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은 "나는 조금 더 힘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강주은이 소통하는 법』강주은 저자 인터뷰
꾸준함을 자신이 늘 꿈꾸는 모습이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그는 일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원동력인지 아는 사람이다. (2021.05.21)
사람들은 강주은을 ‘배우 최민수의 아내’로 먼저 인식하겠지만 사실 그는 꾸준히 일을 해왔던 사람이다. 주부로 산 10년의 시간, 서울외국인학교 대외협력 이사로 산 13년의 시간, 그리고 홈쇼핑 <강주은의 굿라이프> 진행자로 산 4년의 시간. 강주은은 자신의 두 번째 책 『강주은이 소통하는 법』에 일에 관한 그만의 철학 열 가지를 담았다. 꾸준함을 자신이 늘 꿈꾸는 모습이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그는 일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원동력인지 아는 사람이다.
2016년에 13년을 근무한 서울외국인학교를 나온 뒤 2017년에 첫 책 『내가 말해 줄게요』가 나왔는데요. 그 해에 또 홈쇼핑에서 <강주은의 굿라이프> 메인 호스트로 완전히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어요. 2017년이 강주은이라는 사람에게 아주 큰 전환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맞아요, 의미 있는 해였죠. 남편과 결혼한 것이 제 인생의 가장 무서운 경험이었는데요.(웃음) 두 번째로 무서운 경험이 홈쇼핑이었어요. 그 정도로 큰 도전이었죠. ‘무섭다’는 표현은 큰 리스크를 안고 한 인생의 결정이라는 의미예요. 홈쇼핑은 라이브로 진행이 되고, 소비자를 향해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개인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닌데다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해서 부담이 많았어요. 과연 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죠. 그럼에도 내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그것이 제 삶의 아주 큰 사건이었어요.
그로부터 4년이 흘렀어요. 언제부터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생각하신 건가요?
서울외국인학교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10년간 주부로 생활을 했잖아요. 그 경험도 아주 자랑스러운데요.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자리를 갖게 됐죠. 서울외국인학교 대외협력 이사와 부총감으로 일했고요. 처음엔 인턴 한 명으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부서가 7명 규모로 커졌어요. 어려운 것이 사람 관리잖아요. 저는 주부일 때도 배우인 남편과의 소통을 늘 맡아 했기 때문에 그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예전부터 일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요. 이제는 얘깃거리가 더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주부로 10년, 직장인으로 13년, 홈쇼핑 진행자 4년. 각각의 시간이 언뜻 달라 보이지만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 같네요.
소통이 중요했어요. 서울외국인학교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도 그랬죠. 저는 일을 모르니까 배우는 입장이었는데요. 인턴 분이 저보다 3개월 먼저 근무를 하고 계셨거든요. 저는 그 인턴 분께 “나를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한국 문화에서 더 높은 직급으로 들어온 사람이 인턴에게 그렇게는 말하지 않잖아요. 그러나 저는 인턴 분이 저보다 경력이 3개월 더 많으니까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홈쇼핑 대본 작가에게 방송할 제품을 사용해보고 대본을 쓸 수 있도록 해당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선물했다는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흔히 하지는 않는 모습들이죠.
‘백 명이 다 하는 반응을 하지 않고 싶다’는 자세가 저의 욕심 중 하나예요. 의도적으로 ‘나는 다르게 할 거야’가 아니고요. 내가 편하게 하는 게 있다면 일단 의심을 한다는 거예요.
편안하면 의심을 한다고요?
‘이거 너무 편안하다’ 하면 나는 조금 더 힘들어야겠다고 생각해요.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그게 나를 더 성장시킬 거라고 믿어요. 조금 더 힘들어도, 때로 자존심이 상해도 이것을 확실히 배우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갈 거라고 말이에요. 그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언제 그 단계가 올지는 모르지만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순간에 내 자신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항상 재고 있어요.
새로운 일을 할 때 “또다른 도전이 내 앞에 왔다”(44쪽)고 생각한다고도 했죠.
낯선 상황은 누구나 피하고 싶잖아요. 도전하는 걸 많이들 싫어해요. 대개는 편안한 것을 찾아요.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편안함을 위해서, 이 고정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싸움도 엄청나죠. 아무리 노력해도 방향이 자꾸 달라지거든요. 그럴 때 내가 너무 굳어져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어요. 저는 너무 고정되어 있지 말고, 좀 더 열려 있고 싶어요. 창을 하나 열어 두자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도전할 용기가 나고 ‘불편하더라도 경험해보자’는 마음이 생겨요.
도전이 어려운 데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자리하는 것 같아요. 여기서 저자의 명언이 나옵니다.(웃음) “실패를 했다는 것은 시작했다는 것”(54쪽)이라고요.
사회가 실패는 나쁜 것, 성공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성공을 따라가려고 해요. 그런데 성공이 뭐예요? 성공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명확히 말할 수 없어요. 성공은 너무나 다양한 면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나는 오렌지인데 다들 사과가 되어야 한다고 하니까 나도 사과가 되려고 해보세요. 내 껍질을 벗겨가면서 사과처럼 보이려고 빨갛게 색칠하겠죠. 그런 식으로 우리가 다양성을 놓치고 있어요. 다양한 것이 인간이에요. 우리는 로봇이 아니잖아요. 같은 의미로 실패 역시 사회에서 말하는 실패죠. 저는 거기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사회에서 말하는 실패의 예시들을 믿지 않아요. 제 삶만 봐도 그래요. 흔히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지금 보면 그런 순간 안에서도 대단한 열매들을 찾았거든요. 아주 힘든 일, 실패라고 느끼는 일에서도 우리는 열매를 찾아낼 수 있어요.
실패나 실수를 한 순간에 쓸모없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이야기도 좋았어요.
한국 사회는 뒤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의식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쓸모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데요. 사실 이때 해야 하는 생각은 그런 것이 아니라 “오케이, 그 다음으로 가자”예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씨앗을 심어서 열매를 얻는 것과 같이 모든 일, 심지어 실패의 경험도 씨앗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좀 멀리, 열매를 생각해야죠. 오히려 제 생각에는 힘든 일을 경험할 것을 기대해도 좋겠어요.
누군가의 불편한 모습을 봤을 때 재빨리 “나도 저런 순간이 있겠지?”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의미가 큰데요. 타인을 흉만 보고 마는 게 아니라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보는 태도는 일이나 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본 모습은 그가 살아온 어느 과정, 한 시점이고요. 나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저런 입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겸손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절대로 내가 누구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나도 잘못하면 저렇게 할 수 있거든요.
사과하는 것을 “상대에게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표현할 기회”(203쪽)라고 표현했는데요. 특히 일을 할 때 사과를 정확하게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세요?
사과하는 것을 자존심 상하는 상황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죠? 그런데 사과는 정말로 중요해요. 사과하는 행동 하나로도 함께 일하는 분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저는 사과를 저희 아이들에게도 어렸을 때부터 했어요. 이건 정말 잘못했다, 어른이지만 엄마도 실수할 때가 있다, 내 실수를 이해해줘서 정말 고맙다,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될 수 있어요.
진행 중인 홈쇼핑 <강주은의 굿라이프> 스태프들을 1년에 두 번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시잖아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어떤 마음인가요?
한 번은 PD님이 웃으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떤 ‘셀럽 호스트’가 자신의 집에 스태프를 초청해서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느냐고요.(웃음) 저는 그 말 듣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었어요. 서울외국인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매해 함께 일하는 분들을 집에 초청해서 식사하고 그랬거든요. 뿐만 아니라 캐나다상공회의소, 동호회 등에서 만나는 분들을 자주 초청해서 식사해왔어요. 워낙 그런 것을 좋아해요. 그 중에서도 특히 <굿라이프> 팀을 위해서는 정말 하고 싶었고요. 코로나19 전까지는 6월과 10월에 챙겨서 했어요.
그만큼 내가 당신들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할 거예요.
홈쇼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고요. 제 역할은 방송을 하는 거죠. 미팅 때는 업계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잘 이해를 못했고요. 말하는 내용도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때 제가 생각한 것이 팀을 집으로 초청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일은 내가 할 줄 아는 일이라는 거였어요. 그렇게 제 손으로 만든 음식을 나누면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죠. 사람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일은 정신적으로 건강함을 주는 것 같아요. 내가 나 자신을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잖아요. 어떤 하나의 그룹을 위해서 나를 쓰고 있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아주 중요한 것 같거든요. 여기서 ‘일’이란 봉사활동이든 가정 내의 일이든 다 포함이 돼요. 사람마다 가진 재능이 있잖아요. 그것을 나누는 활동을 꾸준히 하면 좋겠어요.
이 책을 꼭 권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어떤 분들일까요?
결혼했을 때 남편은 한국의 국민배우였어요. 저는 감히 그걸 뛰어넘을 수 없겠다 싶었죠. 그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한계라고 생각했는데요. 꾸준히 일을 하고 보니 갑자기 나도 가장이 됐어요. 정말 보람을 느끼는 것이 남편에게 “내가 알아서 할게. 자기는 이제 좀 쉬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거거든요. 많은 여성 분들께 당신도 충분히 가장이 될 수 있고, 남편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여자가 될 수 있다(웃음)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강주은 1970년 캐나다 토론토 출생.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1993년 미스코리아 캐나다 진으로 선발되어 한국에 오게 되었고, 이때 배우 최민수를 만나 1994년에 결혼했다. 2003년부터 서울외국인학교에서 대외 협력 이사와 부총감으로 13년을 근무하면서 코리아 외국인 학교 재단 사무 총장, 미국 상공 회의소 이사로 일했으며, 서울외국인학교를 떠난 뒤 2017년 전혀 다른 분야인 홈 쇼핑 「강주은의 굿라이프」의 메인 호스트로 발탁되어 현재까지 쇼를 진행하고 있다. 30~40대 여성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던 첫 책 『내가 말해 줄게요』(2017)가 가족 간의 소통을 다뤘다면, 그녀의 두 번째 책 『강주은이 소통하는 법』에는 가족뿐 아니라 동료와 상사를 비롯해 국내외 기업, 교육 기관, 정부 기관과 일하면서 터득한 〈소통〉에 관한 생각과 방법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일하는 여성들에게 소통에 대한 지혜와 영감을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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