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산책하며 맛집도 즐겨 볼까?
성곡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산책하며 맛집 즐기기
미술관 나들이라고 꼭 책을 들고 갈 필요는 없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에 대해 공부하고 가면 좋겠지만, 봄이지 않은가.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관 나들이를 떠나자. 전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근처 맛집에서 속 풀이를 해도 좋다.
날씨만 즐겨도 기분이 좋아지는 봄. 이번 주말에는 부담 없이 서울 4대문 안 미술관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근교 나들이가 부담스럽다면, 1만 원으로 즐길 수 있는 미술관 산책과 맛집 투어를 추천한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또는 혼자 나서도 심심하지 않은 곳으로 <채널예스> 독자들을 초대한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싶다면 ‘성곡미술관’
여기에 미술관이 있었어? 싶게 조용히 자리한 ‘성곡미술관’은 주말을 빼고는 언제나 한적하다. 서대문역 서울역사박물관 뒷길로 5분 정도 걷다 보면, 작은 정원이 딸린 성곡미술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오는 4월 6일까지는 성곡미술관 22기 인턴기획전 <몸.살>, 4월 20일까지는 김성연의 <섬>이 전시된다. <몸.살>은 한국 작가 신제헌, 이선행, 이승훈, 흑표범과 중국의 추이쉬엔지, 이스라엘의 시갈릿 란다우(Sigalit LANDAU) 등이 참여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가 6인은 자신의 몸을 하나의 수단, 또는 도구로 여기는 현대인의 태도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정오의 목욕’ 퍼포먼스로 유명한 흑표범 작가의 ‘거인’, 성형수술 전 각종 수술기호가 가득한 얼굴을 사진으로 담은 이승훈 작가의 수술실 영상도 눈에 띈다. 성곡미술관은 1개 전시 관람은 3천 원(성인), 모든 전시 관람은 5천 원(성인), 카페 음료권도 포함된 종합 이용권은 8천 원(성인)으로 관람할 수 있다. (성곡미술관_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길 42 / 02-737-7650 /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3천 원~8천 원)
성곡미술관 근처에는 작은 맛집이 곳곳에 숨어 있다. 미술관과 마주하고 있는 작은 카페 ‘커피스트’는 전문 로스팅 커피전문점이다. 이곳에서는 매일 10여 종의 생두를 매장에서 볶아 커피를 만든다. 커피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나무 바닥과 소소한 커피 소품들이 정겹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성곡미술관을 올라오는 길에는 영화관 미로스페이스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니니가 있는 ‘가든 플레이스’를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식 요리를 선보이는 베니니는 3백여 종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고급 한우를 화덕에 구운 ‘스톤그릴스테이크’가 일품이다. 가든 플레이스 맞은편에 위치한 ‘나무가 있는 집’은 곤드레나물밥과 얼큰두부조림이 유명하다. ‘나무가 있는 집’과 가까이에 있는 ‘퓨어 아레나’는 PR컨설팅회사 프레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카페로 커피와 파스타, 밥, 디저트 등을 즐길 수 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도 훌륭하지만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 맛도 일품이다. 평일에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집밥 ‘프레인올인원’ 6천 원에 먹을 수 있다.
현대적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난해 11월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도심 속 열린 미술관’이라는 모토 아래, 많은 사람들이 길목처럼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길목이 되는 종친부마당에는 작가들에게 직접 의뢰하여 장소의 특성에 따라 관람객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서울관은 지난 3월 1일부터 전시 관람료를 4천 원짜리 단일관람권으로 통합했다. 반나절 동안 봐도 모자란 모든 전시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오는 5월 11일까지 한진해운 박스 프로젝트: 서도호,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은 동시대 작가의 아카이브를 집중 조명하고 작가의 작업 세계와 관심의 지형도를 살펴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마련, 첫 공개로 ‘구본창 아카이브: 18개의 전시’를 관람객에게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미술관 내에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테리아, 아트숍이 운영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_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격동 165 / 02-3701-9500 /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휴관 / 단일관람권 4천 원)
삼청길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근처에는 수많은 맛집이 있다. 줄 서서 먹는 북촌칼국수 옆에는 최근 떠오른 베이커리 카페 ‘힛 더 스팟 베이커리 앤 다이닝’가 미술관 맞은편에 자리해있다. <테이스트로드> 맛집으로 선정된 곳으로 브런치, 햄버거, 파스타, 피자와 함께 다양한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다. 달콤한 에클레어, 브리오슈 등이 인기다. 힛 더 스팟에서 아트선재센터 방향으로 가다 보면, 소박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미술관옆돈까스 맞은편에 위치한 ‘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은 라면 마니아들에게 손에 꼽히는 라면집. 뚝배기에 끓여주는 얼큰한 짬뽕라면이 최고 인기 메뉴. 전통 가옥을 개조해 만든 일명 ‘라땡’은 스타들에게도 소문난 맛집이다. 외국인에게 맛집을 소개해주고 싶다면, 계동마나님을 찾자. ‘조미료 입장 금지’라는 타이틀답게 모든 음식이 유기농이다. 안동 한우로 육수를 우려낸 뜨실국수, 장아찌로 맛을 낸 방실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마나님이 직접 담근 장아찌도 판매하고 있어 단골들에게 인기가 좋다.
도심 속 숲을 만나고 싶다면 ‘서울시립미술관’
시청역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은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다. 서대문역에서 정동길을 걷다가 들리는 것도 좋은 산책 코스다. 2002년에 개관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옛 대법원 청사의 파사드만 보존해 신축한 미술관으로 등록문화재 제237호로 지정됐다. 미술소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야외조각 상설전시는 언제든지 마음껏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오는 3월 23일까지는 사진전 <새벽4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미디어 환경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갖게 된 현대인의 자아를 주제로 구상모, 박찬민, 백승우, 원서용 등 사진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강영민, 이문호, 이상현 작가 등의 영상 및 설치 작업이 전시 중이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사진 촬영도 가능해 사진을 좋아하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3~5월에는 ‘한-중 현대작가전’, 4월 ‘2013 신소장작품전’, 6월 ‘한국거주 외국작가전’ 등 동시대 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_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동 37 / 02-2124-8800 /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휴관 / 기획전시를 제외하고 무료 관람)
서울의 역사를 간직한 동네인 만큼, 전통 있는 맛집들이 많다. 50년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유림면’은 3대째 이어지고 있는 국수 전문점이다.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평일 12시부터 1시까지는 언제나 줄이 즐비하다. 직접 반죽한 수제 면으로 메밀은 봉평에서 가져온다. 간은 영월 천일염과 고추로 맛을 내 비린 맛이 없다. 대표 메뉴는 메밀국수, 비빔국수, 냄비국수 등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서울시청 근처에 자리한 샌드위치전문점 ‘마마스’도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로 유명세를 얻은 마마스는 신선한 과일과 빵을 사용해 믿고 먹을 수 있다. 정동길을 걸으며 식사를 하고 싶다면, 정동극장 안에 있는 레스토랑 ‘길들여지기’를 추천한다. 도심을 떠난 듯한 느낌으로 맛깔 난 이탈리안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정동길의 오래된 명소 ‘어반가든’도 분위기 있게 식사를 하고 싶은 커플들에게는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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