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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퀀텀의 세계』 이순칠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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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죽는다는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은 100% 안전하지만 대양을 발견할 확률은 0%인 반면, 위험을 감수한 사람은 십중팔구 위험하겠지만 대양을 발견할 확률이 10%라도 있습니다. 확률 10%와 0%의 비율은 무한대입니다." (2021.12.14)

이순칠 저자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퀀텀의 세계』는 양자컴퓨터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가 집필한 양자역학·양자컴퓨터 입문 교양도서다.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 양자컴퓨터의 원리와 용도를 충실히 설명하고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양자역학의 기본부터 양자정보기술의 최전선까지 우리가 알아야 하는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이 담겼다.



『퀀텀의 세계』는 비전공자를 위한 양자물리, 양자컴퓨터 교양도서입니다. 양자컴퓨터는 비전공자에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주제인 것 같은데요. 양자컴퓨터 교양도서를 집필하신 배경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바로 그래서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양자컴퓨터를 비전공자에게 설명하기 쉽지 않으니 내가 한번 도전해보자'라고요. 양자컴퓨터에 대한 강연을 많이 했지만 비전공자에게 한 적은 많지 않은데, 비전공자에게 강연하는 자리에서 양자컴퓨터에 대해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을 해나가다 보면 꼭 ‘어떻게’에서 걸리곤 합니다. 양자컴퓨터가 왜 빠른지를 이해하려면 양자물리의 원리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핵심이 되는 원리를 피해서 주변 이야기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양자물리 이야기를 해도 청중은 금방 알아듣지 못합니다. 당연하지요, 물리학자들도 감을 잡는 데만 30년이 걸렸는데 어떻게 설명을 30분만 듣고 알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설명을 한번 자세히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실천한 것입니다.

양자컴퓨터라고 하면 어렵고 알쏭달쏭하다는 느낌부터 듭니다. 양자컴퓨터가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쓰고 있는 고전컴퓨터에서 0과 1을 기록하기 위해 0볼트와 5볼트를 사용하듯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기록하기 위해 입자의 두 가지 스핀 방향을 사용합니다. 이 세상 모든 물질은 다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동의 제일 중요한 성질은 중첩이 된다는 것입니다. 도, 미, 솔이라는 세 음이 중첩돼서 화음이 되는 것처럼요. 그러므로 입자의 스핀 방향도 중첩될 수 있으며, 중첩된 상태에 물리적 조작을 가하면 개개의 상태를 동시에 독립적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에 0과 1이 중첩된 상태를 입력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 각각의 상태에 연산을 동시에 처리합니다. 입자가 10개면 숫자 1024개가 중첩될 수 있으니, 양자컴퓨터는 그 숫자 1024개에 대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겁니다. 이렇게 동시에 여러 값을 계산할 수 있다는 ‘병렬처리’가 바로 양자컴퓨터의 본질이자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보다 빠른 이유입니다.


양자물리의 ‘중첩’을 설명하는 그림 (양자 피아노)

양자컴퓨터가 정말 나오긴 하는 걸까요? 우스운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희가 노트북처럼 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또 언젠가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도 궁금합니다.

양자컴퓨터를 만들지 못할 이론적인 장벽은 없으며, 다만 현재의 나노기술 수준이 아직 낮기 때문에 개발이 느릴 뿐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이미 만들어져서 일부 특수 용도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양자노트북 같은 것이 10년 안에 보급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용적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발되어도 상업화는 훨씬 더 나중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가 국내에서 개발되면 맨 먼저 청와대 지하실에 극비리로 딱 한 대만 설치될 것입니다. 그러고는 몇 년간 각국의 통신을 신나게 도청하고 핵미사일 발사 암호를 포함해 모든 전자무기 조작을 해킹할 겁니다. 백악관이나 크렘린궁을 비롯해 웬만한 나라 정부는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듯한 눈치이면 그제야 양자컴퓨터를 슬슬 내놓으면서 상업화하게 될 것입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제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것은 병렬처리이고 병렬처리가 가장 효과적인 분야가 암호와 빅데이터 처리이니, 이 분야에서 연구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다릴 것 같습니다. 현재 사용되는 암호가 깨지기 시작하면 새로운 암호체계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암호 전문가들이 먹고살 길이 늘어나서 그분들이 즐겁겠죠.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즈음이면 이미 사라지고 만 단어일 수도 있지만, 4차 산업과 관련된 사업들, 그중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인공지능은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그 수준이 한 단계 퀀텀 점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들도 물론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양자 레이스)


책을 추천해준 정재승, 김상욱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대학교 3학년 시절, 나는 이순칠 교수님께 양자역학을 배웠다.” “나는 카이스트 물리학과 재학 시절 저자의 강의를 들으며 양자역학을 배웠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과학자 두 명에게 양자역학을 가르치셨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혹시 그때가 기억나시나요? 두 교수님은 대학생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두 분이 학생이었던 시절에 만났을 때는 물론 지금같이 유명한 분들이 될 줄 몰랐습니다. 예상과 달리 (‘예상대로’가 더 잘 맞으려나?) 정재승 교수는 조용한 학생이었고, 김상욱 교수는 튀는 학생이었습니다. 김상욱 교수는 학과 공부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은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중적인 과학 전파자가 될 줄 몰랐습니다. 정재승 교수는 조용히 대학원에 다니다가 돌연히 과학 교양서적을 출판해서 교수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두 분은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도 연구도 수준급으로 하고 있는 철인적인 과학자입니다. 나보다 훨씬 좋은 연구들도 많이 했는데, 특히 김상욱 교수는 나와 같은 양자정보과학 분야에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이 두 분을 가르쳤다는 점에 대해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책의 독자 중에서는 양자컴퓨터라는 최신 분야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연구해볼지 말지 망설이는 물리학과 학생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새로운 학문은 학제 간 연구에서 나오게 됩니다. 전자공학이 처음 나올 때도 특정 분야에만 속하지 않았고, 심리학도 그렇습니다. 양자컴퓨터 연구는 물리, 수학, 컴퓨터,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의 지식을 모두 모아 만드는 특별한 학제 간 연구 공간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뭐가 나와도 새로운 것이 나오고 이 분야를 연구하면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을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꽤나 어렵습니다. 어렵기 때문에도 젊은이라면 더욱 도전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이 있습니다. 

“Nobody can find the ocean unless he has the courage to lose the sight of seashore.(해안의 모습을 잃어버릴 용기가 없다면 대양을 발견할 수 없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죽는다는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은 100% 안전하지만 대양을 발견할 확률은 0%인 반면, 위험을 감수한 사람은 십중팔구 위험하겠지만 대양을 발견할 확률이 10%라도 있습니다. 확률 10%와 0%의 비율은 무한대입니다.

마지막으로, 『퀀텀의 세계』를 읽는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길 바라시나요? 또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감히 바라기로는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인간정신 승리의 역사를 살펴보며 우리 물리학자들과 같이 희열을 느끼고,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가 양자물리의 초창기 30년사를 쓰면서 “물리학을 뒤흔든 30년”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양자물리의 정체를 정확히 알게 되어서 사이비과학의 선전에 넘어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양자물리가 영화 제목으로도 등장하는 등 대중적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없다는 맹점을 노려 양자물리의 권위에 기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엉터리로 포장하여 혹세무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나라가 맑아진다고 믿습니다. 

물론 후배 물리학도들이 양자물리를 처음 배울 때의 당혹감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이순칠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양자컴퓨터 과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물리학자. 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1989년에 미국의학과학학회가 수여하는 실비아 소킨 그린필드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한국물리학회 응집물질물리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핵자기공명 양자컴퓨터 연구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물리학』 『양자컴퓨터-21세기 과학혁명』이 있다.




퀀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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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칠 저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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