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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응원 한마디는?

『넘어』 김지연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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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심리 외의 인물들을 찬찬히 살펴주세요. 그 누구도 주인공 아이를 향해 인상을 쓴다거나 모른척하지 않아요. 기다려 주고 함께 하지요. (2021.03.16)


그림책 『넘어』는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높이뛰기 장대 앞에서 우물쭈물 주저하고 있는 아이에게, 진심을 담아 외친 응원의 소리 ‘넘어’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입니다. 놀랍게도 선생님의 응원 한마디가 마법처럼 아이가 높은 장대를 훌쩍 뛰어넘게 했거든요. 세상에는 자신을 믿어 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상처를 받거나 좌절의 상황에서도 그 모든 것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풍요로워진 만큼 소외되고 마음의 상처가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선생님이 외친 응원의 소리 ‘넘어’가 아닐까요? 그림책 속 주인공처럼 두렵고 떨리지만, 잘하지 않아도,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시작해 볼 수 있는 용기를 김지연 저자에게 들어 봤습니다. 



이번 그림책은 최근 작가님이 출간하신 백년아이와 호랑이바람과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특별히 이 그림책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작가는 늘 새 이야기로 독자를 만날 때마다 설렙니다.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의 역사를 다룬『백년아이』와 우리 시대의 어려움을 마주하는 연대에 관한 이야기인 『호랑이바람』이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림책이 전체 연령대라지만 그래도 어린이 손에 가장 많이 쥐어지는데 제 책이 그 몫을 잘하고 있는지 고민을 했었어요. 어린이 책의 큰 미덕은 어린이의 삶을 응원하고 꿈꾸게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뉴스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 존중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삶이 전달될 때마다 비통함을 느끼며 어린이를 응원할 그림책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넘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제목 ‘넘어’에는 많은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을 거 같은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높이뛰기를 하는 아이에게 다 함께 외치는 응원의 소리인 “넘어!”는 사랑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어요. 어머니가 “밥은 먹고 다니니?” 하고 물으시면 우리는 ‘사랑하는 내 자식, 잘 지내고 있니?’란 속 깊은 사랑의 언어라고 알잖아요. 때로는 간결한 말과 행동이 더 오래 마음에 새겨지지요. 또 ‘넘어’는 한계를 직면하는 도전과 희망의 언어이기도 해요. 전 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당장은 코로나19도 넘어 일상의 삶으로, 연일 시위가 일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이 독재를 넘어 정의로운 사회에 살기를, 편견과 차별을 넘어 친구가 되고, 분단의 벽인 휴전선을, 종교의 벽도 넘고 넘어 평화의 세계로 가고 싶어요. ‘넘어’의 격려로 장벽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어 중의적 제목으로 선정했어요. 길을 나선 자만이 보는 풍경이 있지요. 도전하고 만남은 분명 여러분의 세계를 넓혀 줄 거예요. 



그림책 클라이맥스 부분에 높이뛰기를 소재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넘어』는 시골에 계신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한 아이를 위해 선생님의 간절한 외침이 응원이 되어 높이뛰기를 뛰어 넘어 반대표, 학교 대표, 도 대표로 선발이 되어 전국 체전까지 가게 되었답니다. 몇 위를 했는지는 알고 있지만 말씀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이 이야기는 승리와 성공에 관한 이야기가 되니까요. 선생님께 이 이야기를 전해 듣던 날 어린이를 위해 모인 몇몇 어른들이 목구멍이 뜨끈해지는 걸 느꼈어요. 모두에게 ‘어린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이 가슴에 심겼죠. 단 한 명의 마음만 전달이 되어도 힘이 나는 것은 그만큼 절실함도 가득 했겠죠. 그래서 그 사랑의 응원을 해 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작품 속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름을 명기하지 않은 작가님의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 같은 사람이 아주 많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늘 걱정과 불안이 많죠. 마음이 약한 사람만 어려움을 만나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고 심지어 아주 쉬운 일도 누군가에게는 힘겹고 어려운 일이지요.(사실은 작가들에게 이런 인터뷰도 아주 힘겹답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가는 것이 환경이 어려운 친구도, 마음이 어려운 친구도, 몸이 불편한 친구도 있을 거예요. 겨우 한 발자국을 떼어 내딛는 일에도 산 같은 큰 용기가 필요할 수 있어요. 그런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어요.  

작업을 하면서 특히 고민을 많이 하였거나 독자들이 놓치지 않고 눈여겨봤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심리 외의 인물들을 찬찬히 살펴주세요. 그 누구도 주인공 아이를 향해 인상을 쓴다거나 모른척하지 않아요. 기다려 주고 함께 하지요. 그 친구들도 나름 각자 용기를 내어 그곳에 함께 하고 있어요. 눈이 불편한 친구도, 몸이 불편한 친구도, 적으로 긴장한 군인도, 머리색이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다 자신의 어려움 위에 서서 환하게 타인을 응원하지요. 폐지를 주워 힘겹게 모은 돈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으신 할머님들 같은 분들이 우리 사회에 계시잖아요. 저는 인간의 숭고함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또, 앞뒤 면지에 응원에 힘입어 성장한 아이가 다시 타인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장면을 보시면 감동이 더하실 것 같아요.

작가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판화입니다. 판화를 기반으로 매번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시는데, 이번 그림책은 어떤 기법으로 작업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판화는 칼로 새기고 눌러 찍은 그림이라 대부분의 이미지들이 강렬합니다. 그간의 이야기들이 묵직한 소재여서 먹으로 찍히는 방법이 적절했다면, 이번 책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리소 프린트에 관심이 있었는데 제가 아무래도 수작업을 하다 보니 망점과 컬러 같은 부분은 제 능력밖에 일이었어요. 디자이너와 주간님과 같이 리소 프린트를 직접해 보며, 다색판화 방식으로 컬러별 분판 작업을 수작업을 하고 디자이너께서 레이어를 쌓아 망점 처리 등을 작업해 주셨어요. 디자이너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책의 내용을 이해해 주셔서 적절한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책은 혼자 만들 수 없는 책 같아요. 게다가 별색 잉크를 사용해서 그림이 전반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작업을 하실 때, 작가님이 마음속에 새기는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 예정이고 하고 싶은지 알고 싶습니다.

『넘어』의 마지막은 아이가 아름다운 태양을 보며 나아가는 장면입니다. 어려움을 지나온 사람에게 상처는 있겠지만 분명 그런 아름다운 삶이 펼쳐질 거라고 믿어요.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상처만 보지 않는 것이 성숙한 인간입니다. 주인공 아이가 ‘어른이 될까?’,‘ 엄마가 왔을까?’ 하는 마음이 생기는 일은 멋진 일이죠. 그림책 작가는 어두운 마음의 창에 환하게 불을 켜게 하거나 맑은 날을 상상하도록 돕는 것 같아요. 어둠과 장마를 새롭게 보는 이야기도 하고요. 그럼 새로운 가치들이 존중받게 되겠지요. 신념까지는 아니어도 작업이든 삶의 태도든 새로움으로 나가기 위해 위험과 두려움을 마주 대할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앞으로 어린이와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어 준비 중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로 다시 여러분을 만나러 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김지연

SI그림책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백년 아이』, 『호랑이바람』, 『부적』, 『깊은 산골 작은 집』, 『꽃살문』, 『한글 비가 내려요』, 『개그맨』, 『꼴딱고개 꿀떡』, 「마음초점 그림책」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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