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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의 탄생] 도서PD가 말하는 2023년 신간

<월간 채널예스> 202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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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에 올라가는 신간은 가장 먼저 이들의 눈을 통과한다. 예스24의 각 분야 PD가 말하는 2023년 신간의 이모저모. (2023.02.15)

예스24에 올라가는 신간은 가장 먼저 이들의 눈을 통과한다. 예스24의 각 분야 PD가 말하는 2023년 신간의 이모저모.


(왼쪽부터) 안현재 PD(인문, 사회), 신은지 PD(만화/라이트 노벨, 가정/살림),
이나영 PD(에세이, 시/소설, 예술), 김상근 PD(자기 계발)

우리나라에서 신간을 가장 먼저 만나는 분들을 모셨습니다. 각 분야 PD님들이 바라보는 2023년 출판계 신간 이슈는 무엇일까요? 먼저 신간을 만나는 루트가 궁금합니다. 

이나영 : 출판사와 신간 미팅을 하거나 택배로 신간을 받아보는 등의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미팅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서 하루에 최대 6팀까지 가능하고요. 그렇게 받은 책을 살펴보고 협의할 부분이 있으면 메일 등으로 소통하면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른 팀도 비슷할 거예요.

신간을 볼 때 제목에 눈이 가는 편인가요? 

신은지 일본 만화는 그렇고요. 웹툰이나 독립 만화(또는 인디 만화)는 견본 도서를 보내줘서 제목과 내용을 같이 살펴봐요. 특히, 웹툰은 이미 웹에 연재된 것들이 단행본으로 나오는 거라 출간이 된다고 하면 전자책으로 먼저 읽어보고 검토해서 '이런 마케팅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해요. 

안현재 : 저희 분야는 제목보다 저자의 역량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외부 이슈에 영향을 받아요. 가령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 있었을 때, 장애와 관련된 책이 같은 시즌에 나오면 눈이 더 가죠. 실제로 판매로 연결되기도 하고요.

굿즈를 눈여겨보는 독자들도 많은데요. 굿즈를 진행하면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이나영 : 에세이나 문학 쪽은 어떤 사은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독자들이 움직이긴 해요. 김훈의 소설 『하얼빈』의 경우 안중근 의사의 배지를 만들었는데, 이걸 소장하고 싶은 분들이 저희 쪽에서 구매를 하는 거죠. 또, 요즘엔 그림 에세이가 많이 나와서 관련 굿즈가 많아요. 『망그러진 만화』는 이모티콘이 워낙 인기가 있어서 그걸로 굿즈를 하려고 서점들이 서로 제안하기도 했고요. 굿즈를 진행하지 않으면 작가의 친필 사인이라도 받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김상근 : 단독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면 다른 서점과 비슷한 걸 하지 않으려고 해요. 최근에 다산 정약용 관련해서 일력이 나왔는데 그것과 어우러지게 '다산의 노트'를 만들었어요. 다산의 명언을 각인한 '다산의 연필'도 구성했고요. 둘 다 저희 단독으로 진행한 굿즈인데 반응이 좋았어요. 타 서점과 다른 기획이 들어간 굿즈가 의미도 있고 효과도 좋은 거 같아요. 

신은지 : 만화 분야는 굿즈가 중요해요. 독자들의 성향을 보면 단행본은 당연히 사는데 3대 서점 굿즈를 비교해서 원하는 굿즈가 있는 곳을 선택하거든요. 경쟁력 높은 굿즈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다행히 만화는 일러스트가 있어서 그걸 활용하는 편인데 작가들이 서점별로 새로 그려 주기도 하고 사용하는 일러스트도 서점마다 달라요. 보통 2~3주 안에 굿즈 작업을 끝내야 하는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업체를 재촉하기도 하는 실정이에요. 

반응이 좋았던 굿즈는 어떤 것이었나요? 

신은지 : 제가 자부하는 굿즈가 있어요.(웃음) 변온 잉크로 인쇄한 엽서인데, 열을 가하면 까맣게 됐던 부분에 숨은 이미지가 드러나도록 했죠. 이 굿즈 때문에 다른 서점 대비 많이 팔았어요. 이걸 갖고 싶어서 일부러 예스24에 회원 가입까지 해서 사는 분들이 있었죠.(웃음)

안현재 : 사실 인문/사회 부문은 굿즈를 지양하는 추세예요. 환경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친환경 종이로 책을 만들어 놓고 플라스틱 굿즈가 따라붙으면 독자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인상 깊었던 굿즈는 '인문사회과학출판협의회'와 함께 '청년 책의 해'라는 강연을 묶었는데, 그때 내놓은 굿즈가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곰탕 에코 백'이었어요. 반응도 좋아서 '의미 있는 기획과 사회적 기업이 만나면 독자들도 선택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올해 기대하는 책이나 주목하는 저자가 있나요? 

이나영 : 정성하 기타리스트의 첫 책 『드리밍』을 기대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워낙 유명한 분이고 음악 이야기가 담긴 성장 에세이죠. 출간과 함께 북 콘서트를 기획했는데, 책이 중심이 되고 연주를 곁들이는 형식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김상근 : 경제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을 진행했던 주언규 PD의 책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에 해당 채널을 팔긴 했지만, 자기 계발 분야에선 판매에 영향력 있는 저자라 기대하고 있어요. 

신은지 : 가정/살림 분야에서는 유튜브 <슬기로운 초등생활> 채널을 운영하는 이은경 선생님의 책이 예정돼 있어요. 워낙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책이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는 저자죠. 저희 쪽으로도 마케팅을 집중해 주고 계셔서 어서 신간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안현재 : 인문 분야에선 역사 유튜버인 '효기심'의 책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고 조회 수도 기본 몇십만 회는 나오는 분이죠. 한동안 유튜버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책에 어떤 내용을 담아낼지, 구독자들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저자입니다. 

분야마다 베스트셀러를 견인하는 독자층이 있을까요? 

이나영 : 요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책들은 다 잘되는 거 같아요. 작년에 『쇳밥일지』나 『하얼빈』도 그렇고, 그분이 언급하고 나면 트위터에 리트윗되고 판매로 이어지더라고요. 이번에 책방도 여셨죠. 그리고 인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TV 프로그램 <알쓸인잡>이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이야기하는 책이 방송 이후 이슈가 되기도 하고요. 

추천에 기대는 편이네요.

이나영 : 팬이 있는 작가건 그렇지 않은 작가건 미디어에 노출되면 뜨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사실 에세이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기 힘든 분야여서 스타성이 반짝할 때 책을 내면 1~2쇄 후 잊히는 패턴이 있어요. 주된 독자층이 있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다기보다 저자의 스타성에 기대는 편이죠. 참, 그림 에세이의 경우는 캐릭터가 만화랑 성격이 비슷해서 그런지 20~30대가 많이 구매하기는 해요. 

김상근 : 경제/경영 쪽은 확실히 고정된 독자층이 있어요. 40~50대로 정해져 있죠. 자기 계발서는 저자가 누구냐에 따라 책의 성격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저자별로 독자층이 형성되는데, 예를 들어 『역행자』의 저자 자청의 경우에는 20~30대 독자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웰씽킹』의 켈리 최의 경우에는 40대나 여성 독자층이 차지하고 있죠. 드로우앤드류의 책은 20대가 즐겨 읽고요. 책마다 독자층이 결정되는 구조라 거기에 맞춰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신은지 : 만화 분야는 트위터에서 리트윗된 책들이 잘 나가요. 정식으로 출간되기도 전에 번역한 컷 하나가 갑자기 유명해지거나 재밌다는 소문이 나면 1권이 나오면서 이미 팬이 몰려서 잘 팔리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유명해진 게 『여학교의 별』이나 『야쿠자의 덕질』이고요. 또, 『스파이 패밀리』나 『체인소 맨』처럼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화되어 상위에 노출되면, 단행본 출간 당시에는 별 반응이 없던 책도 팬층이 생겨요.

안현재 : 방금 언급된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렇고 아무래도 인플루언서들의 추천 도서에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유튜버 추천으로 인기를 얻은 책도 있는데, 밀라논나가 인생 책이라고 소개한 『삶의 격』이 그렇죠. 2014년 출간작인데도 방송 이후 판매가 엄청 뛰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시장을 끌어가는 독자층은 40~50대가 아닐까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점에 철학책에서 답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같고요. 15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이 나온 『오십에 읽는 논어』가 그렇고, 작년에는 『마흔에 읽는 니체』『출근길엔 니체 퇴근길엔 장자』가 인기를 얻었거든요.


(왼쪽부터) 신은지, 안현재 PD

2023년에 나왔으면 하는 신간들, 예상되는 트렌드를 말씀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안현재 :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5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동물권에 관한 책은 많지 않더라고요. 관련 신간이 나온다면 독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또 요즘 언론에서도 자주 다루는 이슈인데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잖아요. 우리나라의 마약 실태에 관한 책이나 이런 사회 현상을 주목해서 다루는 책이 나온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트렌드를 예상해 보자면 코로나19 이후로 지쳐버린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이나 자기 계발적인 요소가 들어간 철학책들이 잘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신은지 : 만화 분야는 올해 걸리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다 팔아줄 것 같아요. 거의 매년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은 작년 극장판이 흥행에 성공했는데, 그 덕분인지 연말에 나온 『명탐정 코난 제로의 일상』의 경우 전권 대비 2배 이상 판매가 오르면서 재고도 부족한 상황이 됐어요. 올해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을 했으니 『슬램덩크』도 구간이긴 하지만, 극장 개봉과 맞물려 세트 판매가 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가정/살림 분야는 최근의 육아/자녀 교육서가 점점 뇌과학 육아 쪽으로 기울고 있어요. MBTI로 보자면 F형이 아니라 T형,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아이를 파악하고 솔루션을 주는 거죠. 이런 책들의 출간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김상근 : 자기 계발 분야의 이슈는 올해도 고전이 될 것 같아요. 데일 카네기의 책들도 새롭게 리뉴얼해서 나온다고 하고 조셉 머피, 밥 프록터의 책도 출간이 예정되어 있죠. 이분들이 사실 1800년대 후반, 1900년대 초의 인물들인데 자기 계발 분야의 바이블로 재조명될 것 같아요. 또, 자청이 지난해 하반기에 굉장한 인기를 얻었잖아요. 힘들었던 20대를 보낸 인물이 이를 극복하고 성공한 이야기에 지금의 20대가 화답한 건데요. 올해도 자청과 같은 스토리를 가진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될 것 같아요. 

이나영 : 에세이와 문학 분야를 묶어서 보자면, 올해는 작가들의 장르 교차가 트렌드가 될 거 같아요. 박연준 시인의 첫 소설이 나온다고도 하는데, 시인이 쓴 소설, 소설가가 쓴 에세이 같은 거죠. 시인들이 내는 앤솔러지도 예정되어 있고요. 한 작가의 여러 형태 글쓰기를 만날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요. 또, 귀농을 한 20대, 30대 청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직업인 시리즈로 묶어서 기획한 출판사가 있었는데, 퇴사 이슈와 더불어 이런 퇴사 이후의 이야기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 같아요.


(왼쪽부터) 이나영, 김상근 PD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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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저
문학동네
망그러진 만화
망그러진 만화
유랑 저
좋은생각
드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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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하 저
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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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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