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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소설의 참재미와 마감 마친 손맛 (G. 박민정 소설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99회) 『백년해로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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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를 운전하는데, 스마트 엔진이 아니라서 키를 꽂아서 수동으로 돌려서 시동을 거는 차예요. 키를 돌릴 때 탈칵 돌아가면서 시동이 걸리는 느낌이 쾌감이 있거든요. 마감을 할 때마다 이 마감 마친 손맛이...


가끔 머릿속으로 야엘과 헤어지고 나서 주차장까지 걸어가던 밤, 가로등 불빛이 아롱아롱한 소로를 걸었던 순간이 맴돌았다. 아마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부러 천천히 걸었던 그 골목길이 떠오를 것이다. 아직까지도 후암동의 능소화가 떠오르는 것처럼. 야엘이 말하는 어린 시절의 담벼락이 뭔지 나도 알았다. 내겐 악몽과도 같았던 시간들, 얼른 다시 본래의 우리집과 학교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돌아가고 싶기는커녕 떠오르면 불쾌하기만 한 장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닿고만 싶은 그리운 장소가 된다. 이것이 바로 야엘과 내가 공유하는 가족의 역사, 가족의 진실 그 자체인지도 몰랐다.

박민정 작가가 쓴 『백년해로외전』에서 읽었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박민정 소설가 편>

오늘은 6년 만에 새 장편 소설 『백년해로외전』을 쓴 박민정 소설가를 모셨습니다.

황정은: 5월 25일에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을 내셨어요. 작가님의 예전 장편소설인 『미스 플라이트』가 2018년에 나왔으니까 6년이 지난 셈이잖아요. 소감이 어떠세요?
박민정: 이 이야기는 제가 썼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었고...

황정은: 그런 것 같더라고요. 인터뷰나 이런 걸 읽어보니까,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씨앗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박민정: 네. 작가인 친구가 이번에 출간 기념해서 편지를 써줬는데 ‘너에게 작가로서의 사명과도 같은 이 작품이 드디어 나오게 돼서, 그걸 잘 알고 있는 입장으로서 너무 기쁘다’고 써줬는데, 사실 그걸 제 입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그 얘기를 들으니까 감동했죠.

황정은: 그 친구는 이 이야기가 작가님에게 이렇게 중요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박민정: 제가 ‘이런 이야기 쓸 거야, 쓰고 싶어’라는 걸 대학교 때부터 이야기를 했었고, 그때도 취재한다고 수첩 들고 다니면서 물어보고 다니는 것도 많이 봤고.

황정은: 어디 물어보러 다니셨어요?

박민정: 보편적인 경험일지 모르겠지만, 대학교 때 친구들이 배낭여행 다녀오고 외국 친구들을 사귀어 오고 했을 때, 생각보다 한국에서 입양되어 갔던 친구들이 있었어요. 이제는 외국 국적을 가진 친구들이었죠. 그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오면, 저는 그런 친구들이 더 많으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염치불구하고 가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작가가 됐고’ 하면서 물어보고 다니는 모습도 (그 친구가) 봤고요. 등단을 하고도 그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소설로 풀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던 모습도 봤기 때문에 알았던 것 같아요.

황정은: 그런 이야기들이 있죠. 분명히 굉장히 중요한 덩어리인데, 내 몸이라든지 글을 써내는 내면의 어떤 체계가 이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로 마무리 짓기에는 아직 다 갖춰지질 않아서, 일정한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이번에 『백년해로외전』이라는 소설이 작가님에게 그랬던 것 같습니다.

박민정: 네.

황정은: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에 대해서 ‘글을 처음 썼던 기억,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라고 하셨거든요. 왜 이런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장편이라서 그랬나요? 긴 작업이라서?

박민정: 단편 소설로 등단했던 작가고 주로 단편 소설을 발표하면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장편 작업이 조금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것도 맞지만, 작가에게 글을 쓰는 게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인데 작가로 활동하면서 그 본질로부터 벗어난 태도들을 목도하기도 하고 제가 자신에게서 느끼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을 좀 아프게 보냈던 것 같아요. 글을 쓰는 게 중요한데 책을 내는 작가이고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서의 어떤 행동들을 너무나 의식하는 그런 모습들이 보기에 불편하기도 했고, 저 자신에게도 그걸 발견하면. 그래서 ‘내가 제일 처음에 소설을 좋아했던 마음으로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야 한다’라는 그런 막중한 책임,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됐나요? 공개적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까?

박민정: 사실 사건은 매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그것들이 어떤 순간에 무던하게 넘어가지지 못하고, 저 자신도 ‘작가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쓰기 아닌가? 그런데 왜 자꾸 욕심을 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하면서 어느 순간에 폭발했던 시기가 있고. 그게 데뷔한 지 그게 10년 조금 넘었을 무렵부터니까, 아마 누적된 게 터지지 않았나 싶어요. (웃음)

황정은: 그때쯤에 굉장히 큰 질문이 터지기는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희한하죠. 아무튼 글쓰기 전반에 관해서 좀 어려움을 겪으셨나 봐요. 이 소설을 한참 쓸 때 말입니다.

박민정: 이 소설 연재를 시작하면서 소설 쓰기의 ‘참재미’라는 것을 오롯이 다시 느꼈어요. 사실 그렇지 않으면 장편 작업을 하기가 어렵기도 하고요. 제가 (소설이) 잘 안 써지고 글쓰기와 출판과 이런 것들에 대한 일종의 회의를 느꼈던 시간은 몇 개월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 시기를 저는 너무 무겁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작품을 계기로 ‘무슨 일이 있어도 결국 글을 쓰고 완성하기만 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황정은: 작가님이 그런 고민을 하게 된 사건이라든지 시점에 대해서는 딱히 말씀을 안 하시는데 제가 좀 짐작이 되는 바가 있고, 그리고 저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걸 느꼈거든요. 저는 사실 아직 거기서 복구 중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뭔가 내가 갖고 있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고 생각한 근원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단단하게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뭔가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시기에 그게 크게 훼손됐습니다. 그게 내가 자처한 게 아니었어요. 타인의 의도나 의지에 의해서 훼손이 됐거든요. 저는 속수무책으로 그걸 그냥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거 보고 되게 힘들더라고요. 저는 작년까지도 되게 힘들어하다가 이제 좀, 작가님 말씀하신 대로 참재미를 다시 들여서, 요즘 다시 소설 작업을 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박민정: 다행입니다.

황정은: 그러게요. 작가님이 발견한 참재미는 뭐였나요?

박민정: 우리가 참주제라고 하기도 하잖아요. 소설의 참주제, 작가의 참주제라고 하기도 하고. 재미인데, 손가락이 막 달려 나가는 재미도 있고. 제가 일기에 그런 걸 썼었어요. 제가 옵션이 많이 없는 중고차를 운전하는데, 이게 스마트 엔진이 아니라서 키를 꽂아서 수동으로 돌려서 시동을 거는 차예요. 그런데 그거를 돌릴 때 탈칵 돌아가면서 시동이 걸리는 그 느낌이, 되게 쾌감이 손맛이 있다고 저는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차를 렌트하거나 했을 때 버튼을 누르면 저는 시동이 걸렸다는 느낌이 잘 안 들고, 키를 꼭 탁 돌려야 되는데, 제가 이 연재를 마감을 할 때마다 마감 마친 손맛이...

황정은: (웃음) 되게 놀랍고 새로운 비유예요. 마감을 마치는 손맛은 중고차의 수동 키를 돌리는 맛이다.


황정은: 책의 표지가 아름다워요. 저는 표지가 너무 좋아서 계속 봤거든요. 특히 이 계절에 집안 어딘가에 두고서 가만히 보기에도 정말 좋은 표지인 것 같아서, 제가 책꽂이라든지 선반에 얹어가면서 이 책을 읽었거든요.

박민정: 감사합니다.

황정은: 이제 80년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단독주택 대문 위에 능소화가 잔뜩 핀 사진이잖아요. 어떤 사연으로 선택된 사진인가요?

박민정: 이 소설에 ‘능소화 핀 담벼락’ 이런 대목들이 여러 번 나오기도 하고, 저도 소설을 쓰면서 계속 능소화 핀 담벼락 집을 생각을 했었어요. 소설에 묘사된 대로 표지 사진 속의 집이 적산가옥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소설에) 능소화 핀 담벼락이라는 게 여러 번 나오고, 게다가 마지막에 야엘이라는 인물은 ‘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데 주현이라는 화자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엇갈리는 곳이기도 하고요. 작품을 쓰는 내내 딱 이런 이미지의 대문을 생각을 했었어요. 화자가 이 집에 살 때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하굣길에 걸음을 늦추면서 걸었던 장면도 정말 많이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이 사진을 편집자님이 보여주셨는데 보자마자 ‘내가 소설 쓰면서 생각했던 바로 그 집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정은: 이런 주택 양식에 관한 기억이, 물론 소설에도 묘사가 되긴 했습니다만, 작가님에게도 있는 거죠?

박민정: 네, 그렇습니다.
황정은: 혹시 그런 집에 사셨어요?

박민정: 저희 집은 아니고 친척집이, 제가 적산가옥이라고 쓰긴 했지만 그런 특유의 일본식 고급 주택은 아니었고, 단독주택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단독주택 하면 생각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아니라 그냥 조그마한 마당이 딸려 있고 2층 정도로 작게 있는, 그런 집에 대한 기억이 저에게도 물론 있습니다.

황정은: 맞아요. 1층을 올라가려면 계단 타고 올라가야 되고, 1층하고 지면 사이에 주로 창고로 쓰이는 반지하가 있고, 그런 집이죠. 저도 80년대 초반에 어린 시절을 보내서 이런 집에 관한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집에는 한 세대가 사는 게 아니잖아요. 할머니 고모 해서 적어도 2세대, 혹은 손자 손녀까지 3세대가 산단 말이죠.

박민정: 네, 그런 불편한 동거가 이루어지는지 집이요. (웃음)

황정은: (웃음) 야엘과 화자의 경우처럼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동거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쾌적하고 안락한 동거일 수도 있겠죠. 그런 점을 또 소설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죠.


황정은: 제목 이야기도 꼭 하고 싶어요. 이렇게 절묘할 수가 없잖아요.

박민정: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웃음)

황정은: 이거 발견하고 정말 가슴 뛰셨을 것 같아요. 이 제목을 어떻게 발견하셨어요?

박민정: 이 소설을 쓰기로 한 건 훨씬 더 오래되기도 했지만, 이 제목을 발견한 지도 사실 굉장히 오래됐어요. 강진아 감독님의 단편 영화 제목에서 가져온 건데, 강진아 감독님은 소설도 쓰시는 분이신데, 2009년 영화예요. 그래서 허락을 구하고, 그런데 저는 허락을 구한다고 해도 쓰라고 하지 않으실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런데 이 제목은 딱 들었을 때 잊히지 않는 제목이어서...

황정은: 게다가 직관적으로 와요. 무슨 이야기일지 오고,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서도 이야기 안에 채 담기지 못한 어떤 이야기까지도 확장이 되는 제목인 것 같아서 ‘이 이야기와 너무너무 어울린다, 아주 절묘했다’ 이런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백년해로’와 ‘외전’이라는 두 가지 말이 붙었을 때 발생하는 효과가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가 어릴 때 흔하게 접한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 결말이 그거였잖아요. 백년해로, happily ever after,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 중요한 가족사는 그때부터 시작이 되지 않습니까. 백년해로 외전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제목이 정말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소설이 문학잡지에 연재된 소설이었어요. 2022년 한 해 동안에 <계간 문학동네>에 게재가 되었는데요. 이번에 책으로 만들면서 그때와는 다르게 결말을 바꿔 쓰셨다고 들었거든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박민정: 내용이 바뀐 것은 아니고 결말부가 좀 추가된 건데, (연재) 당시에 이 소설의 중요한 주인공 중에 하나인 야엘의 편지로 결말이 났었어요.

황정은: 프랑스로 입양을 간 사람이죠.

박민정: 네. 입양 간 언니인 야엘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목소리로 끝이 났었어요. 그런데 ‘나’라는 화자가 처음에 자신의 불안정한 심리와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과 이런 것들을 비관하다가 ‘세상에 나만 중심으로 놓고 볼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썼기 때문에, 어쨌거나 ‘나’라는 강주현이라는 화자가 마지막 이야기를 닫는 결말이어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고. 또 중요한 주인공 중 하나인 수아라는 아이와도 복잡한 마음을 느끼는 와중에 어떤 식으로든 이 아이와 다시 한 번 대면하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런 결말로 만들어졌습니다.

황정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이야기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시작이 궁금해요. 작가님이 고교 시절에 접한 어느 작가의 인터뷰에서 용서와 화해라는 말을 만났고, 이번 소설을 쓸 때 그 말을 많이 생각을 하셨다는 인터뷰를 읽었거든요. 『백년해로외전』이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민정: 저는 자랑처럼이라도 ‘어린 시절에도 글쓰기를 좋아했고 구체적으로 작가의 꿈을 준비했던 사람이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사진 속의 가족인데 알 수 없는 두 아이’라는 게, 그런 인물이 제가 막 한글을 깨칠 때쯤부터 계속 머릿속에 남았고.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 굉장히 여러 결이 있을 수 있는데, 꼭 그런 사진을 봤다고 해서 ‘이 인물들이 어떤 인물들인지 알고 싶다’ 이런 집요한 탐색과 어른들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훔쳐 듣고 물어보는 성격을 가졌다고 해서 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여러 요소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대학에 가서 ‘이후에 작가로 등단을 하게 되면 나는 그 사진 속 두 인물에 대해서 꼭 쓰고 싶다’고 얘기를 막 하고 다녔어요. 얘기를 하고 다녀야 쓸 것 같아서.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파편적인 거예요. 사진 속의 두 아이도 있고, 주변에서 80년대 후반 혹은 90년대까지도 입양을 보냈다고 하고, 서로를 잊지 않으려고 목 뒤에 점을 찍었다는 이런 얘기들이 너무 많이 들려오는데, 내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되는지는 항상 숙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떠나간 가족, 슬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현재에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생각을 쭉 했었고. 고교 시절에 봤던 인터뷰에서 그 작가님이 ‘나는 그 완벽한 가해자들을 이제 용서하고 살기로 했다’라고 했을 때, 그 분이 소설가여서 가지고 있는 위대함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 위대한 개인의 너그러움 때문에 가해자들이 용서가 된다는 현실이 되게 화가 나기도 했었어요. 고교 시절에 구체적으로 소설이라는 형태를 만들어 볼 때 그 인터뷰를 생각하면서 막 울기도 하고. 그때는 아직 고등학생이었으니까 누군가를 용서해야 하고 말고 그럴 일이 없었는데, 가면 갈수록 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누군가는 용서라는 것은 나이브하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부분은 용서를 통해서 넘어가야 되는 것 같아요. 나를 위해서라도.

황정은: 그런 입장도 있죠.

박민정: 그걸 해결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숙제로 갖고 있는 채로 썼던 것 같아요.

황정은: 며칠 전에 작가님 새 책이 출간이 되었어요. 『천사가 날 대신해』라는 제목이고요.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입니다. 한 달 사이에 신간을 벌써 두 권을 내신 거 아닙니까?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박민정: 원고를 쓰고 출간한 기간 같은 건 조금 격차가 있지만 아무래도 책이 나오면 출간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분주하고 정신 사납고 심란하고, 글쓰기 할 때랑 되게 다른 순간들이 있어요.

황정은: 마음이 바쁘시군요.

박민정: 마음 다잡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웃음)

황정은: 또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을까요? 다음 책이라든지 혹은 소설 쓰기와는 다른 일이라든지.

박민정: 쓰기 말고 다른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없고요. 소설 쓰기 말고는 제가 마음을 붙이는 일은 수영이죠. 제가 진짜로 원했던 건강한 글을 쓰고 운동하는 루틴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애쓰고 있고요. 몇 년 동안 원고를 계속 쓰기만 하고 출간 작업을 안 하다 보니까 책으로 좀 밀린 게 있어요. 그래서 차근차근 출간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황정은: 그러면 저는 앞으로 작가님의 다음 작업들을 기다리겠고요.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야심한책>의 마지막 인터뷰였는데 마침 박민정 작가님이 나와주셔서 이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이런 대화로 마무리를 하게 돼서 너무 만족스럽고 기쁘고 고맙습니다.

박민정: 마지막 방송에 출연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황정은: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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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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