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나혜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저버리지 마세요”
『슛!』 나혜 작가 인터뷰
나다움을 찾고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게임 테이블 너머로 떠난 인형들의 힘찬 발걸음을 통해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든 분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2021.05.04)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종당하던 테이블 축구 인형들이 직접 발로 뛰는 경기의 즐거움을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딛는 이야기 『슛!』이 출간되었다. 2019년 첫 그림책 『달리기』를 통해 개성 있는 화풍과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선보였던 신예 작가 나혜의 두 번째 창작 그림책이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의미심장한 설정, 섬세하게 연출된 동세, 가슴 뭉클한 결말 들로 진정한 자유와 ‘나다움’을 찾아가는 모든 독자를 응원한다.
신작 『슛!』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테이블 축구 게임 위 인형들을 주인공으로 우리 사회를 은유하는 이야기를 그려 주셨어요. 지금의 이야기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전 직장의 휴게 공간에 테이블 축구 게임이 있었어요. 저는 직접 플레이하지는 못하고 동료분들이 하시는 걸 보는 입장이었는데요. 괜히 게임판 위 인형들에게 감정이 이입되더라고요.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동안 개인의 개성이 조금씩 다듬어지잖아요. 나의 생각이나 감정은 뒤로하고 다른 이들에게 맞추는 게 더 편할 때도 많고요. 그런 상황에 익숙해진 자신에게 갑갑함을 느끼던 때여서 그랬는지 자유 의지가 없는 인형과 저를 동일시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인형이 봉에서 빠져나오는 상상을 한 것이 발전하여 지금의 『슛!』이 되었어요.
거듭되는 억압 속에서도 주도적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주인공이 인상적입니다. 주인공과 작가님의 닮은 점이 있나요? 주인공의 행보를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지도 궁금합니다.
작품 속 주인공처럼 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 보는 편이에요. 그림책 작업도 그중에 하나이고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책을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어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가 되는 말도 듣고요. 그렇게 5년이 흘렀는데 제가 지금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요. 그림 그리는 시간이 너무 벅차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림책을 통해 ‘나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모든 것이 효율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나다움을 지키기란 쉽지 않잖아요. 어려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반대에 부딪히고요. 남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앞둔 사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로하고 새로운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저만큼은 그 선택을 지지해 드리고 싶은 마음을 이번 이야기에 담았어요. 꼭 모두가 가는 길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그림 그리기가 가슴 뛰는 일인 것처럼,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소한 일일 수도, 장대한 일일 수도 있지요. 규모가 어떻든, 그게 무엇이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요.
자전적인 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이기에 이번 작품에 담긴 작가님의 애정이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고민을 가장 많이 하신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독자분들이 눈여겨봤으면 하는 장면이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강철봉에서 인형들이 우르르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면서 특히 신경을 많이 쓴 장면이기도 해요. 남의 손에 의해 움직여 온 인형들이 비로소 자유를 찾게 되는 장면인데, 주인공이 억압받는 모습을 내내 지켜봐 온 독자분들이 이 장면을 통해 그간 느끼신 답답함을 모두 풀어 버리셨으면 했어요. 작품 속에서 가장 경쾌하고 힘 있는 장면이 될 수 있도록 구도와 배치를 여러 번 바꾸어 그리면서 적합한 화면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작업 중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슛!』의 더미북을 만들고 난 뒤에 두 번의 전시를 했어요. 미리 독자분들을 만나고 피드백을 청취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었는데요. 그때 독자분들이 주신 의견이 지금의 결말로 이어진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지은 결말은 모든 인형이 게임판을 떠나는 거였어요. 텅 빈 게임 테이블을 조망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끝냈었지요. 그런데 의외로 게임판에 남고 싶은 인형들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분들이 계셨어요. 게임 테이블 밖이 미지의 세계인만큼 그곳에서의 안전과 행복을 확신할 수 없기에 익숙한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인형도 있을 거라고 하셨지요. 저는 그전까지 인형들을 조종하는 게임판의 부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는데, 자칫하면 그런 저의 생각이 독자분들께 또 다른 강요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고민 끝에 결말을 바꾸고 나니 인형들이 좀 더 자유 의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에 들더라고요. 독자분들이 지금의 결말을 보신 뒤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해 보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뒤표지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뒤표지 그림에 담긴 작가님의 의도를 듣고 싶어요.
자기 의지로 신나게 공을 차 본 인형들은 결국 가슴 뛰는 나만의 공차기를 하러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키는 대로 하면서 가만히 있기에는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신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직접 발로 뛰고 구르며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갔을 그들의 미래를 꿈꾸며 지금의 뒤표지를 그렸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을 넘어 나다움을 찾고 지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게임 테이블 너머로 떠난 인형들의 힘찬 발걸음을 통해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든 분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다뤄 보고 싶은 주제나 계획 중인 다음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다음 작품은 제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것은 실패에 대한 이야기예요.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비교적 실패를 다룬 이야기는 적은 것 같아요. 아이가 자라면서 수많은 실패를 겪게 될 텐데,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더라도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제가 지은 이야기로 아이를 응원해 주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오랫동안 책장에 간직하고 싶은 그림책들을 소개해 주세요.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그림책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글이 없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글 없는 그림책은 읽는 사람이 상상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많은 그림책 작가분들을 좋아하지만, 데이비드 위즈너 작가님의 작품을 특히 좋아해요. 아이의 심리를 섬세한 그림으로 전달하는 『내가 잡았어!』를 인상 깊게 보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상한 화요일』 『시간 상자』 『이봐요, 까망 씨!』 같은 작품들도 좋아합니다.
* 나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작가 공동체 힐스(HILLS)에서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그림책 『달리기』 『슛!』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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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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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인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만의 슛을 날리자!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종당하던 테이블 축구 인형들이 직접 발로 뛰는 경기의 즐거움을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딛는 이야기 『슛!』이 출간되었다. 2019년 첫 그림책 『달리기』를 통해 개성 있는 화풍과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선보였던 신예 작가 나혜의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