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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특집] 타일러 씨, 오늘은 뭐 하세요? - 방송인 타일러 라쉬

<월간 채널예스>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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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걸 표현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고, 현재에 만족하게 한다. (2020.06.12)


타일러 라쉬의 따끈따끈한 근황은 ‘더 박스’라는 텀블벅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시리즈를 만드는 일인데, 그 행간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타일러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틀에 맞춰 삶을 사는 게 아닌, 인생을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프로젝트 의도가 꼭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기 때문이다. 럭비공의 유니크한 동선을 닮은 타일러의 ‘집콕’ 생활이 궁금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남들과 다른 선택, 그리고 늘 무언가를 ‘도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현재 거주 중인 집도 낡은 단독주택을 선택해 직접 인테리어까지 했다고 들었다. 

우연히 찾은 집인데, 오래된 내부 인테리어 사진에 끌렸다. 벽과 천장에 나무판이 있는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느낌이었다. 공간의 가능성이 보였고 아늑한 집으로 진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했다. 

인테리어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주방에서 상부장을 빼는 거였다. 머리 위 공간이 넓고 방해가 없어야 개방감이 크고 더 넓게 느껴지니까. 시골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런 느낌을 꼭 살리고 싶었다. 카운터톱을 나무판으로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가공된 재료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무는 상해도 예쁘고 정이 들고 더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주방에 더 머물고 싶게 만든다. 조명은 노란색 전구로 바꾸고, 원래 조명도 몇 개 교체했다. 알다시피 공간을 결정하는 건 조명이다.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려면 노란색이 좋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방송한 TV 프로그램에서 달걀판에 씨앗을 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달걀판은 가능하면 쓰레기를 정원에서 재활용하고 싶어 선택했다. 배달 음식에 껴 있는 나무젓가락으로는 콩들이 올라갈 구조물을 만든다. 집에서 씨앗을 심고 키우는 건 올해로 2년째다. 미국 버몬트에서 살 때 정원 일도 해봤고 농업이 필수인 학교를 다닌 덕분에 도시 농업이 익숙하고 재미있다. 

씨앗은 어디서 구하고, 어떤 걸 구입하나?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모종을 사올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씨앗을 심고, 싹이 돋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어서다. 지금은 콩, 호박, 옥수수, 수박, 토마토를 가꾸고 있다.

씨앗을 심고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달걀판에서는 오래 키울 수 없어 첫잎이 나면 바로 옮겨야 한다. 달걀판이 깊지 않아 뿌리가 달라붙고 꼬일 수 있으니까. 조금 일찍 옮겨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있다. 씨앗에 물을 주다 보면 달걀판 자체가 조금씩 녹기 때문에 옮길 때쯤에는 쉽게 벗겨 그대로 옮겨 심을 수 있다. 참, 매일 물을 줘야 하지만, 양은 제각각 신경 써야 한다.

지금까지 심은 씨앗 중 재미와 수확량 면에서 베스트와 워스트를 꼽는다면? 

수확하려면 아직 멀었다. 콩, 호박, 옥수수, 토마토, 수박 순으로 자라는 중이다. 그중 재미없는 친구는 하나도 없다.

2층 테라스에서 씨앗을 심고 키우는 재미란 어떤 건가? 

요즘 우리가 즐기는 오락거리 대부분은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하지만 식물은 사람과 다르게 각자의 속도가 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느린 재미’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과는 분명 다른 맛이 있다. 

유튜브 채널을 봤더니 ‘아기 사슴과 고래 스피드 페인팅’이라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던데, 그림 그리기는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 

2016년. 어린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가끔씩 그림을 그렸는데, 서울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다. 일상생활에 창조가 없으면 무미건조하고 우울한 느낌이 서서히 올라온다. 2016년에 그런 느낌이 들어 곧장 재료를 주문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수업을 따로 받기도 하나? 

시카고대학에 다닐 때도 미술이 필수과목이었다. 미술은 뭔가 특별히 배워야 하는 게 아닌 교육의 일부이고 소소하게라도 항상 함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기는 ‘집콕’ 생활에서 어떤 감정을 안겨주나? 

창조자가 된 기분이랄까. 그림 그리기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걸 표현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고, 현재에 만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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