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미 “좋은 리더가 되려면 유연하고 친절해야”

리더를 위한 회복력 수업 『리부트』 번역자 엄윤미(C Progra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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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궁금했고, 제리 콜로나가 들려줄 이야기의 맥락을 잘 아실 이수인 대표님과 함께 팀을 이룬다면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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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Reboot)’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리더들이 앞다투어 찾는 리더십 코칭 프로그램이다. 리부트를 이끄는 ‘제리 콜로나’는 훌륭한 스포츠 코치가 엘리트 운동선수의 기량을 예리하게 다듬어내듯, 리더가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전설적인 벤처투자자로 불리며 20년간 100개 이상의 조직에서 투자자, 임원, 이사회 멤버로 일하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리더들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함께 해답을 찾아간다. 리부트 는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리더로 거듭나는 험난하고도 위대한 여정을 위한 안내서다.

 

엄윤미 번역자는 벤처 기부 펀드 씨프로그램의 대표다. 플레이 펀드를 통해 어린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에, 러닝 펀드를 통해 교육 실험에 투자한다. 새로운 실험이 많아질 때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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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리부트 의 번역을 맡게 되신 사연도 궁금합니다.


C Program이라는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 기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미술관, 작업실 등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일 등 사회적 임팩트를 기대하는 실험에 투자하는 회사예요.


함께 번역한 이수인 대표님의 회사 ‘에누마’도 저희가 투자한 회사 중 하나입니다. 투자한 회사의 대표님들,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리더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특히 미션을 가진 조직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매번 느낍니다. 자원은 부족하고, 미션에 대한 기준은 높은 상황에서 좋은 팀을 꾸리고 유지해 나가려면 고민하실 일들이 정말 많죠.


그런데 이수인 대표님을 만나면 그릇이 큰 리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더 크게, 더 넓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 수인님이 창업 초기 대표로서 자존감을 잃고 우울증에 가까운 상태였던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 큰 도움을 받았다는 제리 콜로나의 부트캠프 이야길 들었습니다. 부트캠프에 다녀오면 에너지가 채워진다니 제리 콜로나는 어떤 코치일까, 리부트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궁금했는데, 2019년에 이수인 대표님이 제리 콜로나가 책을 발간할 예정이고, 함께 번역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저희가 투자한 회사의 리더들에게도 부트캠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던 걸 기억하고 계셨던 것 같아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하겠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궁금했고, 제리 콜로나가 들려줄 이야기의 맥락을 잘 아실 이수인 대표님과 함께 팀을 이룬다면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리부트 는 어떤 책인가요? 저자가 말하는 ‘리부트’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리부트는 일반적으로 경영 서적에서 기대하시는 문법과 스타일에서 벗어나 있는 책입니다. 저자도 책의 서두에서 ‘좋은 리더가 되는 열 가지 비법’ 같은 내용은 없다고 못박고 있고요. 리더가, 또는 독자가 스스로를 깊이, 극단적으로 깊이 들여다보도록 이끌어 가는 책입니다. 제리 콜로나가 코칭한 CEO들의 사례와 제리 콜로나 자신의 사례를 들어가며, 독자들도 가만히 멈추어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합니다.


하지만 말랑말랑하고 다정한 질문 대신 기존에 생각해보지 못했을 근본적인 질문을 직구로 던지는데, 질문에 답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저도 책을 번역하면서 각 챕터 뒤에 실린 질문에 답해 보려고 했는데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이 많습니다.


그 과정을 기어이 거쳐 찾게 되는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함으로써 더 나은 리더가 되는 과정을 ‘리부트’라고 부릅니다. 나의 가치관과 작동 기제, 인지하지 못했던 그림자와 정리되지 않은 과거의 짐들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이해함으로써 새롭게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죠.

 

책에는 시련을 통과하는 다양한 CEO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그중에서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리 콜로나가 파트너로 있던 벤처 캐피털이 투자한 스타트업 대표, 앨릭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투자를 받고 한창 개발 중이던 서비스의 론칭 두 달 전에 ‘이 서비스는 안될 것 같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한 사람이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황을 직시하고 투자자들에게 솔직히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업을 접고 남은 투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거나, 새로운 사업 계획을 다시 만들어 시작하자는 선택지를 제시하죠. 투자자들은 후자를 택했고, 다시 시작한 앨릭스의 회사는 서비스를 론칭하고 성장하여 2년 후 매각됩니다.


자신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 자신을 믿고 합류한 직원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얼마나 큰 것이었을지 감히 상상해 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솔직히 상황을 알리고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만, 제리 콜로나는 그 과정에서 앨릭스뿐만 아니라 투자자인 자신도 현실을 직시하고 팀을 신뢰하며 흔들리지 않는 힘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책의 곳곳에서 등장하는 리더의 태도인 ‘전사 자세’의 의미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저도 잠시 멈추어 생각하며 배웠습니다. 저희 회사 역시,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100%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어 갈 때 솔직해질 수 있는 리더라면 실험을 함께 해보겠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죠. 한편으론, 그렇게 솔직해질 수 있는 대상이 되려면 어떤 투자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신뢰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강력한 리더십을 고민하는 팀장급 이상 리더들뿐만 아니라, 재충전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에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나눠주신다면요?


이 책을 일찍 읽어 준 친구와 만나서 책에 등장하는 ‘까마귀' 이야길 한참 했어요. 까마귀는 가혹한 내면의 목소리, 나를 가장 혹독하게 비판하는 자아의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너는 안될 거야, 넌 원래 그 정도라고, 네가 그럴 줄 알았지, 안 그런 척 속여 봐야 소용없어.” 까악까악 속삭이는 목소리로 등장합니다.


이 까마귀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존재일 거라 생각합니다. 단지 그 목소리의 정체가 까마귀라는 걸 모를 뿐이죠. 저자는 결국 ‘까마귀를 사랑하라’고까지 조언하는데요, 그 전에 까마귀의 존재를 <인식> 하는 것이 독자분들께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또 너구나 까마귀.” 하고 알고 듣는 것과, 까마귀의 목소리가 그 어디선가 들려오는 진실이라고 믿으며 한없이 작아지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역시 창업자이자 대표인 친구와 서로의 까마귀가 자주 하는 말들을 고백하고는 서로 놀랐습니다. 가장 가혹한 목소리는 내면에 있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 가차없는 목소리 덕분에 우리는 자만하거나 경계를 늦추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자극을 얻기도 합니다. 다만, ‘까마귀는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CEO들을 포함해) 누구에게나 있다’ 는 것을 기억한다면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지 않으며 나를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이 말하는 회복탄력성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리 콜로나는 회복탄력성이 완고하게 하던 일을 계속하는 근성이나 맷집과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보다 유연하고 친절한 근성이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모든 상황과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한계와 고통스러움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 그 가운데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이 회복탄력성을 준다는 것입니다. 제리 콜로나 자신이 평정심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불교철학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갸웃하면서 번역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번역을 마치고 나니, 스스로에 대한 극단적인 솔직함과 근본적인 자아 성찰이 회복탄력성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유연하고 솔직하게 외부의 상황과 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어야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서 평정심을 갖고 매일의 어려움에 다시 맞설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럴 수 있을 때 결정적인 갈림길에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완고한 자아가 앞서는 순간, 결정적인 순간에 판단이 흐려지게 되니까요. 회복탄력성도 결국 나의 자아를 그림자까지 모두 이해하고 인정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힘이라는 것에 동의하게 됩니다.

 

이 책이 가장 도움 될 만한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가장 먼저 창업자들, 대표님들,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과 함께 일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이수인 대표님과 이 책을 번역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직과 리더십의 문제를 떼어 놓고 보더라도 나를 깊이, 끝까지 들여다보는 과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의미할 거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How to’의 조언들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 ‘나’를 먼저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그분들께 좋은 질문을 던져 줄 책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저는 부모로서도 많이 공감하고 고민하며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자아와 그림자가 자아 성찰의 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읽으면서, 그 어린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의 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번역 작업 중에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각 챕터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질문들에 답해 보려고 했을 때,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가장 근본적인 질문, 극단의 솔직함을 요구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자아 성찰 (Radical Inquiry)’을 ‘극단적인’으로 번역할까 ‘근본적인’으로 번역할까 한참 고민했는데, ‘극단적’일 정도로 깊이 들어가야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으니 두 단어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리더십 교육에 참여해 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코치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요, 그동안 ‘극단적’으로 끝까지 파고들어 보거나 ‘근본적’인 곳까지는 닿지 않고 안전한 범위 안에서 그럴듯한 대답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왔다는 걸 깨닫기도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의 질문을 대하실 때는 평소의 안전한 대답 대신, 한걸음 더 들어간 솔직한 답을 찾아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리부트제리 콜로나 저/이수인, 엄윤미 역 | 어크로스
전설적인 벤처투자자로 불리며 20년간 100개 이상의 조직에서 투자자, 임원, 이사회 멤버로 일하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리더들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함께 해답을 찾아간다.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리더로 거듭나는 험난하고도 위대한 여정을 위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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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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