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별까지 7일』을 영화로 만나다
이별을 준비하며, 우리는 다시 가족이 된다
오히려 소설이 <이별까지 7일>이라는 제목에 더 충실하다. 소설에서는 각 가족의 시점을 통해 그들의 속내가 서술된다.
장기불황의 시대를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일본. 버블경제라는 화려했던 전성기가 몰락하면서 사회는 물론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가족마저 붕괴되는 현상을 경험한 젊은세대에게 있어 가족이란, 기성세대란 어떤 의미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영화 <이별까지 7일>의 시사회가 1월 7일 가족 단위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소설과 영화 <이별까지 7일>
작가 하야미 가즈마사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 『이별까지 7일』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행복한 사전>으로 일본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부문을 휩쓴 일본의 젊은 거장 이시이 유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를 맞닥뜨린 나머지 가족들과,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지만 이미 망가져 있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영화와 소설이 같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약간 차이가 있다.
“현실적으로 그려야 관객들이 자기 가족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출은 피하고 싶었다.”는 이시이 유아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제목에서 암시하는 신파적 감성보다는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한 가족의 위기와 문제점을 보여준다. 원제인 ‘우리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이러한 감독의 의도에 더 가깝다.
오히려 소설이 『이별까지 7일』이라는 제목에 더 충실하다. 소설에서는 각 가족의 시점을 통해 그들의 속내가 서술된다. 주택대출금에 허덕이면서도 버블경제 시절 부유함의 상징인 ‘서양식 2층 주택’을 포기하지 못하는 어머니와 엄청난 빚을 끌어안고도 파산 신청을 하지 않는 아버지, 부모를 거울삼아 착실하게 절약하며 살아왔으나 결국 부모의 빚을 껴안게 된 장남, 독립을 했지만 여전히 부모에게 용돈을 막내 등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가족, 특히 두 아들에게 어떻게든 자기 세대가 저지른 과오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어머니의 진심과 사랑이 마지막에 밝혀지면서 독자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을 준다.
엄마의 시한부 판정으로 드러난 부모자식 세대의 갈등 그리고 희망
시사회 후 마련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이자 베스트셀러 『걱정도 습관이다』의 최명기 저자가 작품 안팎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별까지 7일』은 표면적으로는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그동안 이름뿐이었던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고 화해하는 내용이지만, 좀 더 들어가보면 저성장과 빚, 절망이라는 유산을 물려준 기성세대와 그들이 대물림한 짐에 허덕이는 젊은세대가 희망을 찾으려고 애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기성세대의 통렬한 반성이 선행되고, 이에 마음이 움직인 젊은세대(영화에서는 장남, 소설에서는 차남으로 묘사된다)가 절망에서 빠져나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관객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이별까지 7일』의 주인공들과 같은 일을 겪은 관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그 중 ‘삶에 대한 욕망은 여생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강렬한 것’이라는 최명기 저자의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이별까지 7일 하야미 가즈마사 저/김선영 역 | 시공사
서로에게 무심하기만 했던 그들은 최근 심해진 어머니의 기억력 감퇴가 뇌종양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단 7일. 이제 사랑하는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어머니는 그동안 숨겨왔던 가족에 대한 본심을 순진한 아이가 되어 이야기한다. 애써 외면해왔던 가족의 문제들이 하나씩 터져 나오는 한편, 아버지와 두 아들은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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