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특집] 이유미, 여러 개의 일기를 쓰는 여자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월호 /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이유미는 일기가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을 썼다. (2022.01.10)
이유미는 두 번째 책 『문장 수집 생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9cm 카피라이터 시절에 쓴 이 책은 사물을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에 녹여낸 29cm의 독특한 카피들을 어디서 어떻게 길어 올렸는지 말해주는 동시에 아름다운 문장을 읽는 삶의 가치를 마음껏 자랑한다. 『자기만의 (책)방』은 이유미를 부러워하는 사람을 확 늘려준 책이다. 집에 책의 자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책방을 열어 책들의 집을 짓고 어느 날 어느 순간 내 손으로 그은 밑줄들이 갈피마다 숨어 있는 책들에 둘러싸인 채 하루를 보내는, 영원히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꿈을 이룬 이야기가 자세히 적혀 있다(이 꿈의 공간에 ‘밑줄서점’이라는 담백한 이름을 지어 붙였다).
그리하여 카피라이터, 작가, 엄마에 이어 책방 주인인 이유미가 쓴 에세이는 이 모든 정체성이 뒤섞여 있다. 일상에 기반한 에세이가 대개 그렇듯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한 방이 있다. 이런 힘은 책의 분야가 바뀌어도 유지된다. 예를 들어 최근작 『편애하는 문장들』과 『카피 쓰는 법』조차 일상에서 출발해 끝내 일상으로 녹아든다. 중학생 시절 이후 줄곧 ‘일기 쓰는 인간’이 살고 있는 오늘의 모습이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은 이유미의 네 번째 책이다. 그 책을 쓰기 전에도, 쓰고 난 후에도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은 제목부터 어떤 바람이 느껴지는 책이에요. 예를 들어, 더 많은 사람이 쓰는 삶 같은 것.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왜 내가 쓰면 일기이고, 작가가 쓰면 에세이가 될까?’ 저 또한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고, 어쩌다 내 글들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작가가 됐는데, 그 경험이 제 삶을 아주 많이 바꿨거든요. 모두가 에세이 작가가 돼야 할 이유는 없지만, 되고 싶은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글이 되기를 바라며 썼습니다.
그래서 에세이와 일기의 차이를 찾으셨나요?
짜증 나는 일이 있을 때 투덜대다 끝내면 일기, 투덜거림을 통해 뭔가를 도출해내면 에세이가 아닐까요? 책에 실은 글 중에 제목이 ‘아니 왜 일기를 여기다 썼어?’라는 꼭지가 있어요. 언젠가 제 글에 달렸던 댓글이 딱 그랬어요. 그때 저도 처음으로 에세이의 조건을 인지하게 된 것 같아요. 모두가 공감할 만한 폭넓은 의미의 깨달음, 의미가 아무리 작고 사소해도 타인이 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고 나면, 비로소 에세이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1장을 요약하면 ‘일기 예찬’이에요.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일기 그 자체의 매력과 이유미의 일기 생활로 가득하죠.
네, 책에도 썼듯이 일기는 무려 꾸준한 글쓰기의 시조새니까요. 특히 저는 일기 덕을 많이 봤어요. 중학생 시절부터 중단하지 않고 썼는데, 왜 그렇게 일기 쓰는 걸 좋아했나 곰곰 생각해보니, 내성적인 아이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한테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으면서 그 시절을 버틴 거죠. 그러면서 쓰는 과정이 나를 ‘해소’에 데려다준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신기하게도 누군가를 향한 비난과 분노로 시작한 일기도 마지막에는 반성으로 끝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내가 품고 자는 그날의 마지막 감정은 긍정이 되고요. 그런 제 자신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 경험들이 지금까지 일기를 쓰게 하는 걸 거예요.
책에 이유미의 세 가지 일기(노트일기, 육아일기, 메모장 일기- 오늘 쓰는 어제)가 등장해요. 특히 ‘오늘 쓰는 어제’가 흥미로웠어요. 일기는 밤에 쓰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바사삭 깨지더군요.
‘오늘 쓰는 어제’는 회사 다닐 때 만든 루틴이에요. 알람을 아침 8시 반에 맞추고(보통은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타서 책상에 앉으면 그 시간이 되거든요), 알람이 울리면 컴퓨터 메모장을 열어서 어제 일을 적었어요. 일기에 적을 만한 일이 없다고들 하지만, 같은 날은 하루도 없잖아요. 특별한 일이 있어서 적는 게 아니라, 적으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제 경우, 그때도 에세이를 썼기 때문에 글감을 저장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저마다 다른 쓸모가 있을 거예요. 해보세요. 생각보다 좋습니다. 전날 밤에 쓴 일기를 아침에 읽으면 못 봐줄 때가 많은데, 아침에 쓴 일기는 감정 과잉 없이 담백해요. 도구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요. 저는 노트일기는 펜으로, ‘오늘 쓰는 어제’는 키보드로 쓰는데, 거기서 오는 온도 차이도 있어요.
결국 이 책은 ‘쓰는 삶을 권유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돌아보면 이유미의 이름으로 나온 여덟 권의 책 모두 매일 읽고, 꾸준히 쓰는 이야기들이고요.
사실 이 책의 초기 기획은 ‘언니를 쓰게 만드는 별책부록’이었어요. 제가 책을 부지런히 읽는 사람이 된 건 전부 언니 덕분이거든요. 언니는 ‘읽는 사람’이지만 ‘쓰지 않는 사람’이에요. 저는 그 이유가 언니에게 단 한 번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씀으로 인해 내가 달라지는 경험을 아직 못 해본 거예요. 각종 방식으로 끈질기게 권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네요.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언니는 좋은 걸 나누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저는 ‘쓰는 사람’이 돼서 행복하니까요. 그래서 썼으면 좋겠어요. 언니를 비롯한 많은 분이. 아직 쓰고 있지 않은 분이.
쓰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밑줄서점 주인의 북 큐레이션이 시급하네요. 초심자를 위해 단계별 큐레이션을 부탁드립니다.
계속 쓰기를 결정했다면, 먼저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나 잘 쓴 에세이를 읽어서 자극을 받아야 해요. 저는 은유 작가, 한수희 작가의 책을 읽으며 여러모로 자극을 받아요.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기거든요. 한수희 작가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와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 『다가오는 말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추천합니다. 쓰기를 루틴으로 만들고 싶다면,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하루 쓰기 공부』의 도움을 받으세요. 365일 하루 한 페이지씩 쓰기를 독려하는 글이 한 권에 담겨 있는 책이니까, 1월에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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