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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여성은 ‘손쉬운 먹잇감’이 아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에 답하다 은유, 은하선 작가와 함께한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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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젊은 여성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작업에 굉장히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서 지난 25년간 꾸준히 소녀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거죠. 성인 중심의 사회,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10대 소녀들은 약자 중의 약자인데요. 이 사회에서 이중으로 배제된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게 너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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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s & Sex


지난 15일 저녁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의 북토크가 열렸다. 서교동에 위치한 북카페 ‘북티크’에서 은유와 은하선, 두 명의 작가가 독자와 만났다. 『글쓰기의 최전선』,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의 은유 작가는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섹스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은하선은 『이기적 섹스』를 집필했으며 현재 EBS <까칠남녀>에 출연 중이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에는 미국의 젊은 여성 70명과의 심층 인터뷰가 담겨 있다. 저자인 페기 오렌스타인은 15~20세 사이의 여성들과 만나 그들의 성경험, 그 안에서 겪게 되는 곤경, 폭력적 문화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성적 대상화된 여성들과 반대로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여성들, 그녀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부터 성적 쾌락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성장하는 여성들의 현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고민, 이른바 ‘강간 통념’이라 불리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책을 쓴 페기 오렌스타인은 ‘대중문화와 미디어가 여성의 성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두고 저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저널리스트다. <뉴욕타임스>의 기고 작가로 활동 중이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USA 투데이>, <보그>, <엘르> <디스커버> 등 다양한 매체에 여성문제를 주제로 글을 써왔다. 한 딸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부모의 관점에서 ‘성숙한 여성미를 좇아 성적 대상화 및 성 상품화에 노출된 소녀 문화’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은유, 은하선 작가와 함께한 북토크는 두 작가의 대담으로 시작됐다. 은유 작가는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 배우는 심정으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놀라웠던 점은, 미국은 성적으로 더 개방돼 있고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와 유사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유교주의가 있어서 여성의 조신함이 강조된다면, 미국은 기독교의 금욕주의가 세게 작동하더라”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기제, 남녀 불평등, 성적 대상화의 현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은하선 작가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에게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다. 하나는 엄청 세고 성적으로 굉장히 밝히고 잘 노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다. 다른 한쪽에서는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자신의 욕망을 숨겨야만 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성, 성교육, 페미니즘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조금 더 학술적인 걸 떠올린다. 그런데 성을 섹스로만 바꿔도 굉장히 야하고 음란한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은유 : 이 책의 저자는 젊은 여성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작업에 굉장히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해서 지난 25년간 꾸준히 소녀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거죠. 성인 중심의 사회,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10대 소녀들은 약자 중의 약자인데요. 이 사회에서 이중으로 배제된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게 너무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소녀들이 성적 주체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해요.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소녀들을) 너무 어리게 보니까 ‘그런 건 크고 나서 해라, 공부나 해야 된다’고 늘 유예시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됐고, 꼭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하선 :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의외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메일을 보내서, 그 사람들을 다 만나는 것도 일이었다고 하더라고요. 70명의 여성들이니까 꽤 많죠. 성적인 이야기는 가슴 속 깊숙이 담아두었던 것들이고, 10대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비난하는 시선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텐데도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것 같아요. 그만큼 묵혀두었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고, 대화를 하면서 그 안에서 위로 받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은유 : 실제로는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어른이 별로 없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거죠. 말하기라는 건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성립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딘가에서 언어가 되지 못해서 떠돌다가, 이런 작업을 하니까 많은 사람이 응해줬다고 생각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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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여성은 ‘손쉬운 먹잇감’이 아니다


은유 : 이 책에 그런 부분이 나와요. 청소년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오히려 더 자제할 수 있고,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해결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요. 정확하게 알고 있고 유사시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수면 아래에서 금기시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거죠.


은하선 : 예전에 성교육 강의를 하시는 분의 인터뷰에서 읽었던 문장인데요. 성교육의 가장 핵심은 미리 가르쳐줘서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거예요. 생리를 미리 가르쳐줘서 ‘생리라는 걸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다리게 만들고, 마찬가지로 섹슈얼한 것도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어떤 판타지를 갖고 있을지’ 혹은 ‘어쩌면 내가 섹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런 생각 없이 갑자기 받아들이다 보니까 계획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건데, 저는 그 말에 동의했어요. 특히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서 섹스에 대한 욕망을 갖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은유 : 저는 다양한 연령층의 학인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는데요.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제 또래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건데, 성적으로 거침없고 자유롭게 자기 욕망과 경험을 표현하는 글들을 읽을 때가 있거든요. 예전에는 17살의 한 친구가 글을 써왔는데 제목이 ‘첫 섹스의 추억’이었어요(웃음). 언제 처음 야동을 보게 됐고, 어떻게 (섹스를) 했고, 섹스가 왜 좋은지 쓴 거예요. 다들 숨죽여서 듣는데, 저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합평을 해줘야 괜찮은 사람처럼 보일까’ 생각했죠(웃음). 긴장이 되면서도 글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부분들이 문화적으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은하선 :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자신이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잖아요. 특히 저는 섹스에 대한 글쓰기가 여성들에게 많은 힘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데이트 폭력을 말할 때 폭행 행위나 감금, 살인처럼 거대 행위들만 폭력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나는 네가 짧은 치마를 안 입었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통제를 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이거든요. 저는 그걸 구분하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해요. 이미 10대 때 자기 몸에 대해서 통제 당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배우면서 자랐는데, 20대가 됐다고 해서 내 몸에 대한 통제가 폭력이라고 인지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은유 : 그리고 그게 애정행위로 둔갑하잖아요. 내가 너를 아껴서 그러는 거야, 라는.

 

은하선 : 네. ‘세상이 험하니까 너를 지켜주겠다, 나는 남자니까’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거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들이 많고요. 게다가 섹스에 있어서도 ‘남성들은 욕망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관계 안에서 섹스를 하는 것이 애착, 애정과 관련이 있다, 사랑을 섹스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라거나, 뿐만 아니라 ‘남성은 욕망을 참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과 관계를 맺는 네가 섹스를 해주는 것은 여성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이런 것들을 계속 주입하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혹은 생각지도 못 한 상황에서, 본인이 섹스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섹스를 하는 경우들이 왕왕 있고요. 이 책에도 그런 부분들이 나오더라고요.


은유 : 맞아요. 섹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남성들은 즐거움, 오르가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여성들은 고통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장이 나와요. 그걸 보고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구나 싶었어요. 같은 행위를 통한 경험이 서로 다른 거죠. (남성이) 주도성을 갖는 것이고 여성이 대상화되는 것이니까요.

 

이 책에는 성적인 자기 책임과 관련해서 교육 측면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네덜란드 성교육이 좋은 사례로 소개돼 있어요. 저도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은 밤늦게 다녀도 걱정이 안 되는데 딸은 걱정하거든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거죠. 엄마들끼리는 ‘예비 가해자를 조심시켜야지, 딸만 조심시켜서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 책에도 그렇게 나오거든요. 조금만 읽어드릴게요.

 

나는 내 딸에게 사람은 실수를 할 수도 있으며, 모든 상황이 우리가 바라는 만큼 명확하지는 않다고 말해줄 것이다. (중략) 나는 딸에게 강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분명히 말해줄 것이다. 강간의 원인은 절대 피해자에게 있지 않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거나 침묵을 지킬 필요도 없다. 만약 나에게 아들이 있다면? 딸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말할 것이다. 술 취한 여성은 ‘손쉬운 먹잇감’이 아니다. 여성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 해서 네가 마음대로 강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아들에게 과도한 음주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합의하지 않겠다는 상대방의 의사를 감지하거나 존중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말해줄 것이다. 상대방이 합의할 수 있는 상태인지 손톱만큼의 의구심이라도 있다면, 만약 그런 생각이 일 초라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면, 상대방 여자뿐만 아니라 본인의 안전을 위해 거기서 멈춰야 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303쪽)

 

은하선 : 요즘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잖아요. 페미니스트 선생님에 대한 여러 가지 해시태그가 나오기도 했고, 학교에서 어떻게 페미니즘을 가르치느냐고 분노한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 안에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연대하기도 했고요. 저는 강의할 때 페미니즘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을 듣는데요. 어떻게 해야 좋은 성교육이고 어떻게 해야 페미니즘적인 성교육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도, 지금 한국의 상황이 너무 바닥이라서, 다른 것 가르쳐줄 것 없이 ‘피임 잘해라, 강간을 하지 말아라’ 이 두 가지만 가르쳐 줘도 성공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암담한 상황이라고 생각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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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 남성의 성


은유, 은하선 작가의 대담이 끝난 후 독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그 내용을 간추려 전한다.

 

여성들은 자위 행위에 대해 학습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채널이 없는 걸까요? 여성의 자위 행위는 남성들과 다른 시선을 받는 사회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은하선 :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자위 행위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요. 그럴 때 (어른들이) 너무 놀라서 ‘하지 마’ 하고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하면 무의식 속에서 ‘내 성기를 만지는 것 자체가 나쁜 거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돼서, 성장 과정에서 자위 행위 자체가 절단되는 경우도 있고요.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에는 자라는 과정에서 자위 행위가 재밌는 부분이 아닌 거예요. 드라마 같은 데에도 보면, 열심히 자위를 하다가 갑자기 문을 열면 휴지 쌓여 있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만약 여자 아이였다면, 아마 그건 <안녕하세요> 같은 데 특집으로 나갈 거예요. ‘자위하는 딸,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면서 엄청난 표를 받고요. 거의 다큐멘터리 수준으로 가야 되는 거지, 절대 재밌는 부분이 아닌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말하기도 힘들고 시도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거죠.


은유 : 꼭 자위만이 아니라,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성적으로 대화를 활발하게 하지 않잖아요. 남성들은 밤 문화 같은 걸로 자신의 성에 대해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데, 여성의 성적인 부분은 항상 괄호 쳐져 있었던 것 같아요. 비단 자위 행위뿐만이 아니고요.


은하선 : 저는 자위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도 많이 듣는데요. 물론 자위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떤 매뉴얼이 있어도 좋겠고, 실제로 그런 매뉴얼이 나와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여성들끼리 이야기하면서 ‘나는 이렇게 해’라고 대화를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정답은 없는 거거든요. 어떤 매뉴얼대로 해도 나는 전혀 안 좋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자위를 통한 쾌락을 얻는 것도 물론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그냥 자기 몸을 알아가는 과정으로써도 굉장히 중요한 시간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이 남성을 볼 때마다 성적인 생각을 하지 않듯이 남성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건가, 싶기도 한데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더 충동을 못 참는 것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은유 : 성폭력을 말할 때 늘 이야기되는 것이 성적 충동을 못 이겨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데요. 이렇게 이야기되는 것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의 입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우리가 반복하는 거죠. 남성이 성적 충동을 못 참는다고 하지만, 참지 않으면 자기한테 위협이 될 때는 참거든요. 안 참아서 다른 남자도 괜찮았고 쭉 괜찮았기 때문에 나도 안 참는 거죠.


은하선 : 성욕이 3대 욕구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중에서 성욕보다 더 큰 게 배설욕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아무데서나 배설을 하지는 않죠. 참을 수 있잖아요. 여성들은 정말로 성욕이 없는 것인지, 남성들의 성욕이 정말로 더 많은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어요. 제대로 연구가 되어 있는 경우도 없고요. 보통은 남성들의 성욕이 엄청나다고 이야기하죠. 그게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성욕의 해소를 위해서 강간을 한다’는 워딩으로 쓰이는 순간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여성에게 성욕이 사회적으로 거세된 것인지 원래부터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여성들 사이에서도 성욕은 개인차가 있는 건데, 그렇게 남성 여성으로 나누는 것도 굉장히 이분법적인 사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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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은유 : 저한테도 이 책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성적 주체로서도 그렇고,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우리나라 성교육을 볼 때 굉장히 답답하고 안타까운 것이,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지 않다는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 공부하거나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 많이 없거든요.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죠. 그래서 진부한 표현이지만 남녀노소 다 같이 읽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매개로 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한테 권해주고 싶지만 너무 두꺼워서 안 읽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웃음). (그런 점에서) 어른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은하선 : 이 책이 두껍기는 한데, 인터뷰 중심으로 풀어져 있고 구어체로 쓰여 있어서 굉장히 쉽게 읽힌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들은 ‘이렇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보면 우리 순진한 10대 아이들이 더 충격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을 거고요. 이걸 보면서 ‘나도 이래,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하면서 공감을 하거나 혹은 ‘미국 사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구나’ 하면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이런 거예요. 어떤 건 좋고 어떤 건 나쁘다는 식의 가치 판단적인 표현이 들어있기보다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이게 잘못된 것일까, 왜 잘못됐을까’라는 식으로 계속해서 질문을 하고 자신 안에서 답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저는 10대들이나 섹스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었을 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페기 오렌스타인 저/구계원 역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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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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