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릴러의 대표 작가 정해연의 신작, 『두 번째 거짓말』
여섯 번째 장편. 요다 픽션(Yoda Fiction) 시리즈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4년 전쯤부터 준비하고 있는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은 그래서 제가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2020. 07. 28)
한국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해연의 여섯 번째 장편. 요다 픽션(Yoda Fiction)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전작들에서 인간의 이중성을 파격적이고 섬뜻한 스릴러로 선보였다면, 『두 번째 거짓말』 은 살인 사건을 중심에 두고 '진실'을 숨기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치열한 심리전을 그렸다.
소설가 정해연은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장편소설 『더블』, 『악의-죽은 자의 일기』,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지금 죽으러 갑니다』,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를 출간했고, 데뷔작인 『더블』은 중국과 태국에 각각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에 장편소설 앤솔러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그것들』, 『카페 홈즈에 가면?』에 참여했다.
『두 번째 거짓말』은 어떤 작품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살인사건의 이면에 뒤섞여 있는 숨겨야 하는 진실과 밝혀야 하는 거짓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인 범인 찾기가 아닌, 범죄라는 불행한 결과에 얽혀있는 많은 고리에 대한 작품입니다.
이전에 쓰셨던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와 『유괴의 날』이 드라마화 된다고요?
어쩌면 남은 운을 모조리 써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상반기였습니다.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영상화 계약이 되는 행운이 저의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영상판권이 팔려 수입이 생긴다는 것을 떠나, 누군가 활자로 남아있는 이 주인공들에게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신 것 자체가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더 많은 분께 제 이야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긴장되기도 합니다. 화면에 나오는 주인공은 어떤 모습일까, 내 상상 속 인물과 비슷할까 기대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소설과는 또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저는 저의 작업들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듭니다. 딸을 지키려는 미령과 '진실'을 밝히려는 형사 채은호의 치열한 심리전이 돋보이는데요. 두 인물을 포함해서 독자들도 거짓과 진실에 대해 자기만의 답을 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됩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작품을 통해 결국 ‘타당한 거짓’보다 ‘두려운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싶었던 건가요?
이 작품을 쓰면서 가장 고민됐던 것은 단순히 ‘피해자는 용기를 내어 세상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읽히지는 않을까였습니다. 어떤 범죄피해든 세상에 나서는 것은 두렵고, 또한 2차 피해까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는 오랜 시간 봐왔습니다.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다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진실은 밝혀야 한다? 그것은 누구의 잣대일까요?
그렇다고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 역시 아닙니다. 진실을 밝히거나, 혹은 밝히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모른척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드러낼 수 없으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자, 라는 것은 상처를 치유할 수 없습니다. 사회가 상처받은 자를 충분히 위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어쩌면 그런 세상은 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상처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바로 옆에서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불행한 일로 주저앉아버린 사람을 스스로 일어나 일상으로 올라오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손을 잡아주고, 잃어버린 온기를 나눠주고, 함께 해주어야 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나도 잊을 테니 너도 잊으라고 하는 결정이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혹은 그녀도 원한 일인지에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두 번째 거짓말』에서도 주인공이 형사로 나옵니다. 작품에 형사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데요. 이런 전문적인 직업을 쓸 때 무엇을 참고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넷이 얼마나 작가에게 큰 혜택인지 모르겠습니다. 검색은 필수입니다. 다만 질문 게시판 등을 통해 얻은 자료는 확인을 거쳐야 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형사 업무와 관련된 책도 읽습니다. 어떤 처벌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형사가 하는 업무에 대해 알아야 하기 때문에 경찰실무서적도 읽습니다. 경찰공무원의 승진시험 교재도 꽤 도움이 됩니다.
사건의 내용이나 상황에 따라 조사 방식들도 달라지기 때문에 책만으로 부족할 때는 발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작가가 아니라서 처음엔 냉대 받지는 않을까 많이 두려웠습니다. 인맥도 없는데 자료조사를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시간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접 나서보면 생각보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많이 있습니다.
재판정이 궁금해 ‘그림자배심원’ 제도를 이용해 국민참여재판을 참관한 적도 있었고, 군사재판 장면을 쓰기 위해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리는 실제 재판에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형사와 관련해서는 몇 년 전에 갔었던 경찰청 견학이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당시 강연해주셨던 분들께서 명함을 주시거나 연락처를 공개해주시고 질문도 받아주신다고 하셔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가끔 연락을 드립니다. 역시 현직에 계시는 분들의 말을 듣는 것이 최고이긴 합니다. 다만 현직에 계시므로 최대한 스스로 자료조사를 해본 뒤, 절대 어쩔 수 없을 때 조심스럽게 연락드리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필요에 따라 논문을 읽거나 각종 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하기도 합니다.
끝까지 누가 진짜 범인인지를 의심하며 보는 것도 이 소설의 재미인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두 번째 거짓말』의 관전 포인트는요?
역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 형사가 어떤 식으로 조사를 하는지 다 알고 있는 미령이 감추려고 하는 진실을 어떻게든 밝히려고 하는 채은호와. 이 두 사람의 싸움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의 의미가 다르게 와닿습니다.
그것이 제목을 지은 의도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네 줄이 제목을 품고 있습니다. 독자님께 많은 여운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주거 침입, 성폭행 미수 등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문제들도 작품 안에 다뤄졌습니다. 이를 소재로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질문에 나열된 문제들은 더 이상 창작물에 새로운 소재가 아닐 정도로 오래된 것들입니다. 성범죄들은 정말 지긋지긋하게 이어져왔습니다. 뿌리가 뽑히기는커녕 점점 진화되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은 너무 구태의연해 쓸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붙들고 늘어져야 합니다. 듣지 않는다고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시끄러워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소리치고 채근해야 합니다. 소설로써 그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은 작가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누아르 스릴러, 추리 스릴러, 일상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쓰셨지만 주로 스릴러가 많습니다. 작가님에게 스릴러(장르)의 매력이란 무엇일까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스릴러가 가장 인간 본성에 천착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만물을 통틀어 인간만큼 다층적인 존재도 없을 겁니다. 인간은 참 재밌습니다. 극한 상황일 때 한 꺼풀씩 벗겨져 드러나는 모습도 재밌고, 그 모습이 그 사람의 진면모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것도 재밌습니다. 인간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갈 수 있어 스릴러를 참 좋아합니다.
작가님의 작품 중 특별히 좋아하는 소재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처럼 코미디가 가미된 작품을 쓰기도 했지만, 정말로 제가 즐거워하면서 쓰는 것은 『지금 죽으러 갑니다』 『너여야만 해』처럼 착한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좀 사이코패스같아 보이려나 걱정도 되지만, 어쨌든 극한까지 악한 인물들이 나오는 어두운 작품을 좋아합니다. 가장 애착이 있는 『내가 죽였다』의 주인공인 변호사 김무일과 형사 신여주입니다. 둘 모두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태도가 좋고,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입니다. 신여주는 처음으로 걸 크러시라는 평을 들어 정말로 좋아하고 김무일도 강한 캐릭터라 좋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기대지 않는 면모가 마음에 듭니다.
지금 쓰고 계신 또 다른 작품이 있는지요? 또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가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4년 전쯤부터 준비하고 있는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은 그래서 제가 반드시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유괴의 날』에 이어 유괴를 다룬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름 유괴 3부작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유괴이야기는 내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고, 3부는 트리트먼트 상태에 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옷을 입히고, 머리를 다듬어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는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모든 미스터리를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흔히 보아온 트릭은 아닐 거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한 회, 한 회마다 계속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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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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