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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시아버지가 독서 모임을 하는 이유

『한 지붕 북클럽』 김예원, 최병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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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북클럽』은 가족과의 건강한 소통을 고민하고, 함께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한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가족 독서토론'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많은 이들이 용기 내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실천 사례와 노하우를 듬뿍 담은 책이다. (2022.04.07)

최병일 저자(좌), 김예원 저자(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족 간의 대화 단절. 그냥 대화하기도 힘든 가족끼리 책으로 토론하는 게 가능할까? 여기, 4년 넘게 독서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어느 가족이 있다. 이른바 '한 지붕 북클럽', 이 독서 모임의 구성원은 아버지, 아들, 며느리, 큰딸, 사위, 작은딸이다. 

『한 지붕 북클럽』은 가족과의 건강한 소통을 고민하고, 함께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한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가족 독서토론'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많은 이들이 용기 내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실천 사례와 노하우를 듬뿍 담은 책이다. 가족끼리 독서토론이라니, 게다가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쓴 ‘구부 공저’라니. 『한 지붕 북클럽』의 저자들에게 ‘가족 독서토론’이 가져다준 변화와 집필 소회를 들어본다.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함께 쓴 가족 독서토론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가족 독서토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최병일 : 50대 후반에 독서토론을 접하면서 이에 매료되었고, 책 읽기와 독서토론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도서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에서 관련 강의도 하고 여러 독서토론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하는 일이 이렇다 보니, 가끔 자녀들과 대화를 하면서 독서토론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죠. 그 무렵 아들과 며느리는 베이징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 독서토론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아들과 며느리가 먼저 “우리 가족도 독서토론을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고, 메신저(카카오톡)를 이용한 온라인 독서토론이라는 좋은 방법은 발견해냈습니다. 큰딸과 사위, 작은딸에게 의사를 묻고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실태 조사’ 통계를 보면 가족끼리 함께 나누는 시간이 적고, 특히 부부간 대화가 없는 가정이 많은 듯합니다. 가족과의 소통이 힘든 이유가 뭘까요? 

김예원 : 가장 큰 이유는 공감과 경청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자신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엽니다. 그 과정에서 편안한 소통이 이뤄지지요. 하지만 유독 가족에게는 자신의 욕구를 더 내세우게 되고 먼저 공감받기를 원하게 되는데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오해, 내 마음과 같을 거라는 착각, 나의 뜻대로 상대를 바꾸려는 실수가 쌓이고 쌓이면서 대화는 줄고 소통은 점점 힘들어지지요.

독서 모임에 가족 구성원들이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가족들의 참여를 어떻게 독려했는지 궁금합니다. 

최병일 : 부모인 제가 먼저 제안했다면, 한두 번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자녀나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 독서토론’에 대한 호기심과 필요를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자녀들이 먼저 독서토론을 하자고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첫 토론 이후 재미와 의미를 느낀 가족들 덕분에 그다음 토론부터는 쉽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 저는 독서토론을 진행하는 방법을 꼼꼼히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가족 간의 서로 다른 입장과 가치관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김예원 : 남편과 저는 굉장히 다른 성향의 사람입니다. 신혼 초에는 그 부분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장점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었지요. 밥 먹는 속도부터 시간관념, 취미, 생활 습관, 심지어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많이 다르다 보니 종종 부딪히게 되더군요. 특히 ‘같은 상황이었으면 난 이렇게 안 할 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내 기준에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면서 서운함이 쌓이고 오해가 깊어져 갈등으로까지 번지곤 했지요.

가족 독서 토론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규칙이 필요할 것 같아요. 독서 토론을 위한 노하우를 몇 가지 알려주신다면요? 

최병일 : 독서토론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사람이 너무 자주, 너무 길게 발언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한 번 발언할 때 1분 30초에서 2분 이내에 끝내야 한다는 규칙을 토론 전에 공지합니다. 또한, 사담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 반드시 논제를 가지고 토론해야 합니다. 비경쟁 토론은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지 않아야 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이 골고루 발언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진행자는 다른 사람이 말할 때 경청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모임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가족 독서 모임 후 가족들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궁금해요. 

김예원 : 우선 대화가 늘었습니다. 독서토론은 두 시간가량 진행되지만,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토론 이후에도 계속되지요. 시가 식구들과 모이는 자리(혹은 단체채팅방)에서 다음번에는 어떤 책으로 토론할지 의견을 묻기도 하고, 좋은 책이 있으면 소개하기도 해요. 책이 대화의 매개체이자 유용한 소재가 되는 거죠. 대화가 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남편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동생 부부는 요즘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구나’ 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좀 더 헤아리려고 노력하게 되었어요.

모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책이 있나요?

최병일 : 가족 독서토론 첫 번째 책 『비폭력대화』(마셜 로젠버그 지음, NVC센터, 2017)입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신혼이고, 큰딸과 사위는 육아 중이었어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갈등이 심할 때죠.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첫 책으로 『비폭력대화』를 선정했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상대방을 변화시켜 자신과 비슷하게 만들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토론 도중에 서로 사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남한산성에서 펼쳐진 3대가 함께한 『남한산성』 독서토론

가족 독서 모임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추억이 있나요? 

김예원 : 작년 가을 가족들과 함께 남한산성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정말 오랜만의 만남이었는데, 그냥 모이기가 아쉬워 미리 『남한산성』(김훈 지음, 학고재, 2017)을 읽고 오기로 했어요. 성곽을 천천히 돌며 자연스레 책 속 인물과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과 모호했던 생각이 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산 중턱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 토론도 했는데요. 남한산의 가을 풍경을 배경 삼아 3대가 함께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누니 가족들과의 시간이 더욱 즐겁고 행복해졌습니다.

KBS1 <다큐on> ‘노년, 책을 들다’ 편에도 가족들이 출연하셨다고요. 소감이 어떠셨어요?

최병일 : 온 가족이 TV에, 그것도 ‘독서토론’이라는 주제로 출연하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는데 영광이었습니다. 그동안 주로 온라인으로 독서토론을 해왔을뿐더러, 카메라 앞이라 무척 떨리고 걱정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긴장도 금세 풀리고 평소처럼 몰입해서 독서토론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그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유할 추억’이 얼마나 있느냐도 중요한 요소인데, 이 촬영과 영상이 두고두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추억이 된 것 같아 감사합니다. 토론과 촬영은 세 시간이 넘었는데, 방송에는 4분 정도로 실렸습니다.(웃음) 


며느리(김예원)와 시아버지(최병일)가 함께 쓴 『한 지붕 북클럽』

‘가족 독서토론’이 좋다는 건 알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김예원 :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가 가족이라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마음을 표현하기가 더 쑥스럽고 어렵기도 해요. 막상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독서토론이 가족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좋은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말에 진심으로 경청하고 뜨겁게 공감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빗장은 서서히 풀리게 됩니다. 이 놀라운 순간을 더 많은 분, 많은 가족이 경험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병일 : 베이비부머 세대의 제 또래들은 대부분 가족과 대화가 안 된다며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써서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대화하면 할수록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어 깊은 늪에 빠져드는 느낌이라 말합니다. 그 이유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간섭하거나 대화를 빙자해 잔소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역린을 건드리면 관계는 단절됩니다. 인간은 대부분 불쾌한 것은 피하고 유쾌한 것은 스스로 찾아서 합니다. 가족과의 대화가 즐겁다면 피할 이유가 없겠지요. 독서와 토론이 부담스럽다면 쉽게 읽고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 많습니다. 우리 가족의 독서토론을 보고 올해부터 한 달에 한 권씩 그림책 토론을 시작한 가족이 있다고 하는데, 반응이 좋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김예원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후 주 중국 대한민국 대사관에 첫 직장을 잡았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직장인 6년 차,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자문하던 중 우연히 시가 식구들과 가족 독서토론을 시작했다.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동안 소통과 성장의 기쁨을 맛보았고, 이전과 조금은 다른 삶을 꿈꾸게 되었다. 퇴사 후 남편과 113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났고, 여행 중 ‘100일 글쓰기’에 도전했다. 현재 숭례문학당 강사로 활동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모임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최병일


기업 연수원에서 교육을 담당했고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연수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희대학교 국제경영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청소년 비전 교육, 성인 인간관계 교육을 진행하던 중 책을 쓰기 위해 우연히 숭례문학당과 조우했고, 독서, 토론, 글쓰기를 배우며 『당신은 가고 나는 여기』, 『은퇴자의 공부법』, 『아빠, 행복해?』 등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극동대학교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독서토론 과목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지방자치단체, 교육 기관, 도서관에서 독서토론 동아리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4년 넘게 진행한 가족 독서토론 덕분에 KBS <다큐On>에 3대가 출연했다.




한 지붕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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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최병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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