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의 천재 작가 앤디 위어, “미래는 더 좋아진다는 걸 믿으며 쓴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저자 인터뷰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는 과학에 대한 제 열정을 독자들에게 전염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위험 수준을 높이는 거죠. (2021.05.14)
“저에게 완전한 SF로 진입하는 한 걸음과 같은 작품입니다.”
영화 <마션>의 원작소설 작가로 알려진 앤디 위어. 지독하리만치 과학적 이론에 파고들어 소설에 활용하기로 유명한 천재 작가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의 소설은 쉽다. 과학소설이 쉽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놀랍게도 책을 펼치면 아껴 읽고 싶어도 순식간에 소설의 숨가쁜 호흡을 따라가게 된다. 그 흐름을 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는 게 아쉬울 정도다. 분명 그의 소설은 어렵지만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힌다.
『아르테미스』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신작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는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되어, 책 두께가 무색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놀라운 가독성을 자랑한다. 이 소설은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뜨며 시작한다. 낯선 공간은 어디인지, 그는 왜 그곳에 혼자 남겨졌는지를 추리해 가며 시작하는 SF스릴러이다. 이번 신작에서는 지구 멸망 위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소재가 무겁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의 낙천적인 성격을 따라가다 보면 양자역학이든, 지구 멸망 위기든 어떻게든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인간이 서로를 돕기 위한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것입니다. 넓은 시야로 본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미래를 더 좋게 만들고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는 미래에 대한 낙관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한 확신이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헤일 메리』의 플롯을 짤 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솔직히 말하면 다른 책에 쓰려고 냈던 아이디어들을 모았습니다. 제가 쓰다 만 소설 『제크Zhek』에서 가져온 ‘완벽한 우주선 연료’라는 아이디어도 있었고, 앞으로 쓰려고 생각했던 책의 콘셉트에서 따오기도 했어요.
이와는 상관없이, 저는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자기가 왜 그곳에 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채 우주선에서 깨어나는 사람에 대한 아이디어와, 무제한의 권한을 가지고 있고 세계를 구하는 데 그 권한을 사용하는 여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죠. 그 아이디어들이 한 생명체의 특성으로 연결되는 순간,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갔어요.
작가님은 『마션』의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가 작가님보다 훨씬 용감한 인물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반면 『프로젝트 헤일 메리』의 주인공인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자신을 겁쟁이라고 말하는데요. 일부러 이런 대조를 두신 건가요?
저한테는 라일랜드의 인성과 성격을 발전시키는 것이 이 책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마션』의 마크 와트니와는 다르게 라일랜드에게는 저와 같은 ‘평범한’ 수준의 용기만을 주었죠. 다시 말해 라일랜드를 별로 용감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라일랜드는 자기가 왜 임무에 투입됐는지 모르고, 사실 그 임무에 별로 참여하고 싶어 하지도 않아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이따금 인생 앞에서 좌절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간신히 버텨 나가곤 하죠. 그리고 독자들은 그런 인물을 더 쉽게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라일랜드가 바로 그런 인물이죠. 결과적으로 저는 라일랜드가 찾은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프로젝트 헤일 메리』에는 엄청난 반전이 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서 봤던 그 무엇과도 다른, 끝내주는 캐릭터라는 형태로 말이죠. 이 캐릭터야말로 모두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데요. 이렇게 과감한 도전을 하면서 긴장되지는 않으셨나요?
긴장했죠. 저 같은 작가에게는 이번 결정이 완전한 SF로 진입하는 엄청난 한 걸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단계를 밟고 싶었고, 저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저만의 방식이라는 건 엄청나게 많은 추정과 연구조사, 배경 지식 등등을 의미하는 것이죠. 저는 그 캐릭터에게 개연성을 부여할 방법을 아주 세밀하게 생각했습니다.
너무 많은 걸 공개하지 않아도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일종의 ‘외계인과의 첫 만남’에 관한 소설이라는 얘기는 할 수 있습니다. 고전적인 SF 시나리오에 빠지지 않는 소재인데요, 그 고전들이 이 장르를 쓰는 데 영감이 되었나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외계인과의 첫 만남’이 일반적으로 다루어지는 방식에 관해서는 제 팔 길이 정도 되는 불만 목록이 있어요. 그래서 이 소설로 그 모든 불만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말이죠. 결과가 꽤 마음에 드네요.
외계 생명체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우주가 너무도 광활한 만큼, 저는 다른 행성에 자연적으로 진화한 생명체들이 있을 거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하지만 광속이 절대적이며,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거나 빛보다 빠르게 정보를 전송할 방법조차 없다는 것도 확고하게 믿습니다. 우주 저 어딘가에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게 확실합니다. 다만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는 전혀 믿지 않습니다.
『마션』에서도 그랬지만,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많은 부분은 캐릭터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런 방식은 소설에서 매우 드문데요, 작가님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시는 비결은 뭔가요?
저는 문제 해결을 좋아하거든요! 문제 해결은 그 자체로 재미있습니다. 영리한 사람이 영리한 행동을 하는 모습은 읽을 때마다 즐겁죠. 거의 시험을 보면서 커닝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너무 쉽게 해결되잖아요.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는 과학에 대한 제 열정을 독자들에게 전염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위험 수준을 높이는 거죠. 공상과학 소설과 판타지 소설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소설 속 세계의 작동 방식을 설명합니다. 절대반지나 워프 드라이브, 포스처럼요. 하지만 저는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진짜 과학을 배경으로 다루죠.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특수한 캐릭터를 제외하고 물리적 법칙이 하나도 깨지지 않습니다. 현실과 달라진 유일한 점은, 중성미자를 모아들여 저장하는 능력을 가진 생명체뿐이죠. 사실을 기반으로 한 과학 법칙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가공하면, 독자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현실처럼 쉽게 믿을 수 있습니다.
첫 장편소설인 『마션』이 맷 데이먼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작 영화로 만들어지는 걸 보고 무척 기쁘셨을 것 같은데요.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영화화 제안을 받았습니다. 작가님은 스크린에서 이 책의 어떤 부분을 만나보는 게 가장 기대되시나요?
이 이야기에는 우정에 관한 강한 플롯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라이언 고슬링이 라일랜드 역할을 하면서 그 플롯을 보여줄 것이 무척 기대됩니다. 영화 팀이 이와 관련된 시각효과를 어떻게 구현할지도 보고 싶고요. 그리고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라일랜드와 스트라트(아까 말씀드렸던, 세계를 구하려는 노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허튼 짓 따윈 용납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 말입니다)의 관계가 상당한 에너지를 낼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순수한 시각효과 면에서는, 제 머릿속에 몇몇 구체적인 장면들이 떠올라요. 헤일메리호의 여행 경로나 목적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같은 것 말이죠. 이런 것들을 화면으로 보면 대단히 멋질 겁니다. 하지만 이 점에 관해서는 독자 분들이 직접 상상해 보고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앤디 위어Andy Weir 197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부터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의 작품을 탐독해 온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다가, 열다섯 살 때 산디아 국립연구소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AOL, 모바일아이언 등 몇몇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블리자드에서 ‘워크래프트2’ 개발에 참여했다. 20대 때 재미있는 소설을 직접 쓰겠다고 마음먹은 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으며 수년간 자신이 쓴 소설을 개인 웹사이트에 연재했다. 그러다 소설 『마션The Martian』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2011년 전자책 자비 출판, 2014년 크라운 출판사에서 종이책 공식 출간을 했다. 『마션』은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2015년 개봉 즉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출간 당시 <퍼블리셔스 위클리>, <라이브러리 저널> 등 미국 문단의 호평을 받았던 『마션』은 ‘굿리즈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오디 어워즈’에서 ‘최고의 과학소설상’을 수상했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74주 연속으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르테미스Artemis』 역시 발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앤디 위어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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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앤디 위어> 저/<강동혁> 역19,8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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