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년 특집] 역대 명칼럼 - <박연준의 특별한 평범함>
<월간 채널예스> 2022년 7월호
하루 종일 ‘읽는’ 직업을 가졌지만, 퇴근하고 집에 가면 또 책을 읽는다. 지극히 사적인 독서, 일이 아닌 유희로 읽는다. (2022.07.13)
7년 동안 <월간 채널예스>에 실린 연재 칼럼은 총 80여 개. 그중에서도 출판 편집자들이 가슴 두근대며 읽은 칼럼은 무엇일까? |
시인이 포착한 일상을 깊고 따뜻하게 이야기하다
글쓴이 : 박연준(시인)
연재 기간 : 2018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읽기 : 채널예스 웹진(86chu.com) ▶ 칼럼 ▶ 불후의 칼럼 ▶ 박연준의 특별한 평범함
하루 종일 ‘읽는’ 직업을 가졌지만, 퇴근하고 집에 가면 또 책을 읽는다. 지극히 사적인 독서, 일이 아닌 유희로 읽는다. 특히 에세이를 즐겨 읽는데, 작가가 자신의 삶을 고백하며 독자를 매혹시키고 싶어 하는 그 긴장과 ‘밀당’이 달콤해서다. 이때 읽는 문장들은 내면의 우물 안 이곳저곳에 고이며 흔적을 남긴다.
책으로 묶여 나온 에세이도 좋지만, 매체에 연재되는 에세이들은 매 호 따라 읽는 재미가 있어 좋다. 매달 <월간 채널예스>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도 다양한 칼럼(에세이)을 만날 수 있어서다. 특히, 나는 몇 년 전, 박연준 시인에게 매료된 적이 있다. ‘박연준의 특별한 평범함’이라는 칼럼 제목 아래 시인이 포착하여 건져 올리는 에피소드와 단상을 읽다 보면, 나의 일상도 시인의 언어를 닮아 단정하게 빛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일주일, 한 달, 일 년은 다채롭게 복잡하지 않은가. 난 혼돈 속에서도 글을 읽으며 질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에, 시인이 정교하게 쌓아 올린 문장 안에서 마음껏 안온하게 헤맬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느슨해졌던 마음을 서늘하게 베는 문장을 만났다.
청춘은 별안간 끝난다. 끝이 난 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조용필 콘서트장에서 문득, 펄펄 날아다니는 아이돌을 바라보다 문득, 비 맞은 관객 중 한 명으로 파묻혀 노래를 부르다 문득, 올봄에는 모란, 작약 한 번을 못 봤다고 고개를 수그리다 문득, 가스레인지에 라면 물을 올리다 문득, 끝이 난 것을 안다. _「조용필과 위대한 청춘(靑春)」 중에서
내 청춘도 어느새 그 찬란함을 다하고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박연준 시인의 이 문장을 읽으며 깨달았다. 친구를 만나거나 설거지를 하며 불현듯 느꼈던 ‘지나감’의 감각이 시인의 언어를 만나 옷을 입은 것이다. 그리고 읽은 후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천진하기만 한 독서가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는 달콤한 깨달음이기도 했다. 바람이 훅 몸을 통과하듯이, 좋은 에세이의 문장은 내 몸 안쪽으로 밀고 들어온다는 깨달음이었다. 몸으로 읽는 문장들, ‘박연준의 평범한 특별함’을 읽으며 자주 곱씹었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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