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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아빠가 읽을 만한 그림책이 없어 그렸죠”

두 번째 그림책 낸 웹툰작가 강풀 『얼음 땡!』은 모두가 소중하다는 걸 일깨우는 동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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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웹툰 작가 강풀이 두 번째 그림책을 냈다. 웹툰 연재만으로도 힘이 부칠 법한데, 벌써 두 번째 그림책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아버지로서의 사명감. 강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웹툰 작가 강풀. 그를 설명하기 위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순정만화』에서부터 최근작 『마녀』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은 폭넓은 연령대에 걸쳐 사랑을 받았다. 그의 작품을 열거하자면 『아파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어게인』, 『타이밍』 등 끝이 없는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풀 작품 하나 정도는 봤을 정도로 웹툰계에서 그의 입지는 확고하다.
 
웹툰계의 조상으로 불리는 강풀 작가가 두 번째 그림책을 냈다. 강풀의 만화는 스토리가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자연스레 분량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강풀은 매년 1편씩 연재를 계속해왔다. 웹툰 연재만으로도 벅찰 텐데, 그림책을 만들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여기서 부성의 위대함이 나온다. 엄마도 위대하지만, 아빠도 대단하다. 강풀 작가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그는 한 가지 결심했다. 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매년 한 권씩 내기로. 그렇게 나온 첫 번째 작품이 『안녕, 친구야』이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두 번째 그림책 제목은 『얼음 땡!』이다. 아이와 보낸 시간이 쌓이면서, 작가가 그리는 두 번째 책에 거는 기대가 커서인지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얼음 땡!』은 아버지를 위한 그림책이다. 강풀은 육아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줬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읽을 그림책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속 화자가 거의 엄마였던 까닭이다. 그래서 『얼음 땡!』은 아빠가 아이와 읽어나가기에 좋게 만들어졌다. 강풀 작가의 전매특허인 탄탄한 스토리도 짧은 분량 속에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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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로서 솔직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


이번이 두 번째 그림책인데, 첫 번째 책이었던 『안녕, 친구야』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안녕, 친구야』를 만들 때는 아이가 생겼는데, 첫 애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태교를 같이 하고 싶어서 태교의 한 방법으로 책을 쓰기로 했어요. 책을 선물하고 싶기도 했고요. 7년 만에 생긴 아이니까 귀한 아이였거든요. 그림 그리는 게 직업이니, 그림책을 그리고자 무조건 시작했어요. 첫 번째 책을 그릴 때는 아이가 태어나면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지,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다소 막연했어요. 정말 기적처럼 『안녕, 친구야』 발간일이 1월 14일인데, 아이 생일과 맞아떨어졌어요.

 

『얼음 땡!』은 육아를 1년 정도 한 뒤에 만든 책이죠. “이 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지?” 하면서 그리게 됐어요. 『안녕, 친구야』를 그려 보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매년 한 편씩 내야겠다고 결심을 했어요. 다만 그 기간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럼 7권이죠.


만약에 둘째가 태어난다면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아내와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생길지 안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생겨도 그냥 7권으로 끝내려고요. 14권은 너무 힘들어요. (웃음)


『얼음 땡!』이 골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많이 자라면서, 골목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경우도 많을 텐데요. 이야기의 배경을 골목으로 설정한 이유는?


골목이라는 설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집에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 편인데요. 아이도 지금은 책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엄마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대부분이에요. 아이가 물리적으로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아빠가 읽어줄 수 있는 책이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주변 친구나 형들을 봐도, 아빠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걸 굉장히 어색해해요. 그래서 아빠가 아이에게 읽어줄 동화책을 고민하다 보니, 결국은 자기가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하게 되더군요. 다른 아빠들도 이런 이야기라면 아이에게 쉽게 읽을 것 같았어요. 골목에서 얼음 땡 했던 경험을 대부분 갖고 있으니까요. 저희 어렸을 때는 골목도 많았고, 친구와 자주 어울려 놀았잖아요. 이야기가 이렇게 나온 거죠.


동화책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잖아요.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 달리기 빠른 아이, 키 크고 용감한 아이, 덩치 크고 힘센 아이, 그리고 깍두기까지요. 선생님도 여기 등장하는 많은 아이 중 한 명인가요?


여기서는 완벽하게 나와 닮은 모습이 있지는 않아요. 등장인물은 떠올렸던 친구들이고, 깍두기와 함께 놀았던 기억이 많이 났어요. 보통 깍두기가 나이가 어리거나, 누구 동생이거나, 힘이 약한 애들이잖아요. 저는 물론 그렇게까지 힘이 약하진 않았어요. (웃음) 생각해 보면, 그런 애들을 따돌리지 않고 같이 놀았어요.

 
깍두기가 상징하는 ‘사소한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동화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따 문제를 에둘러 표현하신 것 같기도 하고요. 아이가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뭐야?’라고 아빠에게 물어본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깍두기가 결국 아이에게 큰 도움을 주잖아요. 아빠도 어렸을 때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보통 아빠들이 아이에게 이야기할 때 자신의 과거를 멋있게 포장하거든요. 솔직히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나이가 조금 들고 나서는 잘 못 어울렸거든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 나이가 드니까 놀 때도 돈이 필요하잖아요. 예를 들어 중학생 때 피자가게가 생겼는데 거기 갈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당시에 제가 넉넉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못 어울렸던 기억이 나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놀란 게 있어요. 어른들이 못 보는 걸 봐요. 놀라울 정도로 잘 봐요. 『얼음 땡!』에 다른 이야기도 숨겨뒀는데 아이는 알아차려요. 책 속에 고양이, 쥐가 있는데 이런 걸 아이들은 다 찾아내고요. 만화를 10년 넘게 했지만, 성인 독자들이 이런 걸 잘 못 찾아내던데, 신기했죠.


아빠가 되었다고 작품이 변하지는 않아


올해 1월에 있었던 『마녀』 북토크 때 육아에 전념하고 근황을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오늘도 아이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아침 6시까지 안 잤어요. (웃음) 그런데 조심해야 할 말이 뭐냐면 육아를 “돕고 있다”라고 말하면 안 돼요. 함께하는 거죠. 돕고 있다고 말하면 이미 육아가 여자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게 마음속에 있다는 의미에요. 물론 아빠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있긴 해요. 그건 아이와 엄마 관계가 워낙 절대적이라 그렇죠. 아무튼 아이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다른 아빠와 다르게, 시간을 낼 수 있는 프리랜서다 보니, 많이 함께 있어요. 재밌기도 하고 힘들죠.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빨리 커서, 이 시기가 너무 빨리 지나가 가끔은 아쉽기도 해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아빠 된 지가 2년이 채 안 되어서. 구체적인 목표는 없어요. 지금은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다만, 우리 애가 개인적인 애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기적인 아이가 아니라 개인적인 아이요. 다른 사람이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할 때, 혼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데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의견은 확실히 밝히는 아이요. 그렇게 살면 힘든 시기가 올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순간에는 제가 도움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나온 뒤, 사람이 변하지 않나요. 혹시 작품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만화에는 영향이 없어요. 영향이 없길 바랐고요. 혹시 그림책을 안 그렸다면 영향이 있었을 텐데, 아이가 읽을 책은 따로 생각해요. 나는 나고, 아이는 아이잖아요.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작품이 바뀌길 바라진 않았어요. 만화가가 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게 육아 만화를 그린다는 식인데요. 저도 그림책을 안 그렸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림책을 그리면서 내 일은 내 일대로 할 수 있죠. 만화는 매년 1편씩, 그림책도 매년 1권씩 쓸 거예요.


평소 소신 있는 발언으로 좌풀, 이라는 별명도 있는데요. 아빠가 되면서 이런 쪽에도 변화가 없을까요.


오히려 더 소신이 생기지 않을까요. 아직은 아기가 어리니까 좌빨, 좌풀 이런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좀 더 자랐을 때 “아빠가 좌풀로 풀린대, 좌빨로 풀린대” 이런 순간이 오면 소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해요. 하지만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서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두려워하는 건 오해일 텐데, 오해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 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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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만화, 흥미 위주의 만화 그리고 싶어


순정물, 좀비물, 『26년』같은 사회적인 작품도 있었는데, 어떤 이야기를 가장 좋아하나요.


상업적 만화가 좋아요. 『26년』같은 사회참여적 만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마녀』라든가 『타이밍』 이런 만화를 좋아해요. 의미 있는 것도 좋지만, 재밌고 많이 읽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죠. 사람들이 내 만화를 읽을 때만큼은 딴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어린 학생들은 『타이밍』을 가장 좋아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상업 만화, 대중 만화, 흥미 위주의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저는 나이가 마흔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작가들은 나이가 들면서 땅에 발붙이는 만화를 그리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그랬지만, 오히려 뻥이 심하고 만화라서 할 수 있는 구라 섞인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반지의 제왕』같은 판타지는 아니고, 상상력을 쓸 수 있는 『마녀』, 『조명가게』같은 작품. 이런 만화를 그리면서 즐거웠어요.


강풀의 작품, 하면 탄탄한 스토리가 떠오르는데요. 스케일이 엄청나게 큰 장기 프로젝트는 계획에 없나요.


없어요. 너무 힘들어요. 다만 『아파트』『타이밍』, 『어게인』에 나왔던 양형식 형사라고 있는데 그 주인공은 만화에 계속 나오게 하고 싶어요. 30화를 연재해도 저는 분량을 길게 그리는 편이라 그리고 나면 항상 4권이 되더라고요. 이 이상으로 늘리고 싶은 생각은 없죠.


『26년』에 매료됐던 팬 중에서는 비슷한 작품을 고대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현재로썬 그런 만화를 그릴 계획이 없어요. 저는 만화를 충동적으로 그린 적은 없어요. 오랫동안 고민하고 그리는데, 현재로썬 그런 고민은 없습니다. 가끔은 걱정돼요. 소재 고갈을 고민하지는 않는데,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어요. 연재기간에는 정말 죽어나거든요. 연재 기간이 넉 달 반, 30화, 주 2회 쉬는데요. 이 기간에는 작업실에 새벽 4시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해요. 하루 20시간 가까이 그리죠. 그러니 이 페이스대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늘 긴장감이 있어요. 아직 할 수 있을 때는 더 재밌는 만화를 그리고 싶죠. 다른 만화를 하면서 시간 보내는 게 아까워요. 저는 대중만화가로, 최대한 많은 작품으로, 매년 작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장 재밌는 만화로 『슬램덩크』를 꼽았는데. 스포츠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그거 언제 다 그려요. (웃음) 사실, 스포츠 제대로 아는 게 없어요. 당구 외에는.


웹툰을 대중화시킨 시초, 장본인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웹툰계의 조상, 삼엽충이라는 별명이 있죠. 웹툰을 시작하려 한 건 아니고, 내 만화를 보여 주려고 온라인에 올렸을 때, 마침 한국에서 웹툰이 시작되던 시기였어요. 운 좋게 첫차를 탔죠. 웹툰은 당시에도 누군가가 하고 있었어요. 다만, 웹 장편 만화는 강풀이 처음 아니겠느냐, 하는 게 정설인데요. 저도 확실한지는 모르겠어요. 『순정만화』가 그 작품인데, 역할을 했다면 했죠. 이전까지만 해도 웹에서는 일상적인 만화, 단편 한두 컷짜리였는데 『순정만화』 이후로 장편만화가 많이 생겼으니까요. 웹에서도 장편 만화가 먹힌다는 걸 알린 게 아니었을까요. 제가 웹툰에서 할 수 있었던 영향은 이 정도고 나머지는 작가마다 다 알아서 하고 있죠.


인터넷 콘텐츠는 항상 무료와 유료 간 긴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웹툰은 연재 기간 무료, 연재 종료 이후 유료로 가는 흐름 같은데요.


그런 긴장은 지금은 많이 해결됐다고 봐요. 웹툰 유료화하는 데, 선두주자가 저였죠. 허영만 선생님 다음에 제가 했으니까. 웹툰이 무료라는 인식을 준 것도 저였고, 유료화 선두주자도 저인 셈이죠. 웹툰이 유료화된 게 2년이 안 됐어요. 10년 넘는 역사 중 최근의 일이죠. 이게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유료화됐을 때, 정말 욕 많이 먹었어요. 작가가 돈을 밝힌다고 비난하는데, 당연히 밝혀야죠. 작가도 직업인데요. 물론 독자 처지에서 보면 예전에는 돈 없이 봤던 걸, 돈 내고 보라는 건데요. 단어가 ‘유료화’라 그렇지, 연재 당시에는 무료고 종료 후 한 달, 두 달 정도 유예 기간을 두고 유료니까 자세히 알면, 반대할 일도 아니에요. 다음뿐만 아니라 네이버도 이렇게 하고 있고요. 독자 인식도 많이 전환됐어요.


완전 유료화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료 사이트가 많이 생겼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로 생각하지만, 지금처럼 종료 이후에 유료와 같은 형식이 오래가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까지 오는 데도 10년 넘게 걸렸거든요. 전 작품 유료화는 아직까지 먼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은?


10월에 연재 들어갈 작품인데, 이것저것 놓고 비교하고 있어요. 아직은 뭘 해야 할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앞으로 써야 할 동화책이 5권 남았습니다. 어떤 책이 나올까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 (웃음) 이번 책도 아무 생각 안 했거든요. 다만, 매년 한 권씩 그리겠다고 다짐했고, 두 번째까지는 지켰으니 매년 그림책 한 권, 만화 한 편은 하고 싶어요.

 

얼음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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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땡! 강풀 글ㆍ그림 | 웅진주니어
강풀 작가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만나게 될 한 사람 한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얼음 땡!을 쓰고 그렸다.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힘든 아빠들이 편하게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아빠가 직접 아이에게 들려주는 구성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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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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