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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 “아이 인생이 19세에 결정된다는 건, 착각”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펴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 좋은 직업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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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진행한 ‘행복한 진로학교’에 나선 7인의 이야기를 담아,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를 출간했다. 돈과 안정성으로 좋은 직업을 평가하는 지금 이 시대, 학부모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곳보다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정규직”을 꼽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뽑은 좋은 일자리 역시, 30대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업이다. 그러나 이 일자리는 한 해에 2만~3만개에 그친다. 한 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모두 60만여 명. 이 기준에 따르면 90% 이상의 아이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루저(loser)가 된다. 우리는 10%에 미치지 못하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아이들을 입시 전쟁 속으로, 사교육 시장 가운데 집어넣어야 할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좋은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행복한 진로학교’를 열었다. 지난해 진로학교 강단에 선 주인공은 만화가 윤태호,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 김현수 성장학교 별 설립자, 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획관리본부장, 고원형 아름다움 배움 대표, 강도현 카페바인 운영자 등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우리 아이들이 어떠한 목표를 갖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지 쉽게 깨닫게 된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섰던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13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좋은교사운동 대표로 활동하다 2008년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시작했다. 7명의 강연자 모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 돈과 안정성을 따라 선택한 직업이 아니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해 열심히 하다 보니, 전문성이 생겼고 안정성이 뒤따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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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직업 선택의 기준이 아니라 결과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기획한 ‘행복한 진로학교’ 강연자 7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진로학교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진로를 생각할 때, 막막해하고 불안해 한다. 진로에 대한 강의를 많이 듣는데, 얻는 정보들이 시원한 마음을 주는 게 아니라 더 큰 갈증을 준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진로가 한 줄 세우기였다면 요즘은 여러 선택이 있다. 한 줄일 때는 정보를 알기 쉬웠는데, 여러 줄이 생기다 보니 부모들이 더 힘들어졌다. 자녀들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좋은 일자리를 갖기를 바라는데, 불안과 연결되다 보니 돈과 안정성을 보장받는 직업을 추천한다. 하지만 사회가 말하는 좋은 일자리인 30대 대기업, 공기업, 금융업은 단 10%의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은 자신의 적성에 맞으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직업이 좋은 일자리라는 폭력적 기준을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내면화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미생』으로 인기를 얻은 윤태호 작가는 꽤 오랜 습작기를 거쳐 만화가가 됐고, 『골목사장 분투기』를 집필한 강도현 ‘카페바인’ 운영자는 펀드매니저로 억대 연봉을 받다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를 느끼고 현재 소셜카페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강연자로 나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을 바꿨거나 정체기가 있었던 경우다.


7명 강연자들 모두, 처음부터 천직을 찾은 케이스가 아니다. 짧지 않은 시간을 통해 탐색과정을 거쳤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진로에 변화를 준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 되었는지를 깨달은 분들이다.

 

저자 또한 13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다, 교육운동에 뛰어들었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나?


교사생활을 하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 가운데, 교사가 잘못해서 생긴 문제들에 대해 응답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교사운동에 참여했는데 일이 많아지면서 휴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퇴직하게 됐다. 어떤 운동이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운동의 깃발을 든 사람이 자기를 헌신해야 한다. 헌신이 없으면 그 속에서 에너지가 팽창될 수 없다. 나는 밖에서 안전하게 있으면서 누군가를 대리인으로 세워서 운동을 하면 누가 힘을 쏟고 투신을 하겠나? 그런 마음으로 시민활동을 하다가, 우리 교육에 있어서 교사를 바꾸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입시, 사교육 문제라는 걸 깨닫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시작하게 됐다.

 

책 서문에서 밝혔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돈’과 ‘안정성’을 좇는다.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했을 지라도 안정적이지 않는 환경이라면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추천할 때도 직업적 안정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진로 선택에 있어서 생활의 안정성이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좋은 일자리에서 말하는 ‘안정성’을 직업 선택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사람이 살아갈 때,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면서 보낸다. 때문에 일하는 기쁨을 얼만큼 얻을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해서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전문성을 갖게 된다. 한 곳에서 꾸준하게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면, 전문성이 생기고 그 직종에서 우대를 받는다.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 일이 재밌어서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전문성이 생긴 거다. 이처럼 직업 선택의 결과로서 안정성을 생각하면, 자신에게 맞는 좋은 일자리를 선택하게 되고 전문성을 얻어 그 속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니 안정성도 당연히 뒤따라 온다.

 

강연자들의 생각 속에 가장 큰 공통점은 무엇이었나?


사회에 대한 공헌의식이다. 자신의 일자리를 이야기할 때, 기본적으로 이 직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신이 있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직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너무 희박하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다 보니, 자기 이익의 확장을 끝내고 나면, 노동의 의미를 찾지 못해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탐한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직업들 가운데 사회에 역기능을 행사하는 일이 아닌 한, 자신의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직업이다. 의사라면 환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고, 건축가라면 좋은 다리를 만들어 사고를 방지하는 것, 기자라면 진실을 보도해 사회정의에 기여하는 것이다. 직업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을 드러내고 그것에 합당하게 일하다 보면, 결국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유익한 일이 된다. 강연자 분들은 모두 이런 의식이 자신의 직업 가운데 깔려 있었다.

 

제목 또한 인상적이다.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요즘은 아이들도 돈, 생계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크다. 돈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듣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대기업에 다니지 않으면 굶어 죽나? 중소기업에 다니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나? 그렇지 않다.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전문성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안정성도 찾아온다. 그 안정성이라는 게 월급 1천만 원을 받아야 생기는 게 아니다. 2백만 원을 받더라도 나는 이것으로 독립한다고 생각하면, 이게 독립이다. 사실 독립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남에게 돈을 꾸지 않고 내가 생각한 기준에 따라서 먹고 살면서 자립하면, 독립이다. 독립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을수록 독립을 잘한다. 꼭 뷔페를 먹지 않고 자장면을 먹어도 만족할 수 있다면, 독립의 가능성은 높다. 자기 삶을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수록 독립의 가능성이 높다. 흥미롭게도 자신의 직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식이 높은 사람일수록, 공공의식이 있는 사람일수록 검소하고 소박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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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일에 몰두하는 순간


청소년 멘토링 사업을 하고 있는 고원형 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나를 나로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유교의 체면문화 영향을 많이 받아 왔고, 수십 년 동안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 왔다. ‘내 삶을 얼마나 질감 있게 사느냐’에 따라 만족을 하면 되는데, 지인, 친척, 이웃과 비교해서 내가 어떤지, 우리 아들이 어떤지를 따져가며 만족감을 느끼다 보니, 이런 문화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줄 세우기 방식에 적응된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하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100점을 맞고 엄마한테 시험지를 가져가면, 엄마들이 꼭 물어보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나? “너 말고 몇 명이 100점을 맞았니?”다. 아이를 그저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이 질문을 한다. 아무리 의식 있는 부모들이라도 꼭 묻는다.

 

어릴 때부터 경쟁의식, 비교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얻기 어렵다. 스스로 내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데,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지칠 줄 모르게 경쟁하는 일이 내면화되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누가 어떻든 내 삶 자체가 의미 있고 만족하는 게 중요한데, 직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획득하면 비로소 비교로부터 해방된다. 또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일에 몰두하는 순간, 직업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마음속에 보람, 자긍심이 생기면 남하고 비교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런 감정이 있는 사람들은 친구가 교수든 장관이든, 돈을 많이 벌든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지위로 늘 상대화 시키면 항상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사회적 기여를 가르치지 않으면, 심지어 적성에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불행해진다. 적성도 적성이지만,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의지, 공공성에 대한 감수성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영국에서는 선행학습을 시험 부정행위보다 더 부도덕적인 일로 취급하고, 독일에서는 취학 전에 글자를 깨우치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에서도 지켜야 할 공정성이라는 게 있다. 기본적으로 경쟁에 있어서 반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가르칠 내용이 있는데, 아이들이 미리 배우고 학교에 오게 되면 교사로서는 가르치는 권리를 제약 받는 거다. 영화도 스포일러를 다 알고 보면 그것이 재밌는 영화 감상이 될 수 없지 않은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아는 걸 배우면 흥미를 잃는다. 교육적 타당상도 없고 경쟁의 공정성에 있어서도 위배되는 일이다. 사교육이 법률로 금지된 해외 사례는 없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문화적으로 억제가 되고 있고, 어떤 가정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학교에서 엄히 규제한다. 문화적으로 심각하면 법률이 들어가는데, 우리나라가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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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정답을 알려주면 자기 주도성이 떨어진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금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인데, 문과에 적성이 있는 걸로 보였지만 아들이 이과를 선택했을 때, 말리지 않았다. 아이의 적성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을 때, 부모로서 조언을 하기 마련인데 어떻게 아들의 선택을 신뢰했나?


아이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서 기다려준 건 아니다. 미심쩍었지만 허용한 거다. 아이가 오답에 체크했을 때, 부모가 정답을 알려주면 자기 주도성이 떨어진다. 일단 오답이더라도 아이가 이것저것 시행착오를 겪어본 후에 답을 아는 게 중요하다. 결과도 결과지만,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인생의 주인의식을 깨닫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허용한 거다. 결과주의가 아니라 과정주의를 중시한 거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이는 서른 살이 되어도 위기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살아야 자신도, 부모도 편하다. 아이에게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유익할 수 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을 것 같다.


부모가 사춘기를 겪는 아이에게 “너한테 그건 안 맞아”라고 말해 버리면, 관계가 깨져버린다. “이건 사회적으로 안 맞아. 돈이 안 생겨”라고 상위 5%만 가는 그런 자리로 몰고 가면, 아이들은 “나는 그런 능력이 없는데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부모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학원을 가야지”하는데, 이러면 둘의 관계는 끝장이 난다. 관계가 어긋나서 얻는 게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부모와 자식 간의 정신적인 관계가 끊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겉으로는 멀쩡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상처투성이다. 아이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점수와 등수에 대한 요구를 버리고, 아이가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부모는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최선일까?


관찰을 하면서 지켜봐야 한다. 관찰하지 않으면 정작 개입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한다. 아이가 말을 걸어올 때 이야기를 하는 거지, 부모가 먼저 말하는 건 간섭이다. 아이도 자기 인생의 짐이 무겁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정보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자신을 잘 알면서 자기 인생에 관심이 있고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을 때, 그 자리에 부모가 있으면 가장 좋다. 반드시 아이가 물어올 때가 있다.

 

저자는 자녀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나?


일체 안 한다. 그런데도 아이는 열심히 한다.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나니, 성과를 내가고 있다. 이 성과가 중학교 때부터 막 나오는 게 아니다. 사춘기 시절에는 공부가 눈에 안 들어오다가 모든 게 차곡차곡 쌓이고, 철이 든 다음부터 성과가 나오는 거다. 부모가 조급해 하면 안 된다. 이 조급증의 실체는 “우리 아이의 인생이 19세에 결정된다”는 공포인데, 아이가 스스로 답을 얻지 못하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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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갈수록 부모는 자녀에게 경찰이 아니라, 외교관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역할을 아이에게 바뀌어야 할 것이 있으면 규제하고 간섭하고, 삶의 울타리에 경계를 세워서 유해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가 나이가 들고 성장하면 차단할 수 없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가능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아무리 부모가 보초를 선다 한들 소용이 없다. 아이는 짜증을 내고 자유를 원한다. 경찰인 엄마가 지키고 있는 가정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러면 아이한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부모는 이제 내가 감시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협상을 해야 한다. 예전에 100을 얻으려고 했다면 40을 원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여유가 생긴다. 집착, 경쟁이 사라지면 아이에게 전달되는 부모의 시선이 따뜻해진다.

 

아이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독립된 인간으로 존중해줘야 한다. 아이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변화하고 고집이 생기는데, 그 고집을 꺾으면 생의 의욕도 꺾인다. 아이를 배우자처럼, 친구처럼 인정해줘야지 아이가 말을 걸어 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평소에 아이와 대화의 끈이 끊어지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대화의 파이프가 생기면 아이는 아무런 저항감, 경계심 없이 찾아온다. 아이한테 무슨 이야기를 해야지,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지.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존중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는 부모의 부족함까지 재료로 삼아,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부모로서 부족한 면이 많아,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는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올해 ‘행복한 진로학교’ 첫 번째 강사였던 김희삼 박사님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김 박사님은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난 케이스다. 미국 유학 생활 중에 한 성당에서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이런 말을 해줬다고 하더라. “여러분 인생 가운데 내가 이것만큼은 성공적이었다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것이 잘 생각해보면, 여러분들이 가장 안 좋았다고 생각한 그 일이 매개가 되어서 지금의 좋은 일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바가 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허물이 있을 때, 그 허물 때문에 좌절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 허물을 딛고 일어나는 존재다. 아이들 가슴 속에는 생명의 힘이 있다. 고난을 뚫고 가는 힘,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하는 역동이 있다. 그 역동이 난관과 싸우다 보면 자기만의 삶의 패턴이 만들어진다. 극도의 가난한 형편 속에서 살아온 사람은 그 가난을 뚫고 나가려는 힘 때문에 철이 일찍 든다. 그래서 남들이 손 놓고 있을 때부터 무언가 열심히 하는 패기, 열정이 생긴다. 나 역시 어렸을 때 무척 가난했고 부모가 최선의 사랑을 주신 것도 아니었다. 10대로는 다시 돌아가기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시기가 나에게 줬던 자산이 있다. 삶을 단단하게 꾸려갈 수 있는 힘, 약자를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부모가 자기 연약함을 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도 남는 연약함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연약함을 방치한다면 아이에게 힘이 되지 못하겠지만, 연약함을 인정하고 풀어나가다 해결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아이들은 생명의 힘으로 풍부한 경험으로 그 어려움을 뚫고 나간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부모들도 교육계도 깨달은 바가 크다. 6.4지방선거로 진보 교육감들이 많이 당선됐는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로서 갖는 기대도 있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로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는 걸 보면서, 부모들의 각성이 시작된 것 같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참으라 참으라 하면서, 때로는 부모가 입시 경쟁의 부담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번 참사를 통해 미래의 행복보다 지금 우리 곁에 아이들이 있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유보하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올해 진보 교육감이 많이 탄생했지만, 교육감이 학교를 바꾸는 게 아니라 시민이 바꾸는 거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바뀔 때 교육감이 뒤따라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시사점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오는 9월부터 ‘입시경쟁 올스톱 국민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온 국민들이 참여해서 길을 만들면 정치인들과 교육감들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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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윤태호,하종강,송인수,강도현 등저 | 시사IN북(시사인북)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기획한 ‘행복한 진로학교’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에는 삶과 직업과 돈의 관계에 대해서 요기와 같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7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남 못지않은 학벌과 스펙을 가졌으면서도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좇아 웹툰 만화가, 노동운동가, 빈민운동가, 생협활동가 등의 가시밭길을 걸어간, 그래서 행복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한결같이 여유로워 보이는 이들의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그리 높은 장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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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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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는 이 책에는 삶과 직업과 돈의 관계에 대해서 요기와 같은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 7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남 못지않은 학벌과 스펙을 가졌으면서도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좇아 웹툰 만화가, 노동운동가, 빈민운동가, 생협활동가 등의 가시밭길을 걸어간, 그래서 행복을 찾은 이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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