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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수 “중년의 삶,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 괜찮다』 이의수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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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조금 들고 보니 우리가 절망하며 맞이했던 순간들이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도가 나고 절망적인 질병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괜찮은 것이더군요.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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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를 통해 중년의 애환과 슬픔, 회한과 아쉬움을 다독여준 이의수 저자가 신간 『다, 괜찮다』 로 돌아왔다. 그는 쉴 틈 없이 달려온 중년의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괜찮지 않은 삶의 무게에 공명한다. 중년이라는 이름 앞에서 겪는 상실은 중년이기에 더 아프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중년이라는 나이의 한복판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허둥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실의 경험은 우리에게 인생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아픈 회초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은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킬까, 어떻게 해야 남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을까 같은 충고가 아니다. 지금까지 당신의 삶은 괜찮았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지금 당장 괜찮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괜찮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이의수 저자가 전하는 가슴 시린 사연과 그 극복 과정은 여전히 나이 몸살을 앓고 있는 중년들에게 인생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앞으로의 삶을 지금까지보다 더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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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문화일보에서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이라는 고정칼럼을 5년 동안 게재했습니다. 중년들의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하기 위해 출판했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를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셔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 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아침마당 목요특강’ 등 방송 출연과 활발한 강의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작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었어요. 40대였던 그때와 50대가 된 지금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40대는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거침없이 달려갔던 시간들이었고 나를 위해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나이 50이 지나면서 움켜쥐려고 했던 손을 풀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나누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누려고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갖게 된 것들을 50대에 정리하고 준비해서 60대부터는 나누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열심히 나누고 있습니다. ‘내가 감히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 자산들을 나눠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대에 허기진 인생이 배고픔을 해결한 50대가 되어 이제 주변 사람들을 돌보고 섬기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50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삶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중년이라고 하면 ‘편하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는데요, 작가님께서 기대하셨던 중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20대에 중년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너무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노력하는 대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강의를 하면 박수로 화답해 주고 책을 출판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환호해 주셨습니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성공했다고 생각했고 이제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 일들 앞에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실제는 자신감이 아닌 자만이었습니다. 


분주한 일정만큼이나 많은 수입도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바빠진 만큼 행복감은 더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남자가 이루는 성공은 겨우 산 하나를 오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년들을 만나면서 하나의 산만을 평생토록 오르고 다 오르고 난 뒤에는 내려와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진통하며 내려오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룬 순간이 제 인생이 위험해지기 시작해진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주어진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년기에 내게 있는 숨을 다 품어내어 커다란 풍선을 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풍선은 계속 계속해서 바람을 불어넣어야 하는 특성을 가진 풍선이어서 입을 떼면 바람이 푹 꺼지는 풍선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중년기에 남자들이 이룬 성공은 나 자신과 바꾼 것들이었다는 것을…

 

기대했던 중년과 현재 다른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40대를 마무리하면서 되돌아보니 제가 20대에 꿈꾸었던 대부분의 것들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안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들보다 더 많은 마음과 생각들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지요.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된 내가 참 괜찮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제 자신을 들여다보니 하나도 괜찮은 것이 없었습니다. 괜찮아진 것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저를 안 괜찮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 이룬 것 같은 40대의 끝에서 제 자신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꿈틀대는 내 중년의 감정들과 직면하고 싶었고 나 자신의 마음 깊은 곳의 생각들을 꺼내 내가 나와 싸울 곳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들이 아무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곳,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는 곳, 홀로 고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철저하게 나만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며 찾아낸 것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한국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아무도 제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않았고 제가 누구인지 알려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저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제 인생에 참으로 감사한 것들과 제가 제 자신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것들, 제가 버려야할 마음과 생각들이 무엇인지 찾아냈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야 할지 그 마음과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깨달음을 얻거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산티아고 길을 시작한 첫날 제 자신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제 등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을 잔뜩 짊어지고 남들보다 더 빨리 걸어보겠다는 생각에 땀을 뻘뻘 흘리며 피레네 산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허벅지는 고통스러웠고 짐은 왜 그리 무겁게 느껴지면서 편안하게 여행이나 다닐 것이지 왜 걷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은근 화도 났습니다. 산 중턱에 있는 첫 번째 알베르게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앉아 커피와 파이를 먹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잘 걸어보려고 더 빨리 걸어보려고 애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누려보겠다고 나선 순례길에서 다른 사람들과 나 혼자서 경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여유롭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등에 있는 무거운 짐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더 감사한 것은 피레네에 피어있는 예쁜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힘들게만 느껴졌던 산이 아름다움의 집결체처럼 보이고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산 정상에 올라가 능선을 따라 걷는 시간들이 평생토록 잊을 수 없는 한가로움입니다. 그 후로 아침마다 동이 트기 전에 걷기 시작하면 아침 해가 밝아올 때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매일 아침을 설레게 만들었고 아침햇살이 가득한 길을 천천히 걷는 그 순간들이 참으로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하루는 길을 걷다가 제 자신이 너무 열심히 살아온 것이 후회되어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잘 살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것들이 제대로 된 것들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싸고 좋은 새 신발을 신고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발톱 4개를 뽑으면서 걷게 만들었고 물집을 달고 걷게 했습니다. 이미 너무 먼 길을 걸어버렸고 남은 길을 포기할 수 없어서 남은 길을 걸었습니다. 순례길을 다 걷고 난 뒤에 결심했지요. 이제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고. 이제 내가 나를 위로하며 내게 주어진 삶의 모든 상황 속에서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자. 후회 없는 괜찮은 인생을 살아가자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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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인생을 따로 준비하는 분들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상실감이 큰 것 같기도 하고요. 중년 이후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가요?

 

저는 제 인생에 대한 무한한 감사가 있습니다. 꿈꾸는 대로 살 수 없고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없는 인생 속에서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제 인생의 선생님들이 되어주셨습니다. 그분들을 돕기 위해 만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렸지만 오히려 제가 더 큰 도움을 받고 성장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사람들에게 “인생을 리뉴얼(Renewal)하면 인생의 매뉴얼(mannuel)이 나온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특별함이 있고 저마다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평생 우리가 우리의 두뇌 세포의 10%도 사용하지 못하고 사는 것처럼 우리 안에 괜찮은 것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열등의식을 갖게 되고 쉽게 주저앉습니다. 우리 안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재정리하는 인생 리뉴얼을 시작하면 괜찮지 않았던 인생이 괜찮은 인생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행복지수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에게 있는 괜찮은 것들을 보게 될 때에 내 자신에게 “다~ 괜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다~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어야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다~ 괜찮아!”라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내 안에 없는 것 부족한 것을 살피는 것 이상으로 내 안에 괜찮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내 안에 괜찮지 않은 것들을 괜찮은 것들로 전환할 수 있는 마음이 힘이 생겨날 것입니다.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조금 들고 보니 우리가 절망하며 맞이했던 순간들이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도가 나고 절망적인 질병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괜찮은 것이더군요. 최근에 한 분이 밤을 세워 『다, 괜찮다』 를 읽고 난 뒤에 새벽시간에 자신의 인생 여정을 기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인생을 뒤 돌아보면서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못해서 다시 잃어버릴 뻔했는데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다시 얼어 서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안 괜찮아도 괜찮아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긴 터널도 끝이 있듯 삶의 모든 일들은 끝이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 ‘다, 괜찮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이겨내자’라고 나를 도닥이며 하루 하루를 잘 지내면 됩니다. 저는 요즘 삼 일이 아니라 하루만 잘 살자는 말을 합니다. 하루를 잘 살다 보면 이틀을 잘 살 수 있고 한 달을 잘 살 수 있고 일 년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어떤 힘든 일이든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프고 힘들지만 이것은 과정일 뿐이다. 이것도 끝나는 순간이 있을 것이고 끝날 때까지만 잘 이겨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힘내세요.

 

마지막으로 저자님께서 꿈꾸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누군가 다시 한번 더 노력하고 싶은 마음과 생각이 들 때 그분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종이에 관심이 많습니다. 재생 종이의 질감을 좋아합니다. 재생 종이를 대하면서 ‘종이는 종이 공장에서 재생 종이로 거듭나는데 인생은 재생 공장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을 새롭게 살고 싶고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한번 더 노력하고 싶은 중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위해 제 자신의 인생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이전에 출판했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는 책의 인세를 모아 인생재생공장부지를 마련했습니다. 이번에 독자들이 구입해 주실 『다, 괜찮다』 의 인세로는 인생재생공장 건축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제 책을 사주시고 읽어주신 분들이 제게 주신 인세는 감격스러운 선물입니다. 그래서 그 선물들을 모으고 모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인생을 한 번 힘써 살아볼 힘을 선물로 줄 수 있는 인생재생공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 이의수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소장Ph.D. 마흔 이후 30년을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서드 에이지 전문가다. 베스트셀러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와 유튜브에서 23만 명 이상이 시청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의 등을 통해 남자들의 인생 멘토로 알려져 있다. 숭실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로서 청춘들과 강단에서 함께했고, CBS <기쁜 소식좋은 세상>과 극동방송 <출발 좋은 아침> 및 다수의 방송을 진행하며 행복한 가정문화를 만들었으며, 문화일보 인기 칼럼니스트로서 중년들의 고달픈 마음을 어루만졌다. 무엇보다 가족 사랑을 매일 실천하는 50대의 가장이다.

 

 


 

 

다, 괜찮다이의수 저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킬까, 어떻게 해야 남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을까 같은 충고가 아니다. 지금까지 당신의 삶은 괜찮았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지금 당장 괜찮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괜찮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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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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