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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가면 좋은 섬 트레킹 5

장봉도와 덕적도, 굴업도, 비금도, 소매물도,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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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트레킹이 사람도 많고 슬슬 지겹다면, 섬 트레킹은 어떨까? 기상 악화에 따른 일정 변동이라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섬 트레킹은 매력이 넘쳐난다. 우리나라에는 수천 개가 넘는 섬이 있지만 필자가 다녀온 섬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을 추천한다. 올레길로 워낙 유명한 제주도는 제외한다. 뚜벅이족을 위하여 자가용 없이 가급적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소개한다. 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에 바로 섬으로 트레킹을 떠나자!

봄, 겨우내 숨죽이던 온갖 생명체가 기지개를 편다. 심지어 인간의 기준으로 ‘무생물’이라 부르는 얼음도 물로 녹아 내리고, 바람은 한결 따스해진다. 햇볕은 부드럽고, 이 시기에 들판에 나는 온갖 초록 식물은 음식으로 해먹기 딱 좋다. 봄을 느끼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제 ‘트레킹(Trekking)’에 나서보면 어떨까? 산 꼭대기를 정복하는 ‘등반’ 또는 ‘등정’ 개념과 달리 트레킹은 산에서 경치를 즐기는 야외 활동이다. 두 발로 걸을 수만 있다면 체력과 상관없이 국내 대부분 산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산 트레킹이 사람도 많고 슬슬 지겹다면, 섬 트레킹은 어떨까? 기상 악화에 따른 일정 변동이라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섬 트레킹은 매력이 넘쳐난다. 우리나라에는 수천 개가 넘는 섬이 있지만 필자가 다녀온 섬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을 추천한다. 올레길로 워낙 유명한 제주도는 제외한다. 뚜벅이족을 위하여 자가용 없이 가급적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소개한다. 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에 바로 섬으로 트레킹을 떠나자!


장봉도 해안선 트레킹 (서해)

수도권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섬 중 하나이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다가 운서역에서 내리자. 역 광장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커피샵 앞에서 삼목선착장(삼목여객터미널)으로 가는 버스(220-1)를 타자. 매 시간 한대만 온다. 약 20분 정도 차로 달리면 삼목선착장에 도착한다. 그럼 매시간 10분마다 장봉도로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자. 뱃삯은 육지로 돌아올 때 왕복비(어른 6,000원)를 내면 된다. 약 30분간 배로 이동하면 장봉도(장봉선착장)에 도착한다. 선착장에 대기 중인 버스(1,000원)에 올라타면 섬 가장자리에 위치한 진촌4리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버스에선 왼쪽 좌석에 앉는 게 좋다. 이동 내내 바다 풍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점인 진리4리에 도착하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온 몸 스트레칭을 하자. 특히 발목은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지금부터 국내에 몇 곳 없는 해안선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자칫하면 바위에 미끄러질 수 있다. 장봉도는 해안 트레킹을 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서만도와 동만도를 곁에 두고 두 시간 가량 걷는 해안가에는 절경이 넘쳐난다. 변산반도 채석강과 유사한 형태의 암벽 바위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각종 기괴한 형태의 암석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때로는 사람 열 명도 넘게 누울만한 평평한 암반 위에서 잔잔한 파도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꿀맛 같은 낮잠도 잘 수 있다. 쉬엄쉬엄 가막머리 전망대를 향해 트레킹을 하면 두 시간 안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자. 이곳에서 보는 일몰 풍경은 압권이다. 하지만 여기서 텐트를 치고 일박할 게 아니라면 서둘러 떠나자. 갈 길이 멀다.

[사진] 장봉도 해안 트레킹

본격적으로 섬 내륙 트레킹에 들어간다. 좌우로 바다를 두고 걷는 길이라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절경이 수시로 등장한다. 여기부터 선착장이 있는 곳까지 쉼 없이 트레킹을 하면 네시간 넘게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고도차이가 크지는 않아서 지구력만 있으면 누구나 완주 가능하다. 만약 중간에 체력의 한계를 느끼거나, 막배 시간이 다가오면 중간 하산길로 내려오자. 버스가 지나가는 길이면 버스를 기다리거나, 역시 섬에 한 대뿐인 콜택시를 부르자. 이 섬의 명물인 상합조개는 꼭 먹어보자. 장봉도 갯벌에서 직접 캔 백합조개는 전국 최고로 친다. 찜으로도 먹지만 날 것으로도 먹는다. 역시 이곳에서 캔 산낙지도 일품이다. 장봉도는 백패킹으로도 유명하지만 장비가 없는 일반 트레커를 위한 숙박 시설(펜션과 민박)이 꽤 많다. 이왕이면 장봉도에서 하룻 밤 머물면서 섬의 여유와 낭만을 즐겨보자.


덕적도와 굴업도 트레킹 (서해)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약 한 시간 십분 정도 지나면 서해의 숨은 보석 덕적도에 도착한다. 오래 전부터 트레킹으로 유명한 섬이지만, 한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덕적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굴업도로 가면 국내 최고 전망의 트레킹 코스를 즐길 수 있다. 당일치기 여정으로 굴업도 트레킹은 사실상 힘들다. 장봉도와 마찬가지로 덕적도와 굴업도도 백패커들의 천국이다. 섬으로 가는 배 안에는 수많은 백패커들이 보기에도 무거운 배낭을 어깨에 읾어지고 간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이런 여행은 이골이 난듯 결연한 의지가 돋보인다. 덕적도의 산은 대략 네다섯 시간이면 끝에서 끝까지 종주 가능하다. 산 능선을 타고 트레킹을 할 수 있는데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서해는 은빛으로 눈부시다. 사계절 언제 가더라도 멋진 풍경을 보여주지만 푸른 싹이 돋아난 4~5월 봄을 추천한다. 곳곳에 핀 온갖 야생화도 당신의 발걸음을 자주 멈추게 만들 것이다. 산 정상을 정복하러 섬에 온 것은 아니기에 힘들면 언제든 하산하자. 새들의 지저귐만 간혹 들려오는 고요한 숲속 풍경이 낯설겠지만, 도시에서보다 걸음 속도를 낮추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겨 보자.

[사진] 덕적도 비조봉 전망

굴업도는 덕적도를 거쳐서 갈 수 있다. 작지만 한반도에서 가장 훌륭한 전망을 선사하여 백패커의 성지로 불릴 정도이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잘 보존되어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정도이다. 굴업도에서는 텐트를 치고 숙박할 수 있으나, 민박도 가능하다. 몇 가구 없는 굴업도 주민들은 민박과 식당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음식 맛이 매우 훌륭하다. 옹진군에서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인천과 덕적도간 뱃삯의 50%를 지원하고 있으니, 놓치지 말자.


소매물도 트레킹 (남해)

TV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섬 중의 하나인 소매물도는 통영 여행시 반드시 가봐야만 하는 섬으로 인식되고 있다. 작년 가을에 한려해상국립공원 통영지구의 대표적인 섬 여섯 곳(미륵도, 한산도, 비진도, 연대도, 매물도, 소매물도)의 트레킹 코스인 총 42.1㎞의 ‘바다 백리길’이 완성되었다. 소매물도는 작은 섬이지만 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잘 갖추어져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등대섬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소매물도 자체가 규모는 작으면서도 오르막 경사가 상당하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급격한 경사길을 오르는데 이를 예상하지 못한 상당수의 관광객들은 금세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사진] 소매물도 등대섬

최고의 전망 포인트인 등대섬은 간조시에만 건너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물때를 확인해야 한다. 시기가 좋아서 등대섬에 건너가더라도 다시 만만치 않은 계단길을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등대를 찍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서 배를 타고 통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는 소매물도의 매력을 절반뿐이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왕이면 소매물도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섬의 매력을 천천히 느껴보자. 오르막과 내리막도 거의 없어서 누구나 두 시간 내에 완주 가능하다. 다른 곳과 달리 운동화를 신고도 트레킹 일주가 가능하다. 숲과 바다가 쉴새없이 등장하며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섬 주변의 파도치는 모습도 멋지지만 저 멀리 이름 모를 섬의 풍경도 환상적이다. 소매물도에서 트레킹을 하는 관광객은 거의 없기 때문에 온전히 나 또는 우리만의 공간이 된다. 다만, 섬 물가가 다소 비싸기 때문에 이 점은 염두해 두자. 바다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육지와 소매물도를 잇는 여객선은 높은 파도나 안개 등의 영향으로 수시로 끊긴다. 따라서 섬 여행은 최소 하루 정도는 여유일을 두고 준비하는 게 좋다.


비금도 트레킹 (서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도 선정되었던 홍도는 먼 거리만큼, 배로 이동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힘들게 목포까지 내려왔는데 홍도행 배가 운항하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비금도를 선택해보자. 목포에서 한 시간 정도면 비금도에 도착할 수 있다. 서해의 수많은 섬에 둘러 쌓여 있어 폭풍주의보가 발령나도 비금도로 가는 배는 쉽사리 끊기지 않는다. 비금도는 우리나라에서 아홉번째로 큰 섬이다. 여러 개의 섬을 간척사업으로 메꾸어 하나의 섬으로 만들었기에 땅이 무척 기름지다. 따라서 이 섬의 농작물의 품질은 매우 우수한 편인데 특히 시금치의 맛은 천하일품이다. 밭에서 시금치를 그냥 뽑아서 흙을 툭툭 털어내고 먹어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비금도 펜션이나 민박에 머문다면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지은 시금치 반찬을 쉽게 맛볼 수도 있다. 다만, 대형마트(하나로마트)는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음식 재료는 낮에 빨리 구입해두자.

[사진] 비금도 풍경

비금도는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산과 들판, 때로는 마을을 지나며 걷게 되지만 주로 해안가를 따라 비교적 낮은 언덕배기를 오르내리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드넓은 모래사장은 여기가 서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섬 트레킹이 그러하듯이 비금도에서 트레킹을 시도하는 사람이 워낙 적기 때문에 타인과 마주칠 일도 드물다.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상암마을 주차장부터 시작하여 그림산(226M), 죽치우실, 선왕산(255M), 하누넘해수욕장(하트해변)으로 이어지는 5km의 트레킹 코스는 두세시간이면 완주 가능하다. 그림산은 병풍처럼 멋진 바위가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명사십리해수욕장과 드넓은 염전 등 비금도의 풍경은 지루할 틈이 없다. 안내판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위치를 확인하면서 걸으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섬 주민들도 친절하다. 도초도와는 서남문대교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비금도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 시간도 꼭 체크하자.


울릉도 (동해)

한반도에서 가장 이국적인 섬으로 손꼽히는 울릉도는 사계절 언제 가더라도 아름답다. 특히 봄철, 울름도에서 나오는 약초와 산나물의 향기에 쉽게 취한다. 울릉도는 섬 자체가 워낙 험난하여 일반 자가용으로 이동은 불가능하다. 택시도 전부 사륜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울릉도의 최고봉인 성인봉(984M)에 오른다. 성인봉에서 바라본 사면의 바다와 섬 풍경은 올라가본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다. 경사가 꽤 가팔라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만만치 않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엔 더욱 유의해야 한다. 성인봉이 부담스럽다면, 해안 일주 코스를 따라 트레킹을 시도해보자. 어쩌면 산책 코스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쉽게 거닐 수 있다.


[사진] 울릉도 풍경

성인봉 나리분지에서 신령수까지 이르는 길은 울릉도 트레킹 코스 중 최고로 꼽힌다. 전통가옥 투막집과 천연기념물 제189호로 지정된 원시림 보호구역을 두루 볼 수 있다. 오래전 울릉 주민들이 다녔던 산길인 천부리 일대는 울릉도에서 특히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석포와 섬목 산길 1km를 멋진 바다 풍경과 함께 걸을 수 있다. 이밖에도 울릉도는 곳곳에 기암절벽과 푸른바다가 펼쳐진다. 울릉도 현지인이나 여행가이드를 통해 안전한 트레킹 코스를 확인하고 도전하자. 대부분의 길에는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다.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혹시라도 어둠이 왔는데 갈 길이 멀거나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면 콜택시를 부르면 된다. 물론 비용은 저렴하진 않다. 울릉도 트레킹에 도전하려면 최소 2박3일 이상의 여정을 추천한다. 또한 파도가 높게 치면 어떤 섬보다도 선박 운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기상예보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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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경진

지구에 춤을 추러 온 화성인입니다. 여행과 영화 감상을 좋아하며, 책을 사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잘 읽지는 못하고 쌓아만 둡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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