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력을 2%만 끌어올려도 삶이 달라진다
『어른의 문장력』 김선영 저자 인터뷰
문장 쓰기가 서툰 사람들에게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력을 알려주기 위해 『어른의 문장력』을 썼다. (2022.11.08)
카카오톡 대화는 말인가, 글인가? 문자, 채팅, 이메일, 블로그, SNS를 통해 대화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경우 주로 문장으로 내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므로 그만큼 문장력이 중요해졌지만, 안타깝게도 짧은 문장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문장 소통에 능숙해야 일과 가정에서 관계가 좋아지고 원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는데 말이다. 방송 작가로 경력을 쌓아온 김선영 작가는 방송일 외에 글쓰기, 문해력 강사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매일 쓰는 짧은 문장에 주목했다. 그리고 문장 쓰기가 서툰 사람들에게 깔끔하고 정확한 문장력을 알려주기 위해 『어른의 문장력』을 썼다.
책 출간과 온, 오프라인 강연 등 독자들과 직·간접적으로 만날 일이 많으신데 요즘 사람들의 문장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의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신 분 중에 "카톡 잘 쓰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하는 분이 꽤 있습니다. SNS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데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 할지 고민이 돼서 구경만 한다는 분도 있고요. 온라인 채팅에서 처음 대화할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부터 밝히기,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때는 구체적으로 묻기 등 기본적인 문장 예절에 서투른 성인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메일이나 메시지로 받은 내용이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아 서너 번씩 다시 읽을 때가 많습니다. 저만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표지에 '문장력을 2%만 끌어올려도 내 삶이 달라진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른의 문장력을 갖추면 무엇이 어떻게 좋아지나요? 왜 우리에게 어른의 문장력이 필요한가요?
단순히 글을 잘쓰고 못쓰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생각을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살아가는 데 힘이 됩니다. 대인 관계에서 첫인상을 결정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합니다. 회사에서는 성과와 평판, 학교에 다닌다면 리포트나 논문 작성에 영향을 주니 성적과도 관계가 깊죠. 앞으로는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 첫걸음은 나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인데, 가장 손쉽고도 확실한 방법이 바로 글쓰기죠. 제대로 된 문장력을 갖추면 자신감과 여유가 생깁니다.
코로나 이후 대면 소통에 비해 비대면 소통이 많이 늘었습니다. 대면 소통과 달리 비대면 소통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어른의 문장력』에서 '3단계 거절법'과 '불편한 주제를 말하는 법'을 따로 다룬 까닭입니다. 얼굴을 보고 대화할 때는 표정이나 제스처, 어조를 통해 상대방의 공손한 태도, 미안해하는 마음이 공기로 전해지잖아요. 카톡이나 이메일로 소통할 때는 표면적인 문자만 보고 해석합니다. 빙산의 일각처럼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봐서는 놓치는 맥락이 있을 수 있죠.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 배경지식이 다른 만큼 같은 단어나 상황을 놓고도 정반대로 생각하는 일도 더러 생깁니다. 문장을 쓰는 사람은 오해할 여지를 최대한 제거해야죠. 이를테면, 문장으로 소통할 때 '저는 괜찮아요'처럼 중의적인 표현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좋다는 뜻인지 사양의 의미인지 헷갈리죠. 읽는 사람은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상대방 입장에 서서 뜻을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카톡, 문자, 이메일 등 비대면 소통을 할 때 문장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습니다. 최대한 생략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 길어져도 생략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사를 쓸 때 육하원칙을 챙겨야 한다고 하죠.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what), 왜(why), 어떻게(how)의 여섯 가지 조건만 지켜도 불통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가끔 SNS를 통해 장문의 메시지를 받는데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강의 요청을 하면서 시간과 장소를 빠뜨리거나, 자신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남기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제안 목적은 구구절절하게 쓰여 있고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쓴 타깃 없는 글입니다. 아무리 기획 의도가 좋아도 상대방에게 알려줘야 할 필수 정보를 빠뜨리면 공허한 문장이 되고 맙니다.
문장으로 소통할 때 지나친 구어체는 가벼워 보이고 지나친 문어체는 딱딱한 인상을 남길까봐 고민되곤 합니다. 이 둘을 균형 있게 쓰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글쓰기 가르치는 일을 하기 전에 방송 글을 쓰는 작가였는데요. 방송 작가가 쓰는 글을 '말글'이라고 불렀습니다. TV를 보는 시청자는 귀로 글을 듣기 때문에 단번에 이해가 되어야 했거든요. 글이지만 우리가 평소 말하듯 문장을 짓는 거죠. 지나치게 어려운 전문 용어, 한자어는 가능한 피하고, 한 문장을 너무 길지 않게 씁니다. 문장을 마무리할 때 '~했습니다'와 '~했어요'를 적절히 번갈아 쓰면 자연스럽고 균형이 맞춰지겠죠. 이모티콘을 사용하느냐 마느냐, 사용한다면 얼마나 자주 쓰느냐도 은근히 골칫거리잖아요. 그럴 땐, 상대방의 소통 패턴을 보고 그에 맞추면 무리가 없습니다. 결국, 이모티콘을 쓰는 까닭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인데, 자신과 비슷한 방식으로 대화하는 사람을 보통 편하게 느끼니까요.
평소에 좋은 문장은 어떻게 수집하시나요?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하는 방법과 작가님의 요즘 꽂힌 문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별수 있나요. 책에서 수집합니다. 그런데 어떤 책에 좋은 문장이 숨어있는지는 읽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잖아요. 매일 책을 읽으면 찾아낼 확률이 높아지겠죠? 저는 책에서 발견한 문장을 3년째 필사하고 있습니다. 문학, 비문학 가리지 않고요. 책을 읽다가 그날 읽은 부분 중에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한 단락 정도 베껴쓰는 방식이죠. 요즘은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를 필사하고 있는데요. 이성복 시인이 대학원에서 강의한 시창작론을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해서 묶은 책입니다. 비단 시뿐만 아니라, 글과 삶에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글귀는 정갈한 글쓰기를 지향하는 『어른의 문장력』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정작 할 얘기를 안 하기 때문에 말이 많아지는 거예요. 지금까지 한 말 모두 지워버리고, 말 다 했다고 생각한 데서 새로 시작해보세요." _이성복, 『무한화서』 중
어른의 문장력을 유지하는 작가님의 글쓰기 루틴이나 습관이 궁금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필사를 빼놓기 힘들고요. 읽고 쓰는 근육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함께 키웁니다. 가능한 집안 곳곳에 책을 널어놓고 접촉 빈도를 늘리는 것이죠. 최근에는 전자책 구독도 시작했는데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읽기 모드로 들어가서 좋더라고요.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퇴고하는 습관입니다. 블로그 등 온라인에 발행하는 글뿐만 아니라 이메일, SNS 글, 그룹 채팅방에 올리는 공지도 마찬가지예요. 아주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최소 두어 번은 문장을 다시 읽어보세요. 분명히 틀린 맞춤법, 고치고 싶은 부분을 발견할 거예요. 어른스럽고 성숙한 문장을 쓰는 방법이 거창한 게 아닙니다. 성급함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합니다.
*김선영 13년간 교양 프로그램 방송 작가로 글을 썼다. 웹 콘텐츠, 온라인 쇼핑몰, 기업 웹진 작가로도 일했다. 현재는 그동안 쌓아온 읽고 쓰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내며 글쓰기 코치로 활약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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