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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돌봄, 지켜보고 곁에 있어주는 것 (G. 조우리 소설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245회) 『이어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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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본다는 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서, 위험이라든지 곤란이 닥쳐왔을 때 막을 수 있는 한에서 막아주고 싶은 애정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2022.04.07)


“아름은 해본 적은 없지만 이어달리기가 뭔지는 알았다. 정해진 거리를 여러 사람이 나눠 달리는 것. 자신의 몫을 다 달리면 배턴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고, 그 사람이 또 다음 사람에게 달려가고, 그렇게 결승선까지 가는 것.” 

안녕하세요, 황정은입니다. 조우리 작가님의 연작 소설집 『이어달리기』에서 읽었습니다. 출발선에 선 이어달리기의 주자는 앞이 아니고 뒤를 돌아봅니다. 앞사람이 뒤에서 다가오기 때문인데요. 이어달리기에서 다음에 달릴 주자는 늘 앞선 주자가 넘어지지 않고 완주하기를 바라면서 그의 달리기를 지켜보고, 배턴을 잘 건네받으려고 손을 뻗고, 트랙을 거슬러 그를 마중 가기도 합니다. 모든 주자가 모든 주자의 무사한 완주를 바라는 이어달리기. 오늘은 이 제목으로 여덟 편의 소설을 모은 소설가를 만나보겠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조우리 소설가 편>

오늘 모신 손님은 “내가 읽고 싶은 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말하는 소설가입니다. 연작 소설 『이어달리기』를 쓰신 조우리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 『이어달리기』는 자기 장례식을 알리는 초대장으로 시작이 됩니다. 성희가 자신의 장례식을 열겠다는 초대장인데요. 이 초대장을 구상한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조우리 : 성희라는 인물과 조카들이 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그러다 보니까 한 사람을 위해서 모이는 행사라는 게 생각보다 별로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돌잔치 같은 걸 생각했었는데 아기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부모님들의 행사 같은 것이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해보다가 ‘그러면 장례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어쨌든 고인을 어떤 방식으로든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고 생각을 했어요. 아마 관혼상제라는 고비들이 개인을 위한 날일 텐데, 소설 속에서 성희는 레즈비언이다 보니까 결혼식을 편하게 열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장례식을 생각하게 됐고요. 그 즈음에 그런 신문 기사를 봤어요. 어떤 할아버지가 나이가 많이 드셔서 ‘내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살아있을 때 좀 친구들을 많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친구들을 부를 만한 행사로 장례식을 살아 있을 때 열었다는, 그 기사를 마침 봐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습니다.

황정은 : 소설집 『이어달리기』에는 ‘이어달리기’라는 제목의 단편은 없습니다. 대신에 이어달리기를 생각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정해진 거리를 여러 사람이 나눠 달리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나눠 달리기 때문에 일단 배턴을 받으면 자기 몫은 끝까지 달려야 되는 거잖아요. 그게 저한테는 좀 책임이 많이 실리는 달리기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우리 : 작가님께서는 이어 달리니까 책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반대로 내 구간만 달리면 되니까 책임이 좀 덜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웃음) 제가 김태리 배우를 되게 좋아하는데 한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더라고요.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이거 망해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 부담이 커서 계속 도망치고 싶어서, 그냥 ‘이번에 망해도 다음에 잘하면 되고, 망해서 배우 안 하면 다른 일 하면 되지’ 약간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되게 그게 인상 깊게 남았고. 저도 너무 무겁게 생각하면 좀 힘든 것 같더라고요. ‘내가 이거에 전념해야 되고 이게 전부이고 절대 망하면 안 된다’ 이런 생각하면 좀 무서워지는 게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나로 인해서 무언가가 완전히 끝장난다는 생각을 좀 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쁜 일도 나만 기쁜 게 아니라 뭔가 다 연결이 되어 있어서 더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이어달리기』라는 제목을 쓴 것 같습니다.

황정은 : 작가의 말에서 메일링 서비스로 초고를 이어갔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야기도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조우리 : 처음에 이 소설은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가장 처음에 실려 있는 작품을 앤솔로지에 실으면서 시작이 됐었는데, 그 앤솔로지의 작품을 함께 했던 편집자님께서 이것을 조금 확장시킨 이야기로 다른 조카들의 이야기도 써보시면 어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사실 소설은 시작하기 전이 제일 재미있기 때문에 (웃음) 머릿속에서 구상하면서 ‘재미있겠는데?’ 싶어서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막상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언제까지 원고를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좀 무섭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제가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원고를 혼자서 써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기존에 경장편 소설을 썼을 때도 연재를 했었던 작품이고 다른 단편집들은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았기 때문에. 그래서 약간 나에게 마감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이거 안 되겠다, 라고 생각이 돼서 ‘이왕 그런 마감을 만든다고 하면 독자 분들과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편씩 단편소설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해서 여섯 편의 소설을 썼고요. 책으로 묶으면서 가장 마지막에 에필로그처럼 짧게 들어가는 소설을 한 편 더 써서 완성하게 됐습니다.

황정은 : 『이어달리기』는 혈연 관계는 아닌 일곱 명의 조카와 그들의 이모인 성희의 이야기입니다. 성희가 일곱 명의 조카하고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후원하고 돌보는 방법이 ‘미션 수행하기’인데요. 성희는 후원의 방식으로 왜 미션이라는 형식을 생각했는지 궁금해요.

조우리 : 처음에 혈연이 아닌 이모-조카 이야기를 쓰려고 생각했던 것이, 제 주변에도 그런 조카들이 좀 많이 생기면서였어요. 친구의 자녀들이라든지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분들의 자녀들을 제가 랜선 이모가 되어서라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 보니까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모가 선물도 주고 만나서 놀아주니까 좋아하지만 이 아이들이 크면 나랑 안 놀아줄 텐데 어떻게 얘들을 붙잡아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다가 (웃음) 『작은 아씨들』에 그런 편지가 나오잖아요. 당숙모 같은 분이 ‘내가 유산을 물려줄 테니까 양녀처럼 와서 나랑 같이 지내라’ 이런 게 갑자기 생각이 나면서, 그런 것처럼 저도 ‘이모랑 잘 놀면 이모가 좋은 거 줄게’ (웃음) 이런 미션을 주면 어떨까, 그런 상상에서 시작됐던 것 같아요. (웃음)

황정은 : 오십 대 여성인 성희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조카들에게 마지막 미션을 제안합니다. 이 일곱 개의 미션이 일곱 명의 조카에게 보내는 성희의 다잉 메시지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저는 했어요. 작가님이 이 일곱 개의 미션을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조우리 : 사실 처음에 「엘리제를 위하여」에 조카가 일곱 명 있다고 쓴 것은 깊게 생각하지는 않고 썼던 것이었어요. 한 명의 조카에게 집착하는 이모보다는 두루두루 많은 조카들을 사랑해 주는 이모로 그리고 싶어서 썼던 것이었는데, 이 이야기를 더 이어서 써보자고 생각을 했을 때 그 일곱 명의 미션을 먼저 정하진 않았고요. 일단 이 조카들의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미션이라는 게 뭘까’를 떠올리는 단계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일곱 명의 조카들은 어린 시절에 좋은 어른을 만난 경험이 삶에 도움이 되는 기억으로 남은 아이들 이라고 생각하고 싶었고, 이제는 그 마음을 또 다음 세대에게 돌려줄 수 있는 나이가 된 인물들로 그리고 싶어서, 인물의 이야기를 먼저 만들고 성희가 이 아이들한테 어떤 미션을 주고 보상을 주면 좋을까를 생각하는 단계로 구상을 했습니다.

황정은 : 두 번째 단편의 화자인 수영은 마지막 미션으로 성희의 거북이를 돌보게 되는데요. 돌보기는 조카 일곱 명 모두의 미션을 관통하는 특성이기도 한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돌보기란 어떤 것일까요?

조우리 : 이 질문을 받고 돌봄이라는 단어를 새삼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가장 간단하게는 양육과 이어서 생각하는 단어더라고요, 저에게는. 그런데 ‘그러면 이 소설에서 이 아이들을 성희 이모가 키우는 건가?’라고 생각했을 때는 그건 아니었던 것 같고. 돌본다는 게 어쨌든 들여다보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서 이 아이들에게 위험이라든지 곤란이 닥쳐왔을 때 성희가 막을 수 있는 한에서 막아주고 싶은 애정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또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싶은 대상을 계속 지켜보고 필요해지는 순간까지 곁에 있어주는 것, 그런 걸 돌봄으로 생각했습니다.



*조우리

2011년 단편소설 「개 다섯 마리의 밤」으로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여성, 퀴어, 노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쓴다. 경장편소설 『라스트 러브』, 소설집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팀플레이』를 냈으며, 공저로 『이 사랑은 처음이라서』, 『언니밖에 없네』, 『엄마에 대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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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달리기
이어달리기
조우리 저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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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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