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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는 24시간 문을 여는 서점이 있다

『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 최창근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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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아본 사람처럼 즐기는... 책으로 떠나는 타이베이 인문 답사’라는 주제로 저자가 살면서 경험한 대만과 타이베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2013년 <꽃보다 할배 : 대만편>은 대만에 대한 여행 로망을 불 지피게 만들었다. 특히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인 수도 타이베이는 큰 관심을 받았다. 더구나 한국과 대만은 역사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편으로 완연히 다른 지점도 갖고 있다. 일본의 식민통치와 서로 다른 이념으로 인한 분단, 성공적인 경제 개발의 역사 등을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 한편 한국과 대만 사람들의 삶은 분명히 다른 속도와 형태를 지니고 있다.

 

“소박하지만 밝은 타이베이 사람들의 삶은 여유가 넘친다. 서울에서의 삶이 ‘프레스토(Presto)’라면, 타이베이에서는 ‘라르고(Largo)’다. 무엇을 하든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이런 더운 지방 특유의 느릿함과 중화권 특유의 ‘만만디(慢慢的)’ 문화의 선율이 연주하는 변주곡의 템포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다. 다만 서울에서의 삶의 템포가 세계 평균보다 상당히 빠르고, 타이베이의 그것이 조금 느리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못 견딜 수준은 아니다.”(35쪽)

 

지난 7월 13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는 『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 출간기념으로 최창근 저자와 독자들이 만나는 시간이 마련됐다. ‘오래 살아본 사람처럼 즐기는... 책으로 떠나는 타이베이 인문 답사’라는 주제로 저자가 살면서 경험한 대만과 타이베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대만 유학생으로 2009~2012년에 타이베이에 머물렀고,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대만, 우리가 잠시 잊은 가까운 이웃』 등의 대만 관련 책을 냈었고, 이번에 세 번째 책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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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여유로운 타이베이

 

대만은 국민소득이 한국과 비슷하다. 저자가 본 대만 사람들은 가족을 중시하고 일을 많이 하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시한다. 저자가 공부하면서 머문 타이베이의 야경은 굉장히 화려하다. 그런데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낡은 집이 많다고 한다. 첨단 빌딩과 오래된 집이 공존하고,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곳이 타이베이다. 그래서 너무 빨리 바뀌는 서울과는 그 외관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

 

“서울이 옛날 것이 없고 빨리 바뀌고 영혼이 없는 도시 같다면 타이베이는 다르다. 도시 한복판이나 도심에서도 오래된 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타이베이의 가장 번화한 ‘신천지’라는 곳이 있는데 오래된 집과 공존한다. 타이베이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옛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타이베이 거리를 거닐다 보면 실망을 많이 한다. 미적으로는 별로 아름답지 않다. 건물이나 빌딩이 오래된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베이가 옛것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 대만 사람들은 낡았다고 부수고 새로운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민간 신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데 집을 부수거나 새로 지으면 수호신이나 토지신이 노해서 화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셋째, 기후 탓이다. 아열대 기후로서 비가 자주 오다보니 대만 사람들은 건물 외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만 사람들 성향을 보면 우리나라가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 멋부리는 스타일)’라고 한다면 겉보다는 내실에 더 신경을 쓴다. 밖은 허름해도 안에 들어가면 잘 꾸며져 있는 경우도 많다. 낭비나 사치를 하지 않는다. 서울에는 피맛골을 없애고 그밖에도 다른 정겨운 골목을 없애고 고층 빌딩을 올린다. 옛 추억이나 정서가 사라져서 아쉽다. 그러나 타이베이 뒷골목은 피맛골 느낌이 난다. 우리는 역세권이나 지하철이 지나가면 부동산값 올라간다고 좋아하나 대만 사람들은 다르다. 전철이 통과하는 것을 반대하고 투쟁한다.”

 

타이베이는 그런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밝기보다는 칙칙한 느낌을 준다. 타이베이를 수채화로 그리면 회색빛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특히 11월부터 1월까지 우기로서 자주 비가 온다. 이런 대만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라면 저자는 서점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서점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작은 서점이 동네 곳곳에서 동네의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 24시간 영업을 하는 대형서점도 있는데, 타임지가 뽑은 최고의 서점인 청핀서점(청핀슈띠엔, 誠品書店)이 그 주인공이다. 이 서점의 회장이 문화에 관심이 많은 덕분에 금전상 손해를 보는데도 대만 사람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24시간 잠들지 않은 서점으로 영업하고 있다. 이곳은 대만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타이베이에는 무엇보다 서울에선 이제 볼 수 없는 서점 거리가 있다. 중앙역 근처에 대만을 대표하는 30여개의 크고 작은 서점이 줄을 서서 종합서적뿐 아니라 무술전문서점 등 전문화된 서점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고 있단다. 동네서점들이 고사 직전인 서울의 풍경과는 다르다.

 

“처음에 대만에 살면서 한발 물러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서울에서 삶의 속도에 지친 사람은 타이베이에 가면 편안하고 느긋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타이베이의 삶이 여유롭다고 말하지만 대만에 처음 가서는 매일 같이 화가 났었다(웃음).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할 때 시간이 엄청 걸리더라. 대만 사람들은 느리고 꼼꼼하게 본다. 만만디를 한국에선 나쁘게 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어로 ‘slowly but surely(느리지만 확실하게)’라고 표현할 수 있다. 타이베이에서 아침을 먹는 것도 좋다. 허름한 가게들이 곳곳에 있는데, 이곳에서 아침을 먹어보라. 우리는 의식주라고 표현하나 중국이나 대만 사람들은 ‘식의주’라고 표현하는데, 타이베이가 어떤 도시인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열쇠말이다. 그만큼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오늘날 타이베이도 천국, 그중에서도 ‘미식(美食) 천국’이다. 타이베이에서는 대만 고유의 미식뿐만 아니라, 중국 각지,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두루 맛볼 수 있다.”(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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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역사를 맛보고 싶다면

 

저자는 타이베이에 간다면 5000년 중국역사가 살아 숨 쉬는 ‘국립고궁박물원’을 가볼 것을 권했다. 이 박물원은 세 가지 상징성을 갖고 있다. 즉 중국 근대화, 중화 전통 계승, 양안 분단 등이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근대의 상징으로 각종 유물을 모아 국력을 과시하고, 프랑스 루브르박물관도 그런 역할을 했다면 대만은 1925년 고궁박물원을 만들어 5000년 중화 문명을 과시했다. 그런데 중국의 베이징도 아닌 왜 대만의 타이베이였을까.

 

“1912년 청나라가 망하고 1945년 일본 패망 후 장제스와 마오쩌뚱이 새로운 중국이 어떻게 갈 것인가를 놓고 협상을 했으나 그것이 잘 안 되고 국ㆍ공내전이 벌어진다. 1949년 대만으로 갈라지고 타이베이에 국립고궁박물원이 지어졌다. 이곳의 대표적인 유물로 금으로 만든 배추가 있고 황제의 장난감 컬렉션도 있다. 백자로 만든 베게도 있다.”

 

“국립고궁박물원은 1949년 이후 분단된 양안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본래 베이징 고궁(자금성)의 유물 중 약 1/4은 대만으로 건너왔지만, 나머지 3/4은 본토에 남아 이산가족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는 작품 자체가 쪼개어져 한쪽은 중국에 다른 한쪽은 대만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46쪽) 

 

이어 저자는 <송가황조>(1997)라는 영화를 꺼냈다. 중국 현대사를 풍미한 중요한 인물인 송씨 세 자매를 다룬 영화로 양자경(쑹아이링ㆍ송애령), 장만옥(쑹칭링ㆍ송경령), 오군매(쑹메이링ㆍ송미령)가 세 자매로 분했었다. 이 자매의 아버지(송가수)는 부유한 사업가로 세 딸은 각기 돈, 중국, 권력를 상징했다. 첫째는 대은행가와 결혼했고, 둘째는 쑨원(손문)과 결혼해서 최초의 퍼스트레이디가 됐으며, 셋째는 장제스(장개석)와 결혼해서 권력을 쥐었다.

 

“첫째는 평은 좋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친구와 결혼한 둘째는 삼민주의를 주창한 새로운 중국의 이정표를 제시한 쑨원과 결혼했다. 타이베이에 가면 ‘국부기념관’이 있고 쑨원은 중국과 대만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쑨원의 후계자가 장제스였는데, 셋째 쑹메이링은 그와 결혼했다. 쑹메이링은 1975년 장제스가 세상을 떠난 뒤 5년 후 타이베이 시내에 장제스 기념상을 만들었다.”

 

저자는 대만과 관련한 영화를 언급했다. 우선 <시디그 발레>. 대만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시대극으로 1930년대 일본제국주의에 반대해 게릴라전을 펼쳤던 대만 원주민 시디그 족의 슬픈 역사와 실화를 다뤘다. 대만을 구성하고 있는 원주민, 민남인, 객가인, 외성인 가운데 대만에 원래 살던 주민이자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이 인디언과 마찬가지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데, 그것을 살렸다. 

 

“개척 혹은 개발이라는 역사의 이면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밀려나야만 하는 ‘원주민’의 슬픈 역사가 있게 마련이다. 이는 대만 섬에서도 마찬가지도 청대 대만 섬이 중국에 복속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족의 이주로 인해, 원래 대만 섬의 주인이었던 대만 원주민은 조상이 물려준 터전을 이주민에게 내어주고 차츰차츰 산지로 밀려나야만 했다. 여기에 한족과의 통혼으로 유전적 정체성마저 점점 희미해져, ‘대만 원주민’이라는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104쪽)

 

<타이페이 카페스토리>. 계륜미 주연의 영화로 타이베이에 독특한 콘셉트로 운영하는 카페의 이야기를 다뤘다. 저자에 의하면 작지만 개성 있는 커피전문점이 타이베이 곳곳에 있는데, 타이베이는 세계10대 커피도시 중 하나라는 것. 쿠바 아바나, 포르투갈 리스본, 호주 멜버른, 노르웨이 오슬로, 미국 포클랜드, 미국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오스트리아 빈, 브라질 상파울루가 나머지다.

 

“대만에는 예쁜 카페가 많다. 한국에는 개성 없이 프랜차이즈가 장악했는데, <꽃보다 할배>를 보면 대만 사범대학 근처의 예쁜 카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옛날 건물을 활용한 카페를 비롯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들도 많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도시 단수이도 좋은데, 밤이 되면 아주 좋은 야경을 자랑한다. 사랑의 항구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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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왜 대만을 선택했는지 듣고 싶다. 3년 동안 대만에서 살아보니 어땠나?

 

오래 전부터 대만과 중국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했었는데, 우연히 대만 대표부와 인연을 맺게 됐었다. 그런데 간혹 내 성적과 함께 졸업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더라. 대학원에 가서 석사를 마치고 싶다고 했더니 대만에서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더라. 덕분에 좋은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고 대만에 가게 됐다. 대만에 가서 살면서 여유 있게 사는 것을 배웠다.

 

<비정성시>를 보면 대만의 슬픈 역사를 알 수 있는데, 초반에 일본이 패망하고 물러나면서 대만 사람들이 일본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우리와 다른 것도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듣고 싶다.

 

국민당에서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 외에는 일본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이 한국과 달리 대만을 온건하게 통치했다. 중국은 싫어하면서 일본은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만의 전 총통인 리덩후이(이등휘)총통은 1923년에 태어난 사람인데, “나는 정신세계는 일본 사람인데, 식민지 대만에 태어나 비애를 느낀다”는 말을 했었다. 그는 또 히로히토 국왕이 죽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낀다거나 총통 퇴임 후 일본에서 살고 싶다는 얘기도 했는데, 실제로 퇴임 후에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기도 했다. 2010년에 대만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센카쿠 열도를 놓고 일본 땅이 맞다면서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참 놀라웠다. 

 

중국은 대만과 통일을 호시탐탐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만 내에서도 정치 체계가 친중과 반중으로 나뉠 것 같은데, 현재 대만의 분위기나 중국과의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다.
 
대만에는 양대 정당인 국민당과 민진당이 있다. 지금은 국민당 정부가 정권을 잡고 있다. 국민당은 친중, 민진단은 친일에 가깝다. 중국과 통일하는 것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면 대만 사람의 70% 이상은 현상 유지를 원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도 ‘일국양제’(중국이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를 공존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중국의 홍콩 통치 원칙이자 대만 통일 원칙이기도 하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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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 최창근 저 | 리수
타이베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대도시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유럽의 고도(古都)와 같은 예스러움이 있는 도시도 아니고, 마천루가 즐비한 화려한 도시도 아니다. 탄탄한 경제 대국의 수도라는 명성에 비하여 겉모습은 밋밋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타이베이는 이렇듯 외국인에게 자칫 실망감을 줄 수도 있는 도시지만, 《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는 타이베이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껴야 하는지 그 차별점을 확실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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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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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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