로 설레는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올 것이다. 수많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이 ‘의외로’ 멋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훨씬 더 자주 다가올 것이다. 집 놀이의 다채로운 가능성을 넓혀 보자.” (16쪽)
어떤 삶의 순간이 중요한가
책 제목( 『집 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 )이 재밌습니다.
5년 동안 곁에 두고 만지작댄 책이에요. 공간에 관한 책은 오랜만에 썼죠. 살아보니 집 놀이 만한 최고의 놀이가 없어요. 집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니까요. 집 놀이를 잘하려면 공간의 모습보다 삶의 순간을 먼저 떠올려야 해요.
삶의 순간이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순간들이 있잖아요. 커플이 함께 사는 집이라면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순간을 알 필요가 있죠. TV 없이는 살아도 책상은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각자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그래서 집 놀이를 하기 전에는 대화가 많이 필요해요. 요즘 사람들을 보면 대화 없이 결혼하고, 대화 없이 집을 꾸미는 것 같아요. 성급하게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를 할 수밖에 없어요.
“인테리어 책보다 좋은 책”이라는 독자 평을 봤어요. 책을 읽고 나니 내 집이 새롭게 보였어요. 공간에 관한 생각도 많이 했고요.
지금 시대에 맞는 공간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총 세 권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 책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쪽으로 가면 어떨까 싶었어요. 집에 관한 책은 상당히 쓰기가 어려워요. 왜냐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은 문제가 많기 때문이에요. 또 제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책을 잘 못 써요. 차라리 자기계발서 같으면 어떤 조언을 했겠지만. 이 책은 자기 삶, 자신, 함께 사는 가족을 떠올리면서 뭔가 해보고 싶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게 목표였어요. 소재는 쉽게 찾았는데 톤을 잡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시원시원한 문체는 여전합니다.
제가 원래 유혹하는 글쓰기를 잘해요. 상대를 살짝 밀어서 뭘 하게끔 하는 일이 익숙하죠. 초고에서 한 번 수정한 후에는 거의 고치지 않았어요. 저는 말하듯이 쓰는 걸 좋아해요. 글에 투영하는 에너지가 굉장히 커요.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를 항상 생각해요.
건축가가 아닌 ‘생활인’으로서 쓴 책이라고 밝혔어요.
건축가라 해서 삶에 대해 특별히 더 잘 아는 건 아니에요. 다만 공간에 대한 훈련을 받았고 견문이 넓은 만큼 집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깊을 수 있죠. 하지만 자칫하면 모범 답안에 치우치는 우를 범할 수 있어요. 집에 대해선 절대 모범 답안이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제 집이나 인테리어를 공개해달라고 하는데요. 저는 안 해요. 왜냐면 사람들은 사진을 보여주면 사진에 시선이 꽂혀요. 글로 읽으면 상상하고 자극 받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 사진은 사진으로 끝나죠. 전공 서적을 쓸 때는 사진을 종종 인용하곤 하지만, 이 책만큼은 자기의 시각으로 읽고 흡수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첫 챕터의 제목이 ‘싸우며 정드는 집’입니다. 부부, 커플이 가장 흥미롭게 읽을 주제예요.
『집 놀이, 그 여자 그 남자의』 를 쓰면서 네 가지 주제를 잡았어요. 첫 번째 주제가 ‘어떻게 하면 이 집에서 여자 남자가 덜 싸우며 살까’고요. 저는 우리 사회의 여자 남자가 훨씬 더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가 경제적 성과에 비해 그리 행복해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남녀가 충분히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남녀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좀 심해요. 신데렐라와 왕자님 이야기는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잖아요. 인생이란 수많은 부족함, 아쉬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하는 건데, 그에 비해 우리는 대처하는 법을 잘 몰라요. 남녀가 처음 만나면 호르몬이 들끓지만, 그건 정말 잠깐이에요. 결혼해서 같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징그러운 일인지 살아본 사람은 알 거예요. (웃음)
그래서 집 놀이를 잘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죠. 행복감이란 얼마나 크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느끼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집 놀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빈도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커플이라면 자기들만의 특별한 놀이 한 가지 정도를 갖는 게 좋아요. 그 놀이 덕분에 자신들의 공간도 쓰임새도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 부부의 특별 행사는 욕실에서 하는 김장이에요. 두어 달에 한 번씩 우리는 같이 김치를 담가요. 서로의 시간, 서로의 손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느끼죠. 이게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어요. 15년이 걸렸어요. 저는 남자도 여자도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에 훨씬 더 성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성의가 자연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에요. 사랑도 노력입니다. 끊임없이 훈련해야 하는 게 사랑인데, 우리의 노력은 너무 부족해요.
“오래가는 남녀관계를 위해서 부엌은 남성 중심 시대가 되는 것이 옳다”고 하셨어요. 싱크대와 작업대의 키를 높이면 남자도 부엌을 자주 들어올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남자의 키와 남자의 미숙함을 배려해주는 부엌의 디테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남자 키에 맞춘 싱크대가 옳다고 생각해요. 싱크대가 높으면 실내화를 신으면 되지만, 낮으면 허리를 구부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싱크대를 높이기 어려우면 작업대라도 높이는 게 좋아요. 부엌에서 자주 싸우지 않으려면 잔소리를 덜 해야 하고요. 서로가 미숙하더라도 참고 기다려줘야 스스로 하고 싶어집니다. 부엌 일이 괴로운 건, 혼자 하기 때문이에요. 둘이 할 수 있다면 부담이 안 돼요. 같이 사는 집을 만드는 데 중심을 둬야지, 깔끔하고 근사한 집에 살려는 데 목표를 두면 인생이 즐겁지 않아요.
신혼 부부가 집을 마련하기 전 조언을 구한다면요?
일단 대화를 많이 나눠야 해요. 커플이 궁합을 맞춰보려면 옛날에 살던 집을 찾아가보라고 하잖아요. 각자가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알아야 해요. 가령 제 남편이 무지무지 깔끔을 떠는 사람이었으면 저는 못 살았을 거예요. (웃음) 집을 설계하기 전에 말을 많이 해야 해요. 가구를 사러 갈 때도 원하는 가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요. 우리 딸 부부는 소파 하나를 사는 데 6개월이 걸렸어요. 그런데 6개월 후에 정말 놀라운 소파를 들여놓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어떤 사람은 침대가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식탁이 중요해요.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켜줘야 해요. 벼락치기로 결혼해서도 안 되지만 벼락치기로 집을 꾸며도 안 돼요.
집 놀이를 잘하면 인생이 풍부해진다
아이를 낳게 되면 집은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요. “집은 어디까지나 커플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지나치게 아이 중심인 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자라요. 어른들이 스스로 자라는 아이들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있어서 약간의 자극을 주면 돼요. 보통 부모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 겪은 상처를 아이가 겪지 않기를 바라잖아요? 이런 것들이 트라우마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아이는 부모랑 다를 수 있어요. 부모들이 애들을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 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한 번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을 강요하면,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없어요.
‘아이를 위한 집으로 6가지 원칙’을 꼽으셨는데, 가장 의외인 원칙은 “방에서 자꾸 나오게 싶게 만들어야 한다”였어요.
아이 방의 디자인을 생각할 때, 부모들이 주로 고민하는 건 ‘어떻게 공부하게 만들까, 어떻게 집중하게 만들까’입니다. 그 방법은 대개 유혹의 차단이죠. 보통 조용하고 차분한 방을 원해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방은 ‘방에서 나오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방’이에요. 방 밖에 더 많은 유혹이 있는 집이죠. 아이의 방이 완벽한 천국이어서는 곤란해요. 어딘가 부족한 데가 있어서 그 부족함을 바깥의 유혹에서 채워야 해요. 뭐든지 같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키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자기 방에 틀어박혀 흠뻑 빠지는 건 때가 되면 해요. 그때까지는 방 밖으로 자꾸 나오게 하는 게 좋아요.
딸들의 방을 다시 만들어줄 수 있다면요?
전문가에게 듣는 아이 방 꾸미기 노하우 같은, 유도 신문일 텐데요.(웃음) 그런 이야기는 안 하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결정권을 주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계속 변해요. 3,4살만 되도 자기 방을 놀이터처럼 만들어버려요. 가장 좋은 건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거예요. 벽에는 뭔가를 붙일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들어 놓으면 좋죠. 우리 큰딸은 공간 감각이 좋아서 4살 때부터 자기 집을 꾸몄어요. 공간 감각이 좋으면 상상력, 창의력에 자극을 줄 수 있어요.
두 딸, 남편과 함께한 식탁 제야 행사는 언제까지 하셨나요?
큰딸이 대학생 때까지 했어요. 큰아이가 둘째랑 6살 차이인데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까 못하겠더라고요. 식탁은 저희 집 최고의 라운드 테이블이었어요. 우리 식구들은 매년 연말 식탁에 앉아 서로에게 지적할 것 세 가지, 새해에 고쳐줬으면 하는 것 또는 바라는 것 세 가지를 말했어요. 한 사람이 세 사람에 대해 거론하니 총 36가지. 지적과 설명, 해명, 변명, 토론이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제야의 종소리를 맞게 되죠. 왜 식탁이냐? 소파에 앉으면 자칫 나른해지기 십상이고 바닥에 둘러앉으면 드러눕고 싶어서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공간이 허락한다면 식탁은 가족 수보다 좀 큰 것이 좋아요. 너무 딱 붙지 않아야 소통의 공간이 생겨요. 약간의 공간적 거리감이 오히려 정신적 가까움을 불러일으키죠.
남편과 단둘이 하는 새벽정상회담은요?
그건 죽을 때까지 할 거예요. 최근 저희 부부의 이슈는 국정농단, 해피 다스 데이였어요. 우리는 사회에 대해 한이 많아요. 불합리한 사회에 관한 분노가 많아요. 공동의 적이 있으면 남녀는 잘 묶입니다. 사회를 말하다 보면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아요. 밤을 새도 부족하죠.
도모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
1년에 한 권꼴로 책을 쓰고 계세요. 지난해는 『여자의 독서』 를 쓰셨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여자의 독서』 를 쓸 때, 동명의 책이 있나 검색해봤는데 없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여자에게 책이 각별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세계였기 때문이에요. 좋은 책은 차별하지 않고 윽박지르지 않아요. 세상의 비밀을 아무 조건 없이 알려주죠. 책 읽는 여자는 힘이 셉니다. 스스로 세지고 싶은 여자는 책을 읽어요.
유년 시절에 책을 많이 읽는 것과 나이가 들어 책을 읽는 것, 어떻게 다를까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으면 빨리 어른이 돼요. 주체적인 사고방식이 생긴다는 건 참 좋은 일이죠. 소설을 많이 읽으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이 생겨요. 반대로 나이가 들어 책을 읽으면, 철이 없어져요. (웃음) 이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내가 아직 세상에서 배울 게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흥분되고 즐거워요? 그래서 저도 철이 없어요.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를 사놓고 4년을 못 읽었어요. 너무 겁이 나서요. 이번에 여행을 가면서 읽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아마도 작가가 뭐에 씌어서 쓴 책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한국 소설가 중에는 정유정 작가를 좋아해요. 『28』 도 강아지에 대한 기억 때문에 사놓고 최근에서야 읽었어요. 페미니즘 책들도 챙겨 읽고 있어요. 몇 명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반가워요.
30년 이상 연배가 있는 모임 ‘디어 걸즈’는 여전한가요?
물론이죠. 올해 봄에는 화전 파티를 했어요. 우리는 항상 파티부터 시작해요.
좋아하는 능력이 많다는 건, 일상을 잘 누릴 있는 능력이기도 해요. 집 놀이도 마찬가지고요.
그렇죠. 저는 제가 먼저 좋아하고 제가 더 많이 좋아해도 오케이입니다. 칭찬하는 능력, 고마워하는 능력도 열심히 키운 편이에요. 비판과 긍정이 같이 간다는 뜻이죠. 무엇보다도 저에겐 ‘놀 줄 아는 능력’이 있어요. 열심히 익힌 능력이죠.
말하듯 글을 쓴다는 평가를 많이 들으시는데, 말은 노력해서 잘하게 되신 건가요?
그럴 리가요. 태어나서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전 고등학생 때까지 말주변이 없었어요. “네가 그 김진애 맞니?”라는 소리를 아직도 들어요. 어릴 적 저는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고 내성적이었어요.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분노와 야욕이 있었죠. 제가 공대에 들어갔을 때 800명 동기생 중 유일한 여자였어요. 어떻게 견딜 수 있었나? 하면 책을 통해 이미 간접 경험을 했기 때문이에요. 이미 면역성이 생긴 후였으니까요. 방송 PD들이 제게 워딩을 잘한다고 해요. 말이 빠르면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하는데, 강조해야 할 곳을 알기 때문이에요. 30대 중반 이후 독립하면서부터는 언제나 상대를 설득해야 했으니까요. 저도 엄청나게 훈련했어요.
서울대 ‘공대’의 전설, MIT 건축 석사와 도시계획 박사, <타임> 선정 21세기 리더 100인 등 따라붙는 타이틀이 많습니다.
결혼 안 했을 것 같고, 아이 없을 것 같고, 이혼했을 것 같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요. (웃음) 전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구애 받지 않아요. 30대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이 참 바보 같네?’ 생각하고 말아요. 국회의원 할 때도 별 소리들이 많았죠. 들으면 짜증은 나지만 별로 신경 안 써요. 『여자의 독서』 를 쓰고 나서 여성 독자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뭔가 같이 도모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라.” 남자들한테도 똑같이 말해요. “여성을 이성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같이 뭘 도모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세계가 넓어진다”고요.
비판에 대해서도 부드럽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호의를 가진 비판일 때는 그렇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딱 질색이에요. 우리 사회는 상대에게 꼬리표를 붙이려는 욕망이 커요. 그런 태도가 있는 비판에 대해서는 대꾸하지 않죠.
김진애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놀 줄 아는 능력이죠. 타고났 거나 환경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굉장히 노력했기 때문에 얻은 능력이에요. 여성들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면 어떤 전략과 전술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하잖아요. 제 필살기는 남을 잘 웃겨요. 상대를 유쾌하게 만들어요. 물론 까칠한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애랑 같이 일하면 재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코너를 맡고 있어요. “안녕~”이라는 끝인사가 요즘 화제던데요.
목요일 아침마다 재밌게 녹음하고 있어요. 도시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묻더군요. 어떤 이야기를 할 거냐고. 제가 생각하는 포지션은 김어준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거예요. 진행하는 사람의 흥미를 끌면 코너가 재밌어지거든요.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공간이나 도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의 흥미를 끌면 청취자들에게도 통하는 거죠. 나름대로 성과가 있어요.
‘건강한 분노, 멋진 실수, 근사한 시행착오’는 앞으로도 김진애의 삶에 이어질까요?
물론이에요. 사람들이 제게 성공했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저도 무지하게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일단은 해보자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실패도 더 많죠. 진짜 일을 해본 사람은 알아요. 실수도 재밌다는 걸요. 밤에 이불 속에 들어가서 이불 킥하는 순간들이 모이면 근육이 붙어요.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면 말해요. “내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지만 재미있게 해드리겠다.” (웃음)
집 놀이김진애 저 | 반비
행복감을 자주 느끼며 살아야 하는 곳은 지금 사는 바로 이 집이다. 바로 지금 사는 이 집에서 요모조모 궁리하고 이모저모 실행해보는 자체가 ‘집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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