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실용 사이, 어느 젊은 건축가의 일을 짓는 법
『건축가의 습관』 김선동 건축가 인터뷰
아름다운 집을 짓고 그곳에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를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건축가다. 그래서 건축가의 습관을 엿보는 것은 내 집을 잘 짓기 위한 공부의 시작이다. (2022.12.02)
아름다운 집을 짓고 그곳에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를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건축가다. 그래서 건축가의 습관을 엿보는 것은 내 집을 잘 짓기 위한 공부의 시작이다. 『건축가의 습관』을 통해 건축가의 세계는 물론이고, 좋은 집 짓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요소들도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건축가분들이 유독 책도 많이 쓰고 많이 내십니다. 왜 그런 것 같으세요?
아마 건축이란 분야가 종합적인 분야다보니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건물 디자인 구상을 위해 스케치도 해야 하고, 설명을 위해 글도 써야 하고, 발표를 위해 프레젠테이션도 해야 하는데, 그 중 글쓰기가 책 쓰기로 연결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축 공부의 기반을 닦기 위해 인문학, 역사, 고전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솜씨도 좋아진 게 아닌가 싶네요.
부제가 '예술과 실용 사이'인데, 집 짓기에서 예술은 뭐고 실용은 뭔가요? 그리고 그 사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건축에서 예술이라 함은 쉽게 말해서 '멋진 집', '멋진 건물'이겠죠. 보통 사람들 눈에 멋지고, 예쁘고, 잘 생겨 보이면 그게 건축에서의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실용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하자 없고 쓰기 편한, 예산에 맞는 건물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요새 정말 많이 하는 생각은 하자없이 예산안에서 잘 짓기만 해도 충분히 좋은 건축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디자인도 없이, 사과 박스에 창만 뚫어 놓은 감옥 같은 건물을 지을 순 없는 노릇이고요. 그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는 것, 그것이 '예술과 실용 사이'입니다.
요즘 도시인들의 로망 중 하나가 근교에 멋진 전원주택을 갖거나, 도심에 나만의 개성이 담긴 땅콩집을 짓는 거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집에 대한 욕심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옛날부터 집을 샀다고 하면 인생에서 상당히 커다란 일을 해냈다는 인식이 있었죠. 한 가족이라면 우리집이 있어야 뭔가 가족으로서 완벽해진다는 느낌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에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이 반영된 세상에 딱 하나뿐인 내 집의 욕구가 보태어져 전원주택, 협소주택 같은 수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성이 강한 MZ세대들에게서 이런 집들이 더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있고, 획일화된 아파트에 대한 저항 때문이기도 하고요.
『건축가의 습관』에서 여러 습관을 알려주셨는데, 이것만큼은 건축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습관은 무엇일까요?
스케치하는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요새 건축하는 친구들은 스케치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습니다. 저도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케치를 그다지 많이 안 했고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하고 나서부터는 나름대로 감각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선배들이 계속 스케치를 하라고 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손과 눈의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스케치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집 짓기 실무를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집을 고민하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집 짓기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것을 알게 되나요?
일단 저라는 건축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요.(웃음) 일단, 건축가라는 사람에 대해, 직업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건축가를 잘 이해할수록 집을 만들기 위한 협의도 수월하고, 실제로 집도 더 잘 지을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프로세스나 과정에 대해서도 계속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집 짓기 프로젝트의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챕터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압축해서 수록해놓았습니다.
꼭 만들고 싶은 건축물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언젠가 도서관을 꼭 설계하고 싶습니다. 많은 건축가들의 로망이기도 한데, 순수한 지식의 공간이라는 것과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는 공공성이 매력입니다. 건축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학생이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멋진 공간을 체험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미술관도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건물입니다. 도서관과 비슷한 이유가 될 것 같은데요. 다양한 형태의 미술 작품을 수용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공간을 구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강력추천하는 한마디를 해준시다면요?
실제 건축가의 삶은 어떤지,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설계 사무실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가감없이 구체적으로 담았습니다. 건축가를 꿈꾸는 분들이나 설계 사무실을 다니면서 향후 독립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건축주분들에게도 추천 드립니다. 이 책이 건축이라는 분야를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전반적인 건축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선동(글쓰는건축가) 10년 차 건축가 김선동은 건축의 대중화를 이끄는 소장파 건축가 중 한 사람이다. 예술과 작품의 범주에 있던 건축 설계의 범위를 확장시켜 건축의 대중화를 몰고 온 젊은 건축가 그룹에 속한다. 자기만족을 위한 작품이 아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건축을 지향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건축을 한마디로 '단순함 속에 단단함'이라고 정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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