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은 느낌표인가요?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썸머 저자 인터뷰
이른 새벽 제 몸만 한 캐리어를 끌며 홀로 먼 촬영지로 떠나는 n년차 프리랜서 배우이자 작가 썸머.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그녀가 사랑을 잃지 않는 방법은 밤하늘의 별, 작은 식물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일과 오래된 짝사랑과 취향을 잊지 않는 것. 작지만 단단한 삶을 지켜내는 썸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 (2022.03.08)
좋아하는 것 앞에 설 때면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마른 침만 삼키며 머뭇거리고만 있지는 않나요? 여기, 가보지 못한 엔딩이야말로 새드엔딩!이라며 사랑하는 것을 앞에서는 기꺼이 사계절 내내 뜨거운 여름이 되기로 한 그녀, 썸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썸머 작가의 신간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만나는 배우이자 때때로 영화와 영상의 연출가로 활동하는 그녀(고아라)의 애정으로 기운 일상들을 통해, 물음표 가득한 당신의 세상을 느낌표로 바꾸어 보세요!
안녕하세요. 배우, 아니 이 자리에서만큼은 작가 썸머님이시죠!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초보 작가 썸머라고 합니다. 첫 에세이를 내고 하루하루 설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와 연출을 하던 아라 배우님께서 처음으로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라는 책을 출간하며 작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셨어요. 영상이 아닌 책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고 나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글은 꾸준히 써왔었는데요. 그간 써왔던 글은 다이어리 속 일기나 블로그 속 짧은 감상처럼 그때 그때 감정에 집중된 글이었어요. 오직 저만을 위한 글이었달까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은근하게 독자를 상상했던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배우가 꿈이었다 보니 언젠가 내 일기장이나 블로그 속 글들이 공개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귀여운 상상 같은 거죠.
그러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3년 전쯤이에요. 글쓰기 클래스(쓰담)을 들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게 되었어요. 누군가의 손에 내 이야기(원고)가 들려져 있던 그 짜릿했던 순간을 잊지 못해요. 누군가에게 읽힐 글을 쓴다는 건, 이렇게 설레는 일이구나, 처음 느꼈어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저는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웃음)
첫 책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는 제목에서 상상되는 것처럼 연애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을 향한 폭넓은 애정이 담겨 있어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해피엔딩은 몰라도 회피 엔딩은 싫으니까!” 라며 사랑 앞에서 망설이던 날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글이었요. (수록 글 「가보지 못한 엔딩이야말로 새드 엔딩」) 썸머님의 삶의 태도가 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주 특별한 계기(시점)이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어릴 적부터 예쁜 노트나 스티커를 좋아했어요. 매일 같이 구경만 하다가 큰 마음먹고 원하는 것을 샀는데 결국 한 페이지도 쓰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혹시나 글씨가 망가져서 노트에 오점을 남길까 봐 두려웠던 거예요. 시간이 지나 서랍 속에 담겨있는 먼지 쌓인 노트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예쁘다’가 아니라 ‘아깝다’였어요.
‘서툰 글씨라도 어때, 그때의 내 감정이 담긴 글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랍 안에는 노트뿐 아니라 용기내지 못한 마음들도 함께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제는 그런 것들을 깨끗이 비워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에만 담아두기엔 아까운 것들을 밖으로 꺼내 자주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싶어진 거예요. 삐뚤빼뚤 어설프더라도 사랑을 써내려가고 싶어졌어요!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작년부터 제 목표는 ‘실패하기’랍니다. 추가하자면, ‘다투기’, ‘차여보기’입니다. 실패하기 위해서는 용감한 시도를 해야 하고, 다투기 위해서는 부딪쳐봐야 하고, 차여보기 위해선 고백을 해야겠지요? 전투력 상승한 썸머를 기대해 주세요.
책을 읽다 보면 작가님은 끊임없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사람 같아요. ‘나는 여전히 내가 궁금하다.’고 고백하는 작가님께서는 벌써 자신의 첫 책을 수 번을 읽었다고 들었어요. 그뿐 아니라 출연한 영화나 직접 연출한 영상 속의 본인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것을 즐겨 한다고 들었습니다. 변함없는 자신을 향한 관심과 애정은 어디에서 오나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웃음) 살면서 죽을 때까지 유일하게 내가 볼 수 없는 사람은 바로 ‘나’에요. 나는 나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내가 나를 볼 수 없다니! 그렇다면 더욱 나는 나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타인을 볼 때처럼 두 눈으로 나를 직접 바라볼 순 없지만, 거울과 영상에서 그리고 글 속에서 저는 매일 저를 만나요. 재밌는 건 알아갈수록 나라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는 거예요. 생각보다 멋지지 않은 나를 발견할 때면, 더 응원하고 싶어져요.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며 그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응원하는 것처럼요! 내가 나를 사랑하고 긍정해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먼저 저를 알아가는 중이에요.
책 속에는 홀로 활동하는 배우로서 느끼는 다양함 감정과 어려움에 대한 페이지들도 있어요.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기라는 목적지를 향하여 가는 작가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마치 누군가 너 이래도 좋아? 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들로 인해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내 대답은 좋아!”
배우를 꿈꾸고 처음 몇 년 간은 고생을 해도 고생인 줄 모르고 마냥 즐거웠고 행복했고 감사했어요. 시간이 지나 여전히 비슷한 상황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지금은 어렸을 때처럼 마냥 즐겁고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진 않아요. 때론 슬프고 서럽고 막막하죠. 그럼에도 다시 숨을 고르고 일어나 다시 나설 수 있는 힘은!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만은 아니에요. 이제는 책임감이 따르는 것 같아요. 배우는 저에게 반짝 빛나는 꿈이 아닌 현실의 직업으로서 저에게 의미하고 있어요. 여전히 좋아하고, 설레고 행복하지만 그 이상의 존재가 된 거죠.
나의 삶에 함께할 직업으로서 ‘배우’를 바라보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더 열심히 살아야지. 아빠가 늘 새벽을 깨어 출근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열심을 다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배우’라는 직업이 저만의 것이 아닌, 늘 곁에서 한결같이 지지해 준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에 대한 보답과 책임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함께!
작은 식물을 사랑하고 수줍은 짝사랑을 즐겨? 하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작가님의 애정이 기우는 방향이 궁금해졌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사람과 공간을 좋아하시나요?
저와는 반대처럼 느껴졌던 사람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될 때 매력을 느껴요! 의외의 인물에게 같은 취향을 발견하게 되면 급속도로 친해지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다시 어색해질지는 모르지만요.
좋아하는 공간이라면, 저는 바다도 좋지만 산을 더 좋아하는데요. 나무와 풀냄새와 땅 냄새가 가득한 곳에 가면 행복해져요. 예전에 일본 유후인에 있는 어느 카페를 간 적이 있었어요. 숲속의 카페처럼 평화롭고 신비로웠던 기억이 나요. 나뭇잎이 살랑살랑 움직이면 빛들이 반짝하고 빛났어요. 그 장면이 지금 막 떠오르네요!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앞으로 기획하고 있는 일, 작은 목표가 있다면 독자분들께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매년 목표가 영화 만들기입니다. 재작년엔 영진위 지원으로 단편영화 <도둑촬영>을 만들었고, 작년에는 제 유튜브 채널에 '난아라요' 시리즈 짧은 단편을 만들었어요. 올해는 제가 오래전부터 써왔던 시나리오를 꼭 영화로 만들고 싶어요. 제작지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목표로는 ‘연극’과 ‘연애’가 있어요! 저를 두근거리게 할 목표들이라 방법은 아직이지만, 전투력을 상승시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제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분들도 올해는 망설이지 말고, 회피 엔딩이 아닌 ‘어떤’ 엔딩으로 향하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썸머 낮에는 카메라 안팎을, 밤에는 키보드 위를 달리는 배우이자 글 쓰는 사람 고아라. 때로는 주인공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인물의 자리를 오가는 그녀의 진짜 이야기는 카메라 밖에서 시작된다.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인생이라는 러닝타임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과 서사를 작은 노트와 유튜브 〈여름비누>에서 짧은 필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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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은 몰라도 회피엔딩은 싫으니까!” “버스 기사의 그을린 왼쪽 뺨처럼 제빵사에게서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것처럼 내게서 나는 냄새와 마음이 기운 방향이 알고 싶다.” 좋아하는 것 앞에 설 때면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나요? 마른 침만 삼키며 머뭇거리고만 있지는 않나요? 여기, 가보지 못한 엔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