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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 인터뷰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 김종민 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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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검찰개혁’ 같은 선동적인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각계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각론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2022.05.30)

김종민 변호사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의 저자 김종민 변호사는 20년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유럽 검찰 제도를 직접 경험하고 깊이 연구했다.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는 ‘법치주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수준 높은 공동체 형성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형사사법의 기본 방향’과 ‘올바른 검찰개혁’을 제안하고 공유한다. 



2022년 5월, 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일명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를 쓰신 김종민 변호사님은 20년 검사 재직을 포함해 30년 가까이 법조계에 계셨는데요. 검수완박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형사사법 시스템의 대혼란입니다. 검수완박법의 국회 통과와 시행은 74년간 시행되어 오던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2021년 1월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되었는데, 1년 만에 수사지연과 범죄피해자 보호 등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법조계와 언론, 시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강행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사법제도는 기계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체계를 무시하고 이렇게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임으로써 실무 운용 과정에서 벌어질 대혼란이 걱정입니다. 검찰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겠다고 했지만, 경찰과 똑같은 일반사법경찰인 검찰수사관을 통해 검사들이 법 시행 이후에도 변함없이 모든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졸속적인 검수완박 입법이었는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기소의 분리가 아니라, ‘직접수사와 수사지휘통제’의 분리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검찰개혁 방안으로 추진된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 외에 공수처와 경찰이 검사의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도록 한 것입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의 3개 수사기관이 각각 독립된 수사를 하도록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난립함으로써 서로 역할 분담이 되지 않고 동일한 사건을 검찰, 경찰, 공수처가 동시에 수사할 수도 있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따로 수사했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이 그 단적인 사례입니다. 

반면 수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불법수사, 수사권 남용 등 문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라지게 됩니다. 검찰이 직접수사 대신‘준사법기관’으로서 경찰수사를 지휘하고 통제하는 방식이 되면, 경찰은 실제 수사를 하고 그러한 경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수사권 남용이나 법률 적용상 문제는 없는지를 검사가 통제하는 구조가 됩니다. 검찰과 경찰 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되고 대등한 수사기관의 난립으로 인한 수사의 중복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국가에서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검수완박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상징한 것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였습니다. 그간 편파 수사, 무차별 통신 조회와 같은 인권침해 그리고 부실한 수사역량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공수처의 이러한 오류와 한계는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시는지요? 

공수처를 굳이 만들어야 했다면 법무부 산하 특별수사청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했습니다. 헌법과 정부조직원리에도 맞고 검찰을 견제하면서도 서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구조도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공수처를 입법, 사법, 행정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권한을 똑같이 부여하는 ‘제2의 검찰’로 만들어 버린 데 있습니다. 아울러 공수처가 군검사의 권한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검찰수사 사건에 대한 이송요구권 등 검찰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인정한 것도 적절치 못했습니다.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을 주로 수사하겠다고 했던 공수처가 입법과정에서 부패 외에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등 경우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사건도 수사권을 갖게 됨에 따라 그 성격이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도 오랜 수사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을 중심으로 선발했어야 했는데, 검찰 견제라는 명분에 집착하여 판사 출신과 변호사 출신으로 충원하다 보니 기본적인 수사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공수처는 위헌적인 수사기구이므로 국회에서 논의하게 될 중대범죄수사청에 흡수·통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공수처를 폐지하지 않고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신설하면 검찰, 경찰,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이 더 난립하게 되고, 국가형사사법체계의 혼란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에서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1987년 체제 이후로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형사사법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는 과거 유신정권과 5공 정권 당시 운영되던 것이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게 근본적 문제입니다. 가령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사권인데, 우리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법원과 검찰, 경찰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즉 중앙집권적인 검찰과 경찰을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통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전국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러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정치 권력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법원, 검찰, 경찰 모두에 미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는 우리뿐 아니라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겪었던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종전 직후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기관인 최고사법평의회가 판사와 검사의 인사와 징계를 관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단순히 ‘검수완박’,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차원을 넘어 국가개혁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사법제도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형사사법제도를 민주적이면서도 뛰어난 수사역량을 가진 조직들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륙법계 유럽 검찰제도를 직접 겪고 연구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사법부와 검찰, 경찰 모두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권한에 따른 책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재조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동안 국민들 눈에 비친 법원, 검찰, 경찰은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기관 이기주의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 부분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이제 법원, 검찰, 경찰은 각 기관의 입장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가개혁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 어떤 제도가 가장 바람직한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핵심은 리모델링 방식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설계하는 재건축 방식으로 사법제도와 검찰, 경찰제도를 재조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기관이 효과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범죄가 점점 첨단화, 세계화되면서 선진국들은 형사사법제도의 개혁을 통해 이에 맞설 준비를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에서 변호사님께서는 저비용·고효율의 형사사법을 어떻게 만들지, 반부패대응역량을 어떻게 키워나갈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신 듯합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라임 자산운용 사건은 피해액이 1조 5,000억 원인데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피해 규모입니다. 형사사법제도도 이러한 변화된 환경에 맞춰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세계화 시대에는 범죄의 글로벌화라는 어둠도 존재합니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하면서 국제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금융범죄, 역외 탈세 등 문제는 이미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변화된 범죄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형사사법시스템은 무용지물입니다.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 이후 범죄의 세계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한정된 형사사법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식 플리바게닝 등을 전면 도입하는 듯 신속,간이절차를 대폭 강화했고, 대형금융경제범죄와 조직범죄 수사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2004년 프랑스의 형사사법개혁 당시 도미니끄 페르뱅 법무부 장관은 좋은 형사사법제도의 조건으로 형사사법제도는 시대를 반영해야 하고, 효과적이어야 하며, 범죄피해자를 적절히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개혁 방향도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참된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꿔나가기 위해 법치를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떤 원칙을 확고하게 갖고, 우리 형사사법제도를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해, 변호사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법의 지배와 법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근본 토대입니다. 그 누구도 법 앞에 예외가 있으면 안 되고 통치자가 아닌 법이 주권자이며 그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입니다. 통치자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권력을 행사할 때만 정당성을 얻는 것이고, 법이 정당하고 권위를 갖추려면 그 법이 공정하고 권력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정권의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검찰로서 제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검찰은 물론 법원과 경찰 모두 부적절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형사사법 정의를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국민과의 화해가 시작될 것이라 믿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론입니다. ‘검수완박’, ‘검찰개혁’ 같은 선동적인 구호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각계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각론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20년 진보 진영의 염원이었지만 실패로 끝난 검찰개혁의 상징,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이 의미하는 바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김종민

고려대학교 법대 졸업.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년간 검사로 일하면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인권정책과장, 형사사법공통시스템 운영단장으로 근무하며 정책기획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고 대전지검 홍성지청장,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가를 꿈꾸었고 검찰 재직시 30개국을 여행했다. 군법무관 시절 프랑스어를 시작해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ENM) 장기연수를 다녀왔고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2년간 일하면서 OECD 반부패회의 정부 대표를 지냈다. 이 남다른 경험을 바탕삼아 검찰개혁과 형사사법개혁 방안을 꾸준히 기록하고 연구했다. 2015년 검찰을 그만둔 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2017년 대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2021년 9월부터 KBS 이사를 맡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검찰제도론』(2011)이 있다.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
        
김종민 저
        
천년의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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