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관점으로 보는 지구 환경의 미래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원정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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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매일 만나는 화학 물질에서 시작하여, 그것들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그 과정을 관통하는 물질 순환 흐름의 관점으로 지구 시스템을 이해하여 그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기를 제안한다. (2023.01.30)

원정현 저자

지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환경'을 꼽는 시대다. 하지만 카페에서 권장하는 종이 빨대를 이용하고 분리배출을 잘하는 정도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겠거니 여길 뿐, 무엇이 왜 문제인지 자세히 알 필요는 딱히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 환경은 우리 삶을 보호하는 터전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일상에서 매일 만나는 화학 물질에서 시작하여, 그것들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그 과정을 관통하는 물질 순환 흐름의 관점으로 지구 시스템을 이해하여 그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기를 제안한다. 나아가 탄소 중립을 위해 전 세계 각 분야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과학과 사회를 아울러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에서 속속들이 짚어보고 설명한다.



독자님들께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대학에서 생물 교육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과학 선생님으로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국비 유학생이 되어 미국에서 유학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과학사 박사 과정에 응시했는데, 덜컥 붙어버렸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박사 논문까지 쓰려니 졸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한번 시작한 일이니 꼭 끝을 보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논문을 쓰는 중간중간 과학의 역사를 다룬 책들을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생명 과학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과학 영재원에서 영재 교육을 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과학사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속도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 나름의 속도로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서 과학의 각 분과를 살펴본 도서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화학으로 환경 문제를 되짚어 보는 책을 내셨는데요. 어떻게 환경 문제를 화학의 관점에서 돌아보는 책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환경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어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중에는 좋은 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환경 연구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환경 문제의 현 상황,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법 등에 관한 좋은 내용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환경 문제에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환경 문제에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실천의 문제보다는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환경에 관해 많이 생각하려면,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그동안 공부한 다양한 내용을 통합적으로 접근해서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합니다. 화학은 물질에 관한 학문이니까, 화학을 통해 환경 문제에 접근하면, 전 지구적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화학'이라고 하면 환경과 사람에 해로울 것이라 생각하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화학을 알아야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해서 무척 놀라웠습니다. 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화학을 알아야 하는 건가요?

현재 지구 환경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구 시스템 안에서 물질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학 물질들이 모두 재활용된다면 우리는 지구 환경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지구 환경을 위해 우리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어떤 물질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물질들이 왜 환경에 문제가 되는지, 그런 물질들이 지구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순환하게 만들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결국, 지구 환경을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은 물질에 관한 이해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물질에 관한 이해는 지구 환경을 지킬 다양한 실천 방법을 찾아낼 근거가 되어 줄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이 환경 오염이 시급한 문제임은 알아도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실천의 단계까지 가기는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화학의 관점으로 볼 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많은 실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오염에 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너무나 다양하고 광범위하니까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고, 일상에서 분리수거를 실천하며,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실천은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조금 더 지구의 입장에서 실천에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전기를 사용할 때 전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가 지구 시스템의 물질 순환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지구의 어디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등을 지구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실천이 지구에 도움이 될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에서 무엇보다 이산화 탄소를 가장 많이 내뿜는 곳으로 산업 현장을 짚으셨어요. 우리 일상과는 다소 먼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산업 이야기까지 다루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가장 주목받는 환경 문제 중 하나는 인위적인 이산화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일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이산화 탄소를 배출하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막연하게 인류가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서 얻은 전기로 생활하고 있고, 화석 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로 이동하며, 화석 연료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더 중요한 질문은 '도대체 누가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했는가'가 아닐까요?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철강 산업, 시멘트 산업, 석유 화학 산업 이야기를 꼭 해야만 했습니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에서 환경 문제를 과학의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그중에 이것만은 반드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을까요?

너무 눈앞의 문제에만 골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에 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코끼리들이 쓰레기를 뒤져 먹을 걸 찾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지구 환경 문제의 현주소 중 하나이며, 우리 또한 그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를 보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공평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까, 낙후된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성장할 기회를 주고, 발전된 지역의 사람들, 특히 기업가에게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질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기후 문제를 생각해보면, 바른 생각을 했다는 기쁨에 기분도 좋아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를 읽을 독자님들께 남기고 싶은 한마디를 들려주세요.

보통 기후위기는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인간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지구는 탄생 이후 46억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구의 기온은 현재보다 훨씬 높았던 적도 많았고, 현재보다 훨씬 낮았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지구는 지금까지 항상성을 되찾으며 자신의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그에 비해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차지한 시간은 너무나 짧습니다.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지구의 견고한 항상성 유지 장치와 비교하면 너무나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환경 문제 해결의 답이 지구가 오랫동안 항상성을 유지해온 기본 원리인 물질 순환 회복에 있다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아, 맞아. 이렇게 생각하는 방법도 있었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원정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과학사·과학 철학 협동 과정에서 '20세기 한반도 지질학 지식의 형성과 재구성'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도 지질학과 고생물학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과학사를 강의해 왔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원정현 저
지상의책(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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