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말들』로 하고 싶은 이야기

『도서관의 말들』 강민선 작가 인터뷰 도서관이라는 광활한 우주에서 채집한 100개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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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서관법에서 위임과 위탁에 대한 법령은 단 몇 줄뿐이에요. 위탁 도서관의 수가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나는 만큼 좀더 촘촘한 울타리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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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말들』 을 쓴 강민선 작가는 도서관 이용자였다가 좋아하는 곳(도서관)에서 좋아하는 것(책)과 함께 일하고 싶어서 사서가 된 사람, 사서로 일하면서 사서에 대한 낭만적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르포르타주 형식의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를 쓴 사람, 지금은 도서관 사서를 그만두고 다시 도서관 이용자로 돌아온 사람이다. 『도서관의 말들』 은 강민선 작가가 차곡차곡 모은 책의 말, 도서관의 말에서 출발해 자신의 삶, 사서로 일하던 지난 시간, 독자이자 이용자이자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강민선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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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말들』  은 어떻게 기획되어 나오게 된 책인가요?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유출판사에서는 예전부터 도서관과 관련된 책을 기획하면서 어울리는 저자를 찾고 있었다고 해요. 마침 제가 쓴 책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와 『상호대차』 를 보시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도서관 사서 경험이 있고 경험담을 풀어쓴 책을 냈고 그 안에 담긴 정서가 문장 시리즈와 적합하다고 여기신 것 같아요. 저도 제안을 받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함께하기로 했어요. 유유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었나 봐요. 구성은 기존 문장 시리즈(왼쪽에는 책 속의 문장, 오른쪽에는 저자의 생각)를 따랐고요, 계약할 때 혹시 출판사에서 원하는 책의 분위기나 방향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쓰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냥 자유롭게 쓰라고 하셔서 그렇게 썼어요.

 

그동안 독립출판물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셨어요. 이렇게 출판사에서 낸 책은 처음이신 걸로 알아요. 편집자와 출판사와 일해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동네책방 ‘이후북스’에서 만든 출판사인 이후진프레스에서 『상호대차』 를 낸 적이 있어요. 동네책방에서 작은 규모로 만든 책이었지만 그 책도 편집자와 함께 작업했고 만드는 과정도 같았어요. 『도서관의 말들』 은 출판사와 함께 만든 두 번째 책인데요, 여러 사람의 힘으로 만든 책이다 보니 저 혼자 만든 책보다 완성도가 있고, 만든 후에도 여러 사람이 같이 응원하는 책이어서 더욱 든든한 느낌이 있어요. 특히 출판 경험이 많은 편집자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혼자 만드는 동안에는 알지 못했던 제 글의 부족한 점, 고착된 습관이나 표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어서 다음 작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돼요.

 

도서관에 가서 이 책에 실린 문장들을 찾아보셨을 텐데요. 도서관에서 이 책을 쓰기도 하셨는지요?

네, 도서관에서 쓴 부분도 있어요. 처음엔 집에 있는 책, 손에 먼저 잡히는 책으로 골라서 쓰다가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도서관에 갔어요. 도서관엔 거의 모든 책이 다 있으니까 서가에서 바로 책을 찾아 읽고 쓰고, 다시 서가에서 책을 찾아 읽고 쓰고 할 수 있어서 『도서관의 말들』 을 쓰기엔 가장 편리한 공간이었어요. 주로 집 근처인 마포중앙도서관과 서울도서관을 이용했어요.

 

책에 100개의 문장이 등장합니다. 가장 좋아하고 스스로의 생각과 가장 밀접한 문장, 1,2개를 소개해주세요.

 

34번 문장을 소개하고 싶어요. 문장이 곧 책 제목이기도 한데요, 책의 저자가 도서관 관장님이기도 해서 더 와닿았어요. 사서와 이용자, 도서관과 지역 주민, 나아가 책과 독자와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갑이나 을이 되는 사이도, 일방적으로 앞서가고 따라가야 하는 사이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제 생각도 같아요. 그 둘은 서로 존중하며 함께 나아가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오른쪽에 담은 글은 『도서관의 말들』 을 통해 도서관에 대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서울에 사시죠?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 두 곳만 추천 부탁 드려요.

 

종로구 정독도서관과 청운문학도서관입니다. 두 곳 모두 산책 삼아 자주 걸었던 곳에 있어요. 일단 가는 길이 고즈넉하니 좋고요, 특히 부암동의 청운문학도서관은 북악산 중턱의 한옥 도서관인데요, 그 안에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른 시간에 와 있는 기분이 들어요. 필요한 책을 찾아 매일 드나드는 곳은 집과 가까울수록 좋겠지만 산책과 휴식을 위해 가볼만 한 도서관이라면 이 두 곳을 추천하고 싶어요.

 

사서로 오래 일하셨어요. 사서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도서관에서는 하루에도 몇 개씩 각종 프로그램과 저자 강연 등의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그걸 사서들이 다 맡아서 해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한 명의 사서가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관련 인사 섭외부터 보도자료 작성은 물론 모집 포스터까지 직접 만들면서요. 사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 프로그램 하나가 완성되는데 그걸 모든 사서가 매일 하고 있는 거예요. 특히 구립도서관은 문화행사에 사력을 다해 매진하고 있어요. 그래야 겨우 알려지기도 하고, 프로그램 실적을 많이 남겨야 도서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상을 받을 수 있어요. 이 상에 집착하는 도서관 운영자와 관리자, 도서관끼리 경쟁하도록 부추기는 관련 부처들, 이들의 맹목과 무관심이 일선에서 일하는 사서들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지만요.

 

도서관 정책 중 가장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울의 구립도서관 중 90% 이상이 위탁 운영되고 있어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 공무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민간 기업이나 재단의 직원인 거죠. 거기 속한 사서들은 도서관이라는 공공기관의 업무와 함께 재단 업무도 해야 해요. 근무 시간 중에 재단 행사에 동원되기도 하고 월급의 일부를 기부금 명목으로 납부하는 곳도 있어요. 운영진이 바뀌거나 경영 축소가 이뤄질 경우 가장 먼저 배제되는 곳이 도서관이기도 해요. 도서관과 사서에 대한 위탁 운영자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국가가 모든 도서관을 직접 운영할 수 없다면 위탁 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도서관 운영에 걸맞은 기관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도서관법에서 위임과 위탁에 대한 법령은 단 몇 줄뿐이에요. 위탁 도서관의 수가 적지 않고 앞으로 더 늘어나는 만큼 좀 더 촘촘한 울타리가 있었으면 합니다.

 

45쪽에 “비밀을 지키기보다 알리는 쪽을 선택했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이번 책은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도서관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네, 도서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정리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전 책이 제가 일했던 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이자 파편적인 기록이었다면, 『도서관의 말들』 은 도서관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쓰려고 노력했어요. 제 인생에서 도서관이 어떤 곳이었는지,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도서관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었고 해줄 수 있는지. 도서관이 계속해서 가지고 가야할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안에는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경험도 들어있고요. 바깥에서 보는 이용자의 관점과, 안에서 경험한 사서의 관점을 골고루 담으려고 했어요.

 

저자 소개글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일하는 걸 좋아하시는 이유에 관해 여쭤봐도 될까요?

 

도서관에서 일하는 동안 늘 바라고 느꼈던 거여서 제 설명을 그렇게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직장인들은 가끔(혹은 자주) 그런 생각하잖아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다.’ 저도 단순히 그런 마음이었고요, 지금은 실제로 그렇게 일하고 있어요. 누구에게 간섭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제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저만의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제 몫이겠지만, 작은 영역에서 자유와 책임에 대해 고민하며 제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임시제본소’에서 앞으로 나올 책, 지금까지 낸 책 몇 권을 소개 부탁 드립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겪은 일을 담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가 있고요. 스물두 살 때부터 도서관 입사 전까지 비정규 아르바이트 경험을 담은 『나의 비정규 노동담』이 있습니다. 최근작은 독일 여행기를 담은 『비행기 모드』와 서울아트북페어(UE11) 출품용으로 만든 『외로운 재능』이에요. 주로 개인적인 일을 기록해서 만들고 있는데요, 2020년에는 1인 출판을 하면서 겪은 일과 책 주변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범위를 넓혀가려 합니다.

 

 

 

 


 

 

도서관의 말들강민선 저 | 유유
100개의 문장과 글을 읽다 보면 “낯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타인”인 책이,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학문”과 이야기가 모인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곳을 찾는 사람과 그 책을 꺼내어 읽는 사람과 함께 요란하게 웅성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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