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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은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쓰면서 정계 은퇴 결심 정치의 일상 벗어나 ‘일상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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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정치를 떠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열흘이 지나 만난 유시민의 새 명함에는 이름 앞에 지식소매상’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2012년 봄, 유시민은 한 출판사로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한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주제가 다소 부담스러워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격지심에 대한 염려였다.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닐 터, 따분한 이야기만 늘여놓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유시민은 결국 펜을 들었다. ‘내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과연 나는 내게 맞는 삶을 살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간 『청춘의 독서』, 『국가란 무엇인가』, 『후불제 민주주의』 등 많은 책을 펴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처럼 속도가 붙지 않은 책은 처음이었다. 책의 구성도 여러 번 바꾸었고 초고를 여러 번 손봤다. 유시민은 “창피한 일이지만 쉰다섯이 돼서야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 삶의 원칙’에 대해 생각해보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정계은퇴를 결심하고 아내에게 결정을 털어놓은 날, 정말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아내 말이 요즘 유시민은 ‘걱정 없는 소년’ 같단다.

지식소매상으로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유시민. 은퇴 선언 후 아직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한 차례도 드러내지 않았다. 책과 관련한 독자와의 만남 행사가 몇 개 예정되어 있을 뿐이다. 항간에는 정치아카데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떠돌지만,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지난 2월 27일, 유시민을 파주 출판단지에서 만났다. 은퇴를 선언하고 9일이 지난 날이었다. 정치인의 타이틀을 벗고 글쟁이로 돌아온 유시민은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과 결별했다.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내 인생이지 않나

『어떻게 살 것인가』, 굉장히 무거운 주제다.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작년 6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11월쯤 초고를 완성했다. 12월은 대선이 있어서 작업을 못했다. 그 뒤 1월 말까지 원고를 많이 고쳤다. 다른 책과 달리 많이 더듬거렸다고 할까, 글은 쉽게 보이지만 쓰는 데는 힘들었다. 처음에는 에세이지만 철학 교양서 같은 느낌으로 쓰려고 했다. 얼마 전에 나온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 같은. 그런데 쓰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손을 많이 보고 고치다 보니까 이런 괴상한(?) 책이 나오게 됐다. 사람들은 자전에세이라고도 생각하던데 교양서적인 면도 있다.

은퇴 선언을 하기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집필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인가? 이 책을 쓰면서 은퇴 선언을 결심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제목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어떻게 살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다룬 게 아닐까, 시대적 상황이랑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고치게 되었다. 책을 쓰면서 ‘정작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안 하고 사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거랑 내가 쓰고 있는 책이랑 안 맞더라. 그래서 이게 맞나?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하게 됐다. 아마 이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지금 은퇴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 그랬을 거다.

2월 19일, 트위터를 통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한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1주일간 어떻게 지냈나? 언론사들과 일체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주일 정도 어디를 좀 다녀왔다. 기자들도 집에 찾아오고 그래서 누가 못 찾아오는 데로 가 있었다. 여행은 아니었고 그냥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에 잠시 있었다. 내가 정치를 하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에 대한 기사가 나갈 때 정치책인 것처럼 보도가 되더라. 일정 부분 그런 내용도 있긴 하지만, 독자들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 정도의 오해는 풀리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삶에 대한 모범답안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내 생을 이야기하면서 나의 사고를 정리한 거다. 어떻게든 피드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해가 안 간다는 부분도 있을 거고, 공감이 된다, 문제가 있다 등의 반응들이 있으리라 예상한다.

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은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은퇴 선언이 정확히 대선 후, 2달이 지난 시점인데 정권이 바뀌었어도 은퇴를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창피한 일이지만 쉰다섯이 돼서야 내 삶의 원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물론 이전에도 조금씩 생각은 했지만 차원이 달랐다. 과거에는 항상 그때 그때 이 일을 해야겠다, 해야 한다는 느낌에 의존해서 살았기 때문에 한번도 ‘이렇게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깊게 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참을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움직인 일이 많았다. 교과서에 보면 ‘나답게 살자’라는 말이 나오지만 정작 나는 그런 소망을 가지긴 했지만 이 원칙을 갖고 내 삶을 바꿔 나가야겠다라는 의지가 없었다. 정치가 힘드니까 회의도 있고 했지만, 책임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도 있으니까 ‘해나가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정권도 내가 원하는 대로 서고 그런 상태에서 그만뒀으면 책임은 훨씬 가벼웠을 거다.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런 문제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내 인생이지 않나.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 ‘내 인생이 중요하니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정확하게 은퇴를 결심한 때는 언제인가? 초고를 다 쓰고서인가, 책을 다 완성한 후인가?

초고는 다 썼는데 책이 완성이 되지 않더라. 독자들한테 이렇게 살자고 이야기하면서, ‘나는 뭔가’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도저히 책이 완성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1월 20일까지 초고가 완성된 상황에서 ‘왜 완성이 안 될까’ 생각해보니, 내 자신의 선택과 책의 내용이 맞지 않아서 완성될 수 없는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대선을 준비하면서 한 달 가까이 책 작업을 중단됐는데 그 때 계속 생각했다. 선거가 끝나고 다시 책 작업에 들어가면 이걸 해결해야겠다고.

출판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놀랐겠다. 처음 책을 제안했을 때는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텐데.

일반적으로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이 책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업이 되었고.

원래 정치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정치에 뛰어든 것이 아니었던가.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면 정치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 ‘아래’와 정치 ‘너머’의 변화가 없다면 정치도 더는 바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직업정치를 떠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눈앞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먹구름이 걷혔다. 해방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p.195)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정치, 계속할 것

책이 굉장히 솔직하다.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고 토로했고,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도 거침없이 했다. 글 쓰는 사람은 자기검열을 하기 마련인데, 정치인으로서의 자기검열과 필자로서의 자기검열은 차이가 있지 않나?

물론이다. 글 쓰는 사람은 자기검열을 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기준에 따라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사실 내 기준에서 보면 바람직할 수 있으나 타인의 기준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정치는 51%의 동의를 가지려고 해야 한다. 다수가 받아들여 줄까를 늘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절대 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일에 대해 자기 내면의 소리를 내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하지만 책은 그럴 필요가 없다. 굳이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생각을 찾고 고려해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도덕적 자기 검열은 있어야 한다. 글의 진실성, 인간에 대한 예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그만두었지만, 정치인으로서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의 정치 참여가 예상된다. 시민 유시민으로서의 정치 참여는 어떤 모습일까.

정치의 개념을 규정하면, 일반적으로 정치학에서 받아들이는 개념이 ‘국가 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개별적, 집단적 활동’이다. 이건 정치인만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정치를 하는 거다. 선거캠프에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것, 시민단체의 후원회원으로 1인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정치고 촛불을 들고 서울광장에 가는 것,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도 정치다. 우리 모두는 정치할 자유가 있고 또 권리가 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다만 그걸 직업으로 하는 것일 뿐이다. 정치 참여는 모든 시민의 권리고 동시에 의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정당에 가입해주지 않으면 사실 민주주의는 없는 거다. 누군가 정당에 가입해주기 때문에 정당정치가 있는 거고, 그게 복수로 있어서 민주주의가 있는 거다. 평소에도 항상 정치캠페인을 후원하고 의견을 내고, 의사 표현할 게 있으면 연대에 나가서 데모도 하는 것이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주장해왔다. 내가 직업인으로서의 정치는 그만뒀지만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리를 가지고 대한민국 국가 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한 정치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할 거다.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이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할 생각이다.

하지만 전직 정치인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지 않나?

물론 다를 것이다. 내가 직업으로서 정치를 그만뒀다고 발표했지만 정치를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정치에 관한 질문을 받을 것이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세상에 나가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정치인이라고 그러면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본다. 우리랑은 다른 사람으로 보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정치를 10년 하면서, 정치 자체를 비하거나 정치인 자체를 혐오하는 모습을 볼 때 이것이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치는 내 삶의 일부다. 내 삶이 훌륭하려면 내가 속한 국가가 훌륭해야 한다. 그렇다면 훌륭한 국가,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훌륭한 사람들이 참여하면 그런 나라가 된다. 내가 훌륭하게 살고 싶다면 내 몫을 해야 사회가 훌륭해진다. 정치는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고 우리가 가진 헌법적 권리를 통해 영향을 줄 수 있다. 직업인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는 원인이 있는 건데, 그걸 보고 정치 참여 자체를 비하하고 혐오하고 조롱하는 걸 지성의 표현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회의 풍토를 볼 때, 정말 안타깝다. 그런 풍토가 훌륭한 사회를 만드는 길을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반인으로서 시민의 관점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할 거다.

책 서문에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를 인용했다. 책의 주제가 되는 글인가?

35년 전,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유행했던 문구다. 당시 우리가 본 번역문은 ‘이론은 모두 회색이다. 저 푸르른 것은 영원한 생명 뿐이다’라는 문구였는데 원문을 찾아보니 직역하면 ‘이론은 모두 잿빛이며, 영원한 생명의 나무는 푸르다’가 되더라. 원작의 맥락을 도외시하고 보면, 인간의 삶이라는 게 어떤 것이 속박되거나 재단될 수 없다는 느낌이 드는 문장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보통의 지식인들은 자신이 배운 이론에서 삶을 규정하는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론으로 삶을 재단하기 전에 우리의 내면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욕망, 충동, 소망, 이상, 감정 이런 게 진짜이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 이상 이런 것들이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고 함께 가는 것이고, 그것이 생명력이 아닌가. 내 스스로 인간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망, 충동 이런 것들을 예전보다 긍정적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 자신과 세상, 역사를 보겠다는 그런 취지로 인용한 거다. 책 전체에서 이런 느낌을 담고 싶었다.

나는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낸 책에서 정치를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라고 쓴 적이 있다. 정치로 성공해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데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분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나 장준하 선생처럼, 정치로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성인의 고귀함을 남긴 분들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래야 한다거나, 한 번 정치에 몸담은 이상 끝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p.194)




대한민국 50대들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요즘 일상은 어떤가? 공식적인 일정은 없나?

책이 나왔으니 보내줄 곳도 많고 출간에 대한 저자강연회나 후속된 일들이 조금 예정돼 있다. 정치를 그만두게 된 데에 따른 이일 저일, 뒷정리도 하고 있고. 연초에 『어떻게 살 것인가』가 나왔으니 후반기에는 한국현대사에 관한 작업을 계획 중에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는 못하고 짬짬이 자료를 보고 있다. 일부 언론에는 정치아카데미 설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오보다. 근거 없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은퇴 선언한 후, 행복한가?

책이 나올 시점에 맞춰 은퇴 발표를 한 게 아니라,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아 한참을 망설이다가 출간 시점에 맞닥뜨려서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타이밍이 와서 발표하게 된 거다. 책을 마무리 지으며 마음의 결단이 섰는데, 아내에게는 빨리 이야기를 해줘야 하지 않나. 그래서 공식 발표 한참 전에 ‘나는 이제 정치를 그만하려 한다’고 털어놓았다. 다음 날 아침, 아내가 ‘걱정 없는 소년’ 같다며, 이렇게 잠을 잘 자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봤다고 했다. 예전에는 항상 뒤척이면서 잤는데 요즘에는 새벽에 일어나지도 않고 그렇게 잘 잔다고 한다. 나는 잘 몰랐는데 그동안 내가 많이 억눌러있었나, 싶다.

트위터를 통해 꾸준히 시민들과 소통해왔다. 정치인 유시민의 홈페이지는 사라지게 될 텐데, 인터넷에서의 활동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트위터는 사적인 대화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생각한다. 글이 길어지면 이야기가 복잡해지는데 140자 안에 표현해야 하니, 글이 압축될 수 있지 않나. 우리가 살면서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은 정서, 느낌을 공유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이야기에 대한 반응도 궁금하고. 트위터는 개인적이 이야기를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매체이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생각이다. 그 외의 다른 사이트는 모두 닫을 것이고, 지식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공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홈페이지를 열 계획이다. 그렇게 두 개의 채널로 단순화해서 소통할 생각이다.

1988년 <창작과 비평>에 중편소설 ‘달’을 발표한 적이 있다. 혹시 소설가로서의 유시민도 만나볼 수 있나?

글 쓰는 장르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보통 에세이로 표현하지만 이 장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게 있다. 가끔은 소설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있다. 여러 가지 생각은 있다. 소재가 잡히면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다만 꼭 써야겠다, 그런 각오는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고 자기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50대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20,30대들이 자기 부모한테 선물하면 괜찮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독자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께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다. 모든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서 봉사를 하든 공적인 자리에 있든지 ‘이 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인가, 의미 있는 일인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삶은 여러 가지고 사람마다 다른 삶이 있고, 어떤 삶이 다른 사람의 삶보다 훌륭하다는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삶의 훌륭함은 ‘그 삶을 대하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떳떳하고 당당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 말고 정말 내가 기쁨을 느끼고 의미를 느끼는 활동을 하는 쪽으로 조금씩 내 삶을 바꿔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놀고 싶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배우고 싶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추자도에서 감성돔을 낚고,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주말 저녁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면서 살고 싶다. 사실 누가 그걸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내 스스로를 가두어버려서 그렇게 되었다. 나는 또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더 넓게 연대하면서 살고 싶다. 사명감과 의무감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내가 기꺼이 하고 싶고 내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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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저 | 아포리아
유시민은 자신이 살아온 지난 시기의 개인적ㆍ사회적ㆍ정치적 경험과 그에 대한 생각을 단편적으로 드러냈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의 일부터 대학 시절 야학 교사 활동을 거쳐 소위 ‘통합진보당 사태’와 18대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어떤 감정과 생각이 자신의 삶을 지배했는지 이야기한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그만두기로 한 이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고민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유인이 되어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지 솔직하고 소박하게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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