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김영진 “아빠도 나 잠자는 거 봐? 이걸 묻더래요”

그림책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저자 엄마 아빠도, 아이도 표현하지 않으면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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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도 좋을 그림책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의 작가 김영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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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하루도 네가 보내는 하루와 다르지 않아


부모들은 간혹 생각한다. “내 아이는 왜 당연한 걸 물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길 때는 한 번 입장을 바꿔보자. 7살, 5살 아이의 마음으로. 그림책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의 실제 주인공은 저자 김영진의 조카 ‘은비’와 둘째 아들 ‘그린’이다. 김영진 작가는 워킹맘인 누나와 조카를 보면서 그림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도 어릴 때 어머니가 직장을 다니셨어요. 그래서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많았는데, 누나가 또 워킹맘이 되고 보니 짠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누나도 자기 어렸을 때가 생각날 테고. 또 아이들은 아빠, 엄마가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고 하루를 보내는지 잘 모르잖아요. 책을 통해 아이와 엄마, 아빠의 하루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해 주고 싶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어딘가에 가서 밥을 먹고 놀면서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하듯이, 엄마 아빠는 너를 두 배로 보고 싶어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펼치면 왼쪽 면에는 회사에서 일하는 엄마의 하루가, 오른쪽 면에는 유치원 생활을 하는 은비의 하루가 나란히 그려져 있다. 저자는 다른 곳에 있지만 서로를 보고 싶어하는 은비와 엄마의 마음을 예쁜 그림으로 표현했다. 김영진 작가의 아내는 남편의 모든 작품 중에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가장 좋은 책으로 꼽았다. “어떻게 엄마들의 이런 마음을 알았어?”라고 놀라워했단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는 김영진 작가의 작품 중에서 초판 판매 속도가 가장 높았던 책이기도 하다.

 

올해 4월에 출간된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는 실제 9살, 7살 두 아이의 ‘아빠’인 김영진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표현된 작품이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유치원도 작가의 둘째 아들, 그린이가 다니고 있는 곳을 취재해 그렸다.

 

“유치원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린이의 등원부터 하원까지, 모든 시간을 함께했어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었죠. 식사를 배식 받는 것도 보고 자기네들끼리 체육관에서 놀면서 경쟁하는 모습도 봤는데, 되게 재밌더라고요. 책에서 그린이가 가족 소개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도 실제 집에서 같이 발표 준비를 했던 걸 묘사한 거예요.”

 

아빠의 그림책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책 속 주인공 그린이는 “아빠, 내가 정말 밤에 저런 모습으로 자?”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단다.

 

“그나마 순화된 모습으로 그린 건데, 믿어지지가 안 나봐요(웃음). 제가 작업이 바쁠 때면 그린이를 하원 시키고 다시 작업실로 나가거든요. 늦게까지 작업하다 새벽 1시쯤 집에 들어가는데, 항상 아이들 방 문을 열어봐요. 잘 자고 있나. 윗옷이 배 위까지 올라와 있으면 이불도 다시 덮어주고 그래요.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때마다 뭔가 뭉클한,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애들은 그걸 모르나 봐요. 자고 있으니까.”

 

김영진 작가는 집필에 들어가면서, 32쪽에 그려진 ‘아빠가 회사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그린이를 생각하는 장면’을 최종 목적지로 두고 그림을 그렸다. 전면에 그려진 그림 아래에는 단 두 문장만 썼다. “아빠는 그린이가 보고 싶었어요.”, “그린이는 아빠가 보고 싶었어요.” 김영진 작가는 “붙어 있을 때도 느끼지만, 떨어져 있을 때의 사랑이 크잖아요. 서로 보고 싶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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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도, 아이도 표현하지 않으면 몰라요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읽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아빠도 나 잠자는 거 봐? 이불도 덮어주고 뽀뽀해 줘?”

 

“엄마 아빠에게는 당연한 일상인데 아이들은 모른다는 거죠.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가 나왔을 때, 제가 와이프 친구한테 선물했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 분이 아이한테 이런 말을 들었대요. ‘엄마도 나 유치원 다닐 때 회사에서 내 생각했어?’라고.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억울했대요. 분통이 터지고. 일하면서도 틈틈이 계속 아이 생각하고, 집에서 전화가 오면 깜짝 놀라고, 그렇게 키웠는데 이런 말을 들었으니 서운했겠죠. 아이도 부모도 표현을 안 하면 모르는 것 같아요. 많이들 사랑을 표현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두 편의 그림책을 만들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엄마 편을 그릴 때는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됐고, 아빠 편을 그릴 때는 현실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김영진 작가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아빠지만, 1년 동안은 사랑을 더 살뜰히 표현하려고 했다.

 

“엄마 편을 쓰고 있을 때, 두 아이를 한 명씩 세워놓고 꼭 안아주면서 ‘네가 있어서 아빠는 정말 행복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상상할 수 없을 거야. 너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줬거든요? 그랬더니 둘째가 저를 3초 동안 가만히 쳐다보더니 저를 안아주더라고요. 제가 분석한 바로는 ‘이 아빠가 거짓말을 하나 안 하나’ 생각하다가 거짓말이 아닌 것 같으니까 안아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폭 아이한테 안겼어요(웃음). 애가 나를 키우는 건지, 내가 애를 키우는 건지 모르겠어요.”

 

일을 하다 힘들 때면 ‘아 내가 왜 이걸 이렇게 열심히 해야 하지?’ 싶다가도, 아이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힘이 난다”는 김영진 작가. 모든 아빠들의 마음도 같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영진 작가는 종종 초등학교에 특강 강사로 초대된다. 외출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어린이들을 만나는 행사는 웬일인지 자꾸만 수락하게 된다.

 

“솔직히 밖으로 나다니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어린이 대상의 강연은 웬만하면 거절을 못하겠어요. 막상 당일 아침이 되면 되게 귀찮은데, 또 강연을 하고 올라오는 길은 기분이 좋아요(웃음). 아이들한테는 그림책 작가가 신기한 직업이잖아요. 강연을 끝내고 사인을 해주면서 그림도 하나씩 그려주면 애들이 되게 좋아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고(웃음). 가능하면 질문도 몇 개씩 물어봐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한테는 좋은 추억 거리가 될 것 같아서요.”

 

‘아빠 그림책 작가’ 김영진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의심인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 의심 많이 했거든요. 엄마 아빠가 정말로 나를 사랑하나? 좋아하고 예뻐하는 건 알지만, 바빠서 무관심해졌을 때는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지를 계속 의심했던 것 같아요. 지금 아이들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요. 말 그대로 아이들도 어른이 돼봐야 알겠지만, 의심을 덜했으면 좋겠어요.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모두 의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의심을 좀 줄여주는 일? 그게 엄마 아빠가 해줘야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편안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근육주사를 맞은 것처럼 힘이 난다”는 김영진 작가의 마지막 말은 꽤 의미심장했다. “엄마 아빠의 사랑에서 믿음이 생기면, 앞으로 걸어갈 때 옆은 바라보지만 뒤를 쳐다볼 필요는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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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그림책 작가’ 김영진에게 묻다

 

 

어릴 적, 작가님은 어떤 책을 읽었나요?


지금처럼 그림책이 많은 시대가 아니었어요. 한 페이지에 글과 그림이 나오는 책들이 많았죠. 초등학교 때 엄마가 직장에 나가시면 집에서 혼자 책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로빈슨 크루소』도 기억이 나고 『톰소여의 모험』 같은 책은 여러 번 봤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어떻게 그리셨나요?

 

3편 『손톱 깨물기』를 그릴 때, 제가 아빠가 됐어요. 그래서 더욱 실감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의 웃는 표정, 우는 표정이 고스란히 그 책 속에 녹아 있어요. 어떻게 저렇게 서럽게 울까?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렸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이 그림책이 사랑 받는 걸 보면, 제가 아빠의 마음으로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책 작가가 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그림책을 많이 보는 것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음악을 많이 듣듯 그림책을 많이 봐야 해요. 그리고 보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꼼꼼히 분석하며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림책은 한 장의 그림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16~20장의 그림으로 엮여 있으니까, 그 얼개를 어떻게 엮었는지 등을 분석하면서 읽으면 많은 공부가 될 겁니다.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려야 하는 직업이니, 다양한 책들을 많이 읽고 사물들을 관찰하는 습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책이나 관찰 속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재밌게 읽어주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특별한 건 없어요. 그냥 읽어주는데요. 책상다리를 하고 아이 몸을 제 몸에 최대한 밀착해서 그림책을 읽어줘요. 심장소리를 느끼면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집중을 안 할 때는 간지럽히기도 하고 그래요. 아이들은 보통 한 책을 여러 번 읽는 걸 좋아하는데, 맨날 똑같이 읽어주면 재미없으니까 톤을 조금 변화시키면서 읽어주기도 해요.

 

아빠가 되지 않았더라도 지금까지 그림책을 만들었을까요?

 

그림책을 만드는 일은 계속해서 했을 거예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제가 그림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아이가 있고 없고는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아마 제가 아빠가 되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도 절대 나오지 못했을 거고요.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요?


계속 고민 중이에요. 다른 아빠들보다는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 또 상대적으로 화를 내는 시간도 증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과연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게 무조건 좋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앞으로 들어갈 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즘 교육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관련 책들을 많이 보고 있어요. 피상적으로만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찾아 읽고 있는데 확실히 도움은 되네요.

 

부모 독자, 아이 독자들 모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딱 하나에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서로 사랑을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만들면서 실제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했는데요. 독자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후속작이 궁금해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좀 달라지는데, 그 전까지는 물건을 자꾸만 잃어버려요. 찾아달라고 하면 결국 찾긴 하는데, 꼭 못 찾는 물건들이 있어요. 과연 그 물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게 아이디어에요. 여기에서 좀 더 발전시켜서 ‘나도 무언가 잃어버린 게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글은 거의 다 썼는데 이제 그림을 그릴 차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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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김영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아빠는 그린이를 보는 것만으로 얼굴이 환해졌지만, 그린이는 아니었어요. 벌써 며칠째 그린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했다가 그린이가 잠든 뒤에야 퇴근한 아빠였으니까요. 아빠가 오늘은 꼭 일찍 오기로 약속하고 나서야 그린이 얼굴도 환해졌어요. 그린이와 아빠는 하루 종일 누가 서로를 더 많이 생각하는지 세어 보기로도 했지요. 오랜만에 기분 좋게 시작된 그린이와 아빠의 하루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아빠는 그린이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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