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의 순간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1년 사이에 기대주에서 이제는 명실상부 남녀노소 모두의 지지를 받는 최고 가수 반열에 올라선 아이유. 해가 바뀌어 다시 다가온 한겨울에도 여전히 그녀를 향한 환호는 삼한사온이 무색한 한파의 체감온도를 훌쩍 올릴 정도의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또래 가수들과는 다르게 오랜 준비기간 동안 공을 들인 2번째 정규작은 싱글과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가요계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더군다나 호화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는 사실은 가수로서의 희소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었던 사건중의 사건이었다. 앨범작업을 하며 쏟은 노력만큼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는 아이유, 막 스무 살이 된 그녀가 바라보는 십대 시절의 < Last Fantasy >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지.
11시요.
그럼 몇 시에 잔건가.
어제요? 설 특집 녹화하느라고 집에 들어와 보니까 두 시인가 세 시인가 그랬어요.
그나마 지난 앨범 활동 때보다는 나은 편인 것 같다.
아무래도 드라마(드림하이) 탓이 컸어요. 스케줄로만 따지자면 올해가 작년보다 훨씬 많은데 드라마가 없으니까 대기시간이나 촬영시간이 빠져서 쉴 시간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고대하던 정규작이다. 받아본 순간 기분이 어땠나.
그냥 음,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을 1년 동안이나 붙들고 있어서 그런지 뿌듯함 이런 거는 많이 없어지고, 워낙에 제가 하도 달달 볶여 있었더니... ‘아, 이제 끝났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 Real > 이후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 1년이 걸렸다. 회사 쪽에서는 기세를 이어서 빨리 미니앨범을 내자는 의견도 있었을 것 같은데.
회사에서 오히려 먼저 정규 앨범을 내자고 먼저 말씀해주셨고, 그래서
< Real >이 나오자마자 바로 곡 수집에 들어갔었어요. 곡 수집을 오랫동안 했었고 녹음도 다른 앨범과는 달리 거의 반 년 동안 했으니까요. 앨범을 빨리 빨리 내고자 하는 계획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텀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고 하자) 저도 좀 텀이 길었나 생각을 했는데 중간에 O.S.T라든지 그런 쪽으로 많이 나와서 대중들은 그렇게 많이 안 느끼시던데요. < 키스 앤 크라이 >도 그렇고 이것저것 많이 해서 그렇게 길게 안 느끼셨던 것 같아요.
「너랑 나」가 타이틀곡이다. 그래도 정규앨범인데 너무 「좋은 날」과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했나.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사 분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더라고요.(웃음) 처음에 민수 오빠가 가이드 버전으로 노래를 들려주셨을 때 솔직하게 “이거 전 잘 모르겠어요. 너무 「좋은 날」이랑 비슷하지 않아요?” 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민수) 오빠께서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들으면 좋은 날처럼 들릴 수 있는데 다시 세세하게 들으면 완전히 다른 곡이고, 코드 진행, 배경으로 들어가는 세션부터 시작해 아예 다르게 가려고, 스스로도 비슷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하셨대요. 들리기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오래 듣다보면 “어, 이거 다르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일단 녹음을 네 목소리로 해보고 편곡이 다 된 다음에 들어보면 너도 다르게 들릴 거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오빠를 믿고 시작한 곡이었는데 역시나 녹음을 하면서 느꼈어요. “어, 진짜 다르네?”하고요.
가사도 애매모호한 편이고 멜로디 역시 기복이 심한 편이라 녹음했을 때 어려웠을 것 같다. 어땠나.
네, 어려웠어요. 정말 오래 걸렸고요. 스스로도 너무 괴로웠어요. 이렇게까지 괴롭게 녹음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괴로웠고 작곡가분들도 굉장히 괴로워하셨고.(웃음) 이게 끝이 안 보이는 거예요. 끝이 안 보이는 녹음. 보통 그런 거 별로 없거든요. 왜냐하면 저 스스로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 계획을 세워서 녹음실에 오는 편이고 부르다보면 자연스럽게 구도가 짜여 지는 편인데 처음으로 그게 안 짜이는 거예요. 작곡가분들도 막막해하셨고 프로듀서 분도 “아, 이거 어떡하냐”(웃음) 이랬었는데 작곡가분 마인드 자체가 안 되는 날은 안 된다, 어차피 붙잡고 있어봐야 안 나온다라는 마인드세요. 그래서 한 다섯 시간 정도 녹음을 하다가 안 되니까 다시 엎고. 그 다음날 다시하고 안 되면 또 엎고, 그러면서 3일을 녹음을 했어요. 세 번째 녹음 되는 날 그때서야 노래가 좀 나오더라고요.
그 다음으로 반응이 좋은 곡이 「비밀」이다. 예상은 했나.
저는 예상 못했어요.
왜 반응이 좋은 것 같나.
제가 왜 예상을 못 했냐면, 저는 「비밀」이 완성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직접 눈으로 봐왔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녹음을 할 당시에 「비밀」은 이 정도로 스케일이 큰 곡이 아니었거든요. 가편곡 상태에서 녹음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스케일이 커지고 웅장해지고 느낌이 달라질 줄 예상하지 못했어요. 제가 녹음을 했을 때의 「비밀」은 살랑거리고 잔잔한 느낌의 곡이었거든요. 저에게는 그 느낌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편곡을 거쳐서 곡이 나왔음에도 그 자체로 들리지 않았던 거예요. 그런데 완성본을 들은 다른 스태프 분들은 “와, 이거 진짜 대박이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때도 저는 그렇게 못 느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듣게 되는 곡이 「비밀」이더라고요. 1번 트랙이라는 것도 크게 작용을 한 것 같고. 작곡을 하신 정석원 선배님께서도 워낙 꼼꼼하신 분이라 곳곳에 사람들이 감동을 느낄 만한 요소를 집어 넣으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어요.
정석원이 구사하는 대곡 느낌의 패턴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 같다. 마치 블록버스터를 보듯이. 전에도 정석원이라는 아티스트를 알고 있었던 것인가.
그쵸 그쵸.
이 곡 역시 녹음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 여리게 나가다가 후반부에 지르는 감정조절 측면에서도 그렇고, 곡의 스케일에 묻히지 않게 신경도 써야 했을 것 같고.
오히려 반대로, 가편곡 상태로 녹음을 했을 때에는 맨땅에 헤딩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기타, 피아노만 깔린 반주에다 무작정 질러야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노래를 부르면서 탄력을 못 받는 거예요. 인스트루멘탈이 터지면서 같이 올라가야 하잖아요. 근데 반주는 계속 그 정도고 혼자 목소리로 끌고 올라가야하니까. 그래서 너무 힘들었어요. 정석원 선배님도 “힘들겠지만 상상을 하면서 불러봐, 상상을 해 상상을” 그러시고.(웃음) 선배님께서 세심하게 디렉팅을 봐주셨어요. 그랬기 때문에 상상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웃음) 진짜 디렉팅 덕을 많이 봤어요. (그럼 코러스도 아무것도 없었냐고 되묻자)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진짜. ‘비밀’도 상당히 어렵게 녹음한 케이스죠. 녹음하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는데, ‘이게 될까’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었고. 녹음실에서도 땀을 한 바가지로 흘렸거든요. 안 나와서. 그런데 진짜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니까 스스로 확 깨우쳤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원래 작사도 정석원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김이나 작사가에 도움을 받았더라. 애초부터 곡만 따로 주기로 합의를 본 것인가.
네. 곡만 주신 것 같아요. 가이드 버전이 허밍으로 왔거든요.
다음 곡이 「잠자는 숲속의 왕자」인데 윤상과의 두 번째 작업이었다. 윤상은 어떤 아이유의 모습을 끌어내기를 원했던 것 같은가.
마음껏 너의 10대를 표현해봐라. 마지막이니까. 그리고 아끼시던 곡이라고 들었어요. 원래 알로라는 가수가 부른 곡이었는데, 저희 쪽에서 먼저 곡을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특히 김이나 작사가님이 원하셨어요. 그래서 주시게 됐는데 저는 사실 몰랐던 곡이고, 엄청 밝은 곡이잖아요. 전에 받았던 곡이랑 느낌이 달라서 처음에는 많이 헤맸어요. 그런데 역시 윤상 선배님께서도 정석원 선배님처럼 정말 꼼꼼하신 분이셔서 세심하게 만져주셨고. 이번 노래를 녹음하면서 제 목소리 톤이 많이 바뀌었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원래 윤상 선배님께서는 「마시멜로우」 톤의 목소리를 원하셨어요. 정말 귀엽고 기계음 같은 느낌이요. 처음에는 「마시멜로우」 노래가 나왔을 때 기계음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 노래는 기계음이 하나도 안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윤상 선배님께서는 그걸 원하셨던 거예요. 기계를 쓰지 않은 기계음 목소리(웃음). 그래서 찡얼찡얼 대는 아기 목소리 같은 느낌을 원하셨는데 이제 안 나오더라고요. 윤상 선배님께서 극도의 귀여움을 원하셨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보컬적인 면보다는 귀여움을 강조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게 힘들었던 곡이었어요.
너무 인위적이라는 말도 많았다.
저도 진짜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생각도 가졌어요.(웃음)
「별을 찾는 아이」가 좋았다. 감정이입이 잘 된 곡이라 생각했다. 가사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김광진에게 특별히 보컬에 있어서 어드바이스를 받은 것이 있나.
완전 방목이었죠. 마음대로.
본인이 보컬 디렉팅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쵸 그쵸. 이번에 참여해주신 작곡가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완전 세심형과 방목형으로요. 김광진 선배님은 완전 방목형이었죠.
방목형 스타일의 작곡가들은 이외에 누구를 들 수 있겠나.
정재형 선배님이랑 이적 선배님이랑. 또.... 갑자기 대답하려니 생각이 잘 안나네요.(웃음)
라디(Ra.D)는 어떤 스타일이었나.
라디 선배님은 완전 세심형.(웃음) 몇 분 계세요. 거의 반반이었어요. 여섯 분 여섯 분 정도.
「첫 이별 그날 밤」에 이어 「벽지무늬」에서도 그렇듯 윤종신은 아이유에게 이별의 감정을 계속 요구하는 것 같다. 왜 그런 것 같나.
윤종신 선배님께서 계속 제가 뭔가 다음 앨범에서 조금 더 잘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계신 것 같아요. 「첫 이별 그날 밤」에서는 “정말 너 마음대로 해봐”라고 하셨어요. 첫 이별이다 보니까 말 그대로, 아무래도 첫 이별은 제가 더 가깝잖아요. 윤종신 선배님보다는.(웃음) 그래서 저한테 그런 이미지를 맡기셨던 것 같고. 이번에는 그래도 몇 번 이별을 한 여자의 콘셉트이다 보니까 그 때보다 녹음시간도 더 오래 걸렸고 조금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갔어요. 그리고 선배님도 그 때보다 더 잘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씀하셨고, 또 메일을 주고받았었는데 다음 앨범에서는 좀 더 딥(deep)한 느낌의 이별노래를 같이 해보자고 말씀하신 걸 보니까 그 때 저도 느꼈던 것 같아요. 선배님이 제가 계속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는 구나라고 생각했죠.
첫 사랑을 「사랑니」에 비유하는 가사가 신선했다. 어떻게 생각해낸 것인가.
「사랑니」의 모티브는 G. 고릴라 오빠에게서 따왔어요. 이미 써 놓으신 게 있으셨어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이 부분은 조금 다르게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이야기하니 “마음대로 바꿔서 가지고 와봐”라고 하셔서 엄마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가사를 써봤죠.
「사랑니」에서 “몰라 몰라”하는 부분은 그 가사 아니면 안 될 정도로 싱크로가 잘 맞더라.
G. 고릴라 오빠도 본인이 직접 가사를 쓰시기 때문에 정말 맞춤형 가사를 쓰시죠. 그 멜로디에 그 가사가 아니면 안 되는 단어를 딱딱 쓰시는 것 같아요.
어머니와 가사를 상의할 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
(G. 고릴라) 오빠가 먼저 써놓은 가사가 엄마와 상의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실제로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 여기서는 이게 더 낫지?” 라고 이야기하며 가사를 썼죠.
편곡을 할 때는 G. 고릴라와 많은 의논을 거쳤나.
네. 오빠랑 옆에 앉아서 “오빠 저런 거 한번 찾아봐 주세요”라고 부탁하면 찾아주시고.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제 생각을 오빠에게 전달하는 과정이요. 제 머릿속에 있는 감성을 제가 딱 찾아서 표현하면 좋은데 그것을 말로 전달해서 설명시킨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요새는 미디를 배우고 있고요.(웃음)
「Teacher」는 아이유만의 어쿠스틱한 감성이 가장 잘 살아있는 곡 같다. 이런 스타일의 곡에서 음색이 더욱 잘 살아나는 것 같다. 스스로도 통기타 소리가 자신의 목소리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때 가장 목소리가 잘 나오는 것 같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체를요. 연습을 하다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MR을 틀고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게 훨씬 잘 나와요. 물론 연습하는 과정이 길고 힘들긴 하지만.
「길 잃은 강아지」는 자작곡인데 역시 우울하다. 지난 번 인터뷰에도 밝혔다시피 콜드플레이(Coldplay)나 라디오헤드(Radiohead)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본인 취향이 왜 우울함 쪽으로 빠진다고 생각하나.
우울한 취향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어쿠스틱한 것을 좋아할 뿐 우울하거나 달콤한 거랑은 상관없어요. 가만 보면 잔잔한 노래 중에 우울한 감성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음악들을 많이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달콤한 노래도 좋아해요. 풋풋한 R&B도 좋아하고 사랑 노래도 좋아하고. 그런데 「길 잃은 강아지」는 어쩌다 저렇게 우울한 노래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에 작곡했을 때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거든요. 가사가 붙고 편곡을 하다보니까 저렇게 됐어요.
이렇게 힘들게 했는데 다음 앨범에서도 자작곡을 넣을 생각인가.
네. 해야죠. 재미있어요. 그런데 힘들어요, 너무 힘들어요.(웃음) 제일 힘든 것은 제가 쓴 곡에 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에요. 다른 분들은 안 그러시는 것 같은데, 보통 자기가 쓴 곡을 가장 편하게 부르시는 것 같은데. 저는 제가 쓴 곡 부르는 것이 가장 힘들더라고요. 노래 부르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그런데 가사 쓰는 게 너무 재미있고 편곡도 재미있을 것 같고. 계속 해야죠.
재즈 성향의 「라망(L’amant)」같은 보컬이 오히려 「너랑 나」의 보컬보다 부르기 더 쉬웠다고 말한 걸 봤는데 무슨 의미였나.
그냥 목소리를 말하는 건데요, 저는 사실 창법 같은 게 따로 없거든요. 목소리 여러 개를 바꾸면서 조금씩 차이를 주려고 했는데 「라망(L’amant)」에서의 목소리는 그냥 편하게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였고, 그거랑은 다르게 「좋은 날」이나 「잠자는 숲속의 왕자」는 어떤 콘셉트를 만들어서 거기에 맞게 노래를 불러야했기 때문에 그게 좀 힘들었죠. 「라망(L’amant)」의 장르가 저에게 맞는다기보다는 보컬만 따로 봤을 때 제일 편하게 나왔던 소리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새 또 느끼는데요, 제가 「라망(L’amant)」을 제일 좋아하는데, ‘완전히 곡 해석을 잘못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웃음) ‘완전 잘못 했구나’라는 걸 한 그저께쯤 느낀 것 같아요.(웃음) 재즈는 좋아하니까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약간 무리수였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그래서 정재형 선배님도 맨 처음에 저에게 곡을 안 주시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직접 가서 부탁을 하니까 승낙을 해주셨고요.
어떤 면에서 부족했다고 보는가.
그냥 감정선부터 틀렸던 것 같고, 가사부터가 제가 표현하기에는 너무 딥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부를 때는 딥하다고 생각 안 했거든요. 처음부터 인지를 하고, 아니 하는 척이라도 하고 임했어야 하는데. 사실 더 오버를 했어야 하는데. 가사를 따라가기에 감정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죠. 그런데 「라망(L’amant)」이 이번 앨범 중에서 다운로드 수가 제일 적어요.(웃음) 장르 자체가 생소한 것도 있고 마지막 트랙이라는 점도 있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웃음) 일각에서는 새로운 시도니까 좋게 봐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저도 그냥 그 정도로 생각하려고요. 처음 해보는 장르였고 ‘좋았다, 내가 노래하면서 즐거웠으니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앨범 녹음하면서 보컬적인 측면에서 가장 어려웠던 곡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너랑 나」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너랑 나」는 「좋은 날」 느낌을 가져가야하니까 그 때처럼 타이틀인 것 마냥 녹음을 해야 했어요. 확정이 되기 전에도 「좋은 날」의 느낌을 가져가야 했으니까요. 또 민수 오빠 스타일은 완전 세심형이거든요. 이미 작곡을 할 때 아주 완벽하게 그림을 그려오는 스타일이라서 거기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어요. 그래서 거의 오빠를 100퍼센트 믿고 따라가야 하는 녹음이었기 때문에 중간에 제 생각이랑 부딪히는 부분이 많이 있었거든요. 접점을 찾긴 했지만 녹음을 하는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인가 보다.
네. 그런 편인데 보통은 의견을 내면 작곡가분이랑 대부분 맞아떨어지는 편이에요. 그런데 「너랑 나」같은 경우에는 약간 차이가 났던 경우죠.
화려한 아티스트가 많이 참여했는데 선별 과정에서 본인의 의견과 프로듀서의 의견 중에 어느 쪽이 우위를 차지했나.
제가 좋아했던 분들을 회사에서 아니까 거기에 맞춰서 진행이 됐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분들이 워낙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하신 분들이고요.(웃음)
그 세대와는 다르게 1990년대 음악을 많이 알고,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막 20살이 되었는데 사실 그 나이 또래는 윤상, 이적 등과 같은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그냥 어렸을 때부터 취향이 그랬던 것 같아요. 빠른 노래를 안 좋아했고요, 신나는 음악을 별로 안 좋아했고 조용한 노래, 어쿠스틱한 노래를 좋아하고 듣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주위에 들려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접하기 어려웠을 텐데.
뭐 아빠나 엄마께서 즐겨 들으셨고 어디 놀러갈 때 항상 차 안에서 노래를 들으면서 갔기 때문에 그렇게 듣다가 초등학생 때부터는 막 찾아서 듣기 시작했고요. 제가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어요. 잘 안 듣고요. 물론 빌보드 들어야죠. 공부해야 하니까. 찾아서 듣기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요. 일단 저기는 저렇게 돌아가는구나 알아야 하니까. 하지만 썩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최근에 자주 즐겨듣는 노래가 있나.
요즘에 엠피쓰리 업데이트가 잘 안 되고 있는데.(웃음) 계속 담아놨던 노래를 주로 들어요. 이소라 선배님 노래 많이 듣고, 존 메이어(John Mayer)나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는 뭐 늘. 요새 인디 밴드 노래도 많이 즐겨 듣는 편이에요.
인디 밴드라면 어떤 팀인가.
옥상달빛 노래 좋더라고요. (역시 어쿠스틱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자) 네. 너무 깨끗하고 맑고, 듣다 보면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이번 앨범 발표 후 반응을 보면서 대중이 아이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아이유인데 더 잘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느낌?
“그래도 아이유인데”라는 것보다 “그래도 이 작곡가 진들인데”라는 게 더 컸어요. 처음에 라인업이 공개되었을 때 워낙 크게 이슈가 되었잖아요. 너무 기대했다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이 작곡진인데 또 아이유가 노래를 부르니까 팬들께서 얼마나 기대를 하셨겠어요. 2년 만에 나오는 정규 앨범이고. 그런데 기대치에 못 미쳤던 것 같아요.
이제 2번째 정규앨범을 냈을 뿐인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중한 짐을 짊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앨범 때문에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부담은 안 되나.
어... 네. 사실 별로 부담은 안 돼요. 기대하시는 것에 대한 노력은 해야죠. 충분히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은 하는데 제가 열심히 했는데 안 되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기대를 해주신다는 것은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지 못 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되니까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더 잘해야 했던 곡이 있다면. 역시 「라망(L’amant)」인가.
「라망(L’amant)」은 다른 부류인 것 같고요. 제 곡. 「길 잃은 강아지」는 내가 썼는데 좀 더 잘 불렀어야 하지 않았나 싶죠.(웃음) 그 곡도 세 번을 뒤엎고 녹음한 곡인데. 믹스를 하러 갔었어요. 그런데 믹스를 하면서 다시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스태프 분들이 막 말리고 고릴라 오빠도 말리셔서 “(한 숨을 쉬며)아, 그냥 해요 그럼”하고 마무리하기는 했는데 그 곡이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죠. 「4AM」도 아쉽고요.
앨범작업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뭘까.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는데.
하면서 일단 선배님들과 작업을 했다는 자체가 저에게 큰 플러스 요인이었던 것 같고요 앨범을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다음에도 또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또 이번에 선배님들이 그래도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어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제 의견을 안 물어보신 선배님이 단 한 분도 안 계셨어요. 계속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려고 했기 때문에 스스로 창작자로서의 뭔가 그런 게 생긴 거예요. 의견을 내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만들어 오고, 겁내지 않고 제시를 해보고. 물론 일각에서는 안 좋다고 이야기하시기도 해요. 너무 자기 생각이 커지는 것은.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작사도 하고 작곡도 할 거니까 그런 게 생겼다는 것은 가수로서 너무 좋은 거죠.
앞으로 작사, 작곡을 해 나가면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실제적인 경험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간극을 어떻게 메워나갈 생각인가.
저는 지금 딥한 것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요. 제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진짜 가벼운 노래. 진짜 가볍고, 가벼운데 어떻게 이런 것을 곡으로 쓸 생각을 했지 하는 거 있잖아요. 사실 이번에 「길 잃은 강아지」가요. 처음에 어떤 가사를 생각했냐면요. 아침에 세수하고 이빨 닦고 낮잠 자고 친구 만나고 들어와서 잤다 이게 가사 내용이었어요. 이런 곡을 너무 해보고 싶은 거예요. 왜냐면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곡이 정말 많더라고요. 진짜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가사를 쓰고, 사소한 것 가지고 노래를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는 사랑 노래가 중심이지만, 자연에 대한 노래도 빌보드 차트에 오르고, 신에게 바치는 노래들도 톱 10에 든단 말이에요. 사랑에 대한 감정은 제가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다른 것에 대해서는 제가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을 가사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진짜 의미 없는 하루, 그런 거 있잖아요. 엄청 가볍고 아무것도 아닌 주제로 곡을 많이 쓰고 싶었는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결국에는 저렇게 딥한 가사가 나오긴 했는데(웃음), 다음에도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어요. 진짜 가볍고 골 때리는 가사.(웃음)
다음 달에 일본 진출이 계획되어 있다. 일본 쪽에서 먼저 제의가 왔다고 들었는데 아이유의 어떤 점을 좋게 본 것 같나.
그냥 많은 분들이 일본에 나가서 성공을 하시고 그래서 일본에서도 한국에 많이 초점이 맞춰졌잖아요.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찾다보니까 그냥 제가 있었던 거예요.(웃음) 제가 있었던 건데 좋은 날이라는 곡이 그 때 마침 차트에서 1위도 하고, 한국에서는 이 노래가 잘 되고 있구나. 그럼 얘도 한 번 불러보자. 그런 거 아닐까요.(웃음) 그리고 일본에서도 그런 솔로 여가수를 찾고 있었대요. 굳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 국가에서 찾고 있었는데 마침 제가 있었고 음악성을 높게 보고 제의를 하셨다고 그러더라고요.
음악성을 가진 솔로 여가수라는 흔치 않은 포지션을 일본에서도 유지할 생각인가. 아니면 적당한 현지화를 통해 수정할 생각인가.
뭐 저는 그쪽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하게 되겠지만, 어쨌든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제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저를 불러주신 거니까 한국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고 그렇게 일본 측에 말씀을 드렸고요. 아주 사소한 것 부터 헤어나 메이크업 같은 것도 일본식으로 맞춰서 갈 수도 있어요. 훨씬 그 쪽 분들이 봤을 때 편하실 수도 있고. 그래도 어쨌든 한국에서처럼 그대로 가고 싶어요. 음악 색깔도 그렇고 포지셔닝도 그렇고.
일본 데뷔곡 녹음은 끝난 상태인가.
음. 아직이요.
현지 뮤지션과 작업을 하는 건가.
아니죠. 글로벌 프로젝트 개념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의 프로듀서가 같이 진행할 예정이에요.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도 많아진 것 같은데 느낌이 어떤가. 반응이 오는 것 같나.
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일단 가봐야 뭔가 보일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가 진짜 의미 없는 거거든요. 저 스스로도 전혀 예상도 안 하고 있고요, 어떻게 될 것이다 예상도 안 하고 있고요. 의미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일본 신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있나. 좋아하는 일본 가수라든지.
나카시마 미카(中島 美嘉)라던가, 일본 노래 중에서도 한국적인 감성이 들어있는 곡들을 들어온 것 같아요. 저희 프로듀서분이 워낙 시이나 링고(椎名 林檎) 분을 좋아하셔서.(웃음) 시이나 링고도 잠깐 들었었고, 유이(YUI)도 좋아하고, 아라가키 유이(新垣結衣)도 좋아해요. 너무 예쁘게 생겨서.(웃음)
요즘에 고민이 있나 개인적으로.
크게 없어요. 얼마 전에 이소라 선배님의 프로포즈에 나갔었는데 똑같은 질문을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냥 없어요”라고 말을 했더니 “고민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고민을 만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속 편한 성격 탓일 수도 있겠다. 애어른 같은 이미지이지 않나.
너~무 애 같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웃음) 무대포 스타일로(귀를 막으며) “에이 안 들려, 안 들려” 그러는 거요.
‘개념 연예인’의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쪽으로 롤 모델이 있나.
개념 있는 쪽으로는 생각해본 건 없는 것 같은데.(웃음) 음악적으로는 이소라 선배님 존경하고, 하림 선배님 존경하고 그래요.
후속곡 활동도 계획 중인가.
계속 고민 중인데요. 일본 활동이랑 겹칠 것 같아서 하게 되어도 일본을 갔다 온 뒤에야 하게 될 것 같아요. 후속곡도 안 정해졌고요. 후속곡이 이번 앨범에서도 나올 수 있고, 아예 다른 앨범이 나올 수도 있고.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요.
연기 활동은 이제 안 하나.
연기요? 연기 재미있는데 지금은 여유가 없어요. 찾아주시면 언제라도 저는 하고 싶어요.
여담인데 지난번에 인터뷰 했을 때는 인터뷰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바빠 보였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몇몇 기자 분들이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때는 인터뷰 할 때 미안했다고(웃음).
동생과는 어떤가, 요즘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야기요?(웃음) 야 문 닫아. 야 물 떠와. 이런 거.(웃음) 특별히 이야기는 안 해요. 말은 하는데.
최근에 동생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어떻게 되었나.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되었다는 이야기도 나돌던데.
아니에요. 다행히 그렇게까지는 안됐어요. 다른 분이 괜히 피해를 보셨죠. 하지만 동생이 말하길 학교 애들은 다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애들이 착해서 티를 안 낸대요.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하다가 동생이 다가오면 이야기 안 한대요.
김광석 16주기 기념 공연에 서게 되었다. 김광석의 노래를 어떤 계기로 맨 처음에 듣게 되었나.
기타 때문에 듣게 되었는데요. 기타 선생님께 속성으로 배운 케이스에요.(웃음) 워낙 바쁘신 분이었어요. 그래서 저를 앉혀놓고 가르치기에는 너무 바쁘셨던 분이라 기타를 치는 가수 분들을 다 가르쳐 주셨어요. 그리고 “네가 듣고, 느끼고, (코드를) 따라.”는 식이었죠.(웃음) 그래서 그 때 김광석 선배님을 알게 되었죠.
어떤 점이 좋은가.
저는 그런 보컬이 너무 좋아요. 뭔가 기교보다는 솔직함과 감성으로 전해지는. 저는 그런 게 노래를 잘하는 것이라고 봐요. 사람마다 가창력의 기준이 다르잖아요. 물론 기교나 다 중요해요. 고음도 중요하고 발성도 중요하고 파워도 중요하긴 한데 어쨌든 가창력은 노래로 전달되는 힘이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솔직함보다 강한 힘은 없다고 봐요. 하나의 소극장 안에서 기타 한 대로 관객들을 울릴 수 있는 그런 솔직함을 가지는 것이 제가 꿈꾸고 있는 가수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