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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 인물이 문학 속에서 오래 기억되었으면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37회)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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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소설책을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만, 저는 이 책을 대단히 좋아해요. 아껴서 읽느라 4년이 걸린 거죠. (2023.04.20)


『도어』

서보 머그더 저 / 김보국 역 | 프시케의숲



한자(황정은) : 오늘도 <한 책 읽기>를 할 텐데요. 제가 제안한 책이죠. 서보 머그더의 소설 『도어』를 같이 읽고 왔는데요. 일단은 두 분께 간략한 소감을 먼저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떠셨나요?

그냥 : 일단 저한테는 빠르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여러모로. 배경 지식으로 헝가리의 역사를 좀 알아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문장의 밀도도 굉장히 높아서, 그런 면에서도 빠르게 읽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한자(황정은) : 그런 자신을 몇 번 발견하셨습니까?

그냥 : 두세 번 발견했습니다.

한자(황정은) : 그렇습니까? 냉정한 사람.(웃음) 저는 그런 자신을 꽤 자주 발견을 하였답니다. 단호박 님은 이 방송 오기 2시간 전에 이 책을 다 읽으셨대요. 그래서 제가 녹음실에 들어오자마자 원망을 좀 들었습니다.

단호박 : 저는 사실 야구공 같은 소설을 받게 되리라고 짐작을 하고 일요일 저녁부터인가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까, 이게 볼링공 내지는 건물 하나가 저한테 투척이 된 듯한 느낌을 좀 받았거든요. 그래서 오늘 몇 시간 전에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적다가 맨 처음에 '우리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라고 일단 쓰고 나서...(웃음)

한자(황정은) : 누구를 향한 질문입니까?

단호박 : 한자 님을 위한 문장이었습니다. 

한자(황정은) : 네 번째 방송 만에 벌써 이런 반응이...(웃음)

단호박 : 아니요, 책이 내용이 많다는 건 아니었고...

한자(황정은) : 내용도 많아요, 사실은. 압축된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단호박 : 소설이 어떻게 보면 하나의 세상인 거잖아요. 무슨 소설을 제안을 받든 간에 저한테는 하나의 세상이 오는 건 맞는데, 정말 그냥 세상을 얻어맞은 기분이 좀 들었고, 주인공 둘의 어떤 관계에 있어서 이게 제가 가장 취약한 형태의 관계거든요. 굉장한 밀도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그 과정이. 저는 실제로 이런 캐릭터를 만나면 절대 이런 관계에 빠지지 않고 저는 회피하고 빨리빨리 없어지고... 이 관계는 저는 견딜 수 없어요. 이 세상을 받을 자신이 없습니다.(웃음)

그냥 : 저는 완전 동감이고요.(웃음) 저도 이 책 읽으면서 한자님이 나를 너무 고평가하신 거 아닌가, 라는 감사와 원망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단호박 : 이 소설이 어려웠던 이유가, 제가 급하게 읽어서였을 수도 있지만, 맨 마지막에 신형철 평론가가 이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400쪽짜리 책인데 4천 쪽짜리가 담겨 있다, 이런 표현을 해주셨는데. 모르겠어요, 이 밀도를 어떻게 표현을 하면 좋을까요? 뭔가 사건적인 밀도는 아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관계의 밀도인 것 같아요. 

한자(황정은) : '에메렌츠'라는, 돌봄 노동자죠, '에메렌츠'라는 나이 든 여성과 그의 돌봄 노동에 조력을 받는 여성 화자(작가) 사이의 관계가 20년이 넘은 관계예요. 그 세월이 다 압축이 된 소설이고. 그것뿐만이 아니고 에메렌츠의 거의 80년 정도 된 인생이 압축된 소설이라서 당연히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고, 밀도가 관계든 사건이든 간에 농축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서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단호박 : 저는 사실 누군가한테 소설을 권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단지 이 작품뿐만이 아니고, 그냥 그 세상을 하나 던져준다는 것 자체가 다른 문학 장르나 다른 종류의 카테고리 책을 권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한자(황정은) : 맞아요, 그런 점이 있죠. 저희가 청취자들에게 그런 작업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은 저는 제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소설책을 별로 권하지 않습니다.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소설책을 선물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게다가 저의 취향이 나름 있기 때문에 내겐 너무나 소중한 서상인데 선물로 줬을 때 그가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아"라고 했을 때 내 안에 발생하는 상처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권하지 않습니다만, 저는 이 책을 대단히 좋아해요. 아껴서 읽느라 4년이 걸린 거죠.

단호박 : 그러니까 한자 님이 4년 걸린 책을...(웃음)

그냥 : 욕심이 있으셨다.(웃음)

한자(황정은) : 그렇군요. 제가 요즘에 욕심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책읽아웃> 진행하면서 욕심을 너무 내고 있어서 이 욕심을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가가 저의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방송을 듣는 분들, 앞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될 독자 나중에 분명히 이 책이 저처럼 큰 의미가 될 그런 독자가 있으리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그냥 : 벌써 (올라온) 댓글들이 있더라고요. 작가님께서 책에서 말씀하시고 또, 저희 방송에서도 전에 이야기를 하셔서 너무 잘 읽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셨어요.

한자(황정은) : 아,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한자(황정은) : 이 책이 제가 4년 전에 읽다가 중간에 접었고, 한 1년 전에 다시 읽으려고 펼쳤다가 다시 오열하면서 덮은 뒤로 좀처럼 못 읽고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분량을 보니까 4분의 1 정도를 남겨놓고 제가 중단을 했었더라고요. 그 부분을 마지막까지 이번에 읽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지난 방송에서 단호박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몇 년 전에 <어떤, 책임>에서 캘리 님이 소개를 한 책이기도 해요. 그래서 사실은 좀 고민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한 책을 읽자는 기획을 생각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생각한 책이기도 했거든요. 이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내가 대화를 좀 하고 싶다, 어떻게 읽었는지. 그래서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이렇게나마 마저 읽고 싶다는 욕심을 제가 좀 냈습니다.


한자(황정은) : 그러면 작가 소개를 먼저 할까요? 작가 소개는 이미 캘리 님이 하셨겠지만, 이 방송을 통해서도 이 책과 작가를 처음 접하는 청취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간략하게 소개를 해 보자면, 서보 머그더는 헝가리 소설가입니다. 시도 썼고요. 여러 가지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기도 하고, 헝가리에서 태어나서 라틴어와 헝가리 문학을 전공했고, 교사로도 일을 했고, 헝가리의 교육부에서도 일을 한 공무원 경험이 있는 작가더라고요. 1949년에 바움가르텐상을 수상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취소가 되고 공무원 신분마저 잃게 된다, 라고 책에 소개가 되어 있는데요. 헝가리 내부의 어떤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냥 작가님은 (배경)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속도가 더 느렸다, 고 말씀을 하셨는데 저한테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가 않았어요.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 그렇게 읽는 독법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가 10여 년 동안 작품 발표를 금지 당했다고 해요. 헝가리 사회에서. 그러다가 1956년에 헝가리혁명으로 출판 금지령에서 해제되면서 58년부터 전업 작가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한국에 이 책 말고도 출간된 소설이 두 권 정도 있는데요. 제가 알기로 지금 유통되는 책이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에서 출간된 『프레스코』라는 장편 소설이 있고, 그리고 최근에 『도어』를 출간한 프시케의숲에서 『아비가일』이라는 장편 소설이 출간이 됐어요. 


한자(황정은) : 『도어』의 줄거리를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소개를 해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대단히 장시간에 정말 한 사람의 인생, 그리고 그 사람과 관계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다 집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요약해서 말하기가 참 어려운 소설이기도 하죠. 그래서 일단은 인물 소개를 먼저 해야 될 것 같아요. 에메렌츠의 생김과 성격과 괴팍하고 기이한 점들, 이 인물 소개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줄거리를 좀 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에메렌츠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 해보겠습니다.

에메렌츠는 이름이 '세레다시 에메렌츠'이고요. 모계 쪽 성이 '디베크'입니다. 헝가리 도시인 나도리-처버둘 출신이고 부다페스트로 이주해 와서 노동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거죠. 어렸을 때 아버지가 목수였고 에메렌츠가 세 살 때 근사한 집을 완성해 놓고 돌아가십니다. 에메르츠의 어머니 역시 에메렌츠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는데 대단히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해요. 딸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의 아버지인 에메렌츠의 외할아버지가 사위를 엄청나게 미워합니다. 게다가 딸을 데려가서 일찍 죽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몹쓸 손주와 사위가 된 거죠. 에메렌츠에게는 동생이 셋이 있었는데요. 쌍둥이 동생이 있고 그리고 남동생이 있습니다. 그 중에 남동생은 성인으로 무사히 자라서 아들을 낳았고, 그가 에메렌츠의 유일한 조카로 가끔 에메렌츠를 방문하기도 하는데요. 이 조카는 에메렌츠의 집 안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사실은 그 집 안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죠. 누구도 들어가지 못해요. 딱 두 사람이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은 예전에 공적인 목적으로 그 집을 수색했던 총경(경찰)이고 (다른 한 사람은) 화자입니다. 그 이야기가 나중에야 등장을 하지만. 에메렌츠는 돌봄 노동자인데요. 이 사람이 자신의 일할 자리를 선택하는 방법이 대단히 독특하지 않습니까? 자기가 선택을 해요. 세간의 평판을 수집해서 듣고 일할 만한 집인지 아닌지를 본인이 판단을 하고, 보수도 집마다 달라요. 자기 기준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금액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가 와서 하면 그게 근무 시간인 거예요. 

에메렌츠는 종교적 회의론자이기도 한데요. 성경은 믿을지 몰라도 목사와 교인은 믿지 않는다, 교회의 신도 믿지 않습니다. 이유가 대단히 재밌지 않았습니까? 서글프다고 해야 될까요. 구호 물품을 받는 자리였죠. 그때 에메렌츠가 선물을 받지 못해요. 에메렌츠가 어렸을 때 1차 세계 대전을 겪고 그 다음에 2차 세계 대전도 겪은 사람인데, 그때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스웨덴에서 구호 물품이 헝가리에 도착을 해요. 교회가 그걸 받아서 마을 주민들한테 나눠 주는 과정에서 에메렌츠가 평상시에 교회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교회 사람들이 그의 몫을 따로 빼두지 않았던 거죠. 

그냥 : 하지만 사실은 못 갔던 거죠. 노동을 하느라.

한자(황정은) :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에메렌츠가 격식 있는 복장을 하고 선물을 받으러 등장을 한 거예요. 친구한테 들은 거죠, 그런 자리가 있다더라. 자기 몫을 받으러 왔는데 사람들이 당황한 거죠. 줄 게 없는데. 그래서 보니까 딱 하나 남은 것이 남성용 연미복이었고 에메렌츠가 그걸 받아서 내동댕이칩니다. 그것이 에메렌츠가 회의론자가 된 사연인데요. 교인들과 목사가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자신에게 실망과 모욕만을 주었다.

그냥 : 정말 조롱당한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한자(황정은) : 맞아요. 물론 준 입장에서는 그걸 팔아서 살림에 보태라는 뜻도 있다고 하긴 했습니다만. 그때부터 교인들 앞에서 굉장히 혹독한 비평을 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종교에 대해서. 저한테는 에메렌츠의 생김새 묘사가 좀 인상적이었어요. 키가 대단히 커서 화자를 늘 내려다본다는 묘사가 있고 '발키리'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도 막연하게만 알고 있기는 한데 신들의 전쟁에서 전사자가 발생했을 때 그 전사자를 챙겨서 신계로 돌아가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여성 전사인 건데, 대단히 힘이 센 인물이에요. 그리고 화자의 묘사에 따르면 나이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힘이 세다는 거잖아요. 에메렌츠의 나이가 몇 살인지 소설에서 잘 언급이 안 돼요. 그러다가 중반쯤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 소설에 개가 한 마리 등장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죠, 에메렌츠에게 이 개를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이런 이야기를 하죠. "개가 혼자 남게 되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라는 대답을 하고 여기서 에메렌츠의 나이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암시가 됩니다. 에메렌츠는 마을의 냉정한 수호신 같은 존재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요. 수호신은 수호신인데 대단히 냉정하고 게다가 괴팍하다. 이 인물이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다 하잖아요. 

공동 주택의 관리인이기도 해서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병든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많아요. 어딘가에 환자가 있다, (그러면) 에메렌츠가 나타납니다. 요리를 가득 담은 도자기 그릇을 들고 방문을 해서 돌봄을 계속 하는 거죠. 그래서 마을 공동체에서는 존경을 받고 사랑받는 인물이지만 정작 에메렌츠에게는 공동체를 향한 사랑은 없어요. 그렇게 환자들을 돌보면서도. 이런 표현이 나와요 '일인 제국의 일인 국민'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 에메렌츠의 대중을 혐오하고 불신하는 태도에는 사실은 이유가 있어요. 약혼자가 대중에게 찢겨 죽었기 때문입니다. 화자에 따르면 에메렌츠라는 사람은 이성과 지성이 매우 뛰어난 반인텔리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말이 딱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비의 광인'입니다.(웃음) 권력을 혐오하죠. 

모든 사람을 에메렌츠는 두 분류로 분류를 하는데 '빗자루질을 하는 자' 그리고 '시키는 자'로 분류를 하고, 시키는 자는 권력을 가진 자로 분류를 하고 같잖게 여기고 싫어합니다. 아마도 나이(출생 년도)가 1905년쯤으로 짐작이 되고요. 왜냐하면 목수였던 아버지가 에메렌츠 세 살 때 사망하고 이후에 어머니가 재혼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새아버지가 1차 세계 대전 초반에 징집되었다가 사망을 하거든요. 그때 에메렌츠가 아홉 살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도 그즈음에 사망을 하는데요. 그러니까 아홉 살 때부터 에메렌츠는 이미 동생들을 돌보면서 살림과 돌봄 노동을 해왔던 거죠. 그리고 열세 살, 열네 살 때 이미 남의 집에서 돌봄 노동-하녀로 일을 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집에 침대가 없어요. 안락의자에 앉아서 자는 사람입니다. 이유가 있어요. 이건 읽는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에메렌츠는 죽음을 자비로 여기는 인물입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비올라'라든지, 어린 시절에 에메렌츠에게 대단히 애착 관계였던 인물의 이름이 '비올라'입니다. 그리고 쌍둥이 동생들, 어머니, 약혼자 등등 수많은 삶의 죽음을 목격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저는 했어요. 이 정도 에메렌츠의 소개로 초반의 내용이 조금 소개가 된 것 같은데, 여기까지가 초반의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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