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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 “진짜 사랑은 자신을 ‘애정’하는 것”

『사랑을 싸랑한 거야』 정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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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늘 가꾸고 배우고 내면에 귀 기울여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어요.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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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랑을 싸랑한 거야』 로 돌아온 정미 저자는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시인이 되었고, 장편동화 『이대로도 괜찮아』 로 2009년 아테나아동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제목 ‘사랑을 싸랑한 거야’는 무슨 뜻일까? ‘싸랑’ 굉장히 인상적인 단어다. 저자의 창작 노트에 따르면, ‘싸랑’은 사랑의 경남 방언이다. 후두 근육이 긴장하면서 내는 기식이 거의 없는 자음의 된소리로, 감정이 격한 상태나 상황일 때에 사랑을 싸랑이라고 발음한다고 한다. ‘사랑을 싸랑한 거야’라는 제목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한가? 지금 정미 저자의 말을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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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소설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문데요, '사랑을 싸랑한 거야'라는 제목으로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사랑 이야기 써달라고 졸라대던 제자들이 계기를 만들어준 셈입니다. 창작 노트에 쓴 것처럼, 제자들이 소리치곤 했거든요. 귀가 따갑도록 공부, 공부, 공부... 지겨워 죽겠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취업 공부, 취직도 어렵다는데 짜증 나요. 계속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이에요? 재밌고 신나는 일은 없냐고요? 드라마처럼 달달한 사랑 얘기를 써주세요. 책 읽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행복할 수 있게요. 그때 소리쳤던, 뭐 하나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공부하던 한 제자가 울부짖었어요.

 

“집이 망했어요. 사업실패로 아빠가 행방불명인데 어떡해요? 지금 공부가 문제가 아니고, 무얼 먹고 어디서 살게 될까요? 두려워서 죽을 것 같아요. 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사람들은 왜? 어떻게 계속 살아왔고 살아가는 거예요?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우리 집은 불가능해요!”

 
그 제자에게, 사람들이 힘들다 하면서도 계속 생을 살아가는 이유를 제대로 말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서 그 대답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니까요.


소설에서는 현실보다 더 ‘독한 이야기’들이 펼쳐져요. 그런데 실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는데요. 정말 소설에서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잘 아시잖아요.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녹록치 않다는 것을요! 물론 모두가 그런 것도, 모든 시절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저도 청소년들도 잘 알지요. 하지만 ‘삶이 녹록치 않다’라는 뜻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는 ‘질량 보존의 변동성’이 내포되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어요. 그러므로 좋은 환경에서도 그 나름의 아픔과 상처가 있기 마련이고, 황량하기 그지없는 저 광활한 대지의 어린 새싹에까지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악천후에서 독하게 견뎌내지 못하면 생명까지 위협받는 게 한 포기의 어린 풀꽃이기에 더욱 그렇겠지요? 그래서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이 맞지 싶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과해야 한층 성장하고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생을 살게 되는 게 창조주의 뜻인 것 같아요.

 

이 소설의 배경이 양평에 위치한 두물머리인데, 특별히 두물머리를 배경으로 고르신 이유가 있는지 무척 궁금해요.


희뿌연 물안개가 낀 두물머리 산책로를 자주 걸은 게 까닭인 거 같습니다. 두물머리는 양평군에 있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곳으로 양수리로 자주 불리는데요, 저는 두 개의 물머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의 두물머리가 훨씬 맘에 듭니다. 연꽃축제가 열리는 세미원과 함께 양평의 명물로 영화인이나 사진가들이 물안개를 찍으러 많이 모여들지요. 강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걸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소설을 쓰게 될 만큼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아름다운 곳이에요. 두물머리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무릉도원입니다. 특히 안개 희뿌연 새벽의 산책로와 산책로 끝자락에 서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그 앞으로 펼쳐진 강물과 강물 위로 혼자 떠 있는, 지나온 발자국 닮은 아련한 작은 섬 하나, 그 이름 족자 섬! 그런 분위기에서는 누구나 순수한 사랑을 꾸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더 이상은 천기누설입니다.  

 

 “맘 붙일 데가 없을 때 하는 사랑은 자기의 감정인 사랑을 싸랑하는 거래. 자기가 꿈꾸는 사랑을 격하게 할 뿐이라는 거지.” 이런 글귀가 있어요. 사람들은 마음이 허전해서, 외롭다고 생각해서 사랑을 많이 찾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많이들 사랑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짜 사랑은 어떤 것인지 참 궁금해요.

 

진짜 사랑이요? 진짜 사랑은 자신부터 ‘애정’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늘 가꾸고 배우고 내면에 귀 기울여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은 내면이 충만할 것이기에 상대에게 이기적이지도 않고 가슴에 따뜻한 여유를 품고 있어서, 눈빛도 손길도 아름다울 겁니다. 그러기에 몇 번의 사랑을 겪고 나면 사랑이 아름다운 감정이기도 하지만, 작가 루쉰의 말처럼 우리의 생활이고 일상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그러므로 자신을 애정하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힘든 현실을 버텨 나가야만 하는 두 자매에게 ‘찬혁’이라는 인물을 각각 다른 의미로 선물을 주셨어요. ‘찬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언니 ‘지혜’는 꿈을 찾아가고 동생 ‘지원’에게는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열매를 주셨지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을까요?

 

톨스토이 인생론에서처럼, 고통의 시기를 견디게 해주는 꿀처럼 달콤한 상징적 존재로 설정했습니다. 그건 각자가 때와 장소에 따라 갖는 제각각의 의미부여의 가치인데, 가령 엄청난 노동을 한 후의 저는 책 읽는 기쁨에 푹 빠지든, 재밌는 영화든, 뜻밖의 따뜻한 컵라면이든… 생각지 못했던 것이 찰나의 달콤한 선물로 다가오지요. 아, 달다! 하면서 순간을 음미하다 보면, 참 신기하게도 힘든 시절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태풍처럼 온데간데 없어져버리지요. 물론 계속 노는 사람에겐 휴가가 꿀맛이 아니듯, 여러 번의 사랑이 모두 신비롭지 않듯, 달콤쌉싸름한 찬혁 같은 선물은 희소성이 높을수록 가치가 있겠지요. 그것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정말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박상률 작가님께서 이 책을 읽고 추천사를 기꺼이 써주셨다고 하시던데. 추천사에 이런 말을 쓰셨어요.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이 청소년들의 문제를 그들만의 문제로 취급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해왔다”고요. 작가님도 동감하시나요?

 

전적으로 동감해요, 세상에는 숨길 수 없는 게 3가지가 있는데, 가난, 재채기, 사랑이라고 합니다. 이건 아기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상사에서 예외가 없다는 의미인데, 저는 풀 한 포기까지도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노인을 위한 나라도 없고, 아기일지라도 환경에 따라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데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교육적 차원에서 다른 세상에 사는 듯 쉬쉬할 때가 많은 거 같습니다.

 

물론 모든 일들을 까발리자는 것은 아닙니다만, 청소년들과 지내다 보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처참한 경우를 듣고 보게 돼요. 그러므로 작가들이 청소년들의 문제를 직시하고, 작품으로 승화시켜서 우리 청소년들이 악천후에 벼랑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써주면 좋겠습니다.   


지금, 또, 어디 구석진 자리에서 아픔을 감내하며 웅크리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지금 당장 일어나 걸어라!”입니다. 고민이 많고 화나는 것도 뭔가를 하지 않고 있을 때, 머릿속이 번민으로 꽉 찼을 때, 더 심해지고 더 좌절하게 되고 아프게 되는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큰 슬픈 일로 일어날 힘조차 없어서 누워 있었을 때에 창밖으로 연꽃 연못이 보였습니다. 그래, 저기까지만 걸어가자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에 안녕(?)하자고 겨우 일어나 걸었지요. 몇 걸음 내딛는데 바람결이, 다가오는 연꽃향이, 연꽃 위로 펼쳐진 오후 빛이, 그 사소한 것들이 어찌나 저를 어루만지며 힘을 불어넣어 주던지 뜻밖에 삶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었어요! 삶은 의미를 캘수록 복잡해지므로 지금 눈앞의 일에서 ‘찰나의 달콤함’을 맛보면 좋겠습니다. 삶의 이러한 아슬아슬한 달콤함 때문에 인간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시집, 동화, 청소년소설 등 여러 작품 활동들을 꾸준히 하고 계신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 여쭤보고 싶어요.

 

되도록 빨리 책과 게임에 관한 청소년 판타지 소설을 빼내 버리고 싶어요. 쓰다가 중단해선지 머릿속이 많이 시끄러운데도 바빠서 못 쓰고 있거든요. 그것과 우리 시대의 큰 사건에 대한 편견을 동물들을 우화해 자유로운 사고로의 전환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런 후에 머리가 비면 아름다운 서정이 넘치는 시집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시인은 한 편의 시를 남기고 죽는 것이고, 작가는 한 권의 책을 남기고 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제게 글쓰기는 누가 뭐라고 평하든 상관없이 저를 위한 삶의 기쁨이고, 한 명의 진정한 독자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되는 것이 아닌 되어가는 저의 성장을 의미합니다. 그러다 보면 독자들이 많이 감동하는 작품도 쓰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정미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습니다. 200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고, 2009년 아테나아동문학상 수상으로 동화작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되는 게 아닌, 되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린이들과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경기도문학상 동화 부문, 양평예술대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이대로도 괜찮아』『공룡 때문이야!』, 청소년소설『마음먹다』(공저), 시집 『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 등이 있습니다.

 

 

 

 


 

 

사랑을 싸랑한 거야정미 글 | 특별한서재
어지혜, 어지원 자매에게 갑자기 큰 위기가 닥쳐온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기대어 마음 붙일 곳을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찬혁’과 언니 ‘지혜’와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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