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가가 되는 법 『이것이 문화 비평이다』 - 이택광

“문화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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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라는 말은 이제 친근하고 가까운 언어가 되었다. 커뮤니티, SNS의 활성화로 누구나 문화에 대해 손쉽게 한마디 보탤 수 있는 '문화'가 된 것이다.


문화비평,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

문화라는 말은 이제 친근하고 가까운 언어가 되었다. 커뮤니티, SNS의 활성화로 누구나 문화에 대해 손쉽게 한마디 보탤 수 있는 ‘문화’가 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문화 비평이란 과연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블로그에, 트위터에 TV프로그램, 영화, 공연에 관한 글을 쓴다. 그런 감상과 비평은 어떻게 다른가? 감상을 넘어선 비평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문화비평가이자 경희대학교 대학원 영미문화전공 이택광 교수의 책 『이것이 문화 비평이다』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야심 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택광 교수는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무례한 복음』에 이어 『이것이 문화 비평이다』3부작이 그가 생각하는 문화비평의 페다고지(교수법)라고 말했다.

문화비평의 핵심은 대중문화의 형식을 분석하거나 문화트렌드나 심리를 파악해서 통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비평은 문화라는 형식을 통해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p.13)

그는 이 책을 통해 “문화비평의 표본을 제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좋은 문화비평이라고 생각하는 -바르트, 벤야민, 지젝 등의- 문화비평을 종합해서 내 나름대로 한국적인 방식의 문화비평을 해보려고 했다. 하나의 실례를 제시한 셈이다. 문화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이 정도의 문화비평은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면, 성공적인 거다.”


문화비평은 사유를 요구하는 행위


출간 된 지 두 달 만에 벌써 2쇄를 찍었다. 그가 서문에 쓴 대로 “문화비평이라는 행위가 지금 긴급하게 요청되고 있다는 생각”(p.15)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그에게 어떤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는지 물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만화책을 사지 비평집을 사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간혹 만화를 즐기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왜 나는 만화책을 볼까? 왜 만화가 재미있을까? 이런 호기심을 갖는 ‘성찰적 자아’들이 있다. 성찰적 자아들이 글을 쓴다. 쾌락 원칙에 머물지 못하고 뭔가 공허감을 느끼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이 책은 20~30대 가운데 기존의 문화현상에 대한 비평, 기사, 칼럼을 보고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분들, 남들과 다른 생각을 발견하고 싶은 분들이 관심을 뒀을 것으로 생각한다.”

목차만 둘러봐도 최근 몇 년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스쳐 지나간다. ‘연쇄살인범의 발견’ ‘불륜드라마,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 ‘아파트라는 증상’ ‘추기경의 죽음’ ‘이명박과 노무현’ ‘미디어법’ ‘천안함’ ‘월드컵 응원녀’ ‘타블로 논란’ ‘마빡이- 근대적 노동에 대한 조롱’ ‘꿀벅지는 성희롱인가’ ‘루저의 난’ 등등.

자고 일어나면, 인터넷은 새롭고 더 강도 높은 사건들로 업데이트되어 있는 대한민국 사회 속에서 문화비평가의 펜 끝은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인다. “잠을 안 자면 된다”고 우스개처럼 말하는 이택광 문화비평가는 한국의 특수한 징후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화의 일면 일면의 껍데기를 벗겨 내는 글을 경향신문, YES24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 기고 중이다. (<이택광의 나의 철학수업> 바로가기 ☞)

그는 “문화비평은 ‘지금 여기’에 대한 전면적인 사유를 요구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문화비평은 텍스트 자체를 주목하기보다는 왜 텍스트가 그렇게 만들어졌을까? 이야기하는 거다. 누군가 울면 ‘슬프겠구나’ 공감해주기보다는, ‘저 사람은 왜 울까?’ 얘기하는 거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게 아니다. 이를테면 무상급식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오세훈은 왜 무상급식에 목숨을 걸까?’ 그것을 궁금해 하는 것이다.”


“도덕 너머에 작동하는 논리를 보자”

문화비평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관찰이다. 그 관찰을 통해 사유하고 메타화하는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게 미덕으로 보이는 사회에서 ‘사유를 하세요.’ ‘생각을 하세요’ 말하고 있는 거다. 니체도 자기 철학을 문화비평으로 불렀고, 루카치 역시 자신의 소설비평 행위를 일종의 철학 행위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철학적 행위로서 문화비평, 인문학적 문화비평을 지향한다.”

대중의 문화라고 뭉뚱그려져 있는 대상을 관찰하고, 사유하는 순간, 그것은 응집했던 욕망의 스펙트럼을 분사해낸다.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사람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이슈,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연예인 등, 이유 없이 그냥 좋아하는 것들 안에서 문화비평은 숨겨진 이유, 감춰진 욕망을 드러낸다. 이 점이 문화비평의 재미이고 매력이다. 이를테면, 인터뷰했던 당일 날 뜨거운 이슈를 불러냈던 한예슬 사건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한예슬은 KBS 드라마 <스파이 명월>을 촬영하던 도중, 열악하고 비인간적인 드라마 제작 시스템 문제에 반발하며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돌아왔고,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길 바란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눈물을 흘리며 돌아와서 모순을 덮었잖나. 그 행위가 한국에서 굉장히 훌륭한 행위로 여겨진다. 문제를 제기하자마자 덮었다. 그만큼 했다는 것에서 도덕성이 발동하는 거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문제가 개인의 도덕적 결단, 도덕적 요구에서 끝이 난다. 도덕적인 무마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이 문화비평의 대상이다.”

“연예인들은 적을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적을 만들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려면 자신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거다. 모든 걸 안고 가겠다는 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어떤 칼럼은 방송 연예계 현실 얘기를 꺼낸다. 인권문제를 제시하고. 이런 건 메시지에 대한 분석이다. 나름대로 옳고 따져서 그 내용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연예인 인권이 존중되면 방송 산업 구조가 개선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인권에 대한 얘기는 상당히 부분적인 대책일 수 있는 거죠. 근본적인 문제를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보통은 미봉책의 결론이나 윤리적 결론을 끝을 맺는다. 우리 이대로 괜찮겠냐. 휴머니즘적으로 끝난다.

실질적인 문제는 그 지점에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연예산업, 문화산업은 자본축적의 논리와 관계되어 있고, 도덕 너머에 작동하고 있는 축적의 논리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거다. 이를테면, 삼성이 문제다. 삼성이 좀 더 인간적인 기업이 돼야 한다. 여기서 끝난다. 삼성이 자선활동을 하거나 사회 복지에 힘을 쓰면 될까? 문화비평은 ‘그게 전부냐?’고 묻는 행위다. 자꾸 그런 정도에서 생각을 멈추려는 사람들이 본다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웃음) 왜 자꾸 문제를 확대하느냐고 하겠지.”



“소녀시대는 도발적이지 않다”


문화비평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대화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로 넘실넘실 흘러들어 가고 빠져나왔다. 이택광 교수는 익숙하고 친숙한 현상들을 뒤집고, 다시 뒤집어 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가 한국 사회 속에서 관찰한 것은 무엇이고, 그가 문화비평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꼽는 ‘관찰’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 물었다. 그는 시종 덤덤하게 말을 이어나갔지만, 매 사안에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었다. 사회, 정치, 문화 대부분 현상에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그 속에서 재미를 느끼고, 꾸준히 기록해나가는 그를 통해 문화평론가의 어떤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문화비평의 덕목이 ‘정치성’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서 정치적인 것은 수행적이고 실천적인 것이다. 문화비평은 어떤 정치 이론이나 철학 이론을 ‘적용’해서 대상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 속에 드러나는 이론적인 측면들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것이다.” p.14)

내 나름대로 보기에 대중은, 국민도 아니고 시민도 아닌 사람이다. 평소에는 국민이자 시민으로 살다가 인터넷에 들어가거나 소비를 할 때, 어떤 프로그램을 볼 때 대중으로 바뀌는 거다. 대중을 구성하는 공통된 기반이 있다. 그걸 상식으로 부를 수 있겠다. 그런 상식(common sense)을 바꾸는 게 사회적 변혁이다. 대중의 욕망이 가장 잘 드러나는 스크린이 뭘까? 결국 대중문화다. 대중문화는 그 공동체 윤리를 표상하고 있다. 공동체에서 합의된 것들이 대중문화인 셈이다.

일례로, 소녀시대는 도발적이지 않다. 소녀시대가 십 대를 망치는 게 아니다. 십 대는 이미 망쳐져 있고, 그 십 대들을 사로잡아 두기 위해, 관리하기 위해 소녀시대가 필요한 거다. ‘야, 소녀시대가 담배 피냐.’ 소녀시대가 흡연광고를 하면, 십 대가 그걸 본다는 거다. 서태지가 ‘컴백홈’을 불렀을 때 가출 소녀가 어마어마하게 돌아왔다잖나. 대중문화는 사회가 욕망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다. 금지하지 않아도 되는 욕망을 표현한 셈이다.

대중문화는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중문화를 분석한다는 것은 대중문화의 밝은 면을 기술하는 게 아니다. 쾌락의 평등주의 때문에 감춰져 있는 불평등을 보여주는 거다. 그러니 그 자체가 비판적인 사유가 될 수 밖에 없다. 합의된 것을 의심해야 하니까. 소녀시대가 좋은가, 나쁜가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은 왜 소녀시대를 좋아할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문제 속에 사회의 맹점이 있다”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가가 일어나는 대한민국에서 문화 비평가로 사는 일은 어떤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문화비평가가 아닐까 싶다.(웃음)

“굉장히 바쁘다. 외국친구들은 신기하게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서구 사회보다 빠른 사회는 맞다. 이 책 같은 경우도 묶어놓고 보니까 무늬가 보이는 거지. 하고 있을 때는 정신이 없었다. 반면, 한국은 변화무쌍한 것 같지만, 하나의 문제가 반복되는 식으로 나타난다.

복합적으로 보이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단일하다. 하나의 이야기가 계속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거거든. 한예슬 사건도 비정규직과 연관된 문제고, 과거에 있었던 여러 가지 방송계 문제와 무관한 게 아니다. 그렇게 오히려 근본적 변화가 없으므로 비평이 따라갈 수 있는 거다.”


사유의 힘은 관찰에서 나온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무엇을, 혹은 무엇을 통해 어떻게 관찰하는지 궁금하다.

“관찰은 근대 사회가 만들어낸 과학적 방법이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관찰하고 결과를 도출해서 결론을 짓는 일이다. 이때 과학주의라면, 가설과 맞는 것들만 취하고 맞지 않는 건 버린다. 하지만 인문학적인 방식은 버리는 것 없이 종합적으로 보려고 한다. 실패도 하나의 데이터인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관찰한다는 건, 총체적 관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이때 세상에 갖고 있는 태도라든가 인생관이라든가,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주체성이 중요하다. 이게 인문학적인 관점이고 관찰이다.

주체성을 중심에 놓고 관찰해야 한다. 주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옳다고 믿으면서 왜 그렇게 행동할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것이 관찰의 초점인 거다. 대부분 모순이나 딜레마가 있기 마련인데, 그것은 반복의 지점 속에서 생겨난다. 해결되지 않으니 반복되는 거다. 하나의 답으로 상식화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문제. 그 지점에 그 사회의 맹점이 있다. 그 사회가 감춰두고 있는 비밀이고. 그런 것이 관찰의 대상이 된다.”



욕망해라, 더 강렬하게

7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했다. 악플이든 선플이든 교수님이 쓴 글에 반응이 뜨겁다. 어쩐지 교수님은 그 댓글들도 하나의 현상을 관찰하고 파악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웃음)

“악플에도 패턴이 있다.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거다. 내가 잘못 보고 자기가 잘 봤다는 거다. 여기에도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목숨을 걸면 주이상스(쾌락)가 되는 거다.

사람들은 흔히 좋은 욕망과 나쁜 욕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욕망과 주이상스는 구분되는 게 아니다. 어떤 여대생이 명품에 빠졌다고 치자. 열심히 사서 모은다. 거기에 목숨을 걸었다면? 범죄를 저지르든지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거다. 그러다 비정규직 노동의 현실을 깨닫게 되고, 참지 못해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얌전했던 여대생이 폭동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는 거다. 지난날 촛불은 이런 식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강렬한 욕망이 중요한 추동력이라는 것인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명품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가능하다는 거다. 만약 그 대상이 명품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노동계급, 장애인을 사랑해서 목숨을 걸었다고 보자. 복지제도나 사회인식에 저항하기 위해 사회 운동가가 되겠지. 결국 사회적, 정치적 요구는 욕망에서 출발하는 거다. 촛불집회 때 앞장섰던 ‘소울드레서’는 패션 커뮤니티고, ‘쌍코’는 성형수술 하는 커뮤니티였다. 그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못생겨서 싫다는 거야. 이 사람들은 외모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거다.

욕망이 극단적으로 가면 정치화되는 것인데, 이런 식의 방식이 잘 목격되는 곳이 한국밖에 없다. 사실 욕망은 한 사람을 어른으로 만드는 거다. 아기들의 칭얼거림은 욕망이 아니라 니드(need)다. 밥 주고 업어주면 안 울잖나. 하지만 어른이 되면 밥 주고 업어줘도 운다. 심지어 단식도 하고. 이런 것들은 욕구의 차원을 넘어가서 욕망이 되는 거다. 사회에 깔린 냉소주의와 허무주의는 욕망하지 말라는 거다. 이건 명백하게 권력이 요구하는 거다.”


그렇다면 교수님이 목숨 걸고 있는 건 뭔가?

“나는 진리에 목숨 걸고 있다.(웃음) 이런 사실을 밝혀 나가는 게 재미가 있는 거지. 인식의 재미. 무지의 재미죠. 내가 무지하다는 걸 계속 깨달아가고 뭔가 계속 배워 나가는 거다.


“문화비평을 제도화해야 한다”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철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문화비평에 매료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학생운동을 했는데, 90년대가 되자 나와 함께 했던 분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로 가서 일했다. 어떤 분은 민주당에, 어떤 분은 한나라당에, 청와대에.(웃음) 나는 내 앞에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선택을 보류하는 방식으로의 유학을 떠났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들을 지켜보게 되었고, 그 안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해왔던 80년대가 무엇이었던가, 왜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저렇게 바뀌었는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어쨌든 지적 긴장을 놓기 싫어서 공부를 했다. 서양 사회도 우리와 똑같은 68년을 겪었기 때문에, 거기에 버금가는 사태들이 많이 있었다. 그 사태에서 서구의 좌파들은 어떤 결심을 했나. 어떤 결정을 했나. 어떤 식의 분화가 이뤄졌는지가 주요한 관심이었고, 그래서 이론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지식인들이 대처한 전략 중의 하나가 문화비평이었고, 한국적 상황에서 대단히 필요한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말하는 문화비평이라는 건 사실, 프랑스로 본다면 정치철학을 말하는 것이고, 영국으로 본다면 마르크스주의인 셈이다.”


문화비평가의 최종적인 목표는 이론가가 되는 것인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문화학은 이론이 필수적이다. 문화비평을 학문화하는 게 중요하다. 문화비평은 지금 여기에서 출발하는 거다. 그래서 학문처럼 보이지 않기도 하고, 예전에는 ‘잡문’이라고도 불렸다. 문화비평적 관점. 방법론이 학문의 방법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좁은 의미에서 대중문화 비평으로 한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 수 있고, 우리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제도화가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교수님이 학교에서 계속 강의하는 것도 이런 목표와 관련이 있겠다.

“프랑스 철학의 위력은 제도 철학에서 오는 거다. 프랑스에서는 그게 입시이기 때문에, 철학 공부를 안 하면 대학에 못 간다. 과거 시험을 생각하면 된다. 과거시험이 지금 있다고 보면 인문학의 위기가 올까? 서로 철학과에 가려고 할 거다. 인문학 위기도 간단하다. 시장에 맡겨 있어서 위기다. 인문학은 시장에만 있으면 안 되거든. 제도화돼야 한다. 시장과 상호 작용을 일으켜서 실체화돼야만 인문학이 굳건하게 사유로 자리 잡게 되는 거다.”



현실을 날카롭게 파악할 수 있는 관점을 얻으려면 관찰뿐 아니라 기본적인 이론 숙지도 중요할 것 같다. 문화비평가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일반 대중에게 이론을 공부하는 법을 권해준다면?

“문화비평의 핵심은 관찰이고. 이론은 관찰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잣대다. 이론은 어떤 사회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때, 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그 흔적이 이론이다. 그 과정이 이론 체계 안에 고스란히 있는 거거든. 그런 식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관찰의 힘을 가지는 것이다. 다른 생각을 가지는 거고. 그것만 가지고도 글을 쓸 수 있지만, 심도 깊은 문화비평을 하고, 추상화를 이뤄내려면 이론 공부도 해야 한다.

그런 관찰 훈련을 많이 한 사람은 당연히 이론을 읽으면 이해도가 빠르다. 이런 관찰 없이 읽으니까, 이론서에 나오는 얘기가 다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거다. 라캉이 왜 어려울까? 라캉은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가 드는 수많은 사례는 죄다 고등학교 입시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러한 맥락이 없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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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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