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대디의 세계에 입장하셨습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 강혁진, 박정우, 배정민, 손현, 심규성 저자 인터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돌봄'과 '양육'이라는 역할을 처음 부여받고 일과 가족 사이에서 휘청대는 이 세상 모든 신입 부모의 목소리를 담아 일요일마다 메일함의 문을 두드리는 옆집 아빠들의 성장일기를 엮은 책이다. (2023.05.17)
매주 일요일 밤 9시 딩동하는 알람과 함께 이메일이 도착한다. 아빠들의 뉴스레터가 도착했다는 반가운 소리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돌봄'과 '양육'이라는 역할을 처음 부여받고 일과 가족 사이에서 휘청대는 이 세상 모든 신입 부모의 목소리를 담아 일요일마다 메일함의 문을 두드리는 옆집 아빠들의 성장일기를 엮은 책이다. 다섯 아빠 강혁진, 박정우, 배정민, 손현, 심규성의 육아 인터뷰를 들어보자!
다섯 명의 아빠가 일요일 밤마다 육아일기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발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라는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강혁진 : 혼자서 뉴스레터를 1년 넘게 매주 발행한 적이 있어요. 글 쓰는 일이 고통스럽긴 했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기도 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를 주제로 글 쓰기를 이어가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쉽지 않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육아 글쓰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봤습니다. 정민님과 현님이 먼저 떠올라서 바로 식사 약속을 잡았어요. 밥 먹는 자리에서 편하게 제안했는데 두 분도 흔쾌히 동의하셨어요. 그리고 현님을 통해 정우님과 규성님도 합류하셨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 6일에 첫 메일을 보내게 되었어요.
뉴스레터 제목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 신선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데요. 어떻게 지어진 제목인지 궁금하고, 이메일 발행 시간을 일요일 밤 9시로 정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강혁진 :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이 발행하는 뉴스레터가 너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뉴스레터 사이에서 선택받으려면 좋은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멤버들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습니다. 순한 맛부터 매운맛까지 다양한 콘셉트의 이름을 생각했죠. 그러다가 정우님이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떠올리셨어요. 다들 이거다 싶었어요. 육아하는 아빠들이 모일 수 있는 가상의 커뮤니티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일요일에 레터를 보내기로 했으니 '썬데이 파더스 클럽'이라고 지어보자고 정했죠. 이름이 기니까 줄임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썬파클'이라고 줄여 부르기에도 편했고요. '선데이'가 표준어이긴 하지만 브랜드명이기도 하고 조금 더 특색 있어야 싶겠다는 생각에 '썬데이'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이메일 발행 시간을 일요일 밤으로 정한 건, 육아를 마친 '육퇴 시간'을 고려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 메일을 보낸다면 사람들이 언제 메일을 가장 열어보기 좋을지 고민했는데요. 아무래도 일요일 밤이 좋겠다 싶었어요. 저녁 8시는 좀 이르고 밤 10시는 좀 늦은 느낌이었죠. 실제로 일요일 밤에 열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의외로 월요일 오전 출근 시간에 레터를 읽는 분들도 꽤 많으시더라고요.
성별도 나이도 각기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들 다섯 명이 모였을 뿐인데, 방송과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을 텐데요. 이렇게 큰 주목을 받게 된 이유가 뭘까요?
강혁진 : 사실 저희도 종종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주목받을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찌 보면 그동안 아빠들의 육아 이야기가 얼마나 없었으면 이럴까 싶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얼마 전 한 북토크에서 전 세계적으로 아빠들의 육아와 가사에 대한 참여 시간이 늘어날수록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자료를 봤어요. 저희 책으로 하여금 아빠들의 육아와 가사 참여 시간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배정민 : 육아 휴직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책과 영화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어요. 물론 남성 육아 휴직의 비율은 절대적으로 봤을 때 높지 않죠. 그래도 최근 몇 년 사이 육아에 대한 관점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사회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소소한 뉴스레터이지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분에 넘치는 주목을 받았다는 건 저출생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의 육아에 대한 관점이 앞으로 더 크게 변화할 전조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요.
육아 휴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대한민국 남성 100명 중 4명만 육아 휴직을 쓴다는 시대에 실제로 육아휴직서를 내고 아이와 실시간 함께하는 생활을 하셨습니다. 당연히 써야 하는 제도임에도 주변에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기도 했을 텐데요. 그럼에도 육아 휴직을 쓴 계기, 육아 휴직 전후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손현 : 2022년 4월부터 1년의 육아 휴직을 마치고 얼마 전 복직했어요. 가족의 팀원으로서 한창 일할 때인 배우자의 성장을 위해 바통 터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물론, 남성 육아 휴직에 관한 선례를 만들어달라는 조직과 팀에 고마운 것도 사실입니다만, 개인의 용기와 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육아 휴직을 해보니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값지고 소중한 걸 얻었어요.
돌봄과 양육의 전체 사이클을 경험하니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엄마, '워킹 페어런츠(working parents)'의 고충에 공감하며 온전한 양육자로 성장할 수 있었고, 아이와 진하게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가 가장 행복했고요.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휴직 경험을 기록한 다른 분들의 글도 도움이 됐어요. 육아 휴직을 통해 풀스택 양육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쓴 센드버드코리아 이상희 대표의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지난 1년을 회고하는 글을 썼습니다. 나중에 당당히 육아 휴직서를 낼 사람들을 위해서요.
심규성 : 육아 휴직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만 해도 100명 중 4명이라는 통계가 와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막상 육아 휴직에 대한 의지를 회사에 알리고 주변에 알리기 시작하면서 제가 한 결정이 우리 사회에서 평범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회사 그만두게?"로 대표되는 당시의 주변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글에 남겼고 뉴스레터 구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저희 책 보도 자료에도 그 피드백들이 일부 담겼는데, 기자님들이 인용을 많이 했어요.
돌이켜보면 육아 휴직을 쓴 것보다 그때 받은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게 저에겐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육아 휴직 후 달라진 점은 저의 활동량이예요. 휴직 전엔 애플 워치의 목표 칼로리를 채운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휴직 후엔 거의 매일 목표 달성입니다.
'육아'라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일인 동시에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통해 알게 된 점이 있다면요?
강혁진 :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많이 사랑하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었달까요. 아이 낳기 전까지는 '내가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고 여겼다면 지금은 아이를 위해 나를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배정민 :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 휴대폰에 있는 예전 영상들을 아이들과 같이 돌려보다 보면 아쉬울 때가 많아요. '저렇게 예쁘고 귀여울 때 더 함께 지낼걸' 하고 후회하죠. 아이들은 굉장히 빠르게 큽니다. 아장아장 걷던 아기가 어느새 뒤집고 기어 다니다가 걷고 뛰어요. 방글방글 웃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덧 조잘조잘 말을 하고, 몸짓을 좀 하는가 싶더니 조금 지나면 걸그룹 커버 댄스를 추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 그저 경이롭기만 해요.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다 자라면 부모 품을 떠날 때도 오겠구나 싶은 마음도 점점 듭니다. 우리가 제 부모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럴 날이 오겠죠. 그게 온전한 '육아 은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때가 왔을 때 '아, 은퇴했다, 신난다' 같은 생각보다는 지금보다 더 진한 아쉬움이 들지 않을까 해요. 더 잊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 이 소중한 시간들을 기록해야겠다 생각한 것도 멤버들이 '썬데이 파더스 클럽' 뉴스레터를 시작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프롤로그에 '육아일기만 쓰고 육아는 하지 않는 아빠'가 되지 말고, 각자의 배우자들에게 '글 쓸 시간에 육아나 해라'라는 핀잔을 듣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육아에 참여하려고 노력했다고 쓰셨습니다. 배우자분들의 입장은 아빠들과 다를 수 있어서일까요? 마지막 장에 배우자들의 글도 함께 싣기도 했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배우자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심규성 : 제가 쓴 글과 제가 방송에서 한 인터뷰의 상당 부분은 아내로부터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게 많아요. 초반 글은 거의 항상 아내에게 검수를 받기도 했고 심지어 한번은 아내의 검수를 통과하지 못해 반 이상 완성한 글을 다시 썼던 적도 있어요. 저는 모든 걸 쉽게 생각하는 편인데 아내는 모든 걸 항상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편이라 아내의 말을 잘 들어서 나빴던 적이 없습니다.
마지막 장에 실린 아내의 글은 썬데이 파더스 클럽을 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이예요. 아내가 그 글을 2주 동안 썼는데 읽어 보니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저랑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당시의 감정을 군더더기 없이 녹여냈어요. 글을 읽으며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아내와 수많은 갈등을 겪은 저에 대해서요. 한편으로 출간된 책에 본인의 글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아내분들 대비 홍보에 소극적인 모습이예요. 많은 분이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 말고 썬데이 마더스 클럽의 글을요.
박정우 : 아이들이 연달아 태어나고 처음 몇 년은 고난의 시간이었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여유가 없었죠. 답이 없는 상황에서 지독하게 다투었습니다. 서로를 원망하면서요. 셋째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이 아이를 온전히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다시 반복될 부부 사이의 절망을 감당할 수 있을지 먼저 걱정할 정도였으니까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도 없이 다투면서 우리는 서로의 바닥을 보았고,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갔던 것 같아요. 서로가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고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힘들어하는지 부부 사이의 선이 명확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험난한 시간을 함께 지나온 지금은 그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애처로워 하죠. 이제 우리는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동반자이자 서로를 가장 응원하는 팬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데 아낌 없는 배려와 응원을 전해준 아내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핵심 독자인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부부, 출산을 앞둔 부부, 육아를 시작한 부부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혁진 : 결혼을 앞둔 분들이 출산과 육아를 미리 고민하느라 결혼 자체를 미루는 걸 종종 보는데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요. 다만, 출산과 육아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 먹게 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면 당장은 그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한 미래도 그려갈 수 있지 않을까요.
손현 : 여전히 싱글과 부부의 삶, 아이가 있는 삶과 없는 삶 모두 동등하게 행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 책은 결혼을 장려하거나 육아를 적극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 삶을 아이와 함께하겠다고 결정한 이들이 그 선택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책임감 있는 개인으로 성장해 가는지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가보지 않은 길이 궁금한 분이라면, 『썬데이 파더스 클럽』에서 힌트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심규성 : 육아 일기를 쓴다고 삶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육아하기도 바쁜데 글까지 써야 해서 더 힘들 때도 많죠. 다만, 확실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 사람과 더 입체적인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준다는 거예요. 사실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모두 그 자체로 일반화가 불가능한 영역이예요. 누구와 관계를 맺고,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아직 겪어보지 않은 관계의 세계를 엿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자신 있게 권하고 싶네요.
박정우 : 아이를 낳고 정신없이 돌보다 보면 양육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쉬워요. 부부와 가족이 더 단단해지는 수단이자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배정민 : 경험하지 않은 세상은 언제나 얼마간의 두려움이 듭니다. '지금도 만족스러운데 굳이 꼭 경험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그런데 아내와 이야기하다 보면, '육아'라는 과정을 거치며 저희 스스로 과거와 달라지고 있음을 느껴요. 싱글일 때라면 해보지 않았을 법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같이 세상을 보려고 애쓰다 보면,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는 때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세상을 아이들이 경험하도록 이끌어줘서요.
*강혁진 BC카드에서 마케팅, 광고, 전략 업무를 하다가 퇴사하고 삼십 대를 위한 미디어 <월간서른>을 만들었다. 지금은 스타트업 마이프랜차이즈에서 마케팅팀을 맡고 있다. *박정우 아시아나항공에서 비행기 좌석을 팔다가, 현재는 익스피디아에서 호텔 방을 판다. 취업을 미루고 미루다 학교를 10년 다녔는데 어느덧 직장 생활도 10년 차가 되었다. 2015년 여름을 시작으로 3년 사이에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배정민 전략 투자 일을 하고 있다. 궁금한 게 많아 대학에서 정치학와 경제학, 역사학을, 대학원에서 행정학과 경영학, 북한학을 공부했는데, 여전히 세상도 육아도 하나같이 모르는 것투성이라 늘 헤맨다. *손현 글쓰기와 테니스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 서울에서 태어나 건축을 공부했다. 2021년 4월 아빠가 되었다. 한때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썼는데, 요즘은 틈틈이 육아일기를 쓴다. *심규성 학교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브랜드를 좋아해 관련 컨설팅을 하는 기획자이자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를 클라이언트이자 오너로 모시며 산다. 손현의 전 직장 동료로 '썬데이 파더스 클럽'에 합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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