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특집] 그냥 두어도 잘 굴러가는 하루 - 『내향 육아』 이연진

『내향 육아』 이연진 <월간 채널예스> 2020년 6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크고 먼 것이 아닌 작고 가까운 것들이 주는 기쁨을 나누다 보면 아이도 나도 편안해진다는 걸 또 한 번 알게 됐다. (2020.06.12)


에너지 왕성한 초등학생 사내아이와 천생 내향적인 엄마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다섯 살에  TV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선풍기의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하던 아이는 움직임과 동력, 자동차와 기계에 대한 사랑이 여전하고, 보노보노처럼 느리고 감성적인 엄마는 그런 아이와의 잘 빚어진 하루를 만들기 위해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얼마 전 그런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기록한 책 『내향 육아』를 쓴 이연진 작가 이야기다. 제목 ‘그냥 두어도 잘 굴러가는 하루’는 책 속 목차에서 허락도 없이 옮겨왔는데, 요즘 같은 날이면 꽤나 의미심장하게 읽히는 문장이어서였다. 



“윤하는 장난감도 별로 안 좋아하고, 레고도 잘 안 하고, 교구에도 흥미를 못 느끼거든요”라는 2년 전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요즘 같은 때 웬만한 아이들에겐 던져만 줘도 몇 시간은 채울 도구들인데, 이걸 제외한 아이의 관심사가 궁금하다. 

요즘은 자동차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차들의 세세한 디테일과 원리를 알고 싶어 한다. 그동안 집에서 익힌 물리 법칙과 가전의 원리가 바탕이 되니 자동차 전문 서적도 술술 읽고 이해하더라. 

매일이 새로워야 하는 아이에게 ‘집콕’ 생활은 꽤나 힘들고 지루한 일일 텐데, 어떤 방법으로 아이의 지루함을 환기하나?

어쩌면 더 새로운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일지 모른다. 내 경우 아이가 심심할까 봐 아이보다 앞서 지나친 자극을 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 아이는 필연적으로 점점 더 센 자극을 찾는데, 그런 과정이 참 버겁다. 얼마 전 마당에 블루베리를 처음 심어봤는데, 엊그제는 아이가 환호하더라. 꽃이 진 자리에 작은 블루베리들이 조롱조롱 맺힌 걸 보면서. 크고 먼 것이 아닌 작고 가까운 것들이 주는 기쁨을 나누다 보면 아이도 나도 편안해진다는 걸 또 한 번 알게 됐다. 

최근 펴낸 『내향 육아』에 ‘가정식 책육아’라는 표현이 있다. 아무래도 ‘가정식’에 방점이 찍히던데, 어떤 의미인가? 

특별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반듯한 책상과 바른 자세, 화려한 전집과 교구, 독후 활동과 연계 학습, 레벨과 피드백이 있는 ‘학원식 책육아’와는 조금 다르다. 핵심은 ‘편안하고 다정하게’다. 아이가 무슨 책을 몇 권 읽었나 새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도 나도 즐겁게 읽는 데 초점을 둔다. 덧붙이면, 책육아 하는 엄마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책이 아닌 ‘마음의 평안’일 거다. 우리 아이는 책 읽기를 ‘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날에도 책을 잡는데, 자연스레 아이 삶에 책이 스며들게 하는 것이 가정식 책육아의 장점 같다.

책 읽기와 관련해 규칙 같은 건 없을까? 

규칙은 없다. 억지스러운 독후 활동을 권하지도 않고, 책 읽는 시간도 따로 없다. 단,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할 때 읽어준다. 날마다, 꾸준히. 책을 읽을 때는 눈부시지 않게 커튼을 쳐주고, 날이 좋으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주로 내용과 그림이 밝고 따뜻한 걸 읽어준다. ‘기분 좋은 책 읽기’는 아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는 무의식에 저장되고, 일상은 추억이 되니까. 

책 읽기 외에 아이가 가장 즐거워하는 ‘집콕’ 생활이 있다면? 

아이는 뛰어난 일상 관찰자이자 작은 생활인이다. 엄마 아빠의 일상을 보며 하나씩 스스로 해보면서 이만큼 자랐으니까. 우리 부부는 아날로그 생활을 좋아하는데, 그걸 보고 자란 아이는 천천히 발효시킨 빵을 굽는 동안 마당에 물을 주거나 세탁기 돌아가는 걸 관찰한다. 부엌일에도 호기심이 많아, 네 살 때부터 아침이면 커피를 내리고 저녁이면 압력밥솥에 밥을 지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실험도 부엌에서 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부엌 실험실이 벌써 5년째다. 연필로 편지를 써보고, 텃밭을 가꾸고, 물건을 고치고, 저녁상에 손을 보태면서 느리고 슴슴한 생활이지만 보람 있어 하는 눈치다. 

‘그냥 두어도 잘 굴러가는 하루’를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작은 루틴’. 최소한의 루틴으로 엄마 마음이 편하고 아이도 즐거워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일종의 교집합을 만들었달까? 책 읽기를 비롯해 쉬운 연산 문제 풀기, 종이접기 같은 것들을 조금씩 해나갔다. 하루에 하나, 틀려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하는 데’ 의의를 뒀다. 아이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으니 놀이처럼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였다. 이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기 할 일을 챙기는 아이가 됐다. 그거면 감사하고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길고 무질서하던 하루가 그냥 두어도 잘 굴러가는 보드라운 일상이 되었으니까.



내향 육아
내향 육아
이연진 저
위즈덤하우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다운, 문일완

내향 육아

<이연진> 저 14,400원(10% + 5%)

내향적인 엄마와 에너지 넘치는 아이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기록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다섯 살 꼬마 남자아이. 수십 대의 선풍기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해부하고, 선풍기의 원리를 줄줄 읊는다. 아이가 과학 영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집에서 함께 실험하고, 함께 원인을 고민하고 연구한 엄마..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이연진> 저 11,200원(0% + 5%)

“모든 아이가 다르듯이 모든 엄마가 다르다!”SBS ‘영재발굴단’에 나온 꼬마 과학자를 키운 내향 엄마의 느리지만 세심한 집 육아 이야기!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다섯 살 꼬마 남자아이. 수십 대의 선풍기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야무지게 해부하고, 선풍기의 원리를 줄줄 읊는다. 아이가 과학 영재로 성장할 수..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