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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진짜 독서 활동, 책 모임

『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박미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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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는 수업 도구로서만 책을 활용하거나 성취 기준 달성에 중점을 두는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을 1년 학급 운영 과정에 맞춰 담아낸다. (2023.08.03)

박미정 저자

20여 년 동안 교육 현장에 몸담으며 '함께 읽기'의 중요성을 알려온 저자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 모임을 운영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책 좋아하는 학생들끼리 나누는 소모임이나 방과후 독서 동아리가 아니라, 책 안 읽는 아이, 책 싫어하는 아이도 예외 없이 학교 일과 시간 중에 함께 하는 책 모임이다. 『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는 수업 도구로서만 책을 활용하거나 성취 기준 달성에 중점을 두는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책 읽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을 1년 학급 운영 과정에 맞춰 담아낸다.



지난 저서 『책 모임 이야기』에는 학교 밖에서 두 자녀분과 책 모임 했던 이야기를 담으셨습니다. 이번 책은' 교실 속 책 모임'을 다루고 있는데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책 모임 이야기』는 학교 밖에서 꾸린 책 모임을 7년간 실천한 사례입니다. 5~6명 정도로 인원이 적고, 부모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었어요. 책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모임 한 과정을 자세히 담았습니다. 아이의 성장, 부모로서 저의 변화, 읽는 책과 나누는 이야기의 변화를 에세이 형식을 빌려 편안하게 썼어요. 아이를 책으로 키우고 싶은 부모, 아이와 책으로 소통하고 싶은 어른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는 책 모임을 실천하는 공간이 '학교'라는 게 큰 차이지요. 책 읽기 경험도 제각각이고, 책 읽어내는 능력도 제각각인 아이들 20명 이상이 함께 책 모임 했습니다. 책 읽기나 책 대화를 하나의 독서 이벤트로 다루지 않았어요. 책 모임을 학급 운영의 중심에 두고, 1년 계획을 세워 진행했습니다. 이번 책에는 교실 책 모임의 종류, 실천 사례, 효과 등을 자세히 담았는데요. 독서 공동체를 가꾸고 싶은 어른이라면 누구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10년간 1,000회 이상 책 모임 진행, 월평균 10개가 넘는 모임 운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책 모임에 진심이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책 모임 하며 삶이 바뀌었거든요. 30대 중반 여러 가지 문제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힘들 때, 우연히 책 모임에 참여하게 됐어요. 다양한 삶의 궤적을 가진 분들과 대화 나누면서 '함께 읽기'가 주는 유대감, 감동, 통찰을 경험했습니다. 모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렷이 알았고, 나와 다른 생각도 유연하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전보다 잘 듣고, 잘 말하게 되었어요.

최근 몇 년간은 읽고 싶은 책이 생길 때마다 모임을 끊임없이 만들었어요. 제가 처음에는 소심한 책 모임 참여자였는데, 어느 순간 책 모임을 10개 넘게 진행하고 있더라고요. 책 대화 나누며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아 기뻐요. 함께 모임 하는 사람들이 밝은 얼굴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해요. 책 모임이 주는 이런 성장과 배움의 기쁨을 아이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학급 아이들과 교실 책 모임도 하고, 다른 학년 아이들의 신청을 받아 방과 후 책 모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특히 장시간 집중하여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오랫동안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교실에서는 한 가지 활동을 꾸준히 하기가 수월한 편이에요. 보호자와 아이들이 선생님의 교육관을 믿고 잘 따라와준다면 1년 동안 아이들이 많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1년간 책 읽기와 책 대화를 학급 운영의 중심에 놓고 실천해요. 가정에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교실에서 친구들과 같이한다는 게 큰 장점이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날마다 읽고 쓰는 활동을 성실하게 합니다. 

저는 해마다 아이들의 독서 수준이나 흥미에 따라 책 읽는 방법이나 읽는 책을 새로 선택해요. 권장 연령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반 아이들에 맞게 책을 고르지요. 3학년이지만 2학년 권장 도서를 읽기도 하고, 4학년이지만 5학년 권장 도서를 읽기도 합니다. 책 읽을 때는 되도록 아이들마다 세심한 코칭을 하려고 노력해요. 매일 읽을 분량을 적당하게 나눠주고, 함께 읽거나 혼자 잘 읽고 있는지 살피고, 책 모임을 통해 도란도란 책 얘기 나눕니다. 혼자 하면 조금 하다 말고, 대충 하다 말지만 함께 하면 오래,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 학급에는 책에 대한 흥미와 읽기 능력은 물론 독서 후 쓰기와 말하기 능력 등에도 큰 편차가 있는 학생들이 다양하게 분포해 있을 텐데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를 아우르는 책 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한 권의 책 또는 작품 한 편을 선생님과 아이들이 같이 읽습니다. 선생님이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끼리 읽어보기도 하지요. 이때 선생님이 아이들의 읽기 과정을 점검하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어려운 낱말을 설명해주거나 의미 있는 문장이나 장면에 머물러 질문합니다. 아이들 모두가 이야기 구성 요소나 핵심 사건을 파악하게 도와요. 책 읽고 난 뒤 하는 책 대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선생님이 진행자가 되어 학급 전체를 데리고 하는 큰 모임과 아이끼리 소그룹으로 자유롭게 진행하는 작은 모임이에요.

책에 따라, 학급 상황에 따라 모임 방법을 정합니다. 미리 만들어 둔 질문으로 모두가 함께 대화 나눠요. 질문에 따라 모두 돌아가며 말하거나, 원하는 사람만 말하면서 활발하게 소통합니다. 책 모임을 일정 기간 꾸준히 하면 아이들이 서로를 보면서 배웁니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자기 생각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익혀요. 특히, 아이끼리 하는 작은 모임이 잘되면 소외되는 아이가 많이 줄어듭니다.



책 모임을 하며 학생들에게 나타난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책 모임에서는 사적인 대화가 아니라 공적인 대화를 지향합니다. 경어를 쓰고, 정돈된 언어를 사용하려고 애쓰지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다정해집니다. 또 책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일상의 대화와는 결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성적, 게임, 영상에 머무는 아이들의 시선을 타인과 세상으로 살짝 돌려줄 수 있습니다. 책 대화 나눈 후 쓴 글에서 아이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타인을 향한 애정과 배려가 늘어나는 걸 보면 무척 뿌듯합니다.

책 대화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죠. 친구들과 함께 읽은 책은 제목부터 삽화, 내용까지 다 기억합니다. 1년 내내 읽고 또 읽어요. 선생님이 새로 준비한 책을 칠판 앞에 가져다 놓으면 서로 먼저 읽겠다고 하고요. 해가 바뀌어 학년이 달라져도 아이들이 저를 찾아와 책 빌려달라고, 방과 후 책 모임 해달라고 합니다.

교실 속 책 모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꾸준히 읽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책 모임을 경험하길 소망합니다. 학교는 모든 아이에게 같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니까요. 아이가 처한 환경에 상관없이 책 읽기와 책 대화를 누리게 도울 수 있습니다. 좋은 책과 좋은 친구들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즐겁게 탐색하고, 드넓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면 좋겠어요. 책 모임을 경험하고 자란 아이라면 당장 책벌레가 되지 않더라도, 삶의 힘든 시기를 맞이했을 때 책과 사람에게 기대어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학교 밖에 아이들이 도란도란 모여서 책 이야기 나눌 공간이 많아지면 더 좋겠지요. 저녁 식사 후 부모와 아이가 짧은 동화를 소리 내어 읽거나 주말에 이웃에 사는 친구를 초대해서 재미난 판타지 동화를 함께 읽는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고학년 어린이들은 시간과 장소만 마련해주면 저희끼리 책 모임 할 수 있습니다. 책 모임에 관심 갖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요.

끝으로, 독서 교육에 힘쓰고 계실 전국의 선생님들께 한말씀 부탁드려요.

선생님마다 나름의 독서 교육관이나 방법이 있을 텐데, 제가 주제넘게 책을 썼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단 한 분께만이라도 제 엉성한 이야기가 작은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어요. 책에는 제가 오롯이 생각하고, 실천해본 것을 진솔하게 담으려 애썼습니다. 아이들과 책으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한 과정을 글로 썼어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너그러이 읽어주시길 바라요. 많은 선생님들께서 독서 교육에 힘쓰고 계세요. 아이들이 건강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길렀으면,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애씀이 당장의 성과로 드러나지 않지만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꼭 전해 드리고 싶어요.



*박미정

책과 사람, 책 대화를 몹시 사랑하는 초등학교 교사다. 책 모임을 통해 좋은 사람과 연결되고, 깊이 통(通)하는 기쁨을 널리 알리려 노력한다. 10년간 1,000회 이상 책 모임을 진행했고, 월 평균 10개가 넘는 모임을 이끌어 왔다. 현재 어린이책과 청소년책 읽는 모임인 '수북수북'을 운영 중이며, 어린이책 연구 모임 '책벗'에서 공부한다. 어린이에게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믿기에 큰 애정을 갖고 책 모임을 실천한다. 교실을 '모두가 읽고, 모두가 나누는' 다정한 독서 공동체로 가꾸고, 아이들이 서로에게 멋진 책벗이 되도록 돕는다. 지은 책으로 7년간 두 자녀와 학교 밖에서 책 모임 했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책 모임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박미정 저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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