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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의 아쉬움 그리고 기대감 - 아이유, 원더걸스, 타블로

3단 고음의 국민 여동생 - 이번 주는 주목할 만한 가요 음반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정석원, 김광진 등 중견 작곡가들이 참여한 아이유의 새 앨범이 나왔습니다. 이어 원더걸스가 미국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잠시 접고 가요계에 신보와 함께 컴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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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주목할 만한 가요 음반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정석원, 김광진 등 중견 작곡가들이 참여한 아이유의 새 앨범이 나왔습니다. 이어 원더걸스가 미국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잠시 접고 가요계에 신보와 함께 컴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고통을 견뎌내고 드디어 재기에 나선 타블로의 신작 음반도 소개합니다.


아이유(IU) <Last Fantasy> (2011)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은 이럴 때 하는 말 아닐까. 또래답지 않은 음악성과 ‘좋은 날’의 대히트를 통해 단숨에 ‘대세’로 떠오른 소녀의 십대 시절 마지막 페이지는 초호화 뮤지션들의 참여로 21세기형 블록버스터를 예고한 상태였다. 그로 인해 생겨난 대중들의 기대감은 올해 컴백한 여느 가수들과는 감히 견줄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감을 실어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많은 이들은 이 소포모어 작의 결과물이 어중간해서는 안 된다는 날카로운 잣대를 겨눴고, 아주 잘하지 않고서야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우려 역시 고개를 들던 시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작곡진의 면모가 공개됨과 동시에 두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하나는 정규작만이 가지는 일관성 있는 콘셉트적 재미, 또 하나는 그녀 자신이 프로듀싱에 대한 얼마간의 전권을 쥘 것이라는 예상(사실 나조차도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너무 과하게 바란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이었다. 이처럼 결국 전문가들에 의해 무대가 마련되었다면, 결국 흐름에 상관없이 각 트랙에 있어서 작곡가들이 얼마나 아이유의 능력을 잘 이끌어냈느냐, 그리고 아이유 자신은 맡겨진 임무를 잘 이행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성에 차기엔 약간은 부족한 기운이 감지된다. 크레디트를 보고 입이 쩍 벌어진 이들이 다수 있었겠지만 좋은 스태프가 있다고 명반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무수히 확인해왔다. 기대한 것에서 한 발짝 뒤쳐진 듯한 인상은 무엇보다도 작곡가들의 욕심이 컸음을 반증한다. 아이유와 같은 캐릭터의 가수와 작업한 일이 드문 만큼, 하고 싶은 것을 해보려는 의욕이 과잉이 되어 나타난 탓이다.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어수선함’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달랐기에 일어난 반작용현상이다.

가장 잘 타협을 본 것은 역시 정석원과 김광진, 라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전형적인 정석원 스타일의 대곡 지향 발라드 ‘비밀’은 김이나가 쓴 섬세한 가사, 적재적소에 파고드는 웅장한 코러스 워크가 ‘소녀의 짝사랑’이라는 테마를 극대화시키며 최고의 첫인상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별을 찾는 아이」에서는 기교를 뺀 자연스러운 보컬에 서정적인 선율이 더해지며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또한 그 내츄럴함을 어쿠스틱 사운드에 얹은 「Teacher」는 오히려 작곡가의 색깔이 약했기에 빛을 본 트랙이다. 「미운 오리」를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뽑았던 만큼 이런 스타일의 곡에서 확실히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에 반해 후반부 트랙인 「4AM」이나「라망(L'amant)」은 확실히 무리수처럼 보인다. 코린 베일리 래의 감성을 표현하기엔 아직 부족한 탓인지 그저 어른을 흉내 내는 아이의 목소리로 들리는 전자나, 정재형만의 작법을 더욱 무겁게 가져가려다 오히려 주인공의 자리를 지워버린 아전인수격인 후자나 모두 이상적인 협연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그 밖에도 6분이라는 시간을 디즈니 식 오케스트라로 덩치만 불린 「Last fantasy」, 트렌드를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좋은 날」과 별다를 게 없어 보이는 「너랑 나」 등 지적대상 포인트도 상당수 존재한다.

잠깐, 여기까지는 ‘기대했던 만큼 해냈을까’라는 관점이었다. 그렇다면 잠시 힘을 빼고 여러 메인스트림의 결과물들과 나란히 놓고 본다면 어떨까. 재미있게도 ‘좋은 앨범’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앞에서 지적한 곡들도 생각보다 별로라는 것이지 일정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 딱히 모난 부분을 찾기 힘들다. 「Last fantasy」도 멜로디는 확실히 살아 있고, 「잠자는 숲 속의 왕자」도 편곡을 조금도 고급스럽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 원곡에 비해 표현력만큼은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이 올해 들어 이렇게 곡간의 간격이 없으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귀를 자극하는 모음집을 주류의 최전방에서 만나본 적이 있나 싶다. 잘 짜여진 스토리북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어도 한곡한곡이 들을만한 ‘싱글 콜렉션’을 제작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듯 실망을 느끼거나 불만을 토로할 법도 한 것이 사실이다. 호화진이 참석했음에도 이렇게 밖에 뽑아내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능력 있는 프로듀서를 기용해 좀 더 짜임새 있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았겠냐고. 하지만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기도 하다. 수많은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니면 힘들기 때문에 조영철 프로듀서는 단기간 내에 기세를 이어갈 EP를 내는 대신 그 열기가 식더라도 1년을 걸려 유수의 음악가들을 한데 불러 모았다. 이를 단순히 ‘안정을 위한 전략’으로만 볼 수 없는 요인이 여기에 있다.

즉, 아이돌에서 아티스트로 나아가려는 중간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획이었고, 아이유 자신도 색깔을 잃지 않고 1990년대의 향수를 상당부분 살려 내며 가수로서의 능력도 욕먹지 않을 정도로 발휘해냈다는 것에서 이 소포모어 작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더욱이 다른 아이돌 가수와는 다르게 또래 아이들은 이름도 모르는 생소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왔고, 그들을 잊지 않고 한데 불러 모았다는 점을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물론 섭외에 공들인 것에 비해 녹음 자체에 기울인 시간이 짧아 보컬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많은 이들의 지원은 그녀의 잠재력을 확인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고,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음원 순위와 음반 판매량이 말해주듯 ‘완성도 있는 작품’에 귀착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수 본인에게 좋은 수업이 되었으리라는 점까지 포함하면 득이면 득이지 잃을 것은 없던 시도였다.

말 많았던 이 한 장의 시디에 붙인 <Last Fantasy>라는 문구를 보고 이보다 더 적합한 타이틀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두 단어가 아이유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가 그려내는 틴에이지 시절의 이야기를 넘어, 그녀의 존재 자체로 이 의미는 이어진다. 아이돌과 같은 스타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친숙함을 지니며, 싱어송라이터인 동시에 가창력도 좋은 가수의 출현, 그것은 유명 뮤지션들조차도 앞 다투어 곡을 써주고 싶은, 한마디로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판타지’같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이 꽤 수준급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부정하며 “더 좋았어야해!” 라고 질타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그 생각이 대중들에게까지 미쳐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13곡에 담겨 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 자체로 오롯이 인정해야 할 때다. 아이돌에 안주하지 않고 진짜 음악을 하고자 1990년대의 영웅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는 공로와,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했고 그로 인해 결코 생명력이 짧지 않은 곡들이 탄생했음을 인정함으로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과대평가와 거품을 걷어낼 시기인 것이다. 이 한 장을 마지막으로 ‘마지막 판타지’라는 짐과 아이돌 스타라는 허물을 벗고, 멀지 않은 미래에 자유롭게 자신의 음악을 하는 20대의 아이유와 다시금 재회하기 위해서.

글 / 황선업([email protected])


원더걸스 <Wonder World> (2011)

박진영의 근거 있는 자신감

유행이라기보다는 ‘현상’이었다. 학교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술집에서도, 심지어 군부대에서도 사람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이들의 「Tell me」가 흘러나왔고, 거기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을 눈길 닿는 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DOC와 춤을」 이후, 유행가에 관심 없던 백발 어르신들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대중가요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만큼 대단하긴 대단했다는 거다. 박진영과 이 다섯 명의 소녀가 만들었던 전 국민적 현상이.

시간은 흘렀고, 시장은 변했다. 박진영이 원더걸스와 미국 시장에서 모험(혹은 도박)을 계속하는 동안, 한국 활동에 소홀했던 이들은 더 이상 국민 아이돌이 아니었다. 이제 과거의 국민 요정들은 해외시장 공략에 빠르게 성공한 여타 걸 그룹들과의 비교는 물론, 멤버 교체와 같은 부침까지 겪으며 한물갔다는 조롱 섞인 비아냥거림마저 감당해야했다. 이것이 원더걸스가 헤쳐 나가야하는 현재의 상황이다. 바꾸어 말해서, <Wonder World>는 이런 순탄치 않은 상황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 되어주어야 했다.

소녀시대가 <The boys>를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컴백을 선언한 것을 보면 박진영은 정면승부에 자신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앨범의 퀄리티로 보건데, 그것은 분명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신보에서 이들은 「Tell me」와 「Nobody」, 「2 different tears」를 통해 쌓아온 복고적 이미지를 덜어내고, 신디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신스 팝으로의 중심 이동을 꾀하고 있다. 풍성한 신디사이저 입자들은 1980년대의 추억을 환기시킴은 물론, 현대적인 세련미까지도 제공한다. 과거와 현재를 함께 볼 수 있는 음악들이라고나 할까.

곡의 작법이 국내의 아이돌그룹 음악시장에서 관습적으로 이뤄지던 ‘후크송’에서 벗어났다는 점과, 회사의 규모를 키움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박진영에 대한 의존도가 높던 작곡 방식 -이를테면 지오디(god) 시절부터 최근 미스에이(Miss A)의 음악에까지 어느 정도의 한계를 보이던 어설픈 리듬 중심적 작법- 에서 탈피했다는 점은 이들의 음악을 괄목상대하고 대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요인들이다. 아마 이런 변화들이야말로 박진영이 가진 자신감의 원천이 아니었을까.

혼(horn) 세션으로 재미를 주고 신디사이저로 혼을 빼놓는 댄스 넘버 「G.N.O.」, 캐럴송으로도 부족함이 없을 신스팝 타이틀 「Be my baby」, 베이스의 펑키한 사운드를 제대로 살려낸 「Sweet dreams」가 바로 그런 진화의 중심에 있는 트랙들이다. 신중현의 「미인」을 대담하게 리메이크한 「Me, in」은 고전적인 느낌의 원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련된 후크를 갖추게 했고,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는 「Nu shoes」는 국내 음반의 수록곡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해외의 팝 감성에 충실한 인상적인 멜로디라인을 뽐내고 있다.

앨범만 놓고 보면 참 맵시 있게 잘 빠진 음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영화 <혹성탈출>의 주인공들처럼, 앨범이 자신의 시대가 아닌 곳에 불시착해버렸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JYP, and the Wonder Girls are back.’ 오랜만의 복귀를 알리는 문구일 뿐인데 안 그래도 먼 길을 너무 돌아서 왔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앨범에 대한 만족도와 정비례하는 이 안타까운 마음은 오직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글 / 여인협([email protected])


타블로(Tablo) <열꽃>

타블로는 독자적인 주파수다. 그동안 에픽 하이(Epik High)의 디스코그래피를 거치면서 그 음향이 더욱 선명해졌다. 어쿠스틱과 신시사이저를 넘나들며 단지 힙합으로 규정할 수 없는 섬세한 멜로디 라인을 기초로 하며,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내면적인 가사로써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를 스스로 창조했다. 이것은 유명 대학교의 졸업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이 만들어낸 모래성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문제다.

그 만이 가지고 있는 주파수는 이번 앨범에서 극한으로 치달았다.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열꽃>이라는 타이틀은 최근, 시기와 모함으로 얼룩졌던 개인적 아픔에서 기인했다. 전체적인 기조는 우울을 넘어서 절망스러운 폐허의 심상을 다룬다.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소생의 희망까지 앗아간, 그야말로 그라운드 제로가 앨범의 출발점이다.

앨범 속의 폐인은 극한의 좌절에서 기댈 수 있는 기본적인 완충지대 밖으로까지 밀려난 위기에 처해있다. 사랑과 사람에 배신을 당하고 마지막 보루인 가정의 울타리까지 침범하려는 비정한 시선들, 그 냉혹함을 여과 없이 토로한다. 「집」에서 시작해서 「나쁘다」로 이어지는 통증 가득한 트랙들은 그동안의 아픔을 함께 들어주길 원하는 적극적인 요구다. 꽤나 정교하게 조각한 메타포들은 우울함에 기초한 감성을 배가시켜 전달하는 촉매제다.

메타포뿐만 아니라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하는 요인은 호소력 가득한 보컬에 있다. 이소라, 나얼 뿐만 아니라 <아저씨> 사운드트랙에서 독특한 음색을 선보인 매드 소울 차일드(Mad Soul Child)의 진실과 빅뱅의 태양까지 가세하며 래핑으로만 채울 수 없는 극적 요소를 강화했다. 물론 보컬과 래핑의 조화는 에픽 하이의 후반기 결과물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 타블로의 멜로디 작곡 능력이 더해져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파트 1, 2로 나눠진 앨범에서 처음 절반이 아픔으로 가득 차 있다면 후반부는 상처를 치유하고 대중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물론 「유통기한」에서 드러나듯이 타자에게 잊혀져버린 존재가 아닐까 다시 일어서는 걸음이 두렵기도 하지만 「고마운 숨」에서 함께하는 동지들과 가족들이 있으니 힘을 내보려한다. 그간의 소동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이와 같은 결말에서 상투적인 것에서 오는 실망을 느끼기 보다는, 인간적인 응원을 보태주려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타블로는 어렵사리 그만의 주파수로 다시 송신에 나섰다. 그 전파는 불특정 다수에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 닮아있는 아픔 때문에 걸음을 저는 이들에게 향한다. 역설적이게도 아티스트에게는 가장 아픈 순간에 청취자에게는 가장 내밀한 치유를 들려준 셈이다. 순간적으로 피고 지는 열꽃처럼 이같이 쓰라린 결과물은 이번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래야 한다.

글 / 홍혁의 ([email protected])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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