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최승호, 김진혁 PD와 '언론'에 대하여

우리는 ‘진짜’를 원한다 『5분』출간 기념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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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굵직한 두 언론인이 말하는 언론과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은 그 자체로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어떤 변화, 사회와 역사에 조그만 진보라도 일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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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뉴스가 ‘진실’만을 전하지 않는다는 것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사람들은 바빠졌다. 어느 매체를 봐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저 뉴스가 제대로 된 프레임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같은 뉴스를 다룬 여러 매체를 두루 살피는 것까지 하다보면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자조하게 된다.


그렇게 시민은 뉴스를 선택하고, 개별 사안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확립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공부도 이런 공부가 없다. 뉴스보다 지인들이 전달하는 카톡 메시지를 더 신뢰하게 되기까지 우리 언론은 참, 멀리도 왔다. “죄송합니다”라는 최승호PD의 말 역시 이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매 순간 프레임, 어젠다, 이슈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선택된 범주 그러니까 이 전쟁에서 이긴 범주를 제시한 이들이 세상을 움직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말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범주를 끊임없이 발굴해서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뿐이다.(14쪽)

 

지난 7월 8일, 양천도서관에서 진행된 『5분』출간 기념 강연회의 주인공은 <뉴스타파>의 최승호PD와 김진혁PD였다. MBC <PD수첩>의 책임자로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 이명박 정권 대운하 등을 파헤치며 논란의 중심에서 뚝심 있는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최승호PD는 MBC에서 해직당한 이후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논쟁적인 이슈를 다루는 탐사 저널리스트로서 <뉴스타파>에서의 일을 만족한다는 그는 무엇보다 탐사 저널의 ‘정확성’을 강조했다. 또한 현재 우리 언론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김진혁PD는 EBS 퇴사 후 당시 <뉴스타파>에 있던 이근행PD의 제안으로 합류해 <5분>을 제작하고 있다. 생각을 깨는 책을 좋아한다는 그답게 자신의 책 『5분』도 독자들의 생각에 균열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진혁PD. 그는 현재 해직 언론인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대담 형태로 진행된 이날 강연은 참석자들의 질문 공세로 이어졌다. 한 시간 반이 넘도록 진행된 이야기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4대강, 탈북자, 세월호에서 메르스까지 다양한 사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김진혁PD의 <5분>을 묶은 책 『5분』에서 가장 먼저 다룬 ‘에드워드 머로(Edward Murrow)’의 영상을 감상하는 것으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김진혁PD가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는데, 바로 ‘의제’다.
(영상보기: //www.youtube.com/watch?v=dvDbB2s7LQI)

 

진보적인 태도와 다른 견해, 학문적 이론까지 종북으로 수렴되는 세태에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유달리 부상했던 종북 프레임이 2013년 대한민국을 흔든 모든 사건에 작동하는 괴력을 발휘했다”면서 “최근의 종북몰이는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등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고 경계했다.(32쪽)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


어떻게 <뉴스타파>와 인연을 맺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최승호PD는 “<뉴스타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일생일대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철 사장이라는 분이 저를 2012년에 해고를 하셨어요. 그래서 이런 기회를 주셨습니다.”라고 해 좌중에게 웃음을 주었다. 해고 전 이미 인사 조치로 MBC <PD수첩>에서 쫓겨나 있던 최승호PD는 때문에 “저로서는 다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었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해고 후 <뉴스타파>를 만나게 되고 앵커로 프로그램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단박에 수락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


김진혁PD는 “EBS를 그만두고 나서 <지식채널e> 형태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고, 격주로 <5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길게 갈 것이라는 예상은 안 했는데 책까지 나오고 보니까 참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뉴스타파>에서 다루는 아이템 선정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둘에게 물었다.


김진혁: 방금 보셨던 에드워드 머로 편이 가장 애착이 가는데요. 아무래도 언론인의 입장에서 에드워드 머로 같은 언론인이 과거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뭔가 뭉클했어요. 자부심이 느껴지고요. 멋있는 선배가 있으면 든든한 느낌이 있잖아요. 다른 아이템도 열심히 만들었지만 감정이입이 좀 더 많이 됐던 아이템입니다.

 

최승호: 역시 가장 애착이 많이 남는다고 할 만한 것은 간첩조작사건입니다. 탐사저널리스트로 오랫동안 취재를 해왔지만 이렇게 장기적으로 한 사안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현재 굉장히 큰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올 겨울이나 내년 초 정도 되면 아시게 될 겁니다. 조작이라는 게 해방 이후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어왔던 것이거든요. 완전히 뿌리를 뽑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서로의 아이템 중에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


김진혁: 유우성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물론 조작이라는 것을 국가 권력이 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당연한 점도 있지만 한 개인의 소중한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대해 저는 조금 더 충격을 받았었죠. 이런 사건을 통해 그분이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온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요. 그런 과정에 <뉴스타파>가 있었다는 것, 탐사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껴서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최승호: 고맙습니다.(웃음) 김진혁PD가 만든 것은 다 좋은데요. 성찰을 주는 부분이 많았어요. 아주 좋은 책 한 권을 잘 요약해서 머릿속에 집어넣어주는 것 같아요. ‘부동산 불패 신화와 아이 낳지 않는 나라’도 좋았어요. 스웨덴과 일본이 똑같이 부동산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 푸는가 차이를 짚었어요. 스웨덴은 아이 키우는 것에 투자를 하니까 아이가 자라서 나중에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그 결과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해요. 그런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었어요. 최근에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것이었고요.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던 날이었는데 그날, 결국은 전염병을 치료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다, 정치가 제대로 되어야 치료가 된다는 주제를 다뤘어요. 마치 예언한 것 같았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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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PD에게 묻다


<지식채널e>를 연출하게 된 계기와 <5분>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해주세요.


김진혁: <지식채널e>가 개인적인 기획으로 이루어진 건 아닙니다. EBS가 프로그램 사이에 임팩트 있는 영상을 내보내서 시청자를 붙잡아보자고 한 의도가 있었죠. 지식이란 것을 토대로 새로운 포맷을 해보자고 해서 출발하게 된 거고요. 구체적인 연출, 내용, 구체적인 포맷팅은 제가 했습니다. <5분>은 엄밀하게 말하면 <지식채널e>의 연장선상에 있고요. 큰 차이는 없지만 다만 <지식채널e>는 아이템 범주가 굉장히 넓어요. SF도 있고, 심지어는 ‘호랑이와 사자의 사랑 이야기’ 이런 것도 있어요. <5분>의 카테고리는 주로 사회, 넓어야 휴먼 정도로 좁혀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최승호PD가 언급했지만 ‘전염병에 정치를 처방한 의학자’편은 마치 메르스를 예언한 듯이 내보냈는데요. 어떻게 아이템을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김진혁: 계시를 받아서 한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운이죠. 우연히 맞은 건데요. 제가 올해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의제가 ‘정치’라고 하는 개념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개념이 굉장히 좁게 해석이 되고 있고, 정치인이 하는 행위만을 정치라고 생각하죠. 심지어는 정치인들조차도 ‘민생이 이렇게 급한데 정치놀음을 하느냐’라고 하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어요. 정치인들도 정치를 못하게 해요. 그래서 아무도 정치를 안 해요. 대통령만 정치를 하죠. 이 왜곡된 개념을 제대로 잡아보고 싶어서 ‘모든 게 정치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쪽으로 기획을 진행했죠. 그러다 작가 한 분이 이 내용을 제안해서 만들 게 된 거예요.

 

<5분>이라는 짧은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가 갖는 긴 호흡에 비해 장점이 있을 것 같아요.


김진혁: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전형성 중 하나가 몰입도 측면에서 드라마나 예능만큼 친절하지 않다는 부분이 있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친절하게 할수록 시청자가 스스로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볼 수 있는 것이 제한될 단점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다큐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5분에서 10분만 견디면 그 다음부터는 기존의 예능, 드라마처럼 압박하는 것과는 다른 대단히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5분, 10분을 이 바쁜 현대인들이 어떻게 참습니까. 그렇다면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기존의 다큐 장점을 살려보자, 해서 존재하는 것이 미니다큐입니다. 몰입도, 적은 시간 투자란 부분이 최대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해직언론을 위한 다큐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언제 개봉하게 되는지도 말씀해주세요.


김진혁: 이것도 제가 기획해서 진행하는 건 아니고요.(웃음) 해직 언론인들이 이명박 정권 이후 YTN, MBC 등의 방송사를 주축으로 많이 발생했고요. 그 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잊히는 부분도 있는데요. 이들의 존재는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우리에게 공정한 언론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 있잖아요. 제가 중점적으로 표현해서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1차적으로 현직 언론인들의 고민, 애환이고요. 단순히 거기서 끝나지 않고 진정한 피해자는 이분들이 아니라 이분들이 없는 언론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이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겁니다. 이분들이 원래 자리에 계셨더라면 세월호 당시 그런 오보가 있었을까요? 물론 이분들이 전지전능하지는 않고, 실수를 할 수도 있죠. 그래도 원래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오보들은 훨씬 줄었을 거고 ‘기레기’라는 말도 훨씬 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런 의제를 던져보고 싶은 게 제 욕심입니다.

 

 

우리 언론에 대한 이야기들


두 분 모두 언론에 대해 많은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진혁: 언론에게는 정확하게 비판하고, 꼬집고, 감춰져 있는 것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소위 감시견이라고 하는 역할과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사회는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우리가 어떤 범주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답할 역할이 있는 정치적인 리더나 경제적인 분야의 리더들이 그런 일을 안 하고 있죠. 그들에게 왜 안 하냐, 나쁘다 얘기하는 것보다는 언론의 역할을 한정짓지 말고 의제설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 차원에서 <5분>에서도 비그포르스(Ernst Wigforss)라고 하는 스웨덴의 과거 재정부 장관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그런 사람이 의제설정을 하는 게 맞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언론이 할 수 있는 쪽에서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터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승호: 현재 언론이 너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한 마음이죠. 이번 메르스 사태 때도 비슷한 행태를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아요. 세월호 때는 아주 짧은 시간에 어마어마한 오보를 냈죠. 메르스 때는 감염 경로 같은 것들을 정부가 밝히지 않고 계속 감췄잖아요. 어떻게 보면 메르스가 막 확산되는 상태에서 국민들은 어디로 가면 메르스에 감염되는가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한 채로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정부가 발표하지 않는다 해서 언론 역시 그대로 온순하게 받아들이면서 가만히 있었어요. 좀 선진적인 언론이 있는 나라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진 않았을 겁니다. 물론 정부가 이런 식의 비밀주의를 선택하지도 않았겠죠. 이런 나쁜 언론들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많은 시민들이 자구책을 강구했어요. SNS로 정보가 다 퍼졌잖아요. 일반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각자 찾아 헤매면서 판단해야 했던 게 참 웃긴 상황이죠. 죄송합니다. 저희라도 더 잘하겠습니다.(웃음)

 

<뉴스타파>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한 앞으로는 TV나 방송국이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김진혁: 모든 매체는 그 자체로 영향력을 갖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과 공유한다는 안도감 형성을 통해 느끼는 만족감도 크거든요. 현재 <뉴스타파>가 그런 측면에 있어서는 좀 더 광범위하게 대중에게 전파를 쏘는 매체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누구나 알듯 앞으로 언론은 인터넷, 독립 언론 등으로 분리가 될 것이거든요. 결국 방송이 지금 상태로 유지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형태로 가게 된다면 <뉴스타파> 같은 매체는 훨씬 유리한 지점을 형성하게 되어 있죠. 콘텐츠의 질을 꾸준히 개발하고, 그 틈에 의외의 대박이 들어간다면 <뉴스타파>에게 분명히 가능성은 있고요. 이 사실을 기존 거대 방송사들이 모르지 않기 때문에 경쟁하는 데 있어 유통과 콘텐츠 질이라는 면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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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김진혁 저/뉴스타파 기획 | 문학동네
『5분』은 [지식채널ⓔ]를 기획하고 연출한 김진혁 피디가 EBS를 퇴사한 후,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통해 선보인 [김진혁의 5minutes]를 엮은 책이다. ‘감성지식’이라는 방송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5분’ 간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을 시청자들에게 제시했던 그가, 이번에는 사회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도망갈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던, 진실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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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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