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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과거사 청산을 소설로 묻다

27년 간 쓴 『군함도』 드디어 한국어판 출간 강제징용 증언을 토대로 쓴 역사적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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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은 재현이 아니라 복원이다. 이분들의 역사를 문학과 기억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군함도』가 출간되었다. 소설가 한수산은 1988년 처음으로 일본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한 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끼에만 십여차례 방문, 수많은 관련자 인터뷰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로 2백자 원고지 5,300매 분량의 『까마귀』를 2003년에 출간하고, 다시 해당 내용을 개작해 3분의 1가량으로 축약한 일본어판을 출간했다.


한일 동시 출간을 염두에 두었으나, 한국어판 『군함도』는 그 이후로도 계속 고쳐서 결국 27년 만에 완성본을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이 새롭게 설정되고 묘사는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수정했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재미와 가독성을 끌어올렸다.


지난 5월 18일 진행한 『군함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자는 “이 작업은 재현이 아니라 복원이다. 이분들의 역사를 문학과 기억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며 역사를 망각하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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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의 작가혼으로 완성한 기록의 서사

 

피해자 당사자의 증언을 토대로 작품을 썼다.

 

돌아가신 서정우 씨와의 만남과 작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은 15살의 어린 나이로 일본으로 끌려온 징용의 직접 피해자였는데, 저와 함께 군함도에 들어가 숙사가 있던 건물에서부터 섬 전역을 돌며 그 참혹했던 시절을 소상하게 들려주신 분입니다. 몇년 후, 나가사키 취재를 끝내며 고마운 인사를 드리기 위해 서정우 씨를 찾아갔을 때 그분은 폐도 한쪽, 콩팥도 한쪽, 몸의 장기 중에서 두개인 건 전부 하나밖에 없는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부인도 집을 나가고 쌍둥이 아들은 폭주족이 되어 가출해 혼자 노년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누가 저 15살 소년을 병들고 지친 70대의 남루한 노인으로 만들었는가. 일본인가. 조선인가. 역사인가. 그 때 저는 이 작업이 재현이 아니라 복원이고, 이분들의 역사를 문학과 기억으로 바로 세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군함도』는 1993년부터 개작이 끊이지 않았다. 전작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번 출간되는 『군함도』는 어찌 보면 기존 소설의 틀만 남기고 새롭게 구성, 집필한 작품이라고 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차라리 새로운 작품을 쓰는 편이 더 옳지 않겠는가 생각할 만큼 집필하는 내내 많은 갈등과 고민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전작과 달리 『군함도』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을 몇가지로 나누면 먼저 분량입니다. 전작 『까마귀』에서 1차 수정을 거쳐 3천5백매를 쳐 내고 새로 1천5백 매 분량의 원고를 보완했습니다. 내용 면에서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다시 설정해 고난을 더욱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그들의 고난이 자아의 지평이 넓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두 주인공의 출신 및 성장지를 소양강을 낀 춘천으로 새롭게 설정했습니다. 소설에서 춘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품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커지고, 주인공의 성격 및 성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춘천고보의 항일독서운동인 ‘상록회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운명이 가파르게 바뀌는 장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어로 된 당시의 춘천고등보통학교의 교가도 소설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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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내놓으며 작가로서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일제강점기 피해 당사자인 증언을 토대로 역사를 복원하고 문학으로 기억한다는 작가적 의무 속에서 27년을 보냈습니다. 그들의 증언이 말하는 체험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식민지 범죄의 피해 그 자체였습니다.


인간은 살기 위해 태어납니다. 그러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몫이 아닌 국가 혹은 역사가 주는 거대한 불행과 불평등 속에서 언제까지 살아가야 하는가, 이 소설의 소재는 끊임없이 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간은 그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도 살아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할 때 그 싸움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일어나야 하고 싸워야 하고 스스로를 지켜야 하고 그 가치를 위해 자신을 불사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소설은 수면위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ice berg)일 뿐입니다. 이 소설이 독자 여러분께서 수면 아래 잠겨 있는 죄악과 진실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마주하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면 『군함도』의 작가로서 더 이상 기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젊은 독자들이 ‘과거의 진실’에 눈을 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에 대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 주신다면, 그래서 제 소설을 읽은 후에 그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시작할 수만 있다면 작가로서 더 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군함도』 연보
1989년  『원폭과 조선인』을 도쿄의 고서점에서 만남
1990년  나가사키 최초 방문 - 나가사키, 히로시마에서 원폭피해자 취재 시작
1991년  오카 목사, 서정우씨 등과 함께 군함도 입도. 나가사키 재일 한국인(조총련계 포함)을 만나며 취재
1993년  중앙일보 「해는 뜨고 해는 지고」 연재 시작
2003년  재직 중이던 세종대 휴직, 전작 장편으로 『까마귀』(해냄) 출간
2009년  일본어 번역판 『군함도』 상하권(작품사) 출간
2015년  합천 방문, 피폭 2세에 대한 취재 시작.
2016년  『군함도』(창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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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한수산 저 | 창비
일제강점기 하시마섬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의 문제를 다룬 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가 출간된다. 한수산은 1988년 일본에 체류하던 중 토오꾜오의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한 뒤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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