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플레이리스트] 친구와 다투고 너무 말을 심하게 했다고 후회할 때
양안다 「저글링」 X Anuah - PANSPERMIA
더 다치기 전에 저글링을 끝내고 싶지만, 돌아가는 칼의 관성은 손쉽게 한 번에 정리되지 않아요. 손목을 내놓고 용서를 빌어도 이미 일어난 일. (2024.07.19)
공중으로
식칼을 던진다. 식칼을 던진다. 식칼 두 자루가 공중을
통과하고.
모든 빛이 식칼에게 쏟아진다.
반사합니다. 눈동자 위로 태양. 눈동자 위로 태양이 지나가고. 태양 두 개가
새의 두 눈에 떠 있으면.
이제 너의 차례입니다. 태양이 태양에게.
이제 나의 차례입니까. 태양이 태양에게.
식칼이
추락합니다. 그리고 또다른 추락입니다. 식칼 두 자루가 공중을 통과한다. 새가 그 자리를 지나가면.
잘린 손목을 두고 가겠습니다.
그러면 나를 용서해줄 줄 알았어.
- 양안다 「저글링」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문학동네)
후회는 언제 하나요? 주워 담을 수 있는 결정이었다면 후회가 적습니다. 얼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주워 담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미 나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입을 떠난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된 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표정을 보는 낭패감이란. 설상가상으로 상대방도 날 선 말이 준비되어 있다면? 상처뿐인 대화 릴레이가 시작되는 거죠. 더 다치기 전에 저글링을 끝내고 싶지만, 돌아가는 칼의 관성은 손쉽게 한 번에 정리되지 않아요. 손목을 내놓고 용서를 빌어도 이미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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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의 2023년 새해 첫 권으로 양안다의 신작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를 펴낸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양안다는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숲의 소실점을 향해』 등 네 권의 시집을 부지런하게 펴내며 두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